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 제26장. 음양타령/ 5.몸에서 찾는 음양

작성일
2020-12-2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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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제26장. 음양타령


5. 몸에서 찾는 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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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매의 표정을 보면서 우창이 다시 물었다.

“누이는 『역경(易經)』의 사상론(四象論)은 알고 있지?”

우창이 모처럼 알고 있는 것을 물었다는 듯이 얼른 대답했다.

“그야 알지. 안마하기 위해서 장부(臟腑)를 배웠잖아.”

“그렇다면 이목구비(耳目口鼻)에 사상을 부여해봐. 어차피 모두가 음양을 이해하자는 것이니까 알아둬도 해롭지 않을 거야.”

“해롭다니, 그럴 리가 있어? 아무리 쓰잘데없는 것이라도 오빠가 가르쳐 주는 대로 배워두면 반드시 쓸 곳이 있이라는 것을 믿으니까. 호호호~!”

“그럼 다시 물어볼까? 얼굴의 이목구비에서 양(陽:⚊)은 뭐라고 했지?”

“그야 코와 귀라고 했잖아. 모두 세로로 되어 있으니까. 배운 것은 바로 써먹어야 한다고 배웠거든. 호호호~!”

“맞아, 그럼 음(陰:⚋)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말해봐. 그 정도야 충분히 말할 수가 있겠지?”

“코와 귀를 빼면 눈과 입이 남잖아? 당연히 눈과 입은 가로로 생겼으니 이것은 음이 되는 거지. 음양공부가 이렇게 쉬운 거였어? 호호호~!”

우창은 춘매가 기본적인 이해는 된 것으로 봐서 다시 한 걸음 더 들어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잘했어, 그렇다면 태양(太陽:⚌)은 뭘까?”

“태양은 양중지양(陽中之陽)이잖아? 근본은 양에 있으니까 코가 아니면 귀겠네? 세로 중에서 귀는 두 개이니 짝수이고, 코는 하나라서 홀수이니까 혹시 코가 태양일까?”

춘매가 궁리를 한 끝에 답을 했다. 그러자 우창이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다. 물론 다소 과장이 되긴 했으나 지금의 춘매가 걷고 있는 공부의 길은 걸음마를 겨우 뗀 상태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짝짝짝~!’

“오호~! 이제 보니까 누이가 음양관법에 타고난 재능이 있었구나. 하하~!”

“응,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네. 어떻게 이런 답을 할 수가 있지? 그렇다면 단순하게 생각해도 귀는 세로이니까 양인데, 짝수로 되어 있으므로 양중지음(陽中之陰)이라서 소음(少陰:⚍)이 되는 것이 맞지?”

“옳지~!”

우창은 춘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종이에 얼굴을 그리고 사상(四象)의 부호(符號)를 써넣었다.

275 얼굴사상

그림을 보면서 춘매는 이해가 잘 되었다는 듯이 말했다.

“코와 귀가 양이니까 태양과 소음이었구나. 평생을 얼굴에 달고 다니면서도 그것을 대입한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네. 오빠의 말을 듣고 있으면 내가 바보가 된 것만 같기도 해. 호호호~!”

“그야 누이가 배우는 방법을 몰라서 그렇지. 이렇게 방법을 알고 나면 주방에서 늘 사용하는 숟가락과 젓가락에 대해서도 음양으로 볼 수가 있을 거야.”

“어? 수저도 음양이라고.... 아, 말이 되네. 숟가락은 하나니까 양이고, 젓가락은 쌍이니까 음이잖아? 뭐야? 음양은 구석구석에 다 있었잖아~!”

춘매는 미처 모르고 있었던 것을 발견한 것을 마치 보물이라도 찾은 양으로 즐거워했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창도 기뻤다. 깨달음은 작은 것이나 큰 것이나 모두가 즐거운 까닭이다. 신이 난 춘매가 계속해서 말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입과 눈은 음인데, 입은 음이지만 하나이니까 음중지양(陰中之陽)이네? 그러면 소양(少陽:⚎)이네?”

춘매는 말을 하면서도 우창이 확인을 해 줘야 마음이 놓인다는 듯이 또 물었다. 그러자 우창도 동의하는 것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면 눈은 음이면서 쌍이니까 음중지음(陰中之陰)이지? 그렇다면 사상(四象)에서는 당연히 태음(太陰:⚏)이 되는 거지?”

춘매가 스스로 얼굴의 이목구비에서 사상(四象)을 대입하는 것을 보면서 대견한 생각이 들어서 말했다.

“틀림없이 잘 대입했어.”

“아니, 근데 내가 말을 해 놓고도 놀라고 있잖아. 얼굴에 사상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신기하네~! 음양공부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었어?”

“당연하지. 재미없는 공부가 어디 있겠어? 하하하~!”

“그런데 코가 왜 태양인 걸까? 생긴 것으로 대입해서 태양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그것이 왜 태양인지는 모르겠어.”

“오호~! 이제 연구하는 자세로 들어가는 것이구나.”

“그러니깐 말이야, 오빠의 말을 듣다가 보니까 문득 그 까닭이 궁금해졌잖아. 궁금하면 바로 물어야 배우지. 호호~!”

“그러면 또 생각해 보자. 사람의 얼굴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 양의 기운이 가득해야 하는 곳이 어디일까?”

“양의 기운이 가득하다는 것은 좀 어려운데... 쉽게 물어봐 줘.”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뜻이야.”

“아, 그야 입이지. 먹어야 살잖아?”

“그래? 먹지 않으면 얼마나 생존할 수가 있을까?”

“남자는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7일을 살고, 여자는 9일을 산다고 하던데 어쨌든 그 정도는 살더라도 그다음에는 장담할 수가 없지.”

“그래? 그렇다면 숨을 쉬지 않고는 얼마나 살 수가 있을까?”

“숨? 아, 내가 잘못 말했어. 코가 가장 중요하네. 숨은 계속해서 쉬지 않으면 1각(角:15분)도 되지 않아서 생명이 위태롭잖아.”

“오호~! 그렇다면 코가 태양(太陽)인 이유가 나왔네. 양기가 항상 가득하여 언제나 쉼 없이 움직여야 하는 거야.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 직전까지 낮이나, 밤이나, 잠을 잘 때조차도 잠시도 하늘의 기운과 교류를 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큰일이 나니까 말이야.”

“아, 그러니까 코는 천기(天氣)와 연결이 되어 있구나. 그래서 양중(陽中)의 양(陽)이 된다는 말이 이해가 되네. 우와~! 정말로 재미있네~!”

춘매의 감탄하는 소리에 우창도 흐뭇했다. 여세를 몰아서 계속 물었다.

“그렇다면 누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은 어디에 연결되어 있을까?”

“입? 그야 위(胃)와 연결되어 있잖아. 그건 쉽지. 호호~!”

“아, 내가 질못 물었군. 미안~! 밖으로 연결된 것을 물은 것이었는데 말이야. 하하~!”

“어? 내가 잘못 알아들었잖아? 코가 하늘과 연결되어 있다면, 입은 땅과 연결이 되어 있나?”

“맞아. 코는 하늘을 닮아서 높으면 좋고, 입은 땅을 닮아서 두터우면 좋다고 하지. 물론 ‘적당히’라는 말을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하겠지.”

“우와~! 이제 관상법까지 배우는 거야? 그러니까 코가 너무 낮아서 평평하거나, 입이 너무 얇으면 자연의 천지(天地)에서 기운을 잘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면 되는구나. 하늘은 양이니까 태양이 되고, 땅은 음이니까 소음이 되었네. 네모난 입이 좋은 것으로 본다는 면상(面相)의 이론을 그대로 적용해서 생각을 해 볼 수가 있겠네. 정말 신기하다.”

“누이가 신기하다니 다행이군. 하하하~!”

춘매가 음양놀이에 푹 빠진 것을 보고는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그런데 눈은 왜 태음이지?”

“음.... 그러니까.... 옳지~!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잖아.”

춘매가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다시 물었다.

“눈에서 나오는 눈물? 그렇다면 코에서는 콧물도 나오잖아?”

“그런가? 맞네. 그런데 눈물은 정상적일 때도 나오지만 콧물은 정상이 아닐 적에 나오는 것이 다른가?”

춘매가 눈물과 콧물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이렇게 말하자 우창도 거들었다.

“그렇군, 콧물은 병이 들었을 적에 나오는 것이지만 눈물은 건강할 적에 나오는 것이니까 정상적인 것으로 봐야 기준이 되지 않을까?”

“아, 맞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러니까 눈은 태음이라서 항상 눈물이 나와야 하네. 맞지?”

“그래, 맞아, 하하하~!”

“또 눈을 ‘마음의 호수’라고도 하잖아? 호수는 물이 가득한 것이니까 그것도 음이잖아, 그리고 여인의 눈에 눈물이 고이면 남정네는 마음이 약해지는 것도 어쩌면 같은 의미일까?”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하하~!”

춘매의 말에 우창도 웃었다. 그 말도 일리가 있었는데 이렇게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답을 찾는 것이 기특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춘매는 계속 신명이 나서 약간 격앙(激昂)이 된 채로 말했다.

“그러니까 눈을 태음이라고 하는 이유를 이런 것에서도 찾을 수가 있겠네.”

이렇게 말하던 춘매가 흠칫 놀라면서 다시 말했다.

“아니, 무슨 음양 공부가 이목구비에서도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 거야? 오빠는 정말 별것을 다 알고 있네?”

“원래 별것이 더 재미있잖아. 하하하~!”

“그럼 이목구비에 대한 공부는 다 한 거야?”

“왜? 부족해? 그렇다면 더 해줘?”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춘매가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아니 뭐야? 오빠는 얼굴에 대해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서도 또 해줄 이야기가 남아 있는 거야?”

“무엇이든 물고 늘어져서 파고 들면 음양의 이치는 한량이 없는데 뭘. 얼마든지 이야기해 줄 수가 있지. 하하하~!”

“그럼 더 해 줘봐. 오늘 오빠가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주나 좀 들어 봐야 겠어.”

“오늘 누이가 만족할 때까지 설명을 해 줘야 할까 보네. 하하하~!”

“난 아직도 음양이 고파요. 호호호~!”

춘매가 진심으로 재미있어하는 것을 보면서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자, 또 생각해 보자. 양은 열려있고, 음은 닫혀있어.”

“양이 열려있다고? 그렇다면 코와 귀는 열려있는 거네? 입과 눈은 닫혀있는 것이네? 우와~!”

“감탄도 할 만 하지? 이것이 조물주(造物主)의 작품인 거야?”

“코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항상 열려있고, 귀는 몸을 지키기 위해서 항상 열려있는 거야. 잠을 잘때도 귀는 열어놔야 소리를 듣고서 몸을 보호할 수가 있으니까.”

“알았어. 틀림없는 말이야. 완전히 이해가 되었어. 다음에 입과 눈은 왜 닫혀있지?”

“왜냐고? 그럼 입이 항상 열려있으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정상이 아니네. 입을 벌리고 있으면 바보같잖아?”

“맞아, 그래서 입은 필요할 때만 열리고 필요치 않을 적에는 닫아 두는 것이 정상인 거야.”

“그렇구나. 눈도 마찬가지잖아? 사용하지 않을 적에는 닫아줬다가 무엇인가를 볼 적에만 열어놓으니까 건강하게 유지가 되는 것이네. 잠을 자면서도 눈을 열어놓는다면 눈병에 걸리겠네.”

“그럼 이해가 된 건가?”

“너무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어. 뭐든 또 물으면 답을 하겠지만 여기까지만 할래. 너무 많이 들으면 잊어버릴 수가 있어.”

“실은 밑천도 다 떨어졌어. 하하하~!”

“그래? 그럼 이목구비의 음양은 다 배운 거네? 좋아라~!”

“다음은 손가락을 배워 볼까?”

“손가락? 다섯 개의 손가락에서도 음양을 배울 수가 있나?”

“그야 생각할 나름이지. 홀수와 짝수만 잊지 않았다면 말이야.”

“그것을 왜 잊겠어? 그렇다면 어떻게 봐야 하는 거야? 넷이라면 사상으로 풀면 될지도 모르겠는데 다섯이라서 이건 좀 어렵지 않아?”

“손가락이 다섯이지만 하나는 좀 특별한 곳에 자리하고 있지?”

“아, 엄지손가락을 말하는 거지? 비록 따로 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다섯 개 중에 하나잖아?”

“그래서 관찰이 필요한 거야. 무지(拇指)라고도 부르는 엄지가 하는 일이 다른 네 손가락과 그 기능이 같을까?”

“그야 확실하게 구분이 되네. 그렇다면 엄지는 양(陽)이구나. 그렇지?”

“그래 이젠 알아서 척척이네. 그렇다면 나머지 네 손가락은 음이겠지?”

“맞아, 이것은 홀짝으로 구분을 한단 말이지?”

춘매가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우창이 다시 설명했다.

“옳지, 그러니까 엄지와 네 손가락은 서로 마주 볼 수가 있잖아. 마주 본다면 상대가 된다는 말이기도 한 거야.”

“정말이네. 이런 것은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야.”

“생각도 아는 것이 있어야 하는 거야. 이렇게 알았으면 이제부터라도 생각하면 되지.”

춘매는 서서히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래도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귀를 기울이다가 우창에게 물었다.

“그럼 이제 다 배운 거지?”

“아니, 이제 절반을 배웠네.”

“절반? 그럼 또 뭘 배워야 할 것이 남았다는 거야? 이 손가락에서도?”

“할 수가 있는 것은 다 배워야지 않겠어?”

“뭘 또 배우나? 겨우 다섯 개의 손가락에서 홀짝으로 음양을 배웠으면 된 거잖아?”

“그럴까? 더 찾을 것은 없는지 또 찾아볼까?”

“난 아무리 봐도 못 찾겠는데? 뭘 찾을 수가 있다는 거지?”

“마디.”

“마디? 손가락 마디를 말하는 거야?”

“엄지손가락은 양이라고 했나?”

“그랬어. 홀수라서 양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엄지손가락의 마디는 몇 개야?”

“마디? 그야 두 개네. 두 개면 음이잖아? 방금 엄지손가락은 양이라고 해 놓고서 이건 무슨 뜻이지?”

춘매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우창이 설명했다.

“참 신기하지? 그래서 양중지음(陽中之陰)이라고 하는 거야.”

춘매는 무슨 말인지를 잠시 생각한 후에야 이해가 되었다.

“와우~! 또 한 번 감탄해야 겠네.”

“그렇다면 다시 사상(四象)으로 생각해 볼까? 엄지는 태양으로 보면 되겠고, 엄지의 두 마디는 소음으로 보면 되겠지?”

“그렇겠네. 그렇다면 네 손가락에는 마디도 셋이네. 이것은 양이 되어서 음중지양(陰中之陽)이네? 그러면 소양인 것이 분명하잖아?”

“맞아.”

“얼굴에도 사상이 있고, 손에도 사상이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발견이네. 항상 달고 다니면서도 그런 비밀이 있는 줄은 생각조차도 못했잖아. 정말 오빠는 그런 것을 도대체 어디에서 배운거야?”

“원래 공부는 멀리에서도 하고, 가까이에서도 하는 거야. 그것을 근취저신(近取諸身)이요, 원취저물(遠取諸物)이라고 하지.”

“그 말은 들어봤는데 그런 뜻인 줄은 몰랐어. 멀리서도 찾아야 하고 가까이에서도 찾을 수가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네. 정말 신기해.”

“항상 살피다가 보면 그런 것도 보이는 거니까. 하하하~!”

“몸에서도 찾아야 할 공부꺼리가 무궁무진하구나. 머리와 사지(四肢)도 음양으로 볼 수 있나?”

“어디 살펴봐. 생각해 보면 되지 뭘.”

잠시 생각하던 춘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가만, 그러니까 머리는 홀수이니 양이고, 사지는 짝수니까 음인 것이 맞네. 역시 틀림없어. 그러고 보니까 홀짝으로 볼 수가 있는 음양도 대단히 많구나.”

“몸의 겉에 드러난 것만으로도 이야기가 한 보따리네. 몸 안으로 들어가도 그만큼의 이야기가 있을까?”

“그야 만들면 되지.”

“좀 만들어 봐. 나 오늘 이대로는 잠도 못 자겠어. 호호호~!”

“코가 겉이라면, 코의 속은 무엇일까?”

“아, 그건 알지, 코는 폐와 연결이 되어 있잖아? 그러니까 속은 폐가 되네? 이것은 무슨 음양이야?”

“표리(表裏)로 보는 음양이지. 코에서 물이 흐르면 어디가 탈 난 건가?”

“그야 상한(傷寒)으로 폐에 병이 든 것이지.”

“맞아. 입은 비위(脾胃)의 겉이 되고, 귀는 신장(腎臟)의 겉이 되고, 눈은 간장(肝臟)의 겉이 되는 동시에 심장(心臟)의 겉이 되기도 하지.”

우창이 이렇게 설명하자, 춘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했다.

“어? 오빠는 그것도 아네?”

“음양에 해당하는 것만 알아. 하하~!”

“정말 음양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생각하고 말을 할 것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오늘 처음으로 알았어.”

“혈관(血管)은 어때?”

“혈관? 동맥(動脈)과 정맥(整脈)을 말하는 거야?”

“그렇지. 음양을 어떻게 나눌 수가 있어?”

“그야 심장에서 나가는 혈관은 동맥이고, 들어오는 혈관은 정맥이잖아.”

“맞아.”

“이것은 무슨 음양이라고 해야 하지?”

“동정(動靜).”

“아, 움직이는 것과 가만히 있는 것으로도 짝이 되는구나. 정말 신기한 것이 왜 이렇게 많지?”

“동맥은 움직이고 정맥은 힘이 떨어져서 밀려서 심장으로 들어오니까 음이 되는 것이겠지?”

“맞아. 오빠가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나도 그렇게 배웠으니까.”

우창은 이렇게 설명하다가 문득 자원이 떠올랐다. 인연의 고리는 항상 어딘가에서 문고리를 만들어두고 있는가 싶었다. 자원에게도 음양의 이야기를 해 주면서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라서였다. 같은 이야기를 해주지만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달라지면 내용도 달라진다는 이치를 느끼면서 반연(絆緣)을 떠올려 봤다. 그러자, 세상의 온갖 이치를 두루 많이도 알고 있는 고월도 생각이 났다. 무엇이든 열심히 궁리하고 설명하는 그의 열정어린 눈길도 미소를 짓게 했다. 인연의 얽힘이란 이렇게 문득 떠오를 때 미소를 짓는 인연과, 주름을 짓는 인연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봤다. 이것도 또한 음양의 이치려니 싶기도 했다. 춘매가 질문을 던지는 바람에 우창은 지나친 인연의 추억에서 얼른 빠져나왔다.

“오빠~!”

“응? 왜?”

“무슨 생각을 그리도 골똘히 하는 거야? 또 무슨 이야기를 해주려고 그러는지 말을 해 줘야 내가 배울 수가 있잖아.”

“아, 그건 내가 몸에 대한 이야기만 하니까 음양의 공부에 몸만 논하면 되는 것으로 알까봐 걱정했지.”

우창은 얼른 둘러댔다. 그러자 춘매가 덥석 물고 늘어진다.

“그럼 몸 말고 또 무엇이 있어?”

“마음도 있잖아.”

“아, 마음이 있었구나. 맞아. 그럼 몸과 마음을 놓고 음양으로 봐야지. 몸은 보이고 마음은 보이지 않으니까 몸은 양이고 마음은 음이네.”

“가능한 관법이네.”

“이건 무슨 관법인 거야?”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으로 나눈다면 명암(明暗)이 되겠네.”

“아, 명암으로도 음양을 보는 것이 있었구나. 그렇다면 대충 살펴본 것 같은데?”

“아니, 과연 몸과 마음을 명암으로 관찰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도 생각해 봐야 마무리가 된 거야. 그렇게 간단하게 넘어가도 되지만 우리의 공부는 다시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살펴봐야 안목(眼目)이 깊어지잖아?”

“그래? 오빠는 내 답이 맘에 안 들었구나. 그렇지? 호호~!”

“하하하~! 다른 관점으로 살펴볼 수가 있다는 뜻이야.”

“그렇구나. 어떻게 봐야하는 거지? 난 모르겠는데.....”

“체용(體用)~!”

“체용으로 보라고? 그럼 몸이 체(體)가 되고 마음은 용(用)이 되겠네?”

“왜?”

“그야 신체(身體)이고, 용심(用心)이니까 그렇지.”

“와~! 기묘하게 설득력이 있는 답이네. 하하하~!”

“뭐야? 기묘하다는 것은 답이 아니라는 거잖아?”

“누이의 눈치는 나날이 발전하는데 그만큼 학문도 발전하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겠지? 하하하~!”

춘매는 우창의 표정에서 아직 만족스러운 답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읽고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생각했다.

“내 말이 미흡하다면 반대로 뒤집어서 생각해 볼까?”

“어디 궁리해봐.”

“그렇다면 마음이 체(體)가 되고, 몸이 용(用)이 되는 건가?”

“이건 순전히 눈치로 때려잡은 거야?”

“어떡해 그럼? 생각이 미치지 못하니까 눈치로라도 찾아봐야지. 호호~!”

“맞아. 눈치도 실력인 거야. 하하하~!”

“마음이 몸의 주인인가?”

“그렇지.”

“마음이 무엇을 하고자하면 몸이 따르니까?”

“옳지~!”

“아하~! 그래서 체가 있어 용을 쓰는 것이었구나. 맞아?”

“이제 누이가 감을 잡았구나. 축하하네. 하하하~!”

“맨날 써먹으면서 이러한 것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네. 참내~!”

“누구나 그런 거야. 이렇게 일 없는 선비들이나 그런 것을 궁리하면서 즐기는 것이지. 하하~!”

“그런데 주인에 해당하는 마음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할 것이 맍지 싶은데?”

“물론 많아도 아주 많지.”

“오늘은 너무 많이 배웠으니까, 여기까지만 하고 내일 염재가 오거든 그 이야기도 들려줘.”

“이제 누이의 공부에 탄력이 붙었구나. 좋은 일이네. 하하~!”

“오빠의 지혜를 빨아들여야 나도 바보를 면할 거잖아. 그러니까 게으를 틈이 없단 말이야. 순간마다 얼마나 소중하고 또 짜릿한지 몰라. 맛있는 저녁을 준비할 테니까 그동안이라도 좀 쉬어.”

“그래.”

우창은 춘매가 나가고 조용해지자 또 오늘의 이야기 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간단하게 기록을 했다. 물론 기록이라고 해봐야 자신만 알아보는 것이긴 했지만, 언젠가 생각이 나서 펼쳐보면 당시에 이야기를 나눴거나 생각했던 모습들이 알알이 떠오르기 때문에 틈만 나면 그러한 것을 문자에 잡아두려고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