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순례⑫ 경희궁(慶熙宮)
작성일
2019-05-0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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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순례⑫ 경희궁(慶熙宮)
덕수궁에서 서둘러 택시를 탔다.
낭월 : 경희궁 앞에 부탁합니다.
기사 : 경희궁이라....
낭월 : ......(잠잠..)
기사 : 택시를 오래 했습니다만 경희궁 가자는 분은 첨입니다.
낭월 : 그렇습니까? (왠지 불길한 느낌이 살살...)
기사 : 지나다니면서 경희궁이라는 이름이 붙은 아파트는 봤어요.
낭월 : 경찰박물관 부근으로 나오네요.
기사 : 하여튼 지나다가 본 곳으로 가보겠습니다.
낭월 : 그러세요.(설마 경희궁의아침이면 그 부근이겠거니...)
기사 : 경희궁도 고궁입니까?
낭월 : 조선의 오대고궁이라고 해서 가보려고요.
기사 : 그런데 왜 사람들이 가지 않는지 모르겠네요.
잠시 후..... 경희궁의아침 아파트 앞 도착.
기사 : 여기를 봤었거든요. 근데 경희궁은 안 보이네요.
낭월 : 조금 전에 온 길을 도로 나가서 조금 더 직진합시다.
기사 : 그러면 되겠습니까?
낭월 : 그러면 되지 싶습니다.
그렇게 해서 비로소 경희궁의 입구가 보이는 입간판을 발견했다.
이렇게 해서 일단 목적지인 경희궁 입구에 도착했다. 그럼 되었지 뭘. 아무도 찾지 않는 경희궁도 찾아보는 겨. 그나저나 휑뎅그렁한 터전만 있는거 아녀.....
일단 정문으로 가보자. 저 앞에 뭔가 보인다.
옳지~!
흥화문(興化門)이구나! 일단 맘에 든다. 왜냐하면 덕수궁에서 잃어버렸던 '화(化)'자 돌림을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조선의 궁이 맞네~~~!!!
경희궁지(慶熙宮地)란다. 경희궁도 아니고.... 그러니까 복원이랄 것이 없을 정도로 파손이 많이 된 상태의 경희궁 터라는 것으로 생각하고 기대는 하지 말라는 의미로 접수하자.
터도 축소되었다는데 그나마도 전각은 한 곳에 모여있구나.
꽃다발이 환영한다. 팬지면 워뗘.
찾아오는 이도 없는 궁의 문앞에서 자신의 몫을 다 하려는 듯이... 애처롭기조차 하다.
그래, 흥성(興盛)하라는 흥화문인데 어쩜 이렇게도 폐허가 되어버렸던고....
뭐가 나올 것이 있기는 한 걸까 싶은 숲길을 걷는 기분....
저만치에 뭔가 나타나니 그나마 참으로 반갑다. 고궁을 찾아가는 기분이... 이게... 아닌데....
마당도 넓기만 하다.
한 채의 건물이 나타났다.
안내문이라도 살펴보고 들어가자..
소유권이 조선총독부로 넘아갔으니 맘대로 훼손했겠구나.....
숭정문(崇政門)이 정문이구나.
숭고한 정치로 백성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뜻이겠거니....
봉황 한 쌍이 아로새겨졌다.
숭정문에 올라서니 품계석이 나타난다. 왕궁이 틀림없군.
숭정문에는 고정쇠(이걸 뭐라고 부르는지 알 수가 있나...)가 줄을 지어 박혀있다. 뭐 볼 것이 없으려니 싶어서 이런 것부터 천천히 살펴보면서 안으로 향한다.
경희궁 안내문도 하나 챙겨보고...
방문자라고 해봐야 우리 일행 세 사람이 전부? 설마.....
연희궁의 정전인 숭정전(崇政殿)이다.
일부는 일본인 사찰에 팔았는데 그것이 동국대학교의 정각원을 짓는 재료로 쓰인 모양이다. 그나마 불타고 없어진 것보다는 나은 건가?
똑 같은 문양으로 보인다.
문앞은 홍살문과 비슷한 물체로 막아 놨다. 역시 찾는 사람이 없으니 그런 티가 난다.
그래도 전각의 명패는 제대로 담아 놓자.
태양과 달을 의미하는 것이 꽂혀있는 용상은 깨끗하다. 아마도 복원을 한 시기가 그리 오래지 않은 까닭이지 않을까 싶다.
덕수궁의 중화전보다는 훨씬 깨끗하군.
오히려 너무 때가 묻지 않아서... 방금 가구점에서 가져다 놓은 것도 같고....
내려다 봐도 우리 식구들 뿐이다. 아니다, 언뜻 지나가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맞지? 참....
그래도 드므는 이중으로 설치해 뒀구나.
숭정전을 끼고 뒤로 돌아가는 길이 있다.
돌아가니 바로 자정문(資政門)이 나타난다.
자정문.....
경희궁의 편전이었군...
조용하니까 관람객들이 화면에 걸리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구나...
맘대로 휘젓고 다녀도 걸리는 것이 없다니....
오죽하면.... 여기에 민들레꽃이...
복원도 하느라고 수고를 한 모양이다.
뒷뜰의 모습은 다른 궁궐과 비슷하다.
이런 곳도 있었구나.
바위아래 샘에 물을 먹으러 왔던 까치와 비둘기....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비둘기가 심심했는지...
까치에게 조촘조촘 다가가 본다.
이렇게 해서 서로는 친구가 되었다나 어쨌다나.... ㅎㅎㅎ
앗, 다른 관람객도 있었다. 연지님이 바위에 올라기는 것을 보고 낭월은 태령전으로 향했는데 바위굴에서 동영상을 찍었다고 보여 준다.
제대로 멋진 장면을 얻었구먼. 잘 했어~~!!
태령전으로 가는 길이 정면이 아니군.
태령문이 열려 있었나? 그랬다면 정면으로도 올라올 수가 있었겠는데....
어느 사찰의 대웅전과도 같은 느낌이다.
영조의 어진을 보관했었구나. 영조는 여러 일들도 많이 했겠지만 그래도 기억하는 것은 사도세자에 대한 인연이라고 해야 하지 싶다. 원래 그런 것만 기억하는 것이 대중이기도 하다.
태령전을 지키고 있는 외로운 족자...
영조임금이다.
과거의 사연들을 가슴에 묻고서....
그렇게 한세상 누리다가 떠나갔다. 여기에서 어진을 보관했었다는 인연으로 이렇게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계시는 구나.
그렇게 둘러보고서는 다시 걸음을 돌렸다.
더 볼 것이 없나.... 하고 기와의 막새도 보고....
전각의 바닥에 깔린 돌에다가도 눈길을 한 번 준다.
이제 목적은 모두 달성했다. 다음 목적지는 계룡산의 편안한 내 집이다.
용산역에 오랜만에 왔구나.....
일껏 일본침략의 흔적들을 생각하다가 용산역에 도착했는데....
왕궁의 이야기만이 아니고 민중의 이야기이기도 했던 일제강점기....
산천을 타려고 예약했더니 저녁 6시 35분에 발차하는 시간표가 맞아떨어졌다. 1시간도 남지 않은 시간이군. 잠시 빵 한 조각으로 휴식을 취한다.
흔히 보는 영감할매의 모습이로군. ㅋㅋㅋㅋ
역사의 넓은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도 보고...
음양을 맞춘 조형물의 애교도 보다가...
열차 시간에 맞춰서 차에 올랐다. 공주역에 내려보는 것도 처음이로군. 이렇게 해서 1박2일의 고궁나들이는 무사히 마무리 지었다.
고궁을 둘러보면서 조선왕조의 편린들이나마 잠시 생각해 본 것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지 싶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젠가 사 뒀던 조산왕조실록을 찾아서 펴 들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계기가 되어야 손이 가는 책도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ㅎㅎ
옛 모습은 언젠가 다시 재연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온고지신으로 오늘의 행복을 더욱 절절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이기에 여행은 항상 유익함으로 마무리 하게 되는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