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 제27장. 춘하추동/ 2.춘분(春分)의 내막(內幕)

작성일
2021-01-10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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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 제27장. 춘하추동(春夏秋冬) 


2. 춘분(春分)의 내막(內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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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이 즐겁게 공부하니까 서로 기분도 상승이 되어서 학습의 효과는 극대화(極大化)가 되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공부에 몰입하는 것을 보면서 저절로 흐뭇해져서는 흥(興)이 났다. 다시 염재에게 물었다.

“입춘(立春)은 그렇게 해서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면, 이제 다음 절기인 우수(雨水)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겠네. 어디 염재가 설명을 해 볼 텐가?”

“예, 스승님, 제자가 이해하기로는 우수(雨水)는 겨우내 내리던 눈은 빗물로 변하고, 얼어 붙어있던 빙판(氷板)은 물로 변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이제 산천의 눈과 얼음이 모두 녹아서 땅속으로 스며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입춘을 절기(節氣)라고 하고, 우수(雨水)를 중기(中氣)라고 하는 것도 생각이 났습니다.”

“오, 중요한 말을 했네. 입춘은 절기이고, 우수는 중기라고도 하지. 그렇다면 중기인 우수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초후(初候)는 달제어(獺祭魚)라고 해서, 수달이 물고기를 잡는다고 하고, 중후(中候)는 후안북(候雁北)이라고 하여,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말후(末候)에는 초목맹동(草木萌動)이라서 초목에 싹이 돋는다고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춘매가 그 말을 듣고는 감탄을 하면서 말했다.

“어쩜, 자연의 흐름이 그대로 일목요연하게 드러나네. 지난가을에 남쪽으로 갔던 기러기가 우수가 되면 다시 북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기록해서 후세에게 전해주는 것은 참으로 대단하네. 그냥 심심풀이로 적어놓은 것이 아니었구나. 이런 것은 잘 알아두면 반드시 쓸데가 있겠어.”

“그런가? 쓰일 데가 있으며 그보다 다행스러운 것도 없지. 실로 지금도 이렇게 염재가 배웠던 것을 써먹고 있으니까 말이야. 하하~!”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염재가 우창에게 물었다.

“스승님,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입춘에는 관련된 고사(故事)도 많고, 의미도 다양한데, 우수에 대해서는 크게 전해지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정도로 하고 넘어가야 할듯 싶습니다. 실은 더 드릴 말씀이 없는데 혹 가르쳐 주실 말씀이 있으면 받겠습니다.”

“아니네. 내가 생각해도 우수에 대해서는 그 정도만이라도 충분하다고 생각이 되네. 또 공부하다가 나중에라도 생각이 나면 보충하면 되지 않겠나? 그러니까 다음의 절기에 대해서 생각해 보세.”

“예, 잘 알겠습니다. 다음의 세 번째 절기이자 두 번째의 달인 묘월(卯月)이 시작되는 경칩(驚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러시게.”

“경칩의 뜻을 보면,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뜻입니다.”

그 말을 듣고 춘매가 한마디 했다.

“개구리가 벌레들보다는 게으르구나.”

“그건 또 왜?”

“아니, 벌레는 인월(寅月)에 땅 밖으로 기어 나오는데 개구리는 묘월이 되어야 나온다니까 하는 말이지. 왜 그렇지?”

“그야 개구리는 털이 없으니까 더 늦게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지. 하하~!”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호호호~!”

춘매가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고 한마디 거드는 것을 두 사람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같이 웃었다. 염재의 설명이 이어졌다.

“경칩의 초후는 도시화(桃始花)라고 해서 복숭아 꽃이 피기 시작한다는 시기가 됩니다. 중후는 창경명(倉庚鳴)이라고 하여 꾀꼬리가 날아와서 노래를 부르고, 말후에는 응화위구(鷹化爲鳩)라고 해서 매가 비둘기로 변한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경칩의 삼후에 해당하는 뜻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춘매가 또 그냥 넘어가지 못할 말을 들었던지 말을 꺼냈다.

“어? 그게 무슨 말이야? 매가 변해서 비둘기가 되다니? 말이 되는 것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말이 안 되는 구절이 들어있을까?”

그 말에 염재도 할 말이 없었는지 우창을 바라봤다. 우창이 이에 대해서 말을 했다.

“정확한 뜻인지는 모르겠는데, 『세설신어(世說新語)』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 생각나네. 내용을 보면 「응화위구(鷹化爲鳩), 중조유오기안(衆鳥猷惡基眼)」이라는 구절이라네.”

“참 어려운 말이구나. 뜻은 오빠가 풀이해 주니까 걱정은 하지 않지만 그런 것을 알아야 어디 가서 공부 좀 했다고 하겠다는 생각은 들어.”

“이것을 풀이하면, ‘매가 변해서 비둘기가 된다고 하더라도, 많은 새는 매의 눈이 무서워서 싫어한다’는 뜻이라네. 그렇지만 이 말조차도 응화위구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납득(納得)이 어렵군.”

“예, 아무래도 오랜 세월을 전해지다가 보니까 글자가 바뀌었거나, 그에 대한 고사가 사라져서 글자만 전하는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 염재의 말이 일리가 있는 해결책이군. 모르면 그렇게 넘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기는 하지. 하하하~!”

춘매가 무엇인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물었다.

“참, 춘삼월이라는 말은 무슨 뜻이야?”

“그것은 삼춘(三春)과 같은 말이지. 봄의 계절에 해당하는 세 개의 달을 말하니까, 인월(寅月), 묘월(卯月), 진월(辰月)이 이에 해당하지. 그래서 인월을 맹춘(孟春)이나 초춘(初春)이라고 하고, 묘월은 중춘(仲春)이라고 하고, 진월은 계춘(季春)이나 모춘(暮春)이라고 하는 거야. 주로 시인(詩人)이나 묵객(墨客)들이 자신의 작품에 제작한 시기를 표시할 적에 즐겨 사용하기도 하지.”

“아, 그렇구나. 글을 좀 읽었다는 사람들은 왜 쉬운 말도 어렵게 빙빙 돌려서 말하는지 모르겠어.”

“맘에 안 들겠지만, 또한 그들이 노는 방법이니까 그러려니 하렴. 말하자며 문자유희(文字遊戱)라고나 할까? 하하하~!”

우창이 춘매의 물음에 이렇게 답하고 웃자 염재가 말했다.

“스승님, 경칩의 절기(節氣)에는 묘월(卯月)이 시작된다는 것이 중요하고 그 외에는 특별한 부분이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 외에 알아야 할 것이 없다면 다음의 중기(中氣)에 대해서 살펴봐도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묘월은 절기가 경칩이고 중기는 춘분(春分)인가? 그렇다면 춘분에 대해서 생각해 보세.”

“예, 스승님. 춘분은 글자로 봐서는 봄의 경계선(境界線)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옳지,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세. 어쩌면 내가 모르는 이야기이지 싶네.”

“옛날에 학당에서 공부할 적에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당시의 훈장님이 태양계의 운행(運行)에 관심이 많으셔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공부할 적에는 괜한 것을 가르친다고 불평도 했는데, 이렇게 명학을 배우면서 그것을 활용하게 될 줄은 또 몰랐습니다.”

“그렇다네. 배워두면 언제 어떻게 쓰일지 모르니까 배움에는 선악을 가리지 말고 잘 배우는 것이 옳다네.”

“그렇습니다. 이제야 그것을 깨닫겠습니다. 앞으로는 무엇이라도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춘분에 대한 태양계의 소식을 말해 주게.”

“예, 제자가 들은 대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태양계(太陽系)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염재의 학문이 남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그러한 인연이 있었군. 축하할 일이네. 하하하~!”

“고맙습니다. 태양을 중심으로 따라서 돌고 있는 오성(五星)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중에는 지구(地球)가 있는데, 우리가 대지(大地)라고 부르는 이 땅이라고도 했습니다.”

“아, 그런가? 지구(地球)라니 땅이 공처럼 둥글다는 뜻이로구나.”

“그렇습니다. 태양이 둥글고, 달이 둥글 듯이 허공을 순회하는 모든 것은 둥글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허공에는 태양을 따라서 회전하는 별에는 오행성(五行星)으로 이름을 부여했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아, 그건 들어 봤네. 태양으로부터 수성(水星), 금성(金星), 지구(地球), 화성(火星), 목성(木星)이 있다는 말이 아닌가?”

“맞습니다. 스승님도 잘 알고 계셨네요.”

“아, 내가 태산(泰山)에서 수학(修學)할 때, 천문학에 관심이 많은 스승님에게 들었던 기억이 나네.”

그러자 춘매가 다시 궁금증을 못 견디고 말했다.

“아니, 오행성이라니 그것도 오행이잖아?”

“그렇지. 누이가 오행을 아니까 그 말에 귀가 열리나 보다. 하하~!”

“아는 것 만 귀에 들어온다는 말이 맞네~! 아, 그런데 태양부터 한다면, 수금토화목(水金土火木)으로 배열이 되는 거네? 이것은 앞에서 말한 금목수화토나, 목화금수토와도 다른 배열이네? 왜 이렇게 생겼는지도 설명해 줘봐.”

그러자 우창이 염재를 보고 답을 해 줄 수가 있는지를 물었다.

“어디, 염재가 이렇게 된 이치에 대해서 설명해 보려나?”

염재가 한참을 생각했지만 설명을 할 수가 없자 우창에게 말했다.

“스승님 죄송합니다. 말씀을 드렸으면 좋겠으나, 제자가 그에 대해서는 배우지를 못했습니다. 스승님의 가르침을 기다리겠습니다.”

“물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오행의 관점으로 생각해 본 것이니 사실과 다를 수는 있네.”

그러자 춘매가 결과가 궁금해서 얼른 말했다.

“그야 아무래도 괜찮아. 오빠가 말하는 만큼만 알아도 너무나 충분하니까. 어서 말해 줘봐.”

“내가 생각해 봤을 적에, 태양은 너무나 거대한 불덩어리야. 특히 가뭄이 몇 달이나, 심지어는 몇 년씩 이어지면 이 땅 위의 모든 초목이 말라 죽고, 그로 인해서 동물들도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조차도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게 되지. 옛날에는 가뭄에 만물이 타들어 가서 먹을 것이 없게 되자, 서로의 자식을 바꿔서 죽여서는 연명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그 처참함이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고 봐야겠지.”

“세상에~! 그보다 더 참혹한 일이 또 어디 있겠어? 태양의 불기운이 얼마나 두려웠는지는 능히 짐작되고도 남겠어.”

“그래서 태양의 열기를 잡는 것은 오행에서 무엇인지를 궁리하게 되었지.”

“궁리할 것이 뭐가 있어? 수극화(水剋火)의 이치잖아? 아, 그래서 태양의 가까이에 있는 별이 수성(水星)인 건가?”

“맞아. 그랬을 것으로 짐작을 해 보는 거지. 다만 그 별이 물로 이뤄져서 그런지는 알 방법이 없으니 자유롭게 사색을 해 볼 따름이네. 하하~!”

“그래서 다음의 별이 금성(金星)인 것은 금생수(金生水)를 하라는 뜻이겠네?”

“오호~! 누이가 오행이 나오니까 바로 궁리에 몰입하는구나.”

“정말 오행의 배열에 대한 의미가 왜 중요한 것인지를 이제야 비로소 알겠네. 그렇다면 지구는 토성(土星)이 되어서 토생금을 하는 것이네. 화성(火星)은 지구를 생하고, 다시 목성(木星)은 화성을 생하게 되어서 태양의 위력을 감소시키려는 노력했다는 말이네?”

“오, 잘 궁리했네. 실제로 그러한 작용을 하게 되는지는 알 방법이 없지만 왜 그러한 이름이 부여되었는지는 짐작을 할 수가 있겠지?”

춘매의 풀이에 고개를 끄덕이던 우창이 그림을 하나 그렸다.

279 태양계

우창의 그림을 본 춘매가 말했다.

“애걔~! 태양이 이렇게나 큰데 나머지 별들은 너무 작잖아? 더구나 이 거대한 대지도 너무 작아 보이는데?”

“보기는 그래 보여도 가만히 생각해 봐 하늘의 태양과 저녁에 뜨는 화성이나 새벽에 뜨는 금성을 비교해 보면 이것도 너무나 큰 거야. 하하하~!”

“그야 반짝이는 샛별을 보면 점보다도 작잖아? 듣고 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네. 그나저나 오행공부에서 하늘까지 배울 줄은 생각도 못 했잖아. 너무 재미있네. 호호호~!”

“불경에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라는 말이 있다더니 여기에 딱 부합하는 말이라고 하겠는걸.”

“그건 또 무슨 뜻이야?”

춘매가 뜻을 묻자 우창이 풀이해 줬다.

“눈에 보일락 말락 하는 작은 먼지 안에 우주가 들어있다는 뜻인데 언뜻 들으면 참으로 황당한 말로 들리겠으나 곰곰 생각해 보면 오행의 이치가 천문학까지도 도달하는 것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가 없는 거지.”

“와우~! 그렇게 재미있는 비밀이 있다는 것은 몰랐어. 참 신기하네~!”

춘매가 이렇게 이해를 하자, 우창이 염재를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태양계라는 것이 이와 같음을 이해했으니 다음에는 무엇을 설명해 주시려나? 그 훈장님께 들었다는 이야기가 또 궁금하군.”

“다시 이 땅의 이야기입니다. 동지(冬至)에서 하지(夏至)까지 일광(日光)이 길어지고 짧아지는 이치도 설명해 주셨습니다. 보통은 해가 길어졌다가 짧아지는 것이, 태양이 남방으로 내려갔다가 동지가 되면 다시 북방으로 올라오는 까닭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훈장님께서는 태양은 가만히 있고, 지구가 회전하면서 돌아가는 각도가 그렇게 되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잘 이해는 되지 않았습니다.”

“괜찮네. 지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또 훗날을 기다려서 깨닫게 될 수있는 것이고, 또 영원히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 그러니까 염재가 들은 대로만 이야기를 해 주게나. 그것만으로도 신기할 따름이네. 하하~!”

우창도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좀 더 확실하게 이해를 하려는 마음과 함께 춘매에게 천문학의 상식을 보태주고 싶은 마음에 염재의 이야기를 거듭 청했다.

“잘 알겠습니다. 천계(天界)에서는 지구가 태양을 따라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인식에는 태양이 지구를 따라서 돌고 있는 것으로 기억이 되는 것은 내가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질적인 상황은 그렇거나 말거나 인식을 하는 주체의 관점으로 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태양이 뜬다고 하고, 해가 길어졌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이지. 우주의 중심은 내가 되는 것이니까 말이네.”

“아, 멋진 말씀입니다. 내가 중심이면 모든 우주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사실의 여부(與否)는 천문학자에게 맡기면 되겠습니다.”

“그렇다네. 그러니 어서 설명해 보게나.”

“예, 동지(冬至)에는 적도(赤道)의 남쪽에서 돌아가던 태양이 점점 북향하여 올라오면서 그 길이도 길어지게 됩니다.”

우창은 문득 이러한 정황에 대한 이야기를 열심히 들려주던 노산(嶗山)의 고월이 떠올랐다.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천문학은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너무나 광대(廣大)해서 체감은 되지 않지만 그래도 신기한 점이 많아서 다시 들어도 좋았다. 특히 염재가 해 주는 말은 또 다른 맛이 있었다. 뭐랄까 촘촘한 그물로 고기를 잡는 느낌이 그것이었다.

“그렇겠네. 그러다가 춘분(春分)이 되는 시간에는 태양이 지구의 중심을 통과하는 경계를 지나간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태양이 오행에서 화(火)에 속한다고 해서 적도(赤道)라고 표시한 것입니다. 이것을 서양인들은 수치로 나눠서 영도(零度:0˚)라고 한답니다. 수학(數學)은 서양에서 특히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도 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는 처음 듣는 걸. 영도가 있다면 최대는 얼마까지 있는가?”

“적도(赤道)에서 북극(北極)까지는 90도라고 하셨습니다. 원(圓)을 360등분으로 나눠놓은 것의 사분지일(四分之一)이라고도 하셨습니다. 이렇게 숫자로 태양과 지구의 각도(角度)를 논하는 것도 있는데 사저님께서 너무 복잡하다고 하실까 봐서 설명을 생략했습니다.”

그러자 춘매가 펄쩍 뛰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절대로 그렇지 않으니까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말해 줘. 지금 나는 춘분이 무슨 마술이라도 부리는 듯이 신기하기만 한걸. 처음 듣는 이야기가 더욱 재미있기도 하고 말이야.”

“사저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까 그럼 기억을 더듬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실로 이 땅은 중심축이 기울어져 있다고 했습니다. 그 기울기는 23.5도라고 표시합니다. 그로 인해서 회전하는 원이 동그랗게 되지를 않고 약간 길게 타원형(橢圓形)으로 회전을 하게 된답니다. 그래서 원래는 태양을 한 바퀴 돌아가는데 걸리는 날이 360일이 되어야 하는데 기울어진 관계로 약 5일이 더 길어지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염재의 말에 우창도 처음 듣는 이야기여서 감탄을 했다.

“오호~! 그것참 신기한 걸.”

우창의 말에 염재도 보람이 있었다.

“스승님께서 모르셨던 부분을 말씀드리게 되어서 다행스럽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잘못 기억하고 오류를 전해드리게 될까 싶어서입니다.”

“그런 걱정은 말게. 만약에 잘 못 되었다면 다음에 수정(修整)하면 되는 것이니까 말이네. 어서 말해 주게나.”

“그럼 계속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실로 지구가 반듯하지 않은 이유로 인해서 사시절(四時節)이 생긴 것이라고도 합니다. 태양이 항상 적도만 지나가게 된다면 언제나 여름인 곳은 항상 여름일 것이고, 겨울인 곳은 또 항상 겨울이 될 텐데 지구가 기울어지는 영향으로 인해서 태양이 적도 아래로 내려가면 남쪽은 여름이 되고, 북쪽인 이곳은 겨울이 됩니다. 그래서 적도를 기준으로 이남(以南)은 남반구(南半球)라고 하고, 이북(以北)은 북반구(北半球)라고도 합니다. 또 이로 인해서 철새는 계절에 따라서 바삐 오가게 되기도 하니 지구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역동적(力動的)으로 움직인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오호~! 흥미진진하군. 계속하게. 도대체 그런 것을 가르치는 서당은 어떤 곳이었나?”

우창이 염재의 놀라운 지식에 감탄하면서 물었다. 그러자 염재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예, 스승님. 실은 태학(太學)에서 수학(修學)을 하면서 배웠습니다.”

염재의 말에 우창이 오히려 놀라웠다.

“아니, 동네 글방의 훈장님이 아는 것도 많으시다고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라 태학이었구나. 어쩐지~ 태학이면 국자학(國子學)과 더불어 천하의 석학(碩學)들만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닌가? 이제야 이해가 되었네. 어서 계속하시게.”

“태양이 동지에 통과하는 곳은 남회귀선(南回歸線)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남쪽으로 갔다가 회귀(回歸)하는 선상(線上)이라는 뜻입니다.”

그러자 춘매가 얼른 나서서 한마디 거들었다

“옳지, 그렇다면 하지(夏至)에는 북회귀선(北回歸線)을 통과하겠네?”

“맞습니다. 사저님의 말씀대로 남회귀선과 북회귀선을 번갈아 가면서 통과하게 되는 까닭에 춘하추동(春夏秋冬)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이지(二至)는 동지(冬至)와 하지(夏至)를 말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끝까지 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시 춘매가 어림짐작으로 생각한 것을 말했다.

“그래? 춘하추동에서 하동(夏冬)을 말한다면 춘추(春秋)는 뭐야? 지금 춘분을 말하는 것으로 봐서 춘분과 추분이라고 하는 것인가?”

“맞습니다. 사저님. 그래서 이지(二至)와 이분(二分)이라고 말을 하는 것은 다른 말로 춘하추동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춘분날의 춘분시(春分時)가 되면 태양은 지구의 중심인 0도를 통과하므로 한 해에 단 두 번을 지나게 되는 적도에 태양이 있게 되는 셈입니다.”

춘매가 잠시 생각하더니 한마디 했다.

“그러니까, 음이 극에 달하면 양으로 바뀌는 이치가 거기에 있었던 거잖아? 그러니까 동지가 되면 음이 극에 달해서 양으로 바뀐다는 것이고, 하지가 되면 이번에는 반대로 양이 극에 달해서 음으로 바뀌는 거였네. 계절에서조차 음양의 이치가 이렇게 존재할 줄은 미쳐 생각하지 못했어. 음양공부는 아직도 끝난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잖아.”

“그렇습니다. 모든 이치는 치우치게 되면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춘매가 그 말을 듣고 뭔가 큰 것이라도 깨달은 것처럼 생각되어서 말했다.

“자연의 이치는 어딘가에서 서로 만나게 되는 것이니까 그것을 연결하는 길만 찾으면 되는 것이었네. 춘분을 말하면서 태양계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 바람에 또 하나를 배웠잖아.”

“그렇습니다. 절기(節氣)는 땅에서의 변화를 기록하여 사용하는 것이라고 하다면 황도십이궁(黃道十二宮)은 천상(天上)의 변화를 기록하여 삶에 지침으로 삼게 되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지후(地候)와 천후(天候)로 나눌 수도 있겠습니다.”

“황도십이궁은 또 뭐야?”

춘매가 처음 듣는다는 듯이 물었다. 실로 처음 듣는 말이기도 했다. 춘매의 물음에 염재는 다시 차근차근 설명했다.

“우리가 한 해의 시작을 입춘으로 삼듯이 서양인들은 또 우리와 다르게 한 해의 시작을 춘분으로 삼는답니다. 같은 땅에 살면서도 동서의 유별(有別)함이 있는 것도 신기합니다.”

“그래? 그들은 말도 다르고 생김도 다르고 생각도 다를 텐데도 자연의 이치를 궁리하는 마음은 우리와 같은가 보네?”

“우리가 인월(寅月), 묘월(卯月)하고 구분하듯이, 그들은 천문의 별자리로 구분을 한답니다. 그래서 천문학이 더 많이 발전하게 되지 않았는가 싶은 생각도 해 봅니다.”

“그래? 그 이름은 어떻게 부르는지 알려 줘. 돌아서면 잊어버리더라도 우선은 궁금하니까 잘 듣고 적어놔야겠어. 호호~!”

염재가 처음에 생각하기는 춘매가 어렵다고 할 줄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관심을 보이자 이야기에 흥이 붙었다.

“이것은 좀 복잡해서 종이에 쓰면서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잠시 필묵을 좀 사용하겠습니다.”

우창이 얼른 지필(紙筆)을 준비해 주자. 염재가 글을 썼다.

279 백양궁

우창이 보니까, 염재가 쓴 글은 ‘백양궁(白羊宮) 춘분(春分)~곡우(穀雨)’였다. 우창이 그것을 보고서 물었다.

“그러니까 서양인들은 절기(節氣)를 사용하지 않고, 중기(中氣)를 쓴단 말인가? 이것은 육임(六壬)에서 월장(月將)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걸. 서로 무슨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되기는 한데 내가 육임을 깊이 공부하지 않아서 뭐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 아쉽네. 하하~!”

“중기를 사용하는 이치는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하늘에 별자리 중에서 그 시기가 되면 지구는 우주의 양자리를 지나치게 되어서 양자리가 보인답니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이 땅에서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고,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것은 천상(天上)의 별자리라는 것이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근데, 동생이 자꾸만 우주라고 하는데 우주가 뭐지? 우주랑 천상이랑 같은 말인거야? 아니면 또 다른 말이야?”

춘매가 이해가 되지 않자 다시 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우창이 말했다.

“누이는 천자문(千字文)이라고 들어 봤어?”

“이름만 들어 봤지, 내가 글방을 가봤어야지.”

“몰라도 괜찮아. 양(梁)나라의 주흥사(周興嗣)란 학자가 하룻밤 사이에 1천 구(句)의 문자로 시를 짓고는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는 뒷말이 전해지는 천자문인데, 그 첫 구절이 천지현황(天地玄黃)이고 다음 구절이 우주홍황(宇宙洪荒)이야. 그러니까 주흥사도 우주에 대한 이치에 관심이 많았던가 보군. 그래서 우주라는 말은 이미 알고 있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염재가 말하듯이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봐. 하하~!”

“그렇구나. 우주는 큰 집이라는 뜻인가 보네.”

춘매가 이해하기를 잠시 기다렸다가 염재가 말을 이었다.

“묘월(卯月)의 중기부터 진월(辰月)의 중기까지를 백양궁라고 이름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춘분과 연관된 대략의 내용을 기억이 나는 대로 말씀드려 봤습니다. 혹 오류가 있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참으로 훌륭하네. 나도 염재 덕분에 아리송한 것을 정리하게 되었으니 고마울 따름이지.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더니 수고했네. 이렇게 또 새로운 지식이 쌓이니 얼마나 행복하냔 말이네. 하하하~!”

“스승님께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데 거리낌이 없으니 또한 제자도 더불어서 행복할 따름입니다.”

우창이 잠시 들었던 이야기를 정리하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춘분의 3후(候)에 대한 설명하고 마무리를 할까?”

“아, 그것을 살펴봐야겠습니다. 춘분의 초후(初候)는 현조지(玄鳥至)라고 해서, 검은 새가 돌아온다고 합니다. 검은 새는 제비를 말합니다.”

그러자 춘매가 웃으면서 말했다.

“호호호~! 제비가 돌아오는 것이 그것이었구나. 연승점술관도 연관이 있을 텐데 말이야. 호호호~!”

우창도 마주 보고 빙그레 웃었다. 염재가 말을 이었다.

“중후(中候)는 뢰발성(雷發聲)이라고 해서, 간간이 우레가 들린다는 뜻입니다. 아마도 멀리서 천둥을 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은 비가 내릴 조심이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후(末候)는 시전(始電)이라고 해서 비로소 번갯불이 일어나기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서서히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진다는 뜻으로 봐도 되지 싶습니다.”

“춘분에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하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그 이야기는 없네? 해당이 없는 거야?”

춘매가 그렇게 말하자 우창이 말했다.

“당연하지. 춘분 날에는 그야말로 음양이 같은 날이기도 하네. 춘분이 지나면서 낮은 점점 길어지고, 반대로 밤은 점점 짧아지는 것이니까 그야말로 음극(陰極)과 양극(陽極)의 중간에서 균형(均衡)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되겠네.”

“그랬구나. 정말 계절을 공부하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호호~!”

춘매가 이해하자 우창도 정리할 겸해서 말했다.

“그렇군. 이렇게 해서 묘월의 공부를 했네. 공부하느라고 수고했으니 좀 쉬었다가 요기를 하고서 다시 공부하는 것이 어떨까?”

그러자 춘매가 눈치를 채고는 얼른 일어나서 점심을 지으러 건너가고 우창은 잠시 산책을 할 겸 마을의 저수지를 한 바퀴 돌면서 염재가 말해 준 천문(天文)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했다. 비록 아직도 폭염이기는 했지만 구름이 있고 바람이 불어주니 산책도 괜찮았다. 아마도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