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 제27장. 춘하추동/ 7.화생금(火生金)

작성일
2021-02-05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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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제27장. 춘하추동(春夏秋冬) 


7. 화생금(火生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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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이 두 사람을 보면서 자신의 가르침이 잘 전달되는 것으로 느껴져서 보람을 느끼고 있을 때 춘매가 다시 염재에게 물었다.

“염재가 도와주는 바람에 자연의 이치에 성큼 다가가는 것 같네, 이번에는 신월(申月)에 대해서 말해줘. 신월의 삼후는 어떻게 되는지부터 말을 해 줘야 오빠가 또 보충설명을 해 주겠지? 호호~!”

춘매의 칭찬에 염재도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말했다.

“예, 사저께서 재미있으시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신월(申月)의 절기는 입추(立秋)와 처서(處暑)입니다. 입추의 삼후를 보면 초후는 량풍지(凉風至)라고 해서 서늘한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중후는 백로강(白露降)이라고 해서 찬 이슬이 내린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말후에는 한선명(寒蟬鳴)이라고 하여 가을 매미가 소리높여 운다고 했습니다. 다만 여름 매미와 가을 매미의 차이는 모르겠습니다.”

염재가 신월에 대한 절기와 절후의 설명을 하면서 여름 매미와 가을 매미에 대해서 궁금하다는 말에 우창이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아, 매미에 대해서야 난들 알겠는가만, 한선(寒蟬)은 쓰르라미라고도 한다네. 쓰르라미는 우는 소리도, ‘쓰르람~ 쓰르람~’하는데 내가 어려서 들었을 적에는 ‘쓰르람~ 따르람~’하는 소리로 들렸는데 재미있는 것은 소리라는 것이 자마다 듣기에 따라서 다르다는 것이지. 가령, 장닭이 우는 소리도 어떤 사람은 ‘꼬꾜~’로 들리고, 어떤 사람은 ‘꼬꼬닥~’으로 들린다니까 말이네. 한 여름날에 끝도없이 소란스럽게 울어대는 여름매미의 소리가 사라지게 되면 쓰르라미가 울게 되지. 듣기에는 그냥 매미소리가 조금 다르구나 했는데 실은 종류 자체가 달랐던가 보군. 그러고 보면 옛 사람들의 자연을 관찰하는 모습이 참으로 세심(細心)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겠네. 하하하~!”

우창이 매미에 대해서 설명하자 춘매도 귀를 기울여 듣고는 말했다.

“염재가 설명해 주는 말만 들어도 벌써 가을이 온 것만 같잖아. 오빠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은 왜 신월이 원숭인지가 궁금해. 신월과 원숭이는 무슨 관련이 있는 거야?”

춘매가 우창에게 이렇게 묻자 우창이 장난삼아 말했다.

“원숭이는 왜? 아니, 공부는 안 하고 이야기만 탐할 거야?”

“이야기가 공부이고, 공부가 이야기면 더 좋잖아. 호호호~!”

그러자 염재도 춘매를 거들었다.

“실은 제자도 원숭이와 신(申)의 관계가 몹시 궁금합니다.”

“아 그런가? 그렇다면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서라도 궁금증을 풀어줘야 하는 것이 가르치는 자의 본분이겠군. 하하~!”

“어서~!”

춘매의 독촉을 받으면서 우창이 말을 이었다.

“미월(未月)의 뜻에 대해서는 아직 잊지 않았지?”

“그야 아직은 덜 여물었으니 미숙하다고 했잖아.”

“그리고 유월(酉月)은?”

“아직 안 배웠는데?”

“그렇군. 미리 한마디 한다면, 유월은 완숙(完熟)이라는 뜻이 있다네.”

“그래? 오빠의 말로 봐서 신월은 미숙(未熟)과 완숙(完熟)의 사이에 있는 거란 말이네?”

“그렇지~!”

우창이 그렇다고 해주자 신이 난 춘매가 말했다.

“글자로 봐서는 신(申)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데? 미(未)처럼 곡식이 아직 이삭을 내밀지 않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잖아?”

“다르지, 실은 신(申)은 신(神)과 통하는 거야.”

우창이 이렇게 말하면서 종이에 글자를 썼다.

284 귀신신

우창이 쓴 글자를 본 춘매가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신(神)자에 신(申)이 있네? 서로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신령(神靈)한 신(神)에 원숭이 신(申)이 있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네.”

“신(申)에는 무슨 글자가 보이나?”

우창이 염재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문자는 염재가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우창의 말에 염재가 대답했다.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서 살펴 보니까 갑(甲)자가 보입니다. 위에 나온 것만 없으면 갑이잖습니까?”

“또.”

“다시 찾아보면, 유(由)자가 보인다고 해도 되겠습니까? 아래에 나온 것이 없으면 이것도 가능하겠습니다.”

“옳지, 또~!”

“다시 찾아보라고 하시면? 아, 전(田)도 보입니다. 위아래에 나온 것을 모두 없애면 되겠습니다.”

“그렇지? 잘한다. 또~!”

“또 있습니까? 그렇다면 도(十)를 말하면 되겠습니까?”

“역시~! 염재는 말귀를 잘 알아듣는구나. 이렇게 신(申)에서 찾을 수가 있는 것을 모두 다 찾아냈으니까 말이지. 하하~!”

그제서야 춘매가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신(申)에 이렇게나 많은 글자가 들어있었던 거야? 놀라워라~!”

그러자 우창이 잠시 생각을 한 후에 말했다.

“아득한 옛날에 신[神]께서, 신통력으로 말미암아[由] 자연의 이치[十]에 부합하는 동물인 인간을 만드셨고[甲]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게 하셨으니 그때부터 인간은 밭[田]을 일구고 농사를 지어서 살아갔느니라.”

“어? 글자 하나로 시(詩)라도 쓴 거야? 재미있네.”

“그렇지? 유(由)는 하늘의 도와 통한 것이고, 갑(甲)은 땅의 도와 통한 것이야. 그 중간에 모든 이치를 담고 있으니 고인들은 이러한 존재를 신령(神靈)이라고 생각했던 거지.”

“와우~! 놀라워~!”

“누이도 말귀가 많이 열렸네. 하하하~!”

“당연하지~! 오빠가 우둔한 나를 가르치느라고 얼마나 애를 쓰는데 이 정도의 답은 해야잖아? 호호호~!”

옆에서 생각에 잠겨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염재가 궁금한 것이 생겼는지 질문을 했다.

“스승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그래? 뭔가?”

“신(申)이 신(神)과 통한다면 어떤 연유로 신(神)으로 변하게 된 것입니까?”

“아, 그 말인가? ‘신(神)’은 ‘신(申)’에다가, ‘보여 준다[示]’는 뜻이 추가된 것이라네. 그러니까 ‘신(申)이 인간에게 보여 준다’는 의미가 되는 셈이지. 신은 인간을 볼 수는 있지만, 인간은 신을 보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네. 즉 하늘이 우리의 공과(功過)를 지켜보고 계시다가, 상벌(賞罰)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추가되었던 것이지. 점점 신의 일이 많아진 것이라고나 할까?”

우창이 이렇게 설명하는 것을 조용히 듣고 있던 염재가 감탄하면서 말했다.

“참으로 심오합니다. 그런 뜻이 있었네요. 그렇다면 최초에는 신(申)이 우주를 관장하는 신(神)으로 표현되었다는 뜻이 아닙니까? 그러다가 인간들의 삶이 점차로 복잡해 지면서 선악(善惡)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그중에서도 악(惡)이 치성(熾盛)하게 되자, 이것을 다스리기 위해서 신이 도(道)를 보여준다는 의미를 추가한 것이라는 말씀이지요?”

“내 생각에는 그렇다네. 말하자면 자연신(自然神)이 인격신(人格神)으로 추락(墜落)하게 된 글자이기도 하다네. 하하하~!”

“참으로 논리(論理)가 정연(井然)한 말씀이십니다. 그로부터 신(神)은 여기저기에 붙게 되었겠습니다. 이를테면 정신(精神), 신경(神經), 신명(神明), 신사(神祠), 당신(堂神), 귀신(鬼神) 등등 말이지요.”

“참으로 명석(明晳)한 염재네. 맞아~! 하하하~!”

우창과 염재의 이야기가 다소 어렵다고 생각한 춘매가 원숭이 이야기를 물었다.

“그런데 왜 원숭이야?”

춘매는 원숭이 이야기는 언제나 나오려나 하고 있다가 이야기가 전혀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것을 느끼고는 다시 물었다. 우창이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원숭이는 동물이라기에는 왠지 인간을 닮았잖아?”

“맞아, 사람의 흉내를 너무 잘 내서 곡예단(曲藝團)에서는 단골로 등장하곤 하니까 말이야.”

춘매가 답하자 우창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원숭이를 인간이라고 할 수는 있을까?”

“에이~! 그건 아니지. 닮았다고 해서 인간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지.”

“그렇다면 동물과 같은 존재는 미숙하다고 하고, 인간은 완숙하다고 한다면 그 중간쯤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오호~!”

춘매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본 우창이 물었다.

“누이가 뭔가 느낌이 생겼나 보군?”

“맞아~! 그 자리에 딱 맞는 것이 하나 있네.”

“뭐가?”

“원숭이~! 호호호~!”

“이제 이해가 된 거야?”

“이해는 되었는데, 그게 다야?”

“왜? 부족해?”

춘매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도 뭔가 더 있어야지 좀 허전한 이 느낌은 뭐지?”

“허전하다면 또 뭔가를 채워 넣으면 되지 뭘.”

“맞아, 뭔가 더 채워야 하겠어. 호호호~!”

우창이 다시 추가로 말했다.

“계절이 미월을 지나서 신월(申月)이 되면 풋과일을 먹을 수는 있는데 아직 맛이 덜 들었고, 벼나 콩도 일찍 심은 것은 먹을 수도 있으나 아직은 완전히 여물지는 않았어. 그나마도 미월에는 전혀 먹을 수도 없는 것에 비하면 그래도 다행이라고 하겠지만 신월에 태풍이라도 불어서 과일이 떨어지게 되어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으니 또한 안타까움이 많은 계절이기도 하지.”

“아, 맞다~! 모양은 갖췄는데 익지는 않은 것이 신월의 본래 뜻이었구나.”

춘매가 이해를 했다는 듯이 큰 소리로 말하자 우창이 물었다.

“누이가 이제는 만족하는 거야?”

“응, 그렇게 설명해 주니까 궁금하던 것이 풀렸어. 원숭이의 의미가 자연의 숙성(熟成)과도 연결이 되어있었다는 것이 재미있네.”

“아마도 고인들이 심심풀이로 열두 동물을 상징적으로 넣은 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궁리를 해봐야 하는 것이 후학의 도리라고 생각되기도 하네.”

“어? 그러고 보니까 미월의 염소에 대해서는 말해 주지 않았잖아?”

“그래? 그럼 말해줘야지. 하하~!”

“염소나 양은 같은 뜻이잖아?”

“물론~!”

“미월과 양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양이 미숙하다는 뜻인가?”

“과연 그러한 의미로 양이 들어있을까?”

“모르겠네. 오빠가 그렇게 물으니 그건 아닌 것 같아. 그런데 이유는 모르겠네. 설명해 줘봐.”

“양을 떠올려 볼래? 양은 습기를 좋아할까?”

“아니지, 양이나 토끼는 습기를 싫어해. 물도 먹지 않는걸.”

“그렇다면 용(龍)은 습기를 좋아할까?”

“당연하지~!”

“왜?”

“용왕은 동해(東海)의 용왕(龍王)이니 바다에서 살고 강하(江河)에서 살고 구름 속에서 살고 비를 내려주니까 항상 물을 대동하고 다니잖아? 그러니까 용은 습기를 좋아하는 것이 맞지.”

“오호~! 누이가 어쩐 일로 용 박사가 되셨나? 하하하~!”

“그 정도야 뭐. 호호호~!”

“그럼 뱀은?”

“뱀은 따뜻한 것을 좋아하잖아. 그래서 사중병화(巳中丙火)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지.”

“옳지.”

“그렇다면 말에 대해서도 말해?”

“해봐, 어디.”

“말은 타오르는 불꽃처럼 갈기를 휘날리면서 뛰어다녀. 그래서 사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집무실에 오마도(五馬圖)를 걸어놓고 재산이 말처럼 뛰어와서 불어나기를 바라기도 하잖아.”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오빠, 왜 그래,! 나도 아는 것이 몇 가지는 있다고~! 호호~!”

“왜 오마도야?”

우창이 우스게삼아서 춘매에게 물었다.

“그야~ 왜 오마도지? 그건 모르겠네. 사마(四馬)도 아니고 육마(六馬)도 아니고.....”

우창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오(五) 하면?”

“오행(五行)~!”

“그래서 오마야.”

“아, 그러면 오룡(五龍)과도 같은 말이네? 호랑이도 오호(五虎)인거야?”

“적어도 간지에서 말하는 것이라면 그렇겠지?”

“그러면 말도 갑오(甲午)는 청마(靑馬), 병오(丙午)는 적마(赤馬), 무오(戊午)는 황마(黃馬), 경오(庚午)는 백마(白馬), 임오(壬午)는 흑마(黑馬)겠네? 맞아?”

“그렇지. 실제로 푸른 말을 본 적은 없으니까 아마도 오행에서 나온 것으로 보면 되겠지?”

“아, 그렇구나. 그럼 양도 다섯 가지이고, 원숭이도 다섯 가지겠네?”

“맞아, 그래서 하나를 알면 열두 가지를 알게 된다고 하지.”

“왜, 열 가지가 아니고 열두 가지..... 아, 동물이 열두 마리니까? 호호호~!”

“맞아.”

“그래 원숭이는 이제 잘 알았으니까 입추(立秋)에 대해서 설명해 줘.”

춘매는 우창이 숨을 쉴 틈도 주지 않으려는 듯이 또 물었다.

“입추는 입춘(立春)과 비교가 되지?”

“그렇네. 절기에 입(立)자가 들어간 것이 네 개가 있는데 모두가 춘하추동(春夏秋冬)이네? 입춘, 입하, 입추, 입동이잖아.”

“그렇지.”

“이지이분(二至二分)도 춘하추동이고.”

“그래.”

“그러고 보니까 절기의 도처에 사계절을 암시하는 이름들이 박혀 있었구나. 그걸 이제야 알다니.....”

“그래가면서 놀 듯이 공부하면 되는 거야, 이제부터 가을이 시작되었다는 뜻이 입추야. 그럼 추(秋)자도 생각해 볼까?”

“좋아~! 오빠가 풀이하는 글자는 언제 들어도 신기하고 기발하거든.”

“재미있다니 다행이군. 가을추는 어떤 글자가 보여?”

“그야 알지. 벼화(禾)랑 불화(火)가 있네. 가만, 벼를 불에 태우나?”

“말이 돼?”

“그니깐 말이야. 말이 안 되는 글자가 같이 있으니까 이상하잖아?”

“말이 안 된다면 이유는 두 가지야.”

“거기에도 이유가 있어? 뭔데?”

“하나는 뜻을 모르거나, 둘은 글자에 오류가 있거나. 그렇지만 글자에 오류가 있는 것은 우리가 알 방법이 없으니까, 일단 글자를 믿고서 해석해 볼 따름이지.”

“그렇구나. 어디 내가 풀이한 게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오빠가 보여주겠다는 뜻이네. 기대해도 되겠지?”

“기대까지는 뭘. 우선 벼가 나왔어. 농경(農耕)을 생각해 보면 여름 내내 피땀을 흘린 결실이 벼를 가꿔서 가을에 수확하는 것이라고 하겠는데. 입추가 되니까 벼의 이삭이 다 나왔으니 미(未)가 화(禾)로 변했네? 이것은 보여?”

“정말 그렇구나, 조금 전까지는 안 보였는데 이제 보여. 오빠가 보여주니까 보이네. 참 신기하기도 하지. 어떻게 같은 눈인데도 안 보였던 것이 보이는 거지?”

“그래? 글자를 보는 것이 눈일까?”

“당연하잖아?”

“당연하다면 조금 전의 눈과 지금의 눈이 달라?”

“아, 아니구나. 마음이 보는구나. 맞지?”

“맞아.”

“난 여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맡는다고만 생각했어. 그 뒤에서 그것을 느끼는 것이 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오빠가 알려주니까 그것도 알 수가 있네. 참 신기한 것이 왜 이렇게도 많은 거야?”

“그야말로 배우는 즐거움이지 뭘. 하하하~!”

“그러니까 이삭이 나오기 전의 미월(未月)에서 이삭이 나온 신월(申月)로 진화하고 있다는 거잖아? 와우~!”

“학문의 진수(眞髓)는 흐름을 알게 되는 것에 있지.”

“흐름? 그건 또 뭐야?”

“아, 공부하다가 보면 기승전결(起承轉結)로 흐름을 타고 가는 논리가 보일 때가 있어. 그러면 공부가 잘되고 있다고 보는 거야. 그런데 흐르다가 문득 막히게 되면 답답해지잖아? 그럼 또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하지. 그리고 그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고 나면 다시 또 속이 시원하게 잘 흘러가게 되지.”

“오호~! 놀라워라~!”

춘매가 감탄하는 소리는 우창을 더욱 신명나게 했다.

“추(秋)에서 벼의 옆에 있는 화(火)는 벼를 익게 하는 초가을의 햇볕을 말하는 거야. 벼가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뜨거운 햇살이 필요하단 말이지. 이것이 바로 사중경금(巳中庚金)과도 서로 통한다고 할 수가 있지.”

“어? 사중경금이 왜 거기서 튀어나와?”

“응, 사중경금은 정신을 단련시키느라고 고생하는 병화(丙火)이지만, 화우화(禾右火)는 들판의 벼를 익히고 있느라고 고생하는 화(火)가 되는 거야.”

“그렇다면 글자가 틀렸네?”

“왜? 이제 글자까지 고치겠다고 달려드는 건가? 하하하~!”

“벼[禾]의 옆에 볕[丙]이 있어야 하잖아?”

“오호~! 누이가 그런 질문도 하다니. 고맙군.”

“아니, 내가 궁금해서 묻는데 오빠가 왜 고마워?”

“나중에 누이도 누군가를 가르칠 때가 되면 알 거야. 하하~!”

“아, 그런 거야? 그럼 그건 나중에 알아 보기로 하고, 왜 병(丙)이 아닌 화(火)를 썼는지나 설명해 줘봐. 같은 불인데 왜 차이가 나지?”

“그건 빛과 열의 차이에서 오는 거야.”

“병이 빛이라는 것은 알아. 그렇다면 사중경금은 빛으로 단련시킨다는 뜻이야?”

“물론이지. 열로 달구면 금(金)이 녹아버리겠지?”

“아, 그런 것이었구나. 경금(庚金)은 병화(丙火)의 빛으로 조련(調練)을 받으니까 지혜(智慧)를 배우는 것이었네? 그래서 화생금(火生金)이라고 하는 거잖아? 그런데 추(秋)는 열과 빛이 같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그러니까 낮으로는 태양이 밝혀주고 밤에는 그 열기로 훈훈하게 익혀야 비로소 알찬 결실이 된다는 거야?”

“잘한다. 제대로 이해를 했네. 하하~!”

우창의 말에 춘매가 신나서 말했다.

“지금 내가 잘하는 거지? 그러니까, 사중경금은 열이 있으면 안 되는데, 가을의 화(火)는 열도 필요해, 그 열은 불을 피우는 열이 아니라 태양으로 인해서 땅이 따뜻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맞아.”

“원래 그렇게 된 것이었구나. 이제 입추의 추(秋)에 대한 의미는 잘 이해가 되었어. 다음에 들어오는 중기(中氣)는 처서(處暑)잖아?”

이야기를 잘 듣고 있던 춘매가 염재를 바라보면서 처서를 말하는 뜻을 알고는 얼른 답을 했다.

“사저 덕분에 입추에 그렇게나 많은 뜻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입추가 지나고 보름 후면 처서가 됩니다. 처서는 더위가 물러간다는 뜻이기도 하고, 아직은 더위가 머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초후에는 응내제조(鷹乃祭鳥)라고 하여 매로 새를 잡아서 가을 제사를 지냈다는 뜻인데, 아마도 익어가는 벼를 새들이 먹지 못하게 쫓는다는 의미가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다음은 중후의 천지시숙(天地始肅)인데, 자연의 짙은 초록색이 점점 그 빛을 잃어가는 것으로 이해를 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말후는 농내등(農乃登)이니, 농부가 지어놓은 오곡이 점점 익어간다는 뜻입니다.”

염재가 이렇게 설명을 하자, 춘매가 다시 물었다.

“천궁(天宮)의 별자리에서는 어디에 속하게 되는 거야?”

“예, 처서(處暑)에서 추분(秋分)까지는 황도십이궁의 실녀궁(室女宮)이라고 해서 처녀자리라고도 하는 천궁을 지나가게 됩니다.”

“아, 그렇구나. 별자리에 처녀자리도 있다는 것이 신기하네. 호호~!”

우창이 염재의 말에 이어서 설명했다.

“신월이 결실로 향해서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가 그대로 살아있는 것으로 보면 되겠네. 신금(申金)에는 경금(庚金)과 임수(壬水)가 있는데, 경금(庚金)은 결실이라고 한다면, 임수(壬水)는 결실을 돕기 위해서 기운을 서늘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

우창의 말에 염재가 의문이 생겼는지 물었다.

“스승님, 신중임수(申中壬水)란 인중병화(寅中丙火)와 같은 구조와 역할입니까? 인중병화는 목생화(木生火)의 뜻으로 목이 자식인 화를 낳는 것으로 보듯이 신중임수도 금생수(金生水)의 이치로 금이 자식인 수를 낳는다고 이해해도 무방하겠습니까?”

“맞아.”

“그렇다면 사중경금도 역시 화생금(火生金)의 이치로 화가 자식인 금을 낳는 것으로 보면 되는 것입니까?”

“맞는 말이네.”

그러자 춘매가 다시 물었다.

“아니, 목생화(木生火)나 금생수(金生水)는 알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화생금은 왜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

“그야 화생토(火生土)나 토생금(土生金)의 이치가 길을 막기 때문이겠지?”

“내 말이~! 화(火)와 금(金)의 사이에 토(土)가 들어가야만 완전해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어. 이건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하는 거야?”

우창도 춘매의 말이 이해가 된다는 듯이 조곤조곤 말했다.

“여름은 오행이 뭐지?”

“여름은 화(火)잖아?”

“가을은?”

“가을은 금(金)이지.”

“여름이 지나면 다음에 뭐가 와?”

“춘하추동이니까 여름 다음에는 가을이 오지.”

“그래서 자연의 흐름은 화생금인 거야.”

“그.....래.....?”

“왜? 아직도 이해가 어려운가 보구나?”

“응. 조금.....”

“그럼 다시 또 오행 공부를 해야지. 하하~!”

“오행 공부야 진작에 다 했잖아.”

“아니지. 하고 또 하고, 다시 또 해야 하는 것이 오행이야.”

“그러면 뭘 또 배워?”

“난 아직도 오행을 배우느라고 여념(餘念)이 없는걸.”

“에이~! 그건 아니잖아?”

“하하하~!”

“왜? 내가 너무 몰라서 우습지?”

춘매가 샐쭉해서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러자 우창이 다시 한번 더 웃고는 말했다.

“하하~! 오행을 다 배웠으면 어디 오행의 상생(相生)에 대해서 말해 봐. 말을 잘하면 누이는 오행을 다 공부한 것으로 인정해 줄 테니까. 하하~!”

“그게 무슨 질문이야? 당연히 알지. 목생화, 화생토, 토생금, 금생수, 수생목이잖아.”

오행의 상생을 단숨에 외우고는 ‘이 정도야 뭘~!’ 하는 표정으로 우창을 바라봤다. 그러자 우창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또.”

“엉? 또라니?”

“또, 오행의 상생을 말해 봐야지.”

“그게 다지 뭐가 또야?”

“화생금을 이야기하지 않았잖나?”

춘매가 우창의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말하자 염재가 옆에서 듣고 있다가 우창에게 물었다.

“스승님, 화생금을 말하라고 하시는 것은, 화생목, 화생화, 화생토, 화생금, 화생수까지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까?”

“물론이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는 듯이 춘매가 말했다.

“우왕~! 그런 것을 알아서 어디에 써? 괜히 오빠가 나를 골탕 먹이려는 거야?”

“원 그럴 리가. 하하하~!”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상생까지 말하라는 거야?”

“오행 공부가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야?”

“뭐.... 그런 것도 알아야 한다면야....”

“당연히 알아야지. 그것을 모두 안다고 해도 오행 공부는 겨우 기초에 불과할 텐데 말이야. 하하하~!”

“정말? 도대체 오행이 뭐길래~!”

“오행이 전부야. 하하하~!”

“알려줘~! 내가 항복할게. 호호호~!”

“목생토, 화생금, 토생수, 금생목, 수생화의 이치를 알면 오행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 될 거야. 그리고 오늘 모두 말할 수는 없잖아? 지금은 춘하추동을 먼저 공부해야지.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화생금만이 아니라 모든 오행은 생극(生剋)으로 관찰이 되어야 한다는 거야.”

“알았어...(시무룩) 오행의 상생을 안다고 한것은 취소하네.”

우창은 오행을 가볍게 생각한 춘매에게 약간의 자극을 준 셈인데 행여라도 흥이 깨어질까 봐서 다시 토닥이는 말을 했다.

“누이가 아는 만큼의 즐거움을 누리면 되는 거야. 그리고 또 새로운 것을 배우면 즐길 것이 하나 더 늘었다고 생각하면 되지. 다만, 문제는 모든 것을 다 알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것이야말로 학마(學魔)라고 해야겠지. 나는 누이가 여기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이기도 하고. 하하하~!”

“에구, 알았어. 부끄럽게 자꾸 말하지 말기~!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