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편인의 단독성분(單獨成分)

작성일
2007-08-2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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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인은 신비적(神秘的)인 부분에 흥미가 무척 많은 성분이다. 그래서 편인이 있으면 도학(道學)이나 철학(哲學), 혹은 불학(佛學) 등에 관심을 두게 되고, 기회가 오면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자평명리학을 연구하고자 하는 것도 이러한 성분이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단지 22개의 간지(干支)가 갖는 글자의 의미를 통해서 세상의 이치와 사람의 내면을 관찰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면 이것이야말로 신비로운 영역에 대한 관심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말이다.

편인은 추상적(抽象的)인 부호(符號)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설명이 되지 않는 차원의 직관력(直觀力)을 요구하는 선(禪)의 세계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를 하고 깨달음을 이룰 수 있는 성분이기도 하므로 편인이 있어야 도인(道人)이 될 자질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종교의 성분들은 모두 부호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부호를 사용하는 것과, 편인의 추상적인 성분은 서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편인은 의심(疑心)하는 성분도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신비적인 것에 대한 반대현상이 투영(投影) 된 것이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현상을 믿으면서도 그것이 실제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혹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편인을 갖고 있는 사람은 가장 복잡미묘(複雜微妙)한 심리구조라고도 한다. 편인은 알 수가 없다는 말도 하는데, 또한 믿을 적에는 무슨 일이거나 다 믿다가도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 또 끝없는 의심을 하게 되므로 어느 것이 본래의 마음인지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편인의 의심이 절실하게 필요한 경우가 있다. 세상을 믿을 수가 없을 적에는 늘 편인의 성분을 모든 관계의 앞에다 붙여 놓고 살아야 할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가령 누군가 간단하게 확인만 하면 된다고 하면서 사인과 함께 도장을 찍어 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대로 해 준다면 나중에 나에게 매우 불리한 문서로 둔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편인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소중한 재산이 그 사인과 도장으로 인해서 위태롭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곤란한데 이러한 경우에 편인이 없다면 그냥 속아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또 요즘 전화를 해서 별별 사업을 다 하는데 심지어는 세무서라고 하면서 연말에 낸 세금을 환불해 준다고 하는 말과 함께 주민번호와 통장번호를 묻는 일도 다 있다. 물론 순박하고 선량한 백성은 그 말을 다 믿고 그대로 따른다. 그리고 나타나는 결과는 통장에 남아 있어야 할 은행의 잔고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데 아무리 후회를 해봐야 이미 헛된 일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편인이 있다면 무슨 꿍꿍이로 이러한 일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의심을 하게 된다면 바로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적어도 주민번호와 통장번호를 묻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편인이 발동되어야 할 시대이다.

세상이 믿는 사회가 될수록 편인은 설 자리가 없고, 불신의 사회가 될수록 편인의 존재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어린아이들에게 사람이 찾아오더라도 함부로 문을 열어주면 안 된다는 교육이 사회교육의 첫 번째에 해당한다. 이러한 것을 참고한다면 세상의 상황이 어떠한지를 살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하는 부모인들 그리하고 싶어서 하겠는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니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택배 왔다고 하거나 혹은 전기를 검침하러 왔다고 하면서 문을 열어달라고 한 다음에는 강도로 돌변하여 생명을 보장할 수가 없는 지경에 도달하기도 하니, 미리 교육을 통해서 알려주는 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편인은 냉담(冷淡)한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정인에 비유해서 하는 말도 되는데, 정인이 온화하다고 한다면 편인은 냉담하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자신의 운명이고 팔자인데 돌봐주면 뭘 하겠느냐는 식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냉담하다고 해석을 하게 되는데, 이것도 무덤덤한 것에 비한다면 또한 감정이 들어있는 성분이라고 하겠다. 사실 쌀쌀맞다고 하는 사람의 가슴 속은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정하다고 판단하여 가까이 하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는데 이것도 편인의 한 면이다.

편인은 고독(孤獨)하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냉담한 심성을 갖고 있으므로 사람들과 더불어서 함께 고민하고 위로하는 것들이 모두 의미 없어 보이기 때문에, 차라리 인간계(人間界)를 떠나 산 속에서 홀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잘 어울리지 못하게 되어 점점 고독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이것이 깊어지면 아예 홀로 살아가게 되고, 그러다가 보면 정신적인 세상으로만 몰두하기 때문에 종교적으로 흐르게 되기도 하고, 현묘(玄妙)한 신비의 세계로 연결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성분은 대화의 상대로 영적(靈的)인 부분을 선택할 수도 있으니 자칫하면 정신이 돌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므로 정신병자와 도인의 차이는 백지 한 장이라고 하는 말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의 공통점은 모두 고독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