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 제30장. 정신(精神)/ 3.주체성(主體性)

작성일
2021-08-1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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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 제30장. 정신(精神) 


3. 주체성(主體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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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과 우창이 눈빛을 교환하는 것을 본 춘매가 말했다.

“언니가 스승님과 무엇인가를 의논하신 것 같은데 그게 뭘까? 무엇이든 중요한 의미가 될 테니까 누가 말씀해주셔도 고마울 따름이지만 기왕이면 언니의 말을 더 듣고 싶어요. 아무래도 스승님은 세대 차이가 쪼끔~! 나잖아요. 호호호~!”

그러자 자원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싸부에게 말씀하시라고 했더니 나보고 말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시잖아. 어쩌겠어? 시키면 해야지.”

“내 맘이 그 맘이에요. 언니의 꼼꼼하고도 부드러운 특유의 설명이 귓속을 파고드는 것이 좋거든요. 스승님이 서운하셔도 어쩔 수가 없어요. 호호호~!”

그러자 우창도 말했다.

“나도 자원의 말이 듣기 좋아. 서운할 리가 있어? 하하하~!”

자원이 고맙다는 뜻으로 합장을 하고는 말을 시작했다.

“전생에는 어떤 것을 하고 살았더라도 일단 팔자(八字)의 틀에 들어가게 되면 그 틀의 영향을 받게 될 수밖에 없어. 여기에서는 전생의 업에 대해서도 짐작만 할 따름이지 확실하게 알아낼 방법은 없거든.”

춘매가 자원의 말에 답했다.

“맞아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고 알 수가 있는 것만 공부해도 충분하니까요. 그래서 전생은 신경을 쓰지 말고 사주의 글자에 대해서만 궁리하면 된다는 거잖아요? 그것이야말로 천만다행이네요. 호호호~!”

“그러면 몇 가지의 기본형을 이해하면 될까?”

“그야 물으나 마나 십간(十干)이니까 열 가지의 본성에 대해서 연구하면 되는 거잖아요? 정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호호호~!”

“그렇게 간단한 거야? 잘 생각해 봐. 생각보다 복잡한 것이라는 것을 바로 알게 될 거야.”

“천간이 열 가지인데 더 생각해야 할 것이 있어요?”

“그야 기본적인 것이 그렇다는 이야기잖아. 일지(日支)의 차이를 생각하면 60가지인걸. 호호호~!”

“아, 맞다. 육십갑자(六十甲子)니까 그렇구나. 열 가지가 60가지로 늘어나네요. 만만치 않겠는걸요.”

“그것뿐이라면 물론 감지덕지(感之德之)야.”

“예? 또 뭐가 있어요?”

“월간(月干)에 있는 글자가 끼어들면 이것을 곱하여 열 가지가 되니까 모두 합하면 6백 가지의 각기 다른 구조가 되고, 다시 시간(時干)의 천간도 있으니까 이것을 합하면 6천 가지의 변화(變化)가 일어나잖아?”

“엄머~! 그렇구나. 정말 언니의 말을 듣고 보니까 간단치가 않네요. 여기에 다시 월지(月支)와 시지(時支)를 고려하면.... 이게 얼마나 되는 거죠?”

“아니야.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만두고 단순하게 따져도 6천 가지의 변화가 되잖아. 물론 서로 겹치는 것도 있겠지만 또한 궁(宮)에 따른 의미가 다르니까 생각해 본다면 이 정도가 나온다는 이야긴가?”

“와우~! 정말 대단해요. 그 많은 것을 어떻게 다 이해할 수가 있을까요? 그래서 평생 공부를 해도 다 모른다고 하나 봐요. 그런 것을 보면 스승님이나 언니는 참으로 대단하세요. 그 어려운 공부를 다 깨달으시다니 말이에요.”

춘매는 진심으로 감탄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말했다. 그러자 자원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아니야. 그렇게 따지면 끝도 없이 많으나 그것을 또 줄이면 결국은 기본적인 의미로 열 가지만 알면 나머지는 확대하면서 조금씩 변화하면 되는 거니까 기본형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 맞아. 다만 너무 쉽게 생각해서 열 가지만 알면 된다고 하는 말만 주의하면 된다는 뜻이야. 호호호~!”

그제야 춘매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 제가 너무 경솔하게 말을 해서 언니가 주의하라고 하신 거구나. 잘 알았어요. 기본형부터 공부하면 되겠어요. 설명해 주세요. 호호호~!”

비로소 춘매는 간단하지만 복잡하게 전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한 것을 확인한 자원이 말을 이었다.

“우선 금(金)으로 일간이 된 경우를 생각해 볼까? 일간(日干)이 경(庚)이면 양금(陽金)이고 신(辛)이면 음금(陰金)인데, 음양과 무관하게 금이니까 이러한 사주를 갖고 태어난 주인공은 항상 주체성(主體性)이 강하고 의지력(意志力)도 강해서 남에게 기대거나 남을 불편하게 하려는 마음이 없고 독립적(獨立的)이라고 말을 할 수가 있어.”

“언니, 제가 신금(辛金)이에요. 신축(辛丑)이잖아요. 잘 설명해 주세요. 심한 말씀을 하셔도 괜찮아요. 호호호~!”

“아, 그렇구나. 금으로 태어난 사람은 본바탕이 순수(純粹)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하충 스승님의 말씀이셔. 복잡한 계교(計巧)를 부려서 사람들로하여금 곤경에 처하도록 하지 않는 면이 있다고 하셨으니까.”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실로 저도 스스로 살아보려고 아등바등 노력은 하지만 남을 불편하게 해서 내가 이익을 보려고 하는 마음은 없는 것으로 생각이 되어요. 그것이 금이라서 그런가 봐요. 그나마 다행이네요. 호호호~!”

춘매는 자원이 금의 본성을 좋게 말하자 기분이 좋아져서 자기가 느끼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말했다. 자랑이라고 할 것은 아니지만 모두의 공부를 위해서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순박한 본성이기도 했다.

“다만, 음양에 의한 차이가 있으니까 그것이 드러나게 되는 것을 관찰하면 또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나는 거야.”

“듣고 싶어요. 오행은 금이지만 음양의 차이에 따른 변화는 어떻게 나타나는 걸까요?”

그러자 자원이 한바퀴 둘러 본 다음에 그 아치에 대해서 천천히 설명했다.

“음양(陰陽)의 표리(表裏)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겉과 속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야 알죠. 겉으로 드러난 것은 표(表)가 되고, 속에 있는 것이 리(裏)가 되잖아요. 가령 코는 금(金)의 표(表)이고, 폐(肺)는 금의 리(裏)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춘매가 정확히 말하자 오광과 염재 그리고 안산은 준비한 공책(空冊)에 나름대로 요약을 해서 열심히 적었다. 하나라도 놓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것을 자원도 알기 때문에 천천히 설명하려고 애쓰는 것이기도 했다. 다들 적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자, 오광이 생각해 볼까? 겉에 있는 코가 양이고 속에 있는 폐가 음이라는 것은 알겠지?”

“예, 잘 이해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 볼까? 코는 폐를 생각할까? 아니면 코만을 생각할까?”

자원의 물음에 오광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코는 안에서 어떻게 폐가 잘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코가 코를 생각하는 것은 코가 막히거나 해서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경우뿐이겠습니다.”

“맞아, 그래서 경금(庚金)은 밖으로 향할까? 안으로 향할까?”

“아하, 경금이 양금이라고 하셨으니까 안으로 향하고, 신금(辛金)은 음금이라고 하셨으니까 밖으로 향하겠습니다. 이러한 것도 하충 스승님의 가르침입니까?”

“아니, 이것은 우창 싸부의 가르침이야. 하충 스승님이 말씀하지 않으신 것을 스스로 찾아서 깊이를 더하신 거야.”

“와~! 참으로 대단하신 스승님이세요.”

그러자 염재도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던지 말했다.

“스승님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만, 자로(子路)가 공부하다가 힘들었던가 봅니다. 그래서 스승이신 공자님께 물었습니다. ‘스승님은 공부하실 필요가 없지요?’라고 말이지요. 그러니까 공자께서는 ‘군자(君子)는 항상 배움에 게으르지않느니라.’라고 답을 하셨더랍니다. 그러자 자로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한 말입니다.”

그러자 춘매가 궁금해서 물었다.

“뭐라고 했기에 꼭 내 맘 같았나 보네. 호호호~!”

“자로가 말하기를 ‘종남산에 있는 대나무는[南山有竹] 나면서부터 꼿꼿해서 굽지를 않으니[不柔自直] 잘라서 화살로 쓴다면[斬而用之] 물소의 가죽도 뚫을 것이니[達乎犀革] 이와같이 세상의 이치를 모두 통달하신 스승님이야 배울 것이 있겠습니까?[以此言之 何學之有] 안 그렇습니까?’라고 했더랍니다.”

춘매가 손뼉을 쳤다.

‘짝짝짝~!’

그러면서 말했다.

“내 말이~! 자로의 말이 딱 내 맘이네. 스승님은 공부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계시는데 뭐하러 공부하신다고 책을 보시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 호호호~!”

“자로가 이렇게 말하자 공자님께서 답을 하셨습니다. ‘네가 모르는 말이니라, 대나무의 뒤쪽 끝에다가는 깃털을 달고[括而羽之] 앞에다가는 쇠로 화살촉을 만들어서 쏜다면[鏃而礪之] 그 화살을 쏘아서 맞았을 적에 또한 더욱 깊이 파고 들어가지 않겠느냐?[其入之不亦深乎] 그러니 어찌 군자라고 해서 배움에 게을리 할수가 있겠느냐’라고 하셨더랍니다. 스승님께서 하충 스승님의 가르침을 더욱 연마하여 새로운 이론으로 그 깊이를 더하시니 공자님의 말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춘매가 다시 말했다.

“정말이네. 그래서 스승님도 항상 공부하시는 것을 몰랐구나. 그러니 나는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 할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네. 호호호~!”

그러자 우창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것이 아니네. 내가 짧은 소견으로 약간 얻은 것은 모두 하충 스승님의 가르침에서 부스러기를 주운 것에 불과하다네. 그분의 가르침은 태양과 같은데 반딧불이와 같은 내 궁리로 어찌 비교나 할 수가 있겠는가. 행여 그런 생각은 하지 말게나. 하하하~!”

이렇게 말하자 모두 마음에 그 말을 새겼다. 남을 가르치는 자의 모범을 이렇게 배우고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자원이 다시 춘매에게 말했다.

“실로 싸부의 궁리는 이미 하충 스승님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으나 저렇게 말씀하시니까 그냥 그렇겠거니 하면 되는 거야. 겸손하신 것을 탓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호호호~!”

“아, 알았어요. 언니의 말씀에 공감을 했어요. 호호호~!”

두 여인은 무엇이 즐거운지 그렇게 한바탕 웃음을 나눈 다음에 다시 자원의 말이 이어졌다.

“경(庚)은 양이므로 밖에 있으니까 그가 향할 곳은 안이 되는 것이고, 그 안을 향한다는 것은 성품(性品)도 자성(自省)하고 반성(反省)하면서 되새김질을 하는 성향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지.”

“와우~! 음양의 이치가 음극양생(陰極陽生)하고, 양극음생(陽極陰生)한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구석구석에서 그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언니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왜 오행음양(五行陰陽)이고, 음양오행(陰陽五行)인지 명료(明瞭)하게 이해가 되네요. 정말 멋진 말씀이에요.”

자원은 춘매가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그 수준에 맞춰서 설명하느라고 나름대로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정작 춘매는 그러한 것은 알 수가 없으니까 자신의 수준에 이해가 잘 된다는 것만 생각하고서 기뻐하는 것을 보니까 원하는 대로 공부가 잘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안도했다.

“그래서 경금을 일간으로 갖고 태어난 영혼은 성향(性向)도 내성적(內省的)인 면으로 나타나게 되는 거야. 그렇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전생에 방랑하던 영혼이 내성적인 그릇을 만나서 그에 어울리는 형태로 살아가려면 아마도 답답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해 보는 거야. 다만 이것은 혼자의 생각일 뿐이고 확인을 하거나 경(庚)으로 태어난 사람이 모두 그와 같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혼자 생각에는 ‘비록 사주에 드러난 것은 경(庚)이지만 실제로 나타나는 현상은 다 같은 경(庚)은 아니겠지’라고 여기고 있을 따름이야.”

“와, 정말이네요. 신(辛)이라고 해서 다 같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볼 수가 있는 장면이기도 해요. 그것이 6천 가지의 변화 이외에 이해할 수가 없는 또 하나의 현상(現象)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하나의 가능성으로 남겨놔야 하겠네요. 그것을 풀이할 사람은 숙명통(宿命通)을 얻은 이만이 확연하게 읽을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맞아, 오늘 동생이 어쩐 일로 이렇게 차분하게 이해를 하고 있는지 난 그것도 신기해. 호호호~!”

“에구 참 언니도, 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집중하지 않을 수가 없죠. 그리고 다른 이야기에도 이렇게 집중한단 말이에요. 호호호~!”

“그렇긴 하지. 여하튼 공부는 집중하지 않으면 깨달음으로 통하는 껍질은 깨지지 않으니까 계속 그렇게만 하면 돼.”

“알았어요. 더욱 노력할 거에요. 호호호~!”

“신(辛)은 안에 있어. 실로 폐(肺)는 음금(陰金)이니까 신(辛)이 되고, 대장(大腸)은 양금(陽金)이니까 경(庚)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의자(醫者)들이 생각하는 오행이고, 명자(命者)가 생각하는 것은 폐는 안에 있으므로 밖에 관심(觀心)을 둔다는 것만을 생각할 따름이야. 코는 공기가 안으로 잘 들어가고 있는지를 생각하지만 폐는 밖의 공기가 어떤지에 대해서 관심을 둔다고 보면 되겠네.”

“몸에 비유하니까 우둔한 저도 이해가 잘 되네요. 알겠어요. 그래서 신(辛)은 외향적(外向的)인 성향을 띤다는 말씀이죠? 그런데 그사이에 선입견이 생겼나 봐요. 신(辛)은 음금이라서 내성적이고 경(庚)은 양금이라서 외향적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단 말이에요. 호호호~!”

“일반적인 음양은 그것이 맞아. 다만 그곳에서 다시 한번 번신(翻身)하면 이와 같은 은밀(隱密)한 이치가 그 안에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 이것이야말로 싸부의 심혈(心血)에서 얻어진 결정체(結晶體)라고 할 수가 있는 거야. 그냥 지나치기 쉬운 영역(領域)이고 그래서 나도 싸부를 존경하고 있는 거야.”

“아, 그렇구나. 정말 저는 복도 많아요. 호호호~!”

“신(辛)은 안에 있기때문에 항상 밖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 그리고 이러한 이치는 다른 음간(陰干)인 을정기계(乙丁己癸)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이해하면 덤으로 얻는 이치라고 할 수가 있겠지?”

“알았어요. 언니의 가르침은 하나를 가르치면서 둘을 깨닫게 만드시니 참으로 지도자(指導者)의 능력이라고 봐야 하겠어요. 그러니까 양간(陽干)에 해당하는 갑병무임(甲丙戊壬)도 내성적(內省的)인 면이 있을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는 뜻이잖아요? 호호호~!”

“옳지, 잘 궁리한 거야. 그리고 안팎과 무관하게 모두 주체적인 사유(思惟)를 하고 있다는 것이야. 그래서 누가 뭐라고 한다고 해서 쉽사리 휩쓸리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도 금(金)의 특성이라고 알아두면 되겠네.”

“정말 오묘하면서도 일관성(一貫性)이 있어서 이해하기에 좋아요. 경신금(庚辛金)으로 태어난 사람에게는 남의 의견을 들으면서도 자신의 주체와 비교해서 판단할 뿐이고 무조건으로 따르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맞아. 그것이 금(金)의 일간으로 들어간 영혼이 얻게 되는 최초의 현상이라고 해야 하겠지. 그리고 아름다운 일이기도 해. 자신의 주체가 없는 사람과 비교를 한다면 신뢰감(信賴感)이 있으니까 말이야. 그 사람이기에 그와 같다는 기준이 만들어지는 까닭이지. 만약에 종잡을 수가 없는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면 어떻겠어?”

“그렇게 된다면 말을 하면서도 과연 저 사람이 하는 말을 믿어도 좋을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될 수도 있겠어요.”

“그래서 오상(五常)으로는 의상(義常)에 해당하는 거야.”

“예? 의상이라니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의(義)를 말씀하신 건가요?”

그라자 자원이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

“왜? 처음 듣는 말이라서 의아하지? 호호호~!”

“당연하죠. 의(義)는 오행으로는 금(金)에 해당하잖아요? 그것을 경신(庚辛)과 연결시켜서 생각할 줄은 생각지 못했으니까요. 좀 더 설명을 해 주세요.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아요.”

“아, 그렇구나. 의(義)에는 어떤 글자가 보여?”

“의에는 양(羊)과 아(我)가 보여요. 어? 이 아(我)가 자아(自我)인가요?”

“왜 아니겠어? 오행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생각해 보면 서로 어떻게든 연관(聯關)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궁리를 하다가 보니까 그런 것조차도 자연스럽게 드러나더란 말이야.”

“와~! 정말 놀라워요. 언니의 말씀이 아니었더라면 서로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생각없이 그냥 넘겼을 거에요. 실로 오상(五常)도 심리적인 것이었는데 말이에요. 정말 모든 이치를 한 줄에 꿴다는 것이 얼마나 통쾌(痛快)한 일인지는 깨달아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는 세계인 것이 맞네요. 정말 신기해요.”

춘매가 공부의 맛을 제대로 알아가고 있는 것을 본 우창은 즐겁고도 고마웠다. 나름대로 얻어먹고 사느라고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만 한다면 그러한 마음은 내려놓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렇지만 잠자코 있었다. 자원이 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원의 말이 이어졌다.

“양(羊)은 염소를 생각하면 안 되는 거야. 염소가 아니라 상서(祥瑞)롭다는 의미로 쓴 것이기 때문이지. 그야말로 손가락만 보고 있으면 안 된단 말이야. 호호호~!”

자원이 손가락이라고 하자 조금 전에 나눈 이야기가 떠올라서 춘매도 웃었다. 자칫하면 ‘내가[我] 양이다[羊].’라고 생각을 할 뻔했는데 미리 자원이 그것을 눈치채고는 재빨리 그 함정에서 빠져나오게 도와준 것이 고마웠다.

“역시, 언니의 눈길을 벗어날 수가 없어요. 그렇지 않아도 왜 양이 나의 위에 있는지를 생각하려던 참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상서(祥瑞)로운 자아(自我)’라는 뜻이네요. 그렇죠? 뭔가 좀 있어 보이기도 해요. 호호호~!”

“당연하잖아? 이 몸을 얻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렸는데 이제야 몸을 얻었으니 좋은 일이겠느냔 말이야. 그러니 자신의 주체성(主體性)이 강한 것에 대해서도 십분(十分) 이해하고 남을 일이잖아?”

“맞아요. 듣고 보니까 정말 그렇겠어요. 멋진 언니의 가르침이 아니면 이러한 것까지는 도저히 생각지도 못했죠. 그런데, 의(義)에 포함된 뜻은 ‘올바르다’는 것이잖아요? 여기에도 또 다른 뜻이 있나요?”

“그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까? 의(義)에는 ‘평평(平平)하다’는 뜻도 있어. 이건 무슨 뜻일까?”

“평평하다는 것은 치우치지 않았다는 말이잖아요? 그건 더욱 멋진 말인데요? 균형(均衡)과 화평(和平)의 의미가 그 안에 모두 포함되어 있잖아요? 정말 멋지네요. 생각할수록 금의 심리(心理)는 마음에 쏙 들어요. 호호호~!”

“아무렴. 당연하지. 십간 모두가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성분인 것을 알고 나면 그 마음은 더욱더 강력하게 들 수밖에 없지. 호호호~!”

“정말 언니의 정신세계가 궁금해요. 저도 언젠가는 그 부근에서 놀고 싶어요. 호호호~!”

춘매가 잘 이해하는 것을 확인한 자원이 다시 방향을 살짝 틀어서 설명을 이어갔다.

“경(庚)은 내성적이기 때문에 남들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심이 적다고 할 수가 있는 거야. 그보다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살피게 되지. 공자님이 경자(庚子)일주라고 하는데 그것이 맞는다면 그분이 한 말씀에서 ‘일일삼성(一日三省)하라’는 의미는 타당성이 매우 많다고 봐야겠지?”

“예? 하루에 세 번이나 자신을 돌이켜 본다는 의미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하시네요. 세 번은 그만두고 한 번도 자신을 돌이켜 보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말이에요.”

“실제로 공자님의 일주가 경자(庚子)가 아닐 수도 있어. 그냥 이해를 위해서 그러한 말도 연결해서 생각해 보는 것일 뿐이야.”

“그런데 말씀을 듣고 보니까 일리가 있잖아요? 경(庚)인데 내성적이라는 점을 살피면서 반성(反省)을 하라는 말씀조차 남아있다는 것은 서로 연관을 지으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데요 뭘. 호호호~!”

“그렇다면 금에 대해서 잘 이해한 거야. 다시 금은 녹이면 무엇으로든 변화할 수가 있다는 것과 연결을 시켜 볼까? 이것은 무슨 뜻일까?”

“맞아요. 오광의 궁리를 통해서 금은 녹여서 다른 것으로 변화하는 것을 확인했으니까요. 그렇다면 금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주변의 여건에 따라서 변화를 할 수가 있다는 말이 되나요?”

춘매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자원에게 물었다. 자원이 춘매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왜 그렇게 묻는지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