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 모처럼 영화 속에 빠져든 그래비티(gravity) 한 편

작성일
2013-11-02 06:54
조회
3895
 
[611] 모처럼 영화 속에 빠져든 그래비티(gravity) 한 편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그래 안캐도 낭월인줄 다 아신다구요? 물론 그러시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작은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로 하게 되네요. 왜 그런가를 생각해 보니까 이제부터 쓸 글은 낭월의 글이 분명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글이라는 것이 생명은 없지만 읽는 독자들이  생명력을 부여해서 이러저리 돌아다니게 되는데 그러한 경우에 이 머릿말이 없을 경우에는 한 동안 혼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깊이 들어갔나요? 원래 낭월은 장~ 그렇습니다. 하하~
 
  며칠 전부터 금휘가 영화를 보러 가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그래서 뭔 영화인지는 몰라도 망중한이라고, 잠시 영화 속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공주로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대전으로 가야 한다는군요. 그것도 세이백화점에 있는 씨지브이로 가야 한답니다. 그야 뭐 아무렇거나 상관이 없겠거니 하고 어제 오전에 화인과 셋이 집을 나섰습니다. 마침 연지님은 집에 할 일도 많고 하니까 갔다 오라고 하더군요.
 
  영화 제목도 뭐라고 하긴 했는데 들어도 모르겠더군요. 영화가 다 끝난 다음에 나오면서 금휘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비티가 뭔 뜻이냐고요. 그랬더니 중력이라더군요. 원 진작에 물어 볼 껄 싶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혹시라도 영화를 보러 갈 마음이 있으신 벗님은 보고 나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미리 이 글을 통해서 정보를 얻은 다음에 김빠진 맥주의 느낌이 되시는 것은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전혀 이 영화를 볼 생각이 없다고 할 경우에만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영화를 보신 다음이라면 나쁠 것이 없지 싶습니다.
 
  동영상 자료가 있나 찾아보고 연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예고편을 찾아봤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예고편을 보면 더 재미있는 것은 왜일까요? 출연하는 사람은 단 두 사람 뿐입니다. 남자와 여자, 그렇군요. 우주에서도 음양은 필요하다고 해야 할지..... 설국열차에서도 마지막에 설산에 내려진 사람이 사내아이와 계집아이였는데..... 여하튼.
 
  여자배우는 나중에 보니까 산드라 블록이라는군요. 이름은 들어 본 것 같은데 얼굴은 비비안 리 이후로는 통 알아 보는 배우가 없습니다. 그래서 항상 처음 보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은 좋은 효과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애초에 사람의 얼굴을 인지하는 능력이 부족한 낭월인가 싶기도 하네요. 방문한 손님조차도 다음 달에 찾아와서 아는 채를 해도 여전히 못 알아 보니 말이지요. 하하~
 
        
           
  허공(虛空)................

  창공(蒼空)................
  태공(太空)................
  천공(天空)................
 
  모두 왠지 모르게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는 용어들입니다. 어쩌면 아마도 원래의 고향이 그 어딘가에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 사진을 찍다가도 문득 하늘을 바라보고 셔터를 누르기도 합니다. 이 영화가 바로 허공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보니까 새로운 감회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금휘가 '아마 아버지께서도 좋아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하더니만 과연 낭월의 마음을 잘 읽은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우주선에서 일어나는 것이지만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은 묘한 느낌이 있네요. 마치 자신이 어딘가에서 홀로 머무르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지요.
 
        

 
  빛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깜깜한 암흑천지에서 홀로 놓여진 느낌...... 뭐 어쩌겠어요? 그야말로 무중력의 상태에서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는 절박한 순간에서 산소가 다 되어 간다는 정보만 알고 있을 적에 그 느낌은 어떨지...... 
 
  그리고 저 암흑의 우주를 자신의 내면으로 옮겨놓고 생각해 보면 새로운 정신세계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어둠에 갇힌 채로 빛을 찾아서 방황하는 것이 철학자인 것은 아닐까요? 빛을 만나면 순식간에 모든 암흑이 사라지고 광명천지에 동참을 하겠지만 그 이전까지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세상을 그렇게 헤매면서 밝은 이를 찾아다니는 순례자일 것입니다.
 
                                           

  혼자서 열연하는 배우로 인해서 허공을 함께 누빌 수가 있었으니 영화가 진행되는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 버렸습니다. 처음에는 4DX 3D라는 말과 함께 18,000원이라는 거금의 영화관람료가 조금은 의아했습니다만 막상 영화를 보니까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예전에 엑스포에서 봤던 영화처럼 의자가 전후좌우로 움직이고 상하로도 움직이면서 화면과 호흡을 같이 하는 것이 상당한 수준급이었던 것이지요. 더구나 화면에서 가스파이프가 터지니까 갑자기 바람이 뿜어지면서 냄새도 나고 우주선이 충돌되면 의자도 같이 요동을 치니 노약자는 멀미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보니까 오랜만에 입체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흐릿한 화질이 맘에 안 들어서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으니까 기술적으로도 대단한 발전을 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우주선의 작업 도중에 러시아의 위성의 폭발과정에서 일어난 잔해들로 인해서 사건은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우주쓰레기라는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서 언젠가는 실제로 큰 위험에 빠질 수 있겠다는 현실감이 팍~ 들어오더군요. 여기에 대한 평을 한 동영상이 있어서 링크합니다.
 
                         
 
  여하튼 돌발사고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진행되는 과정에서 실제로 우주에서 이 영화를 찍은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정교한 작업이 있었다는 말이겠지요.
 
  그런데 이야기를 보면서 제목이 왜 중력(重力)이 되어야 했는지에 대해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97%는 무중력에서 삶을 위해서 노력하는 장면 뿐이거든요. 오히려 주요 내용만 놓고 생각해 본다면 무중력(gravity-free)이라고 해야 더 어울릴 제목이었는데 말이지요. 이렇게 의아한 제목의 의미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야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무중력이 아니라 중력인 이유를 말이지요.

 
       
 
  이야기의 진행을 보면서 중국측에서 상당한 자금을 지원했거나 어떤 형태로든 개입을 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살짝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지구로 돌아오는 방법으로 중국의 우주정거장인 천공(天空)호에서 우주선인 신주(神舟)를 타고 귀환하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어떠세요? 이 자유로운 무중력의 모습에서 흡사 모태에서 태어나기를 준비하고 있는 아기의 장면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지 않은가요? 더구나 탯줄처럼 보이는 것도 있으니 금상첨화군요. 영화의 한 장면이라기 보다는 작품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그림입니다. 그러고보니 잠시라도 줄을 떠날 수가 없었군요. 인연의 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인연의 끈끈한 줄로 얽혀있으니 말이지요.
 
                     
 
  그러니까 그 인연의 끝이 끊어지게 되면 순식간에 생존의 길도 끊어지게 된다는 것으로 인해서 끝을 놓을 수가 없는 장면들이 시종일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노래부르는 현철씨가 세가닥의 거미줄에 걸린 줄도 모르고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했던가 싶습니다. 이것을 비약적으로 확대하면 물리학자의 미래 과제인 슈퍼끈에게도 도달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탈출하려는데 낙하산 줄에 걸려서 버리둥거리는 것을 보면서는 번뇌의 사슬을 떠올렸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사실을 끊고 나간다는 것은 참 쉽지 않거든요. 그리고 그러한 것을 모두 끊었다면 비로소 '팔자(八字)를 벗어났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이렇게 발목을 잡고 늘어지면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는 것이 인생이잖아요. 그러한 것을 느낄 때가 될 쯤이면...... 아마도 인생 50 고개는 넘어갔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물론 때로는 스스로 그 끈을 놓아버릴 때도 있습니다. 삶이 너무 힘이 들거나, 혹은 자신이 끈을 놓음으로해서 상대방을 살릴 수가 있을 경우에도 쉽지는 않지만 그렇게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장면도 바로 그 직전에 상대방에게 살아나기를 격려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는 놓아버리고 우주 저쪽으로 흘러가버립니다. 물론 또 다른 어느 별에 도착하리라고 봅니다.

    
 
  그녀가 신주 호에서 장치들을 조작하면서 중얼거립니다. '소문은 들었지만.... 아닐거야...'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순간 느낌이 오더군요. '음.... 중국산의 불량품을 꼬집는 말이군..' 이렇게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에도 싸루려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감을 살짝 담아보는 센스~
 


  그리고 살아서 돌아올 유일한 방법은 이 신주호를 타는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함에서 중국에서 밀어닥치는 경제력의 무지막지한 힘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불량품이라도 어쩔 수가 없이 목숨을 맡기고 이용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중국에서 지원을 받았더라도 미국인의 자존심을 지켜보겠다는 느낌도 조금 들었습니다. 어쩌면 혼자 생각일 수도.....
 
 도저히 귀환을 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을 하게 되자 차라리 얼른 숨을 거두는게 낫다고 생각했을까요? 산소공급버튼을 꺼버리는 동작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생각을 해 보니까 바로 그 장면은 산소를 끄고 다음 생으로 넘어가려고 했던 모양이네요. 그러한 모습에서 인간은 죽을 준비를 할 수도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절처봉생(絶處逢生)은 여기에서도 작용을 하는군요.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몽롱~할 저음에 갑자기 우주선의 출입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어렴풋하게 듣는 듯 싶더니만 밖에서 문이 열리면서 주로 흘러가버린 남자가 돌아온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주유영의 신기록을 세웠다고 좋아하는 것을 보니 그것이 바로 천진부처가 아니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연료가 떨어진 우주선에서 착륙장치를 응용하여 발사하는 힌트를 줄 적에는 이게 무슨 뜻인가 싶어서 얼떨떨 했습니다. 그런데 여주인공이 잠시 혼란 속에서 착각을 한 것으로 처리되는 것을 보면서 여전히 영혼에 대한 의미도 생각해 본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혼자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고 느끼는 것도 필요하다는 암시는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 대상이 신적(神的)이든 죽은 가족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주변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내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삶의 여정에서 이러한 생각은 수시로 들기도 하네요. 믿거나 말거나 관계없이 우리의 감각세계의 밖에는 또 하나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영화에서 그 정신없는 순간에도 짚어보고 있다는 것이 재미를 더해 줬습니다.

  여하튼 영감이든 계시든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힌트를 얻어서 시동을 걸고 목적한 일을 진행시킬 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비록 중국제이지만 목숨을 구해 줄 신주호에서 최선을 다 해야 하는 것이 유일무이한 선택이었고 그것은 성공을 하게 되었습니다.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호수에 안착을 했습니다. 아마도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오는 길은 반드시 물로 이어져야 하겠지요? 이것은 모태에서 물과 함께 있다가 출산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1水에서 만물이 시작된다고 한 이로은 현대의 우주과학에서도 그대로 유효하다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그리고 물 속의 환경은 우주의 무중력 환경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마참내 땅을 딛고 일어서려고 하는 순간~~!!!
 
  무중력에 길들여진 몸이 갑자기 중력을 느낍니다. 몸이 천만근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이지요. 문득 땅에 돌아왔다는 느낌을 얻게 되는 순간이네요. 이때의 표정이 참 그럴싸 했습니다. 과연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거대한 자석덩어리인 지구가 얼마나 안전한지를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중력이 없다면 잠시도 안전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을 해 보면서 말이지요.
 
    
 
  이렇게 해서 잠시 즐거운 우주의 나들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혹 관심이 생기셨다면 한 번 쯤은 보셔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13년 11월 2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