[287] 제27장. 춘하추동/ 10.늦가을의 정화(丁火)

작성일
2021-02-20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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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제27장. 춘하추동(春夏秋冬) 


10. 늦가을의 정화(丁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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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은 염재의 한로(寒露)에 대한 삼후(三候)의 설명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술월(戌月)에 대해서 설명했다.

“술월은 술토(戌土)에서 해답을 찾게 된다네. 누이가 말해 보려나? 술(戌)의 지장간에 대해서 말이야.”

“지장간에 대해서라면 얼마든지 말할 수 있지. 술토에는 정화(丁火)가 3할, 신금(辛金)이 2할, 그리고 무토(戊土)가 5할이야. 여기에서 정화(丁火)는 술토(戌土)가 화고(火庫)이니까 고기(庫氣)라고 하고, 신금(辛金)은 휴기(休氣)이니 잠시 쉬었다가 다음 절기에서 금생수(金生水)를 돕기 위해서 휴식하는 것이고, 본기(本氣)는 무토(戊土)이니 양토(陽土)가 되는 것으로 설명할 수가 있지. 어때?”

“매우 잘했어. 이제 그럭저럭 지지(地支)의 공부도 마무리가 되어 가니까 그 정도의 설명이 가능하구나. 하하하~!”

“이 모두가 오빠의 자상하고도 뛰어난 가르침 덕분이지. 호호~!”

춘매가 자랑스럽게 말하자 우창이 이번에는 염재에게 물었다.

“염재는 어떤가? 이미 진토(辰土)와 미토(未土)를 통해서 대략적인 구조를 이해했으니 술토에 대해서는 다시 반복하지 않아도 정리를 할 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되네만.”

“그렇습니다. 스승님의 설명을 다시 생각하면서 정리하면 충분히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오호~! 그래? 뭔가?”

“이미 자상하게 설명해 주신 까닭에 궁금증은 해결이 되었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봤을 적에는 진월(辰月)의 계수(癸水)와 술월(戌月)의 정화(丁火)가 서로 바뀐 것으로 생각해 볼 수는 없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호~! 재미있는 생각인걸, 어디 무슨 말인지 천천히 설명해 보게.”

우창이 관심을 보이자 염재가 더욱 조심스럽고도 명확하게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설명했다.

“제자의 짧은 소견으로는 진토에 정화(丁火)가 있으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러울 것으로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술토에 계수(癸水)가 있으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겠습니다만, 어떻게 스스로 설득시켜야 할 것인지 한 말씀을 청해 듣고 싶습니다.”

“오호~! 그런 생각을 해 봤단 말이지? 그렇다면 미중을목(未中乙木)은 신금(辛金)으로 바꿨으면 가을을 대비한다고 설명을 할 수가 있을 것이고, 다시 아직 배우진 않았으나 축토(丑土)는 신계기(辛癸己)가 있어서 신금(辛金)이 3할, 계수(癸水)가 2할, 그리고 기토(己土)가 5할이 있는데 이것도 축중신금(丑中辛金)이 을목(乙木)이 되었더라면 을계기(乙癸己)가 되어 축월 다음에 인묘(寅卯)월을 준비하는 의미로 부합(符合)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할 수가 있겠지?”

“아, 이미 스승님께서도 이에 대해서 궁리를 해 보셨습니까? 맞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더욱 완벽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석을 해서 바꿔 볼 이치는 없겠습니까?”

염재가 그렇게 말을 하고서는 붓을 들어서 지장간을 쓰면서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287 신지장간

“제자가 생각했던 의미는 이렇습니다. 丑은 乙癸己가 되고, 辰은 丁乙戊가 되며, 未는 辛乙己가 되고, 戌은 癸辛戊가 되는 방법은 없을 것인지를 생각해 본 것입니다. 계절을 생각하다가 지장간의 이치를 떠올려 보니 이와 같은 구조는 될 수가 없는 것인지가 궁금해졌던 것입니다. 진(辰)은 원래 계을무(癸乙戊)이지만 정을무(丁乙戊)가 되었다면 또 어땠을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것입니다.”

염재가 써 놓은 것을 들여다 보던 춘매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아니, 나는 가르쳐 주는 것만 익히는 것도 버거운데 염재는 도대체 무엇을 생각한 거야? 염재가 써 놓은 것을 들여다보니까 머릿속이 실타래가 엉켜진 것처럼 엉망진창이잖아.”

그러나 우창은 오히려 염재를 칭찬하면서 말했다.

“매우 기발(奇拔)한 생각을 했네. 나도 예전에 지장간을 궁리하다가 그러한 생각도 해 봤었기 때문에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를 했네. 그렇게 되면 고(庫)의 개념은 없어도 되겠지?”

“그렇습니다. 진술축미는 모두 분주하게 돌아가서 쉴 틈이 없어 보이기조차 합니다.”

“과연 생동감이 넘치는 생각이네. 그렇다면 또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떤가?”

“예? 무슨 말씀이신지 자세히 듣고자 합니다.”

염재의 궁금해하는 표정을 보면서 우창이 설명했다.

“계절(季節)에는 겨울철의 삼동(三冬)이 있어서 만물이 휴식을 취하고, 하루에는 깊은 밤이 있어서 하루의 피로를 풀면서 휴식을 취하는데 염재가 말한 지지의 구조를 보고 있노라니 잠시도 쉴 틈이 없이 분주하게 돌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 보이는데 이러한 생각이 들지 않는가?”

우창의 말을 듣고 염재가 잠시 말없이 들여다보면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스승님의 말씀대로 막상 써놓고 생각해 보니까 그런 것이 느껴집니다. 글자를 하나씩 바꿔놨을 뿐인데 조용하던 지지에 풍파(風波)가 일어나는 것같이도 느껴집니다. 참으로 신기하기는 합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궁리는 자연의 이치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의미가 없다고 보면 되겠습니까?”

염재가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술월(戌月)만을 놓고 생각해도 어떤가? 술중정화(戌中丁火)는 이제 모든 일을 마치고 해자축(亥子丑)의 삼삭(三朔)을 쉬려는 참인데, 난데없이 진월(辰月)로 보내버리고 그 자리에 계수(癸水)가 들어오게 되니까, 옷을 벗고 쉴 준비를 하다가 허겁지겁 다시 옷을 주워입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이러한 풍경이 떠오르는데 어떤까? 하하하~!”

“역시 사부님이십니다. 어리석은 제자의 이러한 망상(妄想)조차도 삽시간에 해결을 시켜 주십니다. 이제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역시 휴식이 없는 자연은 이치에서 머물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의혹이 해소되었습니다.”

춘매는 이렇게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두 사람의 말을 이해하려고 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니, 두 사람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도 좀 알아듣고 싶은데 전혀 모르겠으니 답답하잖아~!”

그러자 우창이 춘매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염재가 잠시 기발한 생각을 했는데, 아직은 활용을 할 단계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야. 못 들은 것으로 해도 되겠어. 하하하~!”

염재도 뻘쭘해서 말했다.

“제가 우둔해서 스승님을 귀찮게 해 드렸고, 사저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공수를 했다. 두 사람도 웃으면서 함께 공수(拱手)하고는 한바탕 웃었다. 그제야 춘매도 궁금한 것을 말했다.

“오빠, 나도 궁금한 것이 생겼는데, 설명해 줘봐.”

“응? 뭔데?”

“술중정화(戌中丁火)는 가을의 단풍잎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거든. 이건 말이 되나?”

“오~! 말이 되고말고. 물기가 빠진 가을의 나무에 붉고 노란 단풍잎은 술토로 비유를 해도 손색이 없지. 잘 생각했어.”

“왜 그렇게 생각을 했느냐면, 진월(辰月)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없잖아? 짙푸르다 못해 검푸른 빛까지 나는 것은 진중계수(辰中癸水)를 떠올린단 말이야. 그래서 해 본 생각이야. 유치하지? 염재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언제나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니까. 호호호~!”

“유치하긴, 지지를 보다가 뭔가 자연에서 떠올렸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중요한 건데 참으로 잘 생각했어. 무엇인가 형상을 찾아서 연결을 시켰다는 거니까 자꾸 그렇게 하다가 보면 또 그 안에서 기막힌 궁리가 나오기도 하는 거야. 물론 가끔은 황당한 생각도 하지만, 그러한 것을 두려워하고 부끄러워한다면 학문은 진전(進展)을 이룰 수가 없으니까.”

우창의 칭찬에 자신감이 생긴 춘매가 좋아하면서 말했다.

“정말 오빠의 말이 맞아. 뭐가 되었던 열심히 궁리해 볼 거야.”

“아무렴, 당연히 그래야지.”

춘매가 다시 염재를 바라보고서 눈짓을 했다. 다음의 절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뜻이었다. 염재가 춘매의 표정을 보고서 상강(霜降)에 대한 설명을 했다.

“술월의 초기(初氣)인 한로(寒露)가 지나고 보름 후가 되면 중기(中氣)인 상강(霜降)이니 ‘서리가 내린다’는 뜻입니다. 초후는 시내제금륙수(豺乃祭獸戮禽)라고 해서,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아서 제사를 지낸다는데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중후는 초목황락(草木黃落)이라고 했으니 초목의 잎이 누렇게 말라서 떨어진다는 뜻이 분명하겠습니다. 이것은 사저께서 말씀하신 단풍이 든다는 것과 서로 부합이 되는 내용이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말후는 칩중함부재내(蟄蟲咸俯在內)라고 해서 겨울잠을 자야 하는 벌레들이 모두 땅속으로 찾아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점점 추워진다는 느낌이 드네. 황도는 어떻게 되지?”

이제 춘매도 자연스럽게 황도의 이야기인 별자리에 대한 것을 물었다. 춘매의 물음에 염재가 대답했다.

“예, 천갈궁(天蝎宮)을 지나게 됩니다. 보통 전갈자리라고 합니다.”

“그렇구나. 전갈도 별자리가 있었네. 참 신기하다. 호호~!”

그러자 우창이 궁금한 것이 있다는 듯이 염재에게 물었다.

“염재에게 물어봐야겠네. 천문(天文)을 관측(觀測)하는 기구는 무엇이 있나? 사람이 만든 문화는 인문(人文)이라고 하잖는가? 천문은 하늘의 형상을 기록하는 것이겠지? 그러한 것을 측정하는 기구가 있을테지?”

“예, 스승님, 천문을 측정하는 것으로는 선기옥형(璇璣玉衡)이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기구를 갖고서 천문을 관측하여 기록하였던 것입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287 선기옥형도
[참고자료: 선기옥형도]


 

“그렇군. 나도 처음 듣는 이름이네. 염재는 선기옥형을 본 적이 있는가?”

“제자도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그림으로만 봐서 형상만 대략 짐작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이것으로 천구(天球)의 각도(角度)를 측정해서 기록하는 도구라고 하는 것만 알고 있으니 모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아, 그야 깊이 모르면 또 어떤가? 누구나 저마다 관심사에 마음을 기울이면 되는 것이라네. 그러니까 선기옥형이란 풍수지리를 연구하는 지사(地師)가 사용하는 나경(羅經)과 같은 것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그렇겠습니다. 일단 밤하늘을 보고서 어느 위치에 무슨 별이 있는지를 찾으려면 꼭 필요한 것으로 망망대해(茫茫大海)를 항해하는 배가 의지하는 지남침(指南針)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그러자 춘매가 우창에게 말했다.

“참, 오빠가 갖고 있는 것도 있잖아. 오주괘나경 말이야.”

춘매가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 오주괘 나경이라니 그게 뭐지?”

“아, 그거 있잖아. 회중시계라고 하는 것 말이야. 저마다 연장 하나씩은 있구나. 검객은 검을, 학자는 책을, 지사는 나경을, 천문가는 선기옥형을, 그리고 오빠는 회중시계를 갖고 있으니 말이야. 나도 뭘 하나 갖긴 해야 할 텐데 언제나 그것을 얻게 될까?”

“나중에 누이가 공부를 다 하면 내 것을 줄께. 하하하~!”

“정말? 그렇지않아도 열심히 하는 공부지만 그것을 얻으려면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 호호~!”

그러자 우창이 염재에게 물었다.

“참, 염재에게 물어보겠네. 관부(官府)에서는 이러한 것을 구입할 방법을 알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만.”

그러면서 회중시계를 꺼내서 보여 줬다. 염재가 두 손으로 공손이 받아서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말했다.

 

287 회중시계
[참고자료: 회중시계]


 

“아, 이것은 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구입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제자가 다음에 그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몇 개나 있으면 좋겠습니까?”

“구할 수가 있다면 열 개만 있었으면 좋겠네. 앞으로 인연이 되어서 공부할 제자에게 하나씩 선물을 하면 요긴하게 사용할 테니까 말이네.”

“꼭 알아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오주괘를 운용(運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요긴한 도구인 것으로 봐서 천문학자의 선기옥형과 비교할 만큼의 소중한 것임을 알겠습니다. 제자도 있어야 할 것이니 꼭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용은 고하간에 꼭 좀 알아보기 바라네.”

“그것은 마음에 두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떻게든 구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술월의 공부는 모두 한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까?”

“그야 염재가 더 궁금한 것이 없다면 마무리해도 되겠지. 이미 진월, 미월을 거치면서 언급을 했기 때문에 점점 쉬워지고 있지 않은가?”

그러자 갑자기 춘매가 기억이 났다는 듯이 외쳤다.

“아, 잠깐~!”

“어? 누이가 무슨 할 말이 있어?”

“개~!”

“개라니?”

“술은 개잖아. 그 이야기를 안 들었어. 그냥 지나쳤으면 큰일 날 뻔했잖아. 호호호~!”

“아, 난 또, 하하하~!”

춘매가 다시 물었다.

“오빠, 술(戌)은 왜 개라고 했을까?”

“그야 개가 그 시간에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보면 알지.”

“술시에 개가 하는 일이라면 집을 지키잖아?”

“맞아, 그래서 어둠이 내리는 밤에 집을 지키라고 술시(戌時)는 개의 시간이 되는 것이라고 봐야지. 하하하~!”

“그렇다면 개가 술(戌)에 있는 것은 월에서 온 것이 아니라 하루의 시간에서 술시로 따라온 것으로 봐야 할까?”

“당연하지. 술(戌)자는 어디에서 왔을까?”

“그건 모르겠는데, 유(酉)에서 왔을까?”

“왜?”

“유가 저녁에 마시는 술이니까, 그 다음에 술에 취한다고 술이 아닐까?”

“엉? 그게 말이 되나....”

우창이 다시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하자 춘매가 웃으며 말했다.

“에구~! 오라버니,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아요. 웃자고 한 말이니까. 호호호~!”

“아, 그랬어? 난 또. 하하하~!”

“술(戌)은 어디에서 온 거야?”

춘매가 정색을 하고 우창에게 묻자 우창이 답했다.

“술은 무에서 왔잖아.”

“왜?”

“왜는 뭘. 무(戊)와 흡사(恰似)하잖아.”

그러면서 종이에 글자를 썼다.

287 무수술

“이것을 보면 알지. 무(戊)가 수(戍)로 변했다가 술(戌)이 된 것이라는 느낌이 들잖아?”

“어? 그런데 왜 술(戌)자를 두번이나 썼어?”

“같은 글자로 보여? 그렇게 보여도 이것은 지킬 수(戍)야, 군졸이 지키는 망루(望樓)를 수루(戍樓)라고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네.”

“이야~! 술(戌)은 수(戍)에서 왔다는 것을 알 수가 있겠고, 무(戊)에서 모두 나왔다는 거지? 그러니까 무(戊)에도 지킨다는 뜻이 있다는 거야?”

“있지.”

“무슨 말이야? 알기 쉽게 설명해 줘봐.”

춘매의 말을 듣고서 잠시 생각하더니 그림을 하나 그렸다.

287 무토

우창의 그림을 보던 춘매가 물었다.

“이것도 글자야? 창처럼도 보이고, 칼처럼도 보이는데?”

“이게 고대(古代)에 사용한 무(戊)야. 무엇처럼 보여?”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보기에는 완전히 창검(槍劍)처럼 보이는데? 왜 무(戊)의 원래 글자가 이렇게 생겼지? 신기하잖아~!”

“여기에서 무(武)도 나오고, 수(戍)도 나오고, 술(戌)도 나오게 된 거야. 원래 무는 별(丿)과 과(戈)로 이뤄진 글자야. 별(丿)은 칼을 의미하고, 과(戈)는 창을 의미하니까 창과 칼을 의미하는데 놀랍게도 고대의 갑골문(甲骨文)에서 이러한 글자가 쓰였다는 것이지.”

“와우~! 정말 오빠의 지식에 놀라서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네.”

“그래서 재미있지? 공부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 거야. 하하하~!”

그러자 염재도 놀라움을 말했다.

“스승님의 폭넓은 가르침으로 시야가 나날이 넓어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과연 앞으로 한 해를 더 공부한다면 자연의 이치와 더불어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를 해도 되지 싶습니다. 더구나 아까 본 안산 선생의 사주와 오주를 생각해 보면 소름이 돋기조차 합니다.”

“그런가? 그렇게 될 것이네. 하하하~!”

그러자 춘매가 호기심어린 눈으로 우창을 보면서 물었다.

“오빠, 또 무(戊)와 연결된 이야기는 없어?”

“왜?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그럼 더 이야기해 주지. 월(戉)은 도끼를 의미해. 그러면 칼[丿], 도끼[戉], 창[戈]이 나왔으니 고대의 전쟁에서 성(城)을 지키던 무기는 다 나온 셈인가? 하하하~!”

“어? 그러니까 성(城)에도 무(戊)가 보이네?”

“아, 무(戊)에 정(丁)이 들어있지? 그러니까 흙[土]으로 높이 쌓은 성에서 칼과 창을 지닌[戊] 병졸이 등불[丁]을 들고서 순시(巡視)하는 모습이야. 그러니까 무사히 잘 지켜서 성공한다는 뜻이 된 거지.”

“혹(或)자는?”

“아니, 누이가 그런 글자도 알아? 은근히 공부 많이 했잖아? 감탄은 내가 해야 하겠는걸. 하하~!”

“쉬운 글자만 알아. 혹시[或] 도둑이 들어 올까 봐 울타리[囗]를 친 것이라고 언젠가 들었던 기억이 났을 뿐이야. 호호호~!”

“맞아 혹(或)자는 창만 들고 앞을 지키고 있잖아. 뒤를 지키는 칼이 없으니 외적이 들어올지도 모르니까 ‘혹시나’하는 거지. 하하하~!”

“그런데 혹(或)에 외 구(口)와 일(一)이 있지?”

“그것은 한 사람[一]의 입[口]을 조심하라는 뜻이야. 혹시 말을 잘 못 해서 구설에 휩싸이면 큰일 아니까 입을 조심하라는 뜻이지.”

“아니, 그런 것도 다 책에 나오는 거야?”

“책에는 나오지 않을 걸?”

“그럼 어떻게 알아?”

“그냥 누이가 이해하기 쉬우라고 꿰어맞추는 거야. 하하하~!”

“어? 그런거야? 고마워. 그래서 재미가 있었구나. 호호호~!”

“그러니까 개가 술에 있는 것은 집을 지키는 뜻이라는 것은 확실하게 알았지?”

“당연하지. 잘 알았어. 개가 지키는 것을 알면서 또 무(戊)도 지킨다는 것을 알았어. 옛날이나 지금이나 지키는 것은 참으로 중요했다는 것도 겸해서 깨닫게 되었어. 그러니까 지지의 동물들은 반드시 월과 연결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

“그야 나도 모르지. 그냥 짐작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만 해본 거야. 나중에 또 누이가 깨달으면 고쳐도 돼. 하하하~!”

“에고~!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호호호~!”

염재도 새로운 사실을 배웠다는 것에 감동하면서 말했다.

“사저(師姐) 덕분에 술의 의미와 무에 대한 이치도 깨닫게 되었으니 더불어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한편으로 공부하고 또 한편으로는 수다도 떨면서 유쾌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