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제29장. 물질오행관/ 10.암석(巖石)과 금속(金屬)

작성일
2021-07-15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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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제29장. 물질오행관(物質五行觀) 


10. 암석(巖石)과 금속(金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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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는 모두 한 시진(時辰)을 휴식시간으로 삼고 저마다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미시(未時)를 보내고 춘매와 오광은 그사이에 저잣거리로 가서 먹을거리를 사 왔다. 오광의 부지런하고 싹싹한 성격으로 인해서 춘매는 여러모로 도움을 받아서 고마웠고, 오광도 춘매가 자신을 막냇동생처럼 챙겨주는 것에서 정이 느껴져서, 춘매를 특별히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밖에 나갈 적에는 함께 나가서 무엇을 사면 물건도 들어줄 겸 동행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는 신시(申時)가 되자 비로소 다시 공부하러 한자리에 모였다. 그렇게 자리에 앉자 네 사람은 입을 다물고 자원의 말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대해서 이목을 모았다. 왜냐면 내기를 한 것의 결과가 궁금해서였다. 그런데 정작 말을 꺼낸 것은 춘매였다.

“언니, 날도 더운데 불을 이야기하면 더 더울 것 같으니까 금에 대해 먼저 공부하는 것이 어때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해요?”

춘매가 이렇게 말하자 네 남자는 서로 마주 보면서 눈을 맞췄다. 그리고는 안산이 말했다.

“오늘 저녁은 안산이 내도록 하겠습니다. 스승님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이렇게 말하는 안산을 위해서 오광이 두 여인에게 전후의 상황을 설명을 해 줬다. 그러자 자원과 춘매도 덩달아서 재미있어했다. 말을 듣고 자원도 한마디 했다.

“그러고 보니까 지금 시간도 신시(申時)네요. 어차피 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조짐이라고 봐도 되겠어요. 호호호~!”

현재의 시간까지도 신금(申金)인 것을 말하자, 안산이 말했다.

“아하~! 모든 곳에서 그렇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합니다. 그냥 흘려보내면 그만인 것도 의미를 부여하면 조짐이 된다는 것을 또 배웠습니다. 벌써 쇠에 대해서는 어떤 가르침을 배우게 될 것인지 흥미롭습니다.”

여담이 끝나기를 기다렸던 오광이 자원에게 물었다.

“오행이 금(金)이라는 것은 황금(黃金)을 말하는 것입니까? 왜 이름을 석(石)이나 암(岩)이라고 하지 않았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자원은 오광의 말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철(鐵)이라고도 하지 않고 금(金)이라고 한 이유는 나도 궁금하지. 다만 왜 그렇게 불렀는지를 생각해 보면 황금도 포함한다고 보면 되지 싶어. 다만 황금을 두고 말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라고 봐야지.”

“그렇다면 처음에는 황금의 의미로 사용했지만 점차로 의미가 확장되면서 철석(鐵石)이 포함된 것일까요?”

“인류(人類)가 황금을 사용한 것도 오래되기는 했지. 오래 둬도 녹이 슬지 않는 것만으로도 옛날 사람들은 진귀하게 생각했을 거야. 그러다 보니까 금속(金屬)을 대표하는 성분으로 상징적(象徵的)인 의미가 되었으니까 황금이든 암석이든 같은 뜻으로 봐도 되겠지?”

자원의 설명에 오광도 이해가 되었다.

“자원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황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쇠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암석(巖石)과 철광(鐵鑛)은 서로 같은 금(金)으로 봐도 되는 것입니까?”

“물론이지. 그런데 그걸 왜 묻지?”

“철광은 불에 녹지만 암석은 녹지 않습니다. 이러한 의미로 봐서 서로 다른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광의 말에 자원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과연 이렇게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오광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서 물었다.

“그건 생각해 보지 않았네. 어디 오광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그렇다면 어떻게 분류를 하면 좋을까?”

자원이 이렇게 말하자 나머지 다섯 사람도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우창도 한마디 했다.

“오호~! 오광이 비록 나이는 많지 않아도 그 생각하는 것은 이미 오랜 수행을 거친 학자와 다를 바가 없군. 나도 감탄했어. 어서 그 생각을 말해보게나. 하하하~!”

우창도 자신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말을 하자 내심으로 기뻤다.

“스승님께서도 그렇게 말씀을 해 주시니까 괜히 어쭙잖은 생각으로 혼란만 드리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머뭇거리게 됩니다만, 기왕에 물으시니 졸견(拙見)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모두 오광의 입만 바라보자 다소 쑥스럽기도 했으나 다시 생각을 가다듬고는 생각을 말했다.

“제자의 짧은 생각으로는 화극금(火剋金)의 이치를 생각해 봤습니다. 쇠는 불에 녹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암석은 전혀 불로 녹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과연 암석은 화극금의 이치에 포함이 되는지를 생각하다가 해 본 궁리였습니다. 제가 잘못 생각한 것이 있지 싶어서 그것을 알고 싶습니다.”

오광의 말을 듣자 우창이 물었다.

“그러면 오광의 생각에는 암석은 어느 오행에 해당한다고 생각했지?”

“예, 스승님. 불은 나무를 태우고, 쇠를 녹이며, 물을 증발시킵니다. 그러나 흙은 아무리 해도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암석도 흙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암석은 흙으로 포함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스승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암석과 흙을 같이 볼 수 있습니까?”

“오광의 말을 듣고 보니까 나도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네. 역시 강태공(姜太公)의 후손답게 예리한 통찰력(統察力)이로군. 암석은 토양과 닮았지 금속(金屬)과는 닮지 않았다는 것이 이렇게나 자명(自明)한데 달리 무슨 이유를 붙일 수가 있겠는가?”

“그러시다면 스승님의 말씀으로는 철(鐵)과 석(石)이 서로 다른 오행이라는 것에 동의(同意)하시는 것입니까?”

“당연하지. 나도 예전에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어. 왜냐면 바위가 오래되면 부스러져서 흙이 되기도 하고, 오랜 세월을 두고 본다면, 흙이 굳어서 바위가 되었다는 흔적도 분명한데 단지 단단하다는 이유로 흙은 토이고 암석은 금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봤었는데 오광의 생각처럼 불에 녹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생각을 해 보지는 않았지. 오늘에서야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까 명쾌(明快)하게 해결이 되는군.”

“고맙습니다. 스승님의 열린 관찰과 사유로 제자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리를 하면 되겠습니까?”

“시간은 제외하고 생각하면 되네. 암석은 천만년의 오랜 세월이 지나면 모래가 되고, 흙이 되지만 쇠는 아무리 오래되어도 흙이 되지는 않네. 다만 아무리 작은 모래알도 불에 녹지 않으나 어떤 강철이라도 불에 들어가면 녹는 것이니 이것은 화극금의 이치에 부합하는 것으로 정리하면 되겠네.”

우창의 깔끔한 정리에 오광은 공수하면서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오행의 금(金)에는 금속(金屬)이 포함되고 암석(巖石)은 제외하는 것으로 생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마음속에서 궁금했던 것이 오늘 스승님의 정리로 인해서 깔끔하게 해결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니네. 오히려 내가 오광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지. 고맙네.”

이렇게 말한 우창이 되려 오광에게 공수했다. 그러자 자원이 말했다.

“나도 놀랐어. 오광의 생각을 들으면서 참으로 진리를 관찰하는 것에는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통찰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어. 고마워.”

“아닙니다. 이제부터 자원 선생님의 쇠에 대한 깊은 말씀을 경청하겠습니다. 기대됩니다.”

오광의 말에 자원이 음성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사실, 쇠는 인간이 찾아낸 것이지. 아득한 옛날 인류의 최초에는 지천으로 널려 있는 암석을 이용하여 생활에 도움을 받았지. 바위의 틈에는 집을 짓고, 돌은 사냥하는데 사용하는 무기가 되었을 것이네. 나도 종전(從前)에는 이때부터 자연에서 오행의 금(金)을 사용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광의 가르침으로 인해서 오늘부터는 그 생각을 바꿔야 하겠어. 인간이 최초로 금(金)을 사용한 것은 동물의 뼈였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말이야. 호호호~!”

그러자 오광이 의아해서 물었다.

“동물의 뼈가 금이라는 생각은 또 하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오래되면 흙이 되는 것으로 봐서 토(土)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불에 탄다는 것으로 본다면 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봐도 되겠어. 왜냐면 불에 녹는 것도 있지만 타버리는 것도 있으니까 말이야.”

“아하,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불에 타는 것으로 논한다면 나무도 불에 타는데 그것도 금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오광의 말에 자원도 할 말을 잃었다. 더 이상 반박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오호~! 그렇구나. 아직도 내가 오행에 대한 궁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어. 이에 대해서는 싸부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 좋지 싶어. 그야말로 오광의 예리한 관찰력에 두손 을 들었단 말이야. 호호호~!”

그러자, 이야기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던 춘매가 말했다.

“어쩌면 그렇게 멋진 생각을 할 수가 있지? 나도 놀랐잖아. 오늘 오광이 다시 보이네. 언니를 꼼짝하지 못하게 하니 나는 뭐 말도 꺼내지 못하겠잖아.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은 눈으로 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깨달았어. 대단해. 호호호~!”

춘매의 말이 끝나자 우창이 아까부터 생각한 것을 말했다.

“오늘에서야 금의 범위에 대한 이해가 명료해졌네. 첫째도 둘째도 핵심은 불에 녹아야 하며, 타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네. 이제부터 이와 같은 것은 금으로 보고 그 외의 것은 금이 아닌 것으로 보면 되겠네.”

그러자 오광이 우창에게 물었다.

“최초에 쇠를 찾아낸 사람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우창이 잠시 생각해 보니까 이와 같은 이야기는 인류(人類)의 역사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이 들자, 문득 말없이 이야기에 취해있는 듯이 보이는 염재를 바라봤다. 교육을 많이 받은 염재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이 되어서였다.

“여기에 대해서는 염재의 지식 보따리를 들여보도록 하세. 어떤가? 이에 대해서 말을 해 줄 수가 있겠지?”

염재는 철과 암석에 대한 차이점을 생각하느라고 여념이 없던 차에 우창의 말을 듣고는 화들짝 놀랐다. 그렇지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바로 이해하고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대로 오광을 향해서 이야기했다.

“나도 오광의 이야기를 듣고 감탄하고 있었는데 내가 아는 것에 대해서 약간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들어보고 타당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기탄없이 말을 해 주기 바라네.”

“가당치 않습니다. 귀하신 말씀을 경청하겠습니다.”

오광도 염재의 말을 듣고 싶어서 공수했다. 그러자 좌중을 둘러 본 염재가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 오광에게 말했다.

“암석(巖石)이 과연 불에 녹느냐는 문제로 토론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예전에 관부(官府)에 있을 적에 천하를 유람하던 낭인(浪人)을 며칠 함께 머물게 하면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지 뭔가.”

이야기라는 말에 오광이 관심을 보이면서 물었다.

“낭인이라면 온갖 곳을 다니면서 많은 견문을 쌓은 사람이 아닙니까? 무슨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는 지나다가 어느 곳에선가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서 그 출처를 찾아가 보게 되었더라네. 그곳에서는 커다란 불구덩이가 있는데 그 아래에서는 검붉은 쇳물이 이글대면서 끓어오르고 있더라는 거야. 너무나 기이하고 놀라서 그것이 무엇인지를 옆에 있는 노인에게 물어보니까. 바위가 녹은 물이라고 하더라지 뭔가.”

염재의 말을 들은 오광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예? 그렇다면 바위도 녹는다는 말입니까?”

“나도 바위는 녹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화산이 폭발하게 되면 흘러나오는 화즙(火汁)의 액체가 흘러가다가 굳어버린다더군. 그러니까 지표(地表)에 나오면 열기가 식으면서 돌이 된다는 말이었네 하도 신기해서 그 이야기를 몇 번이나 들었던 기억이 나는군. 그래서 사람은 널리 보고 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때 비로소 깨달았지 뭔가. 하하~!”

“그렇다면 쇠와 바위도 모두 금(金)이라는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까?”

“맞아, 나무는 불에 타지만 바위는 뜨거운 용암이 되어서 흘러내리다가 다시 굳어진다는 것을 생각해 보니까 황금(黃金)과 백은(白銀)이 바위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겠다는 것을 생각했었지. 그렇다면 암석(巖石)도 금(金)이라고 봐서 무리가 없지 않겠나?”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렇다면 철석(鐵石)이 모두 금이 맞겠습니다. 형님의 가르침으로 새로운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습니다.”

오광의 솔직한 표현에 염재도 공수하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무가 죽어서 불에 타서 목(木)이고 땅에 묻으면 토(土)가 되는 이치와 같은 것이 아닐까 싶어. 암석도 마찬가지로 용암이 되었을 적에는 금(金)이고, 흔히 주변에서 접하게 되는 형태의 암석은 토(土)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인 거지. 그러니까 절대적인 오행(五行)이라고 할지라도 상황에 따라서 변화한다는 이치는 음양(陰陽)을 떠나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잖느냐는 생각을 해 봤지.”

이렇게 말하던 염재가 우창을 보면서 물었다.

“스승님, 어쩌면 이러한 현상이 금목(金木)이 갖는 특별한 성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점에 대해서 스승님의 가르침을 듣고 싶습니다.”

“오호~! 명쾌(明快)하군. 동의하네. 자연의 현상에서 불에 타면 목이고 불에 녹으면 금이 되는 것으로 하고, 용암도 불에 녹으니까 금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다만, 내가 알기에 태초에는 우주가 모두 불덩어리였다고도 하더군. 그렇다면 실은 이 땅도 금이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네. 이런 의미로 본다면 오행으로 나뉘기 전에 있었던 현상으로 이해를 하고 지금 이 시대에는 그러한 것은 예외(例外)로 하고 암석은 토의 영역으로 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겠네. 이러한 현상은 그것을 관찰하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서 이해하고 자연을 보는 관점으로 삼으면 그뿐일테니 말이지.”

우창의 설명을 듣고서 염재가 다시 말했다.

“과연 스승님께서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암석을 용광로(鎔鑛爐)에 녹여서 그 안에 포함된 금속을 추출(抽出)하게 된다면 그것도 토생금(土生金)의 현상이라고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말한 염재는 다시 오광을 향해서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인류(人類)가 처음으로 금(金)을 알게 된 것은 내가 이해하기로, 아마도 수렵(狩獵)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이었을 거야. 처음에는 돌을 두드려서 깬 다음에 날카로운 부분으로 무기로 삼았을 것이네. 이런 사람들을 구석기(舊石器)시대의 인류라고 한다네. 다른 말로는 ‘뗀석기’라고도 한다더군. 돌을 떼어내어서 도구로 삼았다는 뜻이라네.”

그러자 춘매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와우~! 얼마나 아득한 옛날인지는 모르지만 나도 어려서 그랬던 적이 있었어. 그러고 보니까 나도 구석기시대의 사람이었네. 호호호~!”

춘매의 말에 모두 한바탕 웃었다. 염재의 말이 이어졌다.

“최초에는 그렇게 해서 사냥을 하거나 사냥한 동물의 뼈와 살을 가르는 도구로 사용하다가 그것만으로는 마음대로 되지 않자, 이번에는 돌을 갈아서 자신의 목적에 맞는 도구로 만들게 되었는데 이 시대를 신석기(新石器)라고도 한다네. 다른 말로는 ‘간석기’라고도 하는데, 돌을 갈아서 사용했다는 뜻이야.”

염재와 오광은 연배가 가장 가까워서인지 생각과 말이 빨랐다. 주고받는 말을 들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집중해야만 했다.

“형님의 말씀으로는 아직 쇠는 사용할 줄을 몰랐다는 이야기네요?”

오광이 염재에게 형님이라고 하자 염재도 기분이 좋았다. 선생님보다는 형님이 듣기 좋았기 때문이다. 부담도 없고 친밀한 느낌이 들었다.

“오랜 세월을 그렇게 살다가 우연한 기회에 구리를 얻게 되었던 모양이야. 돌로 두드려서 다른 모양으로 변형하기에 좋아서 구석기와 신석기를 거치면서 습득한 삶의 지혜로 날카롭게 만드는 기술을 얻게 되었던 것이 최초로 금속을 얻게 된 것이었지.”

“정말 놀라운 발견이었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아마도, 강변에서 주로 살았던 석기시대의 사람들에게 파랗게 녹이 슨 구리 덩어리는 놀라운 발견이었겠지?”

“정말 그랬겠습니다. 돌을 찾다가 붉은빛을 내는 돌을 찾았다는 상상을 해 봤습니다. 그것을 두드리고 갈아서 전혀 다른 무기를 찾았을 적에 느낀 환희를 미뤄서 짐작할 수가 있겠습니다.”

“이때를 동기시대(銅期時代)라고 했어. 구리를 생활의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야. 이렇게 되자 석기시대는 급속하게 동기시대로 바뀌게 되었던 것이지. 몰랐을 적에는 구해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지만, 일단 구리의 존재를 알고 난 다음에는 모두 구리를 찾는 것에 매달렸고, 더욱 놀라운 것은 구리를 불에 녹여서 다른 것으로 만들 수가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는 것이지. 아마도 그 무렵에는 금(金)과 은(銀)도 이미 장신구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겠네. 그러다가 보니까 자연스럽게 비교적 단단한 동을 발견하고 나서부터 야금술(冶金術)이 더욱 발전하게 되었겠지.”

“와, 형님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합니다. 인류(人類)의 삶이 어떻게 진화(進化)되었는지 상상됩니다. 참으로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그래? 아우가 재미있다고 하니까 나도 즐거운걸. 하하하~!”

“형님의 이러한 이야기는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과거의 조상들이 그렇게 살았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거든요.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암석의 토(土)에서 금속의 금(金)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이보다 더 적나라(赤裸裸)할 수가 없습니다. 감탄했습니다.”

진심으로 감탄하는 오광의 표정을 보면서 염재가 다시 말을 이었다.

“구리로 그릇이며 부족들 간의 전쟁에 사용할 무기를 만들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 구리가 다루기는 편한데 반면에 쉽게 날이 뭉그러진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지. 그래서 날이 뭉그러지지 않으면서 만들기 쉬운 도구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도 우연한 기회에 구리 덩어리에 섞여 있었던 철을 같이 녹여서 만든 무기가 더욱 날카로워서 적에게 더욱 치명적인 것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 이전에는 철은 녹지 않은 잡철(雜鐵)로 여겨졌던 것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오게 되었다고 봐야겠지?”

“구리와 철의 다루는 방법이 달랐을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처음에는 쇠를 녹이는 방법은 몰랐겠지. 그러다가 점점 고온의 화로(火爐)를 만들게 되면서 소나무를 태우면 구리는 물론이고 철도 녹일 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자 세상은 개벽(開闢)이 일어났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어.”

“그런 시대가 되면 석기시대는 아득한 옛날의 유물이 되고 말았겠습니다.”

“물론이야.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시절을 사가(史家)들이 분류하면서 청동기시대(靑銅器時代)라고 했어. 비로소 암석을 벗어나 명실상부(名實相符)한 금(金)의 시대가 도래했던 것이지.”

“아하~! 그렇게 해서 오행에 금이 들어간 이유를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그 이전에는 오행의 개념도 없었을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까?”

“당연히 문자(文字)도 없었을 테니까 개념도 없지 않았을까? 문자는 금속(金屬)이 등장하면서 기록을 남기게 되었으니까 그 이전에는 기껏해야 뼈나 거북의 껍질에 새겨진 갑골문(甲骨文)이었다면 청동기를 만나면서 제대로 문화(文化)의 꽃을 피웠다고 볼 수 있어.”

“놀랍습니다. 그러니까 오행에서 금은 인간에 의해서 발견이 된 특별한 존재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다른 것은 모두 자연에서 저절로 존재하는 것들이었는데 유독 금은 인간의 손에 의해서 발견되었고,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되었으니 그냥 오행의 하나가 아니라 인류(人類)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것으로 봐야 하겠습니다.”

“맞아, 나무는 끝없이 하늘과 소통하는 것이고, 흙은 모든 것이 존재할 수가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면, 물은 또 끝없이 순환하는 것인데, 금을 이해하게 되면 비로소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터전을 마련했다고 봐야 하겠네. 물론 금은 홀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물, 불, 나무, 흙의 도움을 받아서만 비로소 완성되는 신천지(新天地)라고 할 수가 있겠지.”

염재의 설명에 오광은 신이 났다. 새로운 세계를 배우는 즐거움으로 인해서였다.

“과연~! 놀랍기만 합니다. 그들이 오행에 금속(金屬)을 포함(包含)시켰던 이유를 이제 명료(明瞭)하게 알 수가 있겠습니다. 재료는 자연에서 얻었으나 인간의 지혜로 재탄생을 시킨 금속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춘매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염재의 말을 들으면서 생각해 보니까 나도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 있었어. 인체에서 금(金)은 뼈라고 생각을 했는데, 뼈는 모두 불에 타게 되는 것을 듣고 생각해 보니까 사람의 뼈든 동물의 뼈든 모두 나무와 같다는 것을 알겠잖아. 정말 이런 재미가 있어서 그렇게도 공부에 매달리는 건가 봐. 호호호~!”

염재가 이에 답했다.

“사저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자연에서 암석은 불에 타지 않는 것이므로 오행으로는 토에 속하지만, 지하에서 화산이 폭발하면 그 순간에는 금이 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인체에서의 뼈는 금이라고 하기 보다는 살과 같은 것으로 봐서 토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살의 의미는 살아있을 적에는 흙으로 간주하나 삶을 살다가 생명을 다하게 되면 흙이 되거나, 혹은 불에 타는 나무가 되거나 둘 중에 하나의 길로 가게 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왜냐면 불에 타게 되면 나무가 되지만, 땅에 묻으면 흙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다를 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자 춘매가 감탄하며 말했다.

“오호~! 맞아. 그리고 막상 생각해 보면 나무도 불에 타는 것이지만 땅에 묻으면 썩어서 흙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니까 불에 태우거나 태우지 않는 것의 결과에 따라서 보면 되는 것이었네. 맞지?”

“예,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이 점에 대해서 스승님의 명쾌한 말씀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창에게 정리를 부탁하는 염재의 머리는 참으로 총명했다. 이야기가 엇갈릴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바로 우창의 설명을 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우창이 잠시 생각을 하고서는 말했다.

“과연 염재의 판단에는 용의주도(用意周到)함이 있네. 자연상태로 두면 인체의 뼈와 살은 모두 흙으로 돌아가네. 그래서 환귀본토(還歸本土)라고 하는 말도 있지. 원래의 고향인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라네. 다만 각자의 풍속에 따라서 장례(葬禮)를 하는 의식으로 매장(埋葬)을 하거나 화장(火葬)을 하니까 화장하는 시신은 나무의 역할을 하게 되고, 매장하는 시신은 흙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 틀림없네.”

“과연 스승님의 말씀이 명쾌합니다. 그렇게 정리하면 되겠습니다.”

“염재는 불타의 가르침에서 인체의 원소(元素)는 무엇이라고 하는지 알고 있는가?”

“예, 스승님.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사대(四大)를 논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지수화풍인지 여러 대중을 위해서 설명을 해 보겠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지(地)는 뼈와 살과 힘줄 등입니다. 수(水)는 피와 액체와 고름과 정액과 대소변 등입니다. 또 화(火)는 따뜻한 기운이고, 풍(風)은 움직이는 기운이니 맥박(脈搏)이나 심장(心臟)이 뛰는 것과 같은 것들입니다.”

염재가 정확하게 말하자 우창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내가 예전에는 서역의 인도(印度)에서 말하는 사대(四大)는 오행(五行)의 이치를 잘 몰라서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했었네. 그래서 오행의 원소를 찾아서 그 내용을 분석하다가 뼈가 살과 같이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보고서 금의 존재를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었지. 그래서 서역에서는 토금(土金)을 묶어서 같이 봤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나는 이것을 나눠놓으면 오행이 된다는 생각을 했었다네.”

“듣고 보니까 스승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보통 뼈는 금이라고 하니까요. 염재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오늘 오광의 생각을 듣고서 다시 곰곰 그 문제에 대해서 궁리해 보니까 지수화풍이 맞았고, 그 자리에는 금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네. 물론 뼈조차도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는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는 말이기도 하네.”

“그렇다면 금은 없는 것입니까? 불교를 비롯한 천축의 종교에서는 오행을 논하지 않아도 자연의 이치와 맞는 것으로 보는 것입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뭔가 아쉬움이 남습니다.”

염재가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빙그레 웃으면서 좌중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모두 어떤 답을 해 줄 것인지가 궁금하다는 듯이 우창에게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