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 제29장. 물질오행관/ 12.지수화풍과 금(金)

작성일
2021-07-2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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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 제29장. 물질오행관(物質五行觀) 


12. 지수화풍과 금(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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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어젯밤에 마신 술의 숙취(宿醉)로 인해서 진시(辰時)까지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사시(巳時)가 되어서야 염재가 와서는 말을 매어놓을 때까지도 문은 잠겨 있었다. 염재도 정황을 짐작하고는 곤하게 잠자는 도반들을 깨우기가 미안해서 골목길을 서성이면서 어제 공부한 내용을 되새겨 봤다.

잠귀가 밝은 춘매는 잠결에 말의 울음소리를 들은 것 같은 느낌에 일어나서 내다 보고는 염재가 서성이는 것을 보자 얼른 문을 열어줬다.

“이런, 늦잠을 잤네. 미안해서 어쩌나? 호호호~!”

“아닙니다. 사저님도 어제는 흥겨워하셔서 보기 좋았습니다. 하하~!”

“그랬지? 나도 그렇게 즐거워 보기도 오랜만이었나 봐. 어서 들어와. 차라도 끓여야겠네. 호호호~!”

찻물을 끓이자 하나둘씩 일어나서 모두 아침을 먹을 준비를 한다. 그러자 춘매가 간단하게 미죽(米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는 차를 마시면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할 준비할 적에 안산도 늦지 않으려고 서둘러서 오느라고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한 다음에 다시 우창을 중심으로 둘러앉았다. 춘매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자, 오늘은 또 불의 형태와 작용에 대해서 공부해 볼까요?”

춘매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늘의 공부에 대해서 기대감을 표하는데 오광이 말했다.

“그렇긴 합니다만, 저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아, 동생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당연히 들어봐야지. 뭔지 말해봐.”

춘매가 오광이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오광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실은 지수화풍(地水火風)의 이야기입니다. 의미는 알겠습니다만 호흡하는 것이 금(金)이라는 설명에 대해서 이해를 조금만 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원 선생님께서 조금만 수고로움을 베풀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광은 자원의 목소리로 설명을 듣는 것이 매우 좋았다. 같은 이야기라도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자신의 귀와 자원의 음성은 궁합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기도 모르게 자원에게 설명을 요청했다. 그러자 자원도 웃으면서 답했다.

“그래? 아무래도 오광에게는 다소 벅찬 내용이었을 수도 있었겠네. 알았어. 그럼 조금만 더 보태볼게. 혹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또 물어봐.”

“고맙습니다.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기꺼이 말씀을 해 주시겠다고 하니 귀를 활짝 열고 소중한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그러자 안산도 말했다.

“실로 오광의 말이 안산의 마음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이해를 도와주신다면 정리에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가려운 곳을 긁어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자원도 안산을 보면서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고는 오광을 상대로 말했다.

“호흡간(呼吸間)에 있는 것이 금(金)이라고 하니까 아마도 호흡하는 것과 쇠의 느낌은 서로 연결이 되지 않았던가 봐. 여기에서 의식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하겠어. 그러니까 오행에는 물질적인 것도 있고 정신적인 것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보면 되겠어. 금(金)이 다른 사행(四行)과 특별한 것은 녹아야만 다른 것으로 변할 수가 있다는 건데, 그로 인해서 인도(印度)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화장(火葬)을 하게 되는 거야. 그런 이야기를 듣고서 처음에는 왜 조상의 시신을 좋은 땅을 가려서 매장(埋葬)하지 않는지에 대해서 이해를 할 수가 없었지. 그런데 오행 공부를 하면서 그러한 의식(儀式)에 대해서도 이해가 되었어. 물론 완전히 이해가 된 것은 어제 싸부의 설명을 듣고 나서였지만 이제야 화장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았다는 거야.”

그러자 이번에는 가만히 이야기에 귀를 기울어던 춘매가 손을 들고는 자원에게 물었다.

“언니, 돌아가신 부모님의 시신을 장례(葬禮)하는 풍습이 여러 가지라고는 하지만 불에 태운다는 것은 처음 들어요. 땅이 없어서 그런가요?”

“아니야. 땅이 있어도 불에 태우는 것이 풍습이고, 부처님도 삶을 마쳤을 적에 제자들이 스승의 몸을 화장했다니까 불교의 의식이나 인도교의 의식에서는 당연히 그랬던 것으로 봐야 하겠네.”

“아, 부처님을 화장해서 사리를 얻었다는 것은 들었어요. 부처님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도 그렇게 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네요. 왜 그렇게 하는지 설명해 주세요. 궁금해요. 호호호~!”

자원이 춘매를 보면서 미소를 짓고는 설명했다.

“생각해 봐, 쇠로 도구를 만들어서 사용하다가 망가지게 되어서 그대로는 쓸 수가 없게 되면 다시 용광로(鎔鑛爐)에서 녹이면 또 새롭게 태어나는 것에서 착안(着眼)한 거야. 사람의 몸이 늙거나 병들어서 못쓰게 되는 것과 같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 거지. 물론 이것은 내가 상상을 해 본 경위(涇渭)야 실제는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니까 그냥 참작만 해. 호호~!”

“아니, 말하자면, 사람의 몸을 불에 태우는 것이 쇳조각을 용광로에 넣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말이에요?”

“바로 맞혔어. 호호호~!”

“어떻게 그게 같을 수가 있어요? 이해가 되지 않아요.”

“생각하기에 따라서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몸을 태우면 영혼은 어떻게 되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거야.”

“영혼은 어떻게 되는데요?”

“그야 윤회의 길을 가게 되지. 다시 말하면 무엇인가로 태어난다는 뜻이야. 인도교에서는 사람에게 네 가지의 계급이 있어서 생전에 하등의 천민으로 살았더라도 열심히 직분에 맞게 살았던 사람은 죽으면 다음 생에는 더 높은 단계의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믿었다고 해.”

“네 가지 계급이라면, 마치 우리가 생각하듯이 사농공상(士農工商)과 같은 건가요?”

“아니야, 사농공상은 선택할 수도 있지만, 인도의 계급사회는 태어나면서 결정이 되는 것이라서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가 없어.”

“아, 그렇다면 노예(奴隷)나 왕족(王族)과 같은 건가 보네요.”

“그렇게 말을 할 수도 있겠네. 특히 본처(本妻)의 소생(所生)인가, 첩(妾)의 소생인가에 따라서 지위가 달라지는 것과도 같다고 할 수가 있지. 평생을 그렇게 서얼(庶孼)이라는 이름표가 붙어있으니까 말이야.”

“그렇구나. 이제 이해가 되었어요. 신분이 올라가는 것을 살아서 하지 못하고 죽어서만 가능하네요. 용광로의 의미가 이해되었어요. 말이 되네요. 호호호~!”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 흡사 쇠와 같은 것이 영혼이잖아? 그래서 호흡하는 존재를 금으로 본다는 것에 대해서 이해가 되었던 거야.”

“저도 이해가 되었어요. 언니의 설명은 정말 귀에 쏙쏙 들어와요.”

“그런데 더욱 놀라운 가르침을 줬던 고인이 계셨어. 난 이러한 가르침을 들으면서 가슴이 뛰고 흥분되기도 해.”

“아니, 언니가 흥분될 정도라면 저는 숨이 막히겠네요. 어떤 분이신데요?”

춘매가 다급하게 묻자 자원은 우창을 바라봤다. 대신 말을 해 주겠느냐는 신호였다. 그러자 우창이 말을 꺼냈다.

“아, 자원이 말하고 싶은 인물은 하충(何忠)이라는 분이시네. 하충 스승님께서는 『心理推命(심리추명)』이라는 명서(命書)를 저술하셨는데, 그 책에서 사람의 정신(精神)을 경금(庚金)이라고 하셨거든.”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춘매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어? 그건 이미 배워서 알고 있는 거잖아요?”

“맞아. 그 이야기를 하신 분이야. 정신(精神)이 금이고, 일간(日干)이 경금(庚金)이고,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욕망(慾望)의 심리까지 하면 경신금(庚辛金)이라는 말씀을 남기셨는데, 이것이 지수화풍과 연결이 될 줄은 나도 미처 몰랐지 뭐야. 자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에 대한 이치가 명료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이번에는 염재가 말했다.

“스승님의 가르침을 들어보니까 이미 고인들께서도 인체는 지수화풍이고, 정신이 금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다는 말씀이시네요. 과연 놀랍습니다. 그리고 인체에서는 정신과 통하는 호흡기관인 폐(肺)를 금으로 놓고 대입했었다는 것도 놀라울 따름입니다. 과연 신기하고도 대단한 통찰력(統察力)입니다.”

그러자 우창은 염재를 향해서 말했다.

“흔히 정신이 깃든 곳을 심장(心臟)이라고 부르지, 마음이나 정신이나 영혼이라고 부르는 존재가 머무는 곳이라는 의미로 염통(念通)이라고도 하고 비슷한 말로 염통(念桶)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네. 염통(念通)은 생각하는 마음이 통하는 곳이라는 뜻이니까 동적(動的)인 의미가 되고, 염통(念桶)은 생각을 담아두는 그릇이라는 의미니까 이것은 또 정적(靜的)인 의미가 되겠군. 그렇지만 영혼의 본질은 호흡하는 폐에 있고, 영혼이 작용하는 곳은 심장에 있다고 하면 될 것이네. 옛사람들의 생각은 그러했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데는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네.”

우창의 설명을 듣고 있던 염재가 궁금한 것에 대해서 물었다.

“스승님,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었습니다. 관아에 아들을 죽인 사람과 아들의 어머니를 함께 놓고서 재판을 할 때인데, 당시에 어머니는 가슴을 쥐어뜯으면서 ‘심장이 찢어 진다’고 했습니다. 극심한 고통을 당했을 적에 심장이 찢어질듯한 고통을 느끼는 것도 말씀하신 내용과 연관이 있는 것입니까?”

염재가 이렇게 묻자 우창이 그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렇지.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 말이 이 말이라네. 가슴에 묻고서 매일 그 고통을 되뇌게 되니 어찌 잊느니만 하겠는가 말이지. 그래서 심통(心痛)이라고 한다네. 마음이 아프고 염통이 아프고 그래서 심장(心臟)도 터질 듯이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뿐만이랴, 사랑하던 정인(情人)과 함께 하지 못하고 헤어져도 심장에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것이라네.”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분석하는 두뇌(頭腦)에 대해서는 장부(臟腑)에 언급이 없습니까? 서양인들은 두뇌를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 생각하는 것에 비한다면 좀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혹 스승님께서는 이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물론이네. 그리고 서양인들의 생각보다 우리의 선조들이 한 수 위라는 것까지도 깨달았다네.”

“그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제자도 듣게 되면 자부심이 더 높아질 것 같습니다.”

염재의 물음에 우창이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이치는 간단하네. 두뇌는 정신이 일하는 곳이고, 심장은 정신이 머무는 곳이라네. 군대로 말하자면 심장은 사령부(司令部)이고, 두뇌는 작전본부(作戰本部)라고 말을 할 수가 있겠지.”

“그렇다면 폐는 어떻게 됩니까?”

“그야 사령관(司令官)이지 뭔가. 하하하~!”

“아, 그러니까 사령관[肺]이 사령부[心臟]에서 작전본부[頭腦]를 지휘하고 있다는 뜻이로군요. 정말 기가 막힌 비유입니다. 우둔한 제자도 확연히 깨닫겠습니다. 그러니까 양인(洋人:서양인)들은 작전본부만 보고서 그것이 그 사람의 중심이자 사령관이라고 생각을 했단 말씀이지요? 과연 우리의 선조들이 생각했던 통찰력(統察力)을 그들은 따라올 수가 없겠습니다. 그러니까 세상을 밝힌 성인들도 동방(東方)에서 출현했다고 하는가 봅니다.”

“염재가 양인들의 풍습에 대해서 알고 있어서 나도 이러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가 있으니 또한 염재의 공이 매우 크다고 하겠네. 하하하~!”

“제자의 작은 상식이 도움을 드렸다면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하충 스승님의 가르침이 참으로 궁금합니다. 어서 기본적인 공부를 마치고서 그 깊은 심리(心理)의 세계로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과 같습니다.”

“이미 공부는 시작되었다네. 머지않아서 그러한 이치도 모두 깨닫게 될 것이니까 말이지.”

“그렇긴 합니다만, 우선 하충 스승님께서 정신을 금이라고 하신 것에 대해서만 조금 더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염재의 말에 우창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를 지었다. 모쪼록 공부란 궁금할 적에 발전하는 까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금을 설명하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는 것도 좋지 싶었다.

“그렇다면 잘 들어보게나. 어려운 이야기도 아니라네. 하하하~!”

“예, 스승님 경청하겠습니다.”

염재가 이렇게 말하면서 공수하자 우창이 붓을 들어서 글자를 썼다. 모든 사람의 눈은 우창의 붓끝을 따라서 일제히 움직였다.

317 하건충명식표

우창이 써 놓은 표를 보자 춘매가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스승님. 이게 무엇인가요? 봐하니 지지(地支)는 없고 천간(天干)만 있는 것으로 봐서 사주명식은 아닌 것이 분명한데. 혹 지지를 쓰는 대신에 지장간을 쓴 것인가요?”

그러자 우창이 웃으면서 말했다.

“지장간을 대신 썼다면 갑(甲)의 아래에 기(己)가 오려면 무슨 지지를 써야 할까?”

“그러니까요. 축미(丑未)가 와야 기(己)가 되는데 갑미(甲未)나 갑축(甲丑)은 없으니까 그건 아닌 것이 분명한데 생각해 봐도 모르겠어요. 경을(庚乙)이 되는 것도 불가능해요. 설명을 듣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아낼 방법이 없는걸요.”

“그렇지? 이것은 하충 스승님이 창안하신 심리분석(心理分析)의 원리(原理)라네. 이 위에다가 간지를 쓰면 되는 것이지만 그건 나중에 설명할 때가 있을 것이니까 오늘은 경(庚)에 대해서만 주목해서 보도록 하란 말이네. 하하하~!”

우창의 말을 들으면서 자세히 바라보던 춘매가 말했다.

“이것을 연월일시(年月日時)로 본다면 일간(日干)의 자리에 경(庚)이 있어요. 경은 양금(陽金)이니까 금이 맞아요. 그리고 다른 곳에는 신(辛)이 없는 것으로 봐서 금은 오직 경(庚)뿐이에요. 와~! 어서 설명을 듣고 싶어요.”

춘매가 궁금해하는 마음은 다른 식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이러한 표를 신기하게 바라보면서도 의미를 알 수가 없어서 궁금했으나 자원은 이미 배운 내용인지라 보일 듯 말 듯 미소만 짓고 가만히 있었다.

“사주에서 일간(日干)은 주체(主體)라고 하지?”

“맞아요. 모든 글자 중에서 일간을 그 사람의 본인으로 놓고 설명한다고 하셨어요.”

“사람의 주체가 경(庚)이야. 이렇게 설명한 것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의 명서(命書)를 통틀어서 오직 『心理推命(심리추명)』에서만 볼 수가 있는 획기적(劃期的)인 가르침이어서 나도 처음에 이러한 내용을 접하고는 온몸에 벼락을 맞은 것처럼 짜르르~하면서 일순간에 얼어붙었다네. 그런데 지수화풍의 이야기를 설명하면서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이 장면이 떠올랐지. 그래서 생각했어. ‘아하, 하충 스승님은 이미 정신이 오행에서 금(金)이라는 것을 사무쳐 깨달으셨구나.’라고 말이지. 하하하~!”

우창의 말에 춘매가 감탄하면서 말했다.

“스승님께서 그 정도이셨다고 하시니 저는 상상도 못 하겠어요. 그래도 앞뒤가 척척 맞는 것이 너무나 신기해요. 인체의 오행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명료하게 깨달았어요. 골격(骨格)이 금이 아니라. 폐와 호흡하는 존재가 금이라는 것을 말이에요. 호호호~!”

“그러니까 지수화풍에 공(空)이 추가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정신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것도 알겠더라는 말이야. 그래서 육신이 무너지면 사대허가(四大虛家)라고 해서 몸은 거짓된 것이므로 그 용도가 끝나면 허물어지고 말지만, 이 몸을 끌고 다니던 영혼(靈魂)은 불생불멸(不生不滅)하여 다시 새로운 여정(旅程)에 오른다는 이치가 타당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지.”

우창이 이렇게 설명하자 춘매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참, 신이 내리는 무녀(巫女)는 쌍경(雙庚)이네요?”

“어? 쌍경이라니? 무슨 뜻이지?”

“그렇잖아요. 자신의 주체와 영혼의 주체가 그 몸에 동거하니까요.”

“아, 무슨 말이라고. 하하하~!”

“왜요? 말이 되지 않아요?”

“자신은 경금(庚金)이고, 들어온 몸주의 귀신은 신금(辛金)이 된다고 보면 어떨까?”

“와우~! 그것이 더 알기 쉽네요. 생령(生靈)은 양금(陽金)이고, 사령(死靈)은 음금(陰金)이라니 음양의 이치에도 맞아요. 또 귀신이 붙은 사람은 욕심이 많다고 했는데 그것도 일리가 있잖아요? 신금은 흑체(黑體)라고 하셨으니까요.”

“오호, 맞는 말이네. 틀림없이 그렇게 대입해도 되겠어. 하하하~!”

그러자 가만히 이야기를 들으면서 열심히 마음에 새기고 있던 오광이 물었다.

“스승님께 여쭙습니다. 지수화풍공(地水火風空)을 오행으로 대입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지(地)는 땅이고, 수(水)는 물이고, 화(火)는 불인데 풍(風)은 무엇으로 봐야 하는 것인지요? 오행에 바람은 없는데 말입니다.”

그러자 춘매가 나서서 설명했다.

“아, 그건 내가 말을 해 줄 수가 있으니까 스승님을 수고스럽게 하지 않아도 되겠어. 바람은 목(木)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리하면 되는 거야. 목도 항상 움직이고, 바람도 항상 움직이는 까닭이라네. 그리고 목(木)을 의미하는 것은 나무만이 아닌 것은 알지?”

“그렇습니까? 처음 들었습니다. 하긴, 다섯 가지의 원소(元素)를 갖고서 모든 자연의 만물(萬物)을 대입한다면 당연히 그러한 것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야 하겠습니다. 누나 덕분에 잘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금이 없는데 스승님께서 종전까지는 살과 뼈를 나눠서 오행으로 생각하셨으나 어제 하신 말씀으로는 그것이 모두 토가 맞다는 것을 깨달으신 다음에는 공(空)을 금으로 보면 된다는 말씀이신 것입니까?”

“맞아. 스승님의 말씀도 바로 그거야.”

“그렇다면 스승님의 말씀을 다시 고쳐서 본다면 지수화풍공은 지수화풍금(地水火風金)으로 보면 어떻겠습니까? 공(空)은 실체가 없으니 대입하기가 어려운데 금이라고 하면 의미하는 바가 훨씬 명료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오광의 말에 춘매도 답을 하기가 조심스러워서 우창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답을 할 것인지 묻는 눈치를 보냈다. 그러자 우창이 웃으면서 말했다.

“역시 후생(後生)이 가외(可畏)라더니 과연 그 말이 맞네. 오광의 생각에 나도 또 배우게 되네. 지수화풍금(地水火風金)으로 정리하면 영혼도 포함해서 인체의 오행이 완비(完備)되는 것으로 정리하면 되겠네. 하하하~!”

“고맙습니다. 스승님의 자세는 평생 배워야 하겠습니다.”

오광의 말에 우창이 물었다.

“뭘 말인가?”

“오늘 깨달으신 것을 오늘 말씀하시는 것도 여느 사람은 쉽지 않은 표현인데, 미처 모르셨다는 것까지 말씀하시면서 배우는 것을 기뻐하는 스승님은 생전 처음입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이러한 스승님은 만나가 어렵지 싶습니다. 참으로 무한(武漢)에서 곡부로 가보라고 한 그 일월선녀님의 안내에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솟아납니다. 고맙습니다. 더구나 이렇게 열정적으로 공부하시는 분들을 뵙게 된 것은 하늘이 주신 복이라고 여겨집니다. 고맙습니다.”

그러자 우창도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말했다.

“맞아. 세상에는 모두가 스승이야. 비록 무녀조차도 오광에게는 길을 알려 준 멋진 길잡이가 된 것을 봐. 진리를 찾아가는 여정에는 스승이 아닌 것이 없다고 해야 할 일이네. 하물며 오광이나 염재를 어찌 내 스승이 아니라고 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니까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네. 하하하~!”

염재도 오광도 우창의 말에 새삼스럽게 옷깃을 여미게 되었다. 이렇게 진솔한 가르침을 베풀고 학문을 사랑하는 스승을 만났다는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기도 했다. 그러자 가만히 미소를 짓고 바라보고 있던 자원이 말했다.

“여러분은 참으로 복이 많은 줄만 알고 있으면 되죠. 세상에는 별의별 스승이 많아요. 올바로 알려주는 것은 고사하고 차라리 모르면 모른다고 하기라도 하면 시간이나 금전을 허비하는 것이라도 막을 수가 있는데, 부모를 잘 만나는 만큼이나 스승의 복은 타고나야 한다고 봐요. 호호호~!”

그러자 춘매도 한마디 했다.

“언니 말씀이 백번 옳아요. 저도 예전에 헛된 가르침을 배운다고 많은 시간을 버렸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것도 마냥 헛된 낭비만은 아닌 것으로 여겨져요. 왜냐면 이렇게 멋진 스승님을 만났을 적에 비로소 그러한 것과 비교를 할 경험을 얻었으니까요. 호호호~!”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우창은 귀가 간질거려서 더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말을 끊고 방향을 틀었다.

“자, 도움이 될 연구만 하십니다. 그런 말은 가슴 속에 담아두셔도 됩니다요. 하하하~!”

“예, 알겠습니다. 스승님~!”

다섯 명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외치면서 공수했다. 어쩔 수 없이 우창도 공수로 인사를 받는 수밖에. 그러나 마음은 뿌듯하고 흐뭇했으며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쇠에 대한 공부는 이 정도면 되었다고 할까?”

우창이 오광에게 하는 말이었다. 애초에 오광의 질문으로 시작된 이야기인 까닭이다. 그러자 오광이 말했다.

“너무나 알찬 공부에 감동하고 있습니다. 이제 금의 공부는 충분히 깨달았습니다. 물론 더 깊은 이치의 금은 차차로 배우겠습니다만, 이러한 정도만으로도 이미 보통의 관점은 넘어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불에 대해서만 정리를 한다면 세상에 다시 없는 오행의 공부가 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오광이 이렇게 말하자 춘매가 나서서 말했다.

“그런데 스승님, 불에 대해서는 특별히 깨달을 것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해요. 왜냐면 그냥 불이고 타오르는 것이니 여기에서 또 무엇을 깨달아서 쇠에서 공부한 것과 같은 이치를 알 수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물론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또 생각지도 못한 이치가 튀어나와서 놀라게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고요.”

이렇게 서두를 꺼낸 춘매의 말에 모두 미소를 지으면서 내심으로는 설레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밖에서 말이 한바탕 길게 울자. 염재가 얼른 나가서 말에게도 먹을 것을 주고는 다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