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6] 제26장. 음양타령/ 6.삼혼(三魂)과 칠백(七魄)

작성일
2020-12-25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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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제26장. 음양타령 


6. 삼혼(三魂)과 칠백(七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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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하게 잠 속에 빠져있다가 춘매가 아침을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에 잠이 깼다. 아무래도 어제의 피로가 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것을 눈치챈 춘매가 다시 누우라고 한 다음에 몸의 피로를 풀어줬다. 솜씨가 좋아서 1각(角:15분)의 안마로도 심신이 상쾌해졌다. 그야말로 마법의 손이었다.

“이제 정신이 돌아왔지? 어서 씻고 밥 먹어.”

“그래, 찌뿌듯했는데 훨씬 가벼워졌네. 고마워~!”

“내가 오빠에게 해 줄 수가 있는 것이 있어서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 더 많이 해 주고 싶지만 이미 오빠는 건강한 몸을 갖고 태어나서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니까 다행이긴 하네. 그래도 가끔 피로할 적에라도 내가 도와주면 훨씬 낫잖아. 오늘도 재미있는 공부를 시켜줄 텐데 미리 태청신단(太淸神丹)이라도 한 알 드리는 마음으로 간단히나마 사전봉사를 한 셈이야. 호호호~!”

참으로 줄 것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춘매를 보면서 우창은 복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것도 제자 복이라면 제자 복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름대로 감동하고 있는데 염재가 도착했는지 말 울음소리가 밖에서 들리더니 잠시 후에 염재가 들어왔다.

“스승님께 문안 여쭙습니다.”

공수하고 인사한 염재가 꾸러미를 하나 내어놓으면서 춘매를 바라보고 말했다.

“사저님, 염재가 귀찮게 해드려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스승님께서 우둔한 제자를 가르치시느라 기력(氣力)의 소모가 심할 듯 싶어서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을 지어 왔는데 사저님의 정상으로 다려드리면 스승님은 더욱 원기가 충만하시지 싶습니다.”

“어쩜 그렇게 고마운 생각을 하셨어?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을 염재가 알아서 해 주니 내가 약을 달이는 행복을 누릴 수가 있겠네. 마침 여름을 나느라고 진기도 소모가 많았을 텐데 정말 잘 생각했어. 고마워.”

약재의 봉지에서 풍겨 나오는 향긋한 내음이 방안을 가득 메웠다. 그 냄새만으로도 건강해지는 듯한 느낌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춘매가 서둘러서 약탕기(藥湯器)를 찾아서 불에 올려놓고는 세 사람이 마주하고 앉았다. 우창도 내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염재는 다행히 공부가 재미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재미가 없다면 보약을 지어올 마음이 생겼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 오늘도 함께 모였으니 공부의 문을 활짝 열어 볼까?”

“스승님, 어제는 탐관(貪官)과 청관(淸官)의 이야기에 감동했습니다. 귀가하여 곰곰 생각해 보니까 모든 행위(行爲)를 유발(誘發)시키는 핵심에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이치를 잘 알게 된다면 그 마음이 드러나는 몸의 행동은 어렵지 않게 파악을 할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한 것이 올바른 것인지를 여쭙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큰 춘매의 눈이 염재의 말을 듣고는 더욱 커졌다. 어제 염재가 귀가하고 나서 우창과 나눈 체용(體用)의 이치가 바로 떠올라서였다. 서로 떨어져 있어도 우창과 나눈 이야기가 염재에게 느껴지는가 싶을 정도였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야. 오늘 오빠가 마음의 음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기로 어제 약속을 했었는데 염재가 이렇게 만나자마자 그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니 내가 놀라서 자빠질 지경이네. 호호호~!”

춘매가 이렇게 말하자 염재가 더욱 반겨하면서 말했다.

“아, 그러셨습니까? 그렇다면 축착합착(築著磕著)입니다. 오늘도 왠지 엄청난 소득을 얻게 될 것이라는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정신을 모아서 귀를 바짝 기울이겠습니다.”

염재가 이렇게 말하자 춘매가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들었는지 염재에게 물었다.

“아니, 동생은 유식한 말도 많이 아네. 근데 무슨 말이야? 축착합착? 첨 들어봐서 알아야 나도 써먹을 거 아냐.”

춘매의 말에 염재가 답했다.

“아, 사저께서 못 알아들으실 것도 모르고 주책없이 말이 나왔습니다. 축착은 축대를 쌓을 적에 돌이 윗돌과 아랫돌이 딱 맞아서 어긋남이 없고, 합착은 맷돌이 윗짝과 아랫돌이 잘 맞는다는 뜻입니다. 알고 보면 별 뜻도 아니지요. 하하~!”

염재가 이렇게 풀이를 해 주자 춘매가 웃으며 말했다.

“오호라~! 그런 뜻이었구나. 그러니까 울고싶자 뺨맞은 격이잖아? 어? 이게 맞는 말인가? 에라 모르겠네. 호호호~!”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우창이 미소를 짓고는 염재에게 물었다.

“염재가 생각하기에 마음은 무엇이라고 말을 할 수가 있겠나?”

염재가 잠시 생각하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스승님께서 물으시니 말씀은 드려야 하겠습니다만, 실로 마음이 무엇이라고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너무 어려워서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봐서는 바람과 같은 것인가 싶었다가도 초지일관으로 목표를 정하고 나아갈 적에는 고정불변(固定不變)의 주체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우창이 염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그렇다네. 대부분의 사람이 마음에 대해서 잘 아는 것처럼 생각하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어느 순간에는 또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마음이지. 그런데 마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학자들은 많은데 그 의견은 통일이 되지 않았다네. 그러니 어느 것을 기준으로 삼아서 설명을 해줘야 할 것인지는 쉽지 않다네. 결국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이론과 주장을 기준하는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하겠지.”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제자는 스승님께서 생각하시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되겠습니다. 제자가 아무리 생각을 한다고 해도 스승님께서 숱한 나날을 고뇌(苦惱)하시면서 얻은 결실을 따르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봐서입니다. 우선은 스승님의 가르침을 의지하고 차차로 내면이 성숙(成熟)하게 된다면 비로소 기준을 세울 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옳지~! 아마도 그것이 최선이겠지?”

그러자 말을 듣고 있는 춘매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쩌지? 어제도 공부하느라고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오늘도 왠지 예감이 안 좋아. 머리가 고생을 좀 할 것 같단 말이야. 호호호~!”

“그러면 누이는 마을에 놀러라도 다녀 올 테야? 머리가 아픈 이야기는 안 들으면 되니까. 하하하~!”

“에구~! 무슨 말씀을 그리 섭섭하게 하신담. 괜히 투덜거렸나 봐. 열심히 듣고 배울테니까 아무리 어려운 이야기라도 해 줘봐. 호호~!”

춘매의 너스레를 듣고 우창이 미소를 띠면서 말을 이었다.

“우선 도교적(道敎的)인 기준으로 본다면 사람이 죽으면 혼령(魂靈)은 삼혼(三魂)과 칠백(七魄)으로 나뉜다는 거야. 이 둘을 줄여서 혼백(魂魄)이라고도 하네.”

춘매가 긴장하고 있다가 자신이 들어 본 말이 나오자 반가웠다.

“아, 혼백은 들어봤지. 상가(喪家)에 가면 조그맣게 접어서 고인의 영정 앞에 놓는 것이잖아.”

춘매가 아는 이야기가 나오자 반가워서 말했다. 그러자 우창도 미소로 답하고는 말을 이었다.

“맞아, 그 혼백도 삼혼 칠백에서 나온 거야. 물론 자세한 이야기는 별로 재미가 없을 것이니 생략하겠네. 그냥 이름만 거론한다면, 삼혼(三魂)은 생혼(生魂), 각혼(覺魂), 영혼(靈魂)이라고 하고, 칠백(七魄)은 시구(屍狗), 복시(伏矢), 작음(雀陰), 탄적(吞賊), 비독(非毒), 제예(除穢), 취폐(臭肺)가 그것이네. 중요한 것은 크게 혼(魂)과 백(魄)으로 나눈다는 것이지. 그렇지만 이것도 반드시 고정된 것도 아닌 것을 보면 저마다 부르는 이름은 각각 다르다고 봐도 되지 싶더군.”

“우와~! 무슨 이름이 그렇게 어려워? 정말 오빠가 자세히 설명하지 않기를 천만다행이다. 그것을 또 설명하면 어쩌나 싶었거든. 호호호~!”

“복잡하게 들어가면 또 한없이 복잡해지겠으나 간단하게 의미만 생각하면, 삼혼(三魂)은 사람이 죽으면 하늘로 올라가고, 칠백(七魄)은 몸에 붙어있다가 매장(埋葬)을 하면 그대로 땅에 묻힌다는 말이 그런대로 기준이라고 하겠네.”

“그러니까 혼과 백으로 나뉜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면 하늘로 올라간다는 혼은 양(陽)이 되겠고, 땅속으로 몸을 따라 묻히는 것은 음(陰)으로 보면 될까요?”

“아, 그것도 가능하겠네. 삼칠(三七)은 도교의 숫자에서 온 것으로 짐작만 해 보네. 구궁수(九宮數)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는데 사후(死後)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지라 자세히 알지 못함을 헤아려 주시게나. 하하하~!”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유는 제자도 궁금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도교에서는 사망하게 되면 혼백이 분리된다는 논리가 있다는 것만으로 정리하면 되지 싶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영혼도 음양으로 논해도 될 정도로 분리가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는 것이겠네.”

“예, 그렇겠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가르침은 또 어떻습니까?”

“도교의 입장과는 또 다르게 불교(佛敎)에서는 하나의 영혼이 몸과 더불어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네. 그러다가 육신의 수명이 다하게 되면 육신은 불에 태우면 재 한 줌이 되고, 땅에 묻으면 흙 한 줌이 되지만, 영혼은 불생불멸(不生不滅)이라서 윤회(輪回)의 길을 떠난다고 하지.”

“그러니까 불교는 일혼(一魂)을 말하는 셈인가요? 제자는 오히려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정돈된 듯한 느낌은 듭니다.”

“그런가? 아마도 천축(天竺:인도)에서는 대표적으로 사후의 세계를 그렇게 그리고 있는 모양이네. 환생(還生)한다는 영혼의 윤회(輪回)도 불교의 관점이라고 볼 수가 있을 것이네.”

“그렇겠습니다. 사후의 모습은 알 수가 없는데 논의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합당할 것인지에 대해서 스승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나도 그 점에 대해서는 유교(儒敎)의 견해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네.”

“유교에서는 혼령이 자손의 주변에 머문다고 생각해서 사대봉사(四代奉祀)를 하는 것에 대한 말씀이십니까?”

“아, 유교가 아니라. 공자의 말이라고 해야 하겠군. 하하하~!”

“예. 공자님의 견해라면, ‘살아서 이 몸을 끌고 다니는 자도 안다고 못 하는데 하물며 죽은 다음에 영혼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하랴.’라고 한 말씀인가요?”

“맞아, 생전에 잘 살면 죽어서 다음 세상이 있다면 잘살게 될 것이고, 없다면 그것으로 그만일 테니 살아서 재미있게 살아갈 따름이라는 견해야말로 허망한 이론에 휘둘릴 필요가 없이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학자의 자세가 아닌가 싶기도 하네.”

“제자도 그 말씀에 동감입니다. 스승님의 말씀대로 그렇게 오늘을 충실하게 살면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매우 잘 사는 것이라고 여깁니다. 물론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가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망외소득(望外所得)이라고 생각하면 즐겁지 않을까요?”

“매우 건전(健全)한 생각이네. 그러니까 영혼(靈魂)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고, 이 마음에 대해서나 살펴보도록 할까?”

“그렇습니다. 사후(死後)에 삼혼과 칠백으로 나뉘든, 업장에 따라서 윤회를 하든 알 바가 없지 않은가 싶습니다. 오직 이 존재를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으로 공부의 방향으로 삼으면 될 것입니다.”

“옳지, 염재가 잘 이해한 것으로 보이네. 그럼 생령(生靈)에 대해서 생각해 볼까?”

염재의 눈이 커졌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스승님께서 생령이라고 하시는 말씀은 처음 듣습니다.”

“글자 그대로 ‘살아있는 영혼’이라는 뜻이라네. 하하하~!”

“아, 알겠습니다. 그럼 살아있는 영혼을 다른 말로 정신(精神)이라고 이름하면 되겠습니까?”

“안 될 이유가 없겠지.”

“그런데 왜 영혼(靈魂)을 생령이라고 하지 않고 보통은 정신(精神)이라고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런가? 근원을 따지기 위해서는 우선 전해지는 확실한 근거로 문자(文字)를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라네.”

“그렇다면 정신(精神)에 대해서 스승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염재가 글자의 뜻을 묻자 우창은 종이에 글자를 썼다.

276 정자

“자, 잘 알고 있는 대로 이것이 정(精)자네. 알아보기 쉽게 주사(朱砂)로 세 등분으로 나눈 것은 이해를 돕기 위해서네. 우선 앞의 쌀 미(米)는 땅의 기운을 흡수한다는 뜻이겠지? 그 말은 밥을 먹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었다고 보면 될 것이네.”

우창의 말에 춘매가 한마디 거들었다.

“아니, 정신도 밥을 먹어야 한단 말이야? 와우~ 신기해라~!”

“정신이 붙어사는 곳이 몸인데 밥을 먹여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어?”

“에고~ 그럼 죽어버리겠네. 왜 밥이 나오는지 알겠어. 호호호~!

춘매의 말에 미소로 답하고는 다시 설명했다.

“다음으로 푸를 청(靑)의 위에 있는 것은 주인 주(主)이니 주인이라고 해야 하겠지.”

우창이 주인이라고 말하자 춘매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글자는 정말 재미있잖아. 나도 어서 공부를 많이 해야 오빠처럼 글자를 뜯어보고 음미를 할 수가 있겠네. 부러워. 호호~!”

춘매는 우창이 글자를 풀어내는 것이 신기해서 말했다. 우창도 추임새에 흥이 나서 계속 말을 이었다.

“그 아래의 둥글 원(円)은 원래 따로 쓰면 원(圓)과 같은 글자인데 이렇게 부수로 쓰이면 속자(俗字)로도 쓰네. 그러니까 완전하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셈이로군. 이것을 종합해 보면, 이렇게 정리를 할 수가 있겠지.”

우창이 두 사람이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 의미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지기(地氣)가 응축된 곡식(穀食)을 먹어야만 몸이 살아있는 것이니 미(米)는 음식을 말하고, 이 몸의 주체(主體)인 영혼이 있어야 하니까 주(主)는 몸을 의지하고 있는 영혼(靈魂)이 되며, 음식과 영혼이 있으면 모든 것이 갖춰지는 것이므로 두루두루 다 갖췄다는 뜻의 원(圓)은 이 존재의 생령(生靈)을 의미하게 되니 정수(精粹)를 의미하는 정(精)이 되어서 여기에 신(神)과 같은 존재라는 말로 하니까 정신(精神)이 되었다고 이해하면 된다네.”

그러자 춘매가 난데없는 질문을 했다.

“오빠, 궁금한 것이 생겼어.”

“그래? 말해 봐.”

“쌀 미(米)자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벼를 찧어서 얻은 것이 쌀이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생겼는지 궁금해졌어. 예전엔 이런 것이 궁금하지 않았는데 오빠의 말을 듣다가 보니까 별게 다 궁금하네. 호호호~!”

“오호~! 누이의 질문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구나. 재미있네. 하하하~!”

그러면서 염재를 바라보자 그도 춘매가 잘 물어줬다는 마음을 공수로 표했다. 그러자 춘매의 물음에 답을 했다.

“당연히 물으면 답을 해야 하는 것은 가르치는 자의 도리라네. 그러니까 쌀 미(米)는 땅의 도(道)를 의미한다네. 물론 도라는 것은 도(十)로 표시하는 것은 이미 설명했으니 알지?”

“물론이야, 잘 알고 있어~!”

염재도 얼른 대답했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일음일양(一陰一陽)이지 않습니까?”

우창은 두 사람이 모두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 말을 이었다.

“도(十)를 다른 말로 한다면 천지자연(天地自然)의 순환(循環)하는 이치를 말하는 것인데, 아래의 인(人)은 별(丿)과 불(乀)이지만 뜻은 잊어버리고 생긴 모양만 보게, 왜냐면 이것은 좌우에서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네. 목(木)으로 본다면 오히려 이해하기가 쉬울 수도 있지. 별(丿)은 낮이고, 불(乀)은 밤이 될 수도 있고, 물과 거름일 수도 있으니 모두 땅에서 도를 위해서 협조하는 모습이라네.”

“와우~! 그것도 음양인 거잖아? 어쩐지 그 글자에는 뭔가 있을 것같았어. 항상 눈만 뜨면 먹고살아야 하는 쌀을 그렇게 나타낸 것도 까닭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은 오빠에게서 배운 생각하는 법이야.”

“그래 잘했어. 이렇게 물어주면 또 이야기는 더욱 정밀(精密)해지는 거야. 그러니까 여기에서 말하는 도(十)는 정신(精神)과 육신(肉身)을 갖고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야. 쌀을 먹는 것은 누구야?”

“당연히 사람이지. 정말 파면 팔수록 오묘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어쩌면 오빠의 머릿속은 마법의 주머니 같네. 호호호~!”

춘매의 말에 미소로 답하고는 말을 이었다.

“사람의 존재 목적은 도를 이루고자 하는 것인데, 땅에서는 물과 음식이 육신을 키워주는 거야. 그러면 하늘은 가만히 있겠어?”

“아하~! 당연하지. 하늘에서 돕지 않으면 곡식은 자랄 수가 없으니까.”

춘매가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다시 글자를 하나 썼다. 도(十)는 먹으로 쓰고, 위와 아래의 획은 주사로 써서 알아보기 쉽게 했다. 그리고 천인지(天人地)로 표시를 한 다음에 말했다.

276 쌀미

“다시 미(米)를 볼까? 사람이 도(十)를 이루기 위해서는땅의 음식과 하늘의 공기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봐도 되지. 그러니까 쌀 미(米)에는 이미 천지인의 도가 포함되어 있었던 거야.”

“와우~ 놀랍네, 듣고 보니까 정말 위의 점이 음양으로 보이네. 그리고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것은 삶의 기본이기도 하잖아? 위의 두 점은 무슨 뜻일까?”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글자를 또 썼다.

276 갑골문의 미

“이것은 갑골문(甲骨文)에서 본 글자인데 옛날에는 미(米)를 이렇게도 썼다는 군. 재미있지 않아?”

춘매가 들여다 보고는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무슨 글자가 이렇게 생겼나 했더니 오빠의 말을 듣고 다시 보니까 정말 쌀알을 모아놓은 것처럼 보이네. 그러니까 이것은 그림에 가깝고, 이것을 글자로 쓰면서 미(米)가 되었다는 말이네?”

“그것도 음양으로 보이잖아?”

춘매는 우창이 음양이라고 해 주자. 다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 맞네~! 하늘의 음양이라면 해와 달이 아닐까?”

“오호~! 누이가 생각하는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대단하군.”

“어? 말을 잘 한거야? 그냥 생각이 나서 말했을 뿐인데?”

“그게 자연을 살피는 능력인 거야. 원래 그렇게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다시 곱씹으면서 이치로 자리를 잡아가는 거니까.”

“와~! 신기하다. 호호호~!”

“하늘에는 태양(太陽)이 있어서 곡식을 키우고, 또 우로(雨露)가 있어서 곡식을 키우는 것을 돕게 되니 이것이 또 음양이라는 이야기지.”

“아, 알겠다. 하늘의 음양이니까 태양은 양(丨)이 되고 빗물은 음(一)이 되는 거지?”

“그래 잘 생각했네.”

“오빠의 말을 듣다가 보니까 음양 아닌 것이 과연 또 있겠나 싶을 정도로 음양의 이치가 점점 깊은 뿌리를 내리는 것처럼 느껴지네. 처음에는 음양이 글자에만 있는 것으로 생각이 되었는데 이제는 그것이 생각 속에 있고, 주변에 있고, 어디에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

“그게 맞는 거야. 이치를 알게 되면 일부러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떠오르는 것이고, 그것이 자유롭게 되면 도인이라고 하는 거야.”

“뭐야? 도인도 별다른 것이 아니네?”

“맞아, 졸리면 자고 고프면 먹으면 도인인 거지. 하하하~!”

“에구~ 그건 아닌 것 같네. 내가 말을 잘못했어.”

춘매가 자기의 머리를 쥐어박는 시늉을 하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그것을 보면서 우창이 말을 이었다.

“하늘에서는 비와 햇볕이 내려서 사람과 곡식을 키우고, 땅에서는 습기(濕氣)와 토양이 영양을 줘서 곡식을 자리게 하는 것이니 미(米)의 한 글자 속에 깃들어 있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책 한 권이 되고 남지 않겠어? 하하하~!”

춘매가 우창의 설명을 들으면서 감동해서 말했다.

“정말, 미(米)의 한 글자에 그렇게 깊은 뜻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그냥 생긴 것이 재미있게 생겼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물어본 것인데, 설명을 듣고 보니까 과연 오빠는 참 대단해. 호호호~!”

그러자 우창의 말에 집중해서 귀를 기울이던 염재가 말했다.

“참으로 멋진 가르침입니다. 매일 밥을 먹으면서도 그 이치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과연 도는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순간을 동참(同參)하게 된 인연이 너무나 행복할 따름입니다. 사저님이 아니었으면 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칠 일이었는데 이렇게 함께 공부하는 인연으로 또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니 공부는 함께 할수록 그 효과도 커지는 것인가 봅니다.”

“옳은 말이네. 이제 정기신(精氣神)으로도 통하는 정(精)에 대해서 이해는 잘 되었다고 볼까?”

“매우 타당한 말씀입니다.”

“다시 말해서, 정신(精神)은 살아있는 동안에 몸에 깃들어서 살아있는 영적(靈的)인 존재(存在)라는 정도로 의미를 부여할 수가 있을 것으로 보겠네.”

“그렇겠습니다. 그러한 존재를 정신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정신의 존재를 음양으로 어떻게 이해할 방법이 있겠습니까?”

그러자 춘매가 말했다.

“아, 그냥 정신이라고 해도 그만이고, 영혼이라고 해도 그만이고 마음이라고 해도 그만인 것을 괜히 복잡하게 늘어놓는 것도 의미가 없단 말이잖아? 그럼 이제는 이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또 정신의 이야기가 길어질까 봐서 춘매가 이렇게 말하자 염재도 자기 욕심만 앞세워서 너무 길게 이야기를 하면 춘매가 힘들어 할 것을 생각하고는 더이상 묻지 않고 몸가짐을 바로 하고 고쳐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