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 제20장. 매화역수/ 3.소강절의 신산(神算)

작성일
2020-03-1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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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제20장. 매화역수(梅花易數)


 

3. 소강절(邵康節)의 신산(神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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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싸부~!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해 하는 거예요?”

“으응? 아,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머릿속이 뒤엉켰나 보다. 누님의 이야기는 종횡(縱橫)으로 전개되는 바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니까. 하하~!”

“동생에겐 그럴 수도 있었겠네. 뭔 이야기가 어려운지 말해 봐.”

“말씀하신 중에 변괘(變卦)는 동효(動爻)를 잡는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호괘(互卦)가 등장을 하는 바람에 갑자기 뒤엉켰던가 봅니다. 도대체 주역(周易)의 대성괘(大成卦)를 하나 두고서 몇 가지로 관찰을 하는 것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럴 거야. 대성괘도 다 외우지 못했는데 호괘까지 거론하면 혼란스러운 것이 당연하지.”

“그렇다면 대성괘에서 변화한 괘는 호괘와 변괘(變卦)에 해당하는 지괘(之卦)만 알고 있으면 되는 건가요? 또 제가 모르는 것이 있나요?”

“당연히 여기에 더해서 알아야 할 것이 있는데 오늘은 호괘라는 것이 있다는 것만 알아두는 걸로 하지. 너무 깊이 들어가면 재미없잖아?”

“이론적인 것은 재미가 없지만, 일화(逸話)는 재미있습니다. 혹 그러한 이야기가 있으면 더 들려주시지요.”

“그럴까? 그럼 소강절의 9대 자손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까?”

“예~!”

자원이 그 말을 듣고는 좋아라고 박수를 치면서 답했다.

“소강절(邵康節)의 이름은 소옹(邵雍)이고, 자는 요부(堯夫), 그래서 보통 소요부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강절소라고도 하고 소강절이라고도 해.”

우창이 상인화의 말에 거들었다.

“소 선생은 역학(易學)의 대가였던가 봅니다. 유명한 일화가 전해지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대가를 넘어서 조종(祖宗)이라고 해야 할거야. 오라버니도 그 분을 스승으로 삼고 연구하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한 영감(靈感)의 소유자였던가 봐.”

“그래서 전해지는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 집니다.”

이렇게 호기심을 보이면서 어서 이야기를 하라고 채근하는 우창이었다.

“쓸데없는 이야기는 치우고 어서 일화나 들려 달란 말이지?”

“아흐~! 눈치 채셨습니까? 아닙니다. 하하~!”

상인화는 그래도 알고 안 그래도 안다는 듯이 우창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짓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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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리(易理)에 달통(達通)을 하게 된 소강절이 며느리를 보게 되자. 언제 손자를 볼 것인지가 궁금해서 점괘를 얻었다. 그리고는 궁금한 것이 시작이 되어서는 계속해서 그 손자가 태어나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풀어보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손자가 언제 결혼해서 자녀를 몇이나 두고 무슨 벼슬을 하고 언제 죽을 것인지 까지도 점괘를 통해서 말끔하게 판단하게 되었다. 그래서 흡족했다. 그런데 다시 증손(曾孫)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또 점괘를 얻었다.

사주팔자는 태어난 다음에서야 풀이를 할 수가 있지만 역리는 이렇게 궁금한 마음이 발동(發動)을 거는 순간에 괘를 얻을 수가 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모든 것을 판단할 수가 있는 장점이 있었던 것이다.

자손들이 대대로 부귀를 하면서 학자의 길을 가게 되는 것을 보면서 흡족해진 소강절은 고손자를 거쳐서, 8세손까지도 추론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으로 9세손에 이르러서 낯빛이 변했다.

처음에는 대학자가 되어서 세자를 가르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을 보고서 흐뭇했는데 역적의 누명을 쓰고 비명횡사(非命橫死)를 하게 되는 조짐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생살권(生殺權)을 누가 쥐고 있는지를 다시 점괘로 찾아내게 되었고, 결국은 형조판서(刑曹判書)의 손에 손자의 생명이 달렸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해결책을 강구해 놓은 소강절이 임종을 앞두고 자식들을 앞에 부른 다음에 유언을 하게 되었다.

소강절 :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명심해라.

며느리 : 예, 아버님 반드시 분부를 받잡겠습니다.

소강절 : 내가 사후에 자손들의 미래를 살펴봤느니라.

며느리 : 예, 아버님.

소강절 : 그런데 언젠가 한 번은 액운이 다가오겠더라.

며느리 : 그것이 언제입니까?

소강절 : 너희 대에는 괜찮겠지만 계속해서 주의해야 한다.

며느리 : 그렇게 하겠습니다.

소강절 :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 될 상황이 올 것이다.

며느리 : 알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소강절 : 저기, 보따리가 있느니라. 가져오느라.

며느리 : 예, 아버님 여기 있습니다.

소강절 : 이것은 절대로 풀러보면 안 된다.

며느리 : 예, 분부대로 지키겠습니다.

소강절 : 참으로 위기가 닥쳤을 적에 풀러보도록 하라.

며느리 : 잘 알겠습니다.

소강절 : 이렇게 해서 아무 일이 없으면 대대로 전해 주거라.

며느리 : 알겠습니다.

이렇게 유언과 함께 조그만 상자를 싼 보자기를 남기고는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자손들은 계속해서 승승장구(乘勝長驅)를 하여 대대로 왕실의 세자를 교육시키는 중임을 맡아서 무사히 잘 살았다.

그렇게 하여, 9세손인 소진평까지 부귀영화는 이어졌다. 세자는 소진평의 가르침대로 열심히 제왕의 수업을 하였기 때문에 미래가 탄탄하게 열리는 것은 의심을 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하루는 세자가 소진평의 집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가다가 자객의 손에 죽음을 당했다. 그리고 그 칼은 소진평의 집에서 발견이 되어서 즉시로 옥에 갇히게 되었고 증거가 확실하다는 이유로 다음 날에 참형(斬刑)에 처한다는 명을 내렸다.

그러한 상황이 되자, 소진평의 아내는 시어머니로부터 전해 받은 상자를 떠올리게 되었고, 이것이야말로 바로 그 상황이라는 것을 직감으로 알고는 보따리를 풀게 되었다. 그러자 속에는 다시 보따리가 싸여있고, 그 위에는 서찰이 있었다.

「이 상자를 형조판서에게 전하라」

그 내용을 확인한 아내는 부랴부랴 형조판서를 찾아가서 뵙기를 청했다. 처음에는 역적의 가족을 만나지 않겠다고 완강히 거절을 했는데 소강절의 유언을 가져왔다는 말에 일단 만나 보기나 하자고 해서 면담이 이뤄졌다.

형조 : 그대가 역적 소진평의 아내인가?

아내 : 맞습니다. 소강절 할아버지께서 유품을 남기셨습니다.

형조 : 그걸 왜 내게 말하는가?

아내 : 위급한 일이 닥치면 풀어보라고 했다는 말씀이 계셨습니다.

형조 : 그래서?

아내 : 급하게 상자를 싼 보자기를 풀렀더니 편지가 나왔습니다.

형조 : 그래, 뭐라고 썼던가?

아내 : 지체하지 말고 얼른 형조 어른께 전하라는 글이었습니다.

형조 : 그래? 그렇다면 이렇게 뵐 수는 없지.

실로 형조판서는 유학자로써 소강절을 마음의 스승으로 흠모하고 있었다. 그런데 귀중한 유품의 상자를 전해 받으면서 더구나 자신을 지목해서 전해 주라는 이야기에 한편으로 감동하여 의관을 정제하고 뜰 아래로 내려가서 무릎을 꿇고 상자를 싼 보자기를 열었다.

그러자 상자가 나왔고, 그 상자에는 다시 서찰(書札)이 들어 있었다. 그것을 들고 읽으려는 순간, 갑자기 형조판서의 건물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모두 기겁을 하고 놀라서 정신을 차려보니 건물은 무너지고 뽀얀 먼지만 가득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대로 건물에 있었더라면 모두 깔려서 죽었을 텐데 마당으로 내려와서 편지를 보는 바람에 목숨을 건졌다고 수군거렸다. 가까스로 진정을 한 형조판서가 편지를 읽었다. 간단하게 글귀가 적혀 있었다.

「구여압량사(救汝壓梁死) 활아구대손(活我九代孫)」

‘그대가 대들보에 깔려 죽을 것을 구해줬으니

그대도 나의 구대 자손을 살려주시오’

이렇게 쓰인 글귀를 읽고는 내심 감탄을 했다. 그리고는 즉시로 사형의 집행을 중지하고, 다시 재조사를 하라고 명했다. 그리고는 작은 왕자를 세자로 내세우려는 내관들의 음모에 의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밝히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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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마친 상인화는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 봤다.

우창과 자원은 상인화의 이야기에 넋을 놓고 빠져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손뼉을 치면서 자원이 말했다.

“세상에~! 어쩜 그러한 것을 다 알 수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신기하다고 할 밖에.”

“누님도 그러한 것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왜? 믿어지지 않지?”

“솔직히 그렇습니다. 그것은 역학으로 알았다고 하기 보다는 영감으로 알게 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역학도 영감이고 영감도 역학이야. 이 둘은 구분을 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봐. 그러니까 마음이 가는 곳에 조짐이 있고, 그 조짐을 읽을 안목이 있으면 해석이 되는 거야. 물론 해석이 되면 길흉은 손바닥을 보는 것과 같겠지.”

“정말 놀랍습니다. 과연 소강절 선생은 신산(神算)이라 할 만 하겠습니다. 그런 경지는 죽었다가 깨어난다고 해도 불가능하지 싶습니다.”

“그럴까? 그야 모르지. 다만, 중요한 것은 세상에는 상식(常識)을 넘어선 곳에서 초상식(超常識)이 있다는 거야.”

“그렇다면, 상병화 형님만큼의 수준에 도달한 학자가 주역의 괘를 역산(逆算)해서 소강절 선생이 얻었다는 점괘를 알아낼 수도 있을까요?”

“그렇잖아도 내가 전에 하도 이야기가 황당해서 물어 봤었지.”

“아, 누님도 그러셨네요. 그래서 형님이 뭐라고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물론 그것까지 전해지는 것은 아니어서 유추(類推)만 해 보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하잖아. 그래서 어떤 괘가 나왔을 것 같으냐고 물었어.”

“그랬더니요?”

“그러한 상황이 나오려면, 수산건(水山蹇䷦)에서 오효(五爻)가 동하게 되면 가능한 해석이라고 했어.”

“그럼 어떻게 해석이 되는데요?”

“상괘는 감(坎☵)이니까 위험하다는 해석이 되겠지?”

그러자 자원이 물었다.

“감(坎)은 수(水)인데 왜 위험하다는 거죠?”

“응, 물은 구덩이에 고인 물이고 거기에 빠지면 위험하니까.”

담담하게 답하는 상인화의 말에 자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본 상인화는 다시 자원에게 물었다.

“하괘는 간(艮☶)인데, 이건 가족에서 어떤 사람이지?”

“음... 간은 소남(少男)이잖아요? 그럼 어린 자식이 되네요. 아하, 이것은 나중에 태어날 자손으로도 해석이 가능할까요?”

“오호~! 응용력이 상당한 걸.”

“어머, 언니께서 칭찬을 해 주시니 너무 좋아요. 호호호~!”

“그러니까 자손에게 위험한 일이 닥친다는 해석을 할 수가 있는 단서는 건괘(蹇卦)에서 나온다고 보면 되겠지?”

“그렇긴 합니다만, 그것만으로 9세 후손의 생명을 구한다는 해석을 하기는 너무나 막연한 것 같습니다. 누님.”

“그럼, 지괘(之卦)를 볼까? 무슨 괘가 되지?”

“음.... 오효가 동했으면 상괘의 감(坎☵)이 곤(坤☷)으로 변했다는 것이니까, 지산겸(地山謙䷎)으로 겸괘(兼卦)가 됩니다.”

“잘 이해했네. 근데, 여기에서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은 복잡하니까 이쯤에서 줄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나중에 역학에 대한 공부가 깊어지면 다시 살펴봐도 늦지 않을 거야.”

“그렇잖아도 이미 머리가 지끈거리려던 참이었어요. 감사해요. 언니, 호호~!”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의 끝을 좆느라고 분주하던 자원의 얼굴이 밝아지면서 자기 맘을 알아 준 상인화가 내심 고마웠다. 그래서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얼른 반응을 보이면서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근데, 집이 무너질 것에 대해서도 이미 300년 전에 점괘로 풀이를 했을까요? 그게 참으로 궁금하단 말이 예요.”

“그야 난들 알겠어? 다만 오늘 보고 있는 모란꽃이 내일 말발굽에 짓밟힐 줄을 알 수가 있다면 300년이라는 시간을 관통(貫通)할 혜안(慧眼)이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내일 일이야 어떻게 안다고도 하지만 300년이라는 공간을 뛰어넘어서 그 순간에 일어날 일을 알아낸다는 것은 너무 공교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건 생각할 나름이라고 봐, 그러니까 300년동안 일어날 모든 일을 다 알았다기보다는 필요한 관심사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문답(問答)을 통해서 해답을 얻는 것이라고 봐야 하겠지.”

“그게 무슨 뜻이죠?”

“가령, 엄마가 자신의 자녀와 떨어져 있을 경우에 매 순간마다 그 자녀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히 무슨 일이 없을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시간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하나의 문답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야. 이해가 되나?”

“그래도 어려워요. 그러니까 어떤 사안(事案)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답을 구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답을 얻는 것은, 내일 일어날 일을 질문하는 것이나, 한 해가 지난 다음에 일어날 일을 질문하는 것은 완전히 같은 것이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맞아, 바로 그것이야. 그러니까 전부를 다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궁금한 점에 대해서만 알면 된다는 거야. 잘 이해했어.”

“어머나~! 고마워요. 그렇다면 모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이제 더 즐거운 마음으로 이야기에 몰입할 수가 있겠어요. 호호~!”

“이러한 이야기는 부지기수(不知其數)라서 일일이 다 이야기를 하자면 끝도 한도 없다고 봐. 그러니까 이번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하고 이제 다음에 관심이 생길 적에 공부를 하는 것으로 해.”

“알았어요. 어서 이야기 해 주세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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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이 아름답게 핀 정원(庭園)에서 마침 만발(滿發)한 모란을 감상하면서 소강절과 일행들이 주인 사마공(司馬公)의 댁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중의 한 사람이 모란을 보다가 문득 말을 했다.

“이렇게 아름답게 핀 꽃도 그 운명이 있을까?”

이렇게 말을 하자 모두 소강절을 바라봤다. 이미 그의 매화역수에 대한 능력이 신기(神機)에 도달해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 말을 듣고 소강절이 답했다.

“인생도 잠시 후의 일을 모르듯이 자연의 모든 사물도 그와 같은 것이오. 오늘 아름다움이 천년만년 이어질 수도 있는가 하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인데 다행히 법수(法數)가 있으니 그것을 바탕으로 삼아서 유추(類推)해 볼 방법은 있소이다.”

“맞아요. 과연 이렇게 아름다운 모란의 운명도 정해진 것이 있다면 참으로 재미있지 않겠소?”

이렇게 점괘는 때론 절박(切迫)하게, 또 때론 유희(遊戱)로 삼고 노닐 수도 있는 것이기도 하다. 소강절도 밥을 얻어먹은 값을 할 요량으로 점괘를 얻어서 풀어보게 되었다.

날짜를 보니, 사년(巳年)의 3월 16일이고 시간은 묘시(卯時)였다. 그러니까 푹 자고 난 다음에 모두 일어나서 상쾌한 새벽의 맑은 기운으로 새롭게 피어난 꽃을 감상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소강절은 모두의 흥미로운 눈빛을 받으면서 주어진 연월일시를 바탕으로 숫자를 뽑아서 점괘를 만들기 시작했다.

사년(巳年)은 여섯 번째 지지(地支)이니 6이다.

3월은 숫자도 그대로 3이다.

16일도 숫자를 그대로 16으로 본다.

이것을 모두 합하면 25가 된다.

25를 팔괘(八卦)인 8로 나누면 몫은 3이 된다.

그리고 남는 숫자는 1이다.

숫자 1은 일건천(一乾天)의 건괘(乾卦☰)가 된다.

이것으로 상괘(上卦)를 삼는다.

다음으로 앞의 25에다가 시지(時支)를 더한다.

시진(時辰)의 묘(卯)는 자축인묘로 따지면  숫자로 4가 된다.

이것을 모두 합하면 29가 된다.

29를 다시 8로 나누면, 세 번 나누고 5가 남는다.

그러면 5의 오손풍(五巽風☴)이 된다.

이렇게 해서 대성괘(大成卦)는 천풍구(天風姤䷫)이다.

 

다시, 동효(動爻)는 29를 6으로 나눈다.

6으로 제하면 4번 제하고 남는 것은 5가 된다.

5가 나왔으면 동효는 오효(五爻)가 된다.

5는 상괘의 건괘(乾卦☰)에서 가운데가 변했다.

이렇게 되면 동효는 리괘(離卦☲)가 된다.

화풍정(火風鼎)은 지괘(之卦)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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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풍구(天風姤) 화풍정(火風鼎) 중천건(重天乾)

이렇게 세 가지의 대성괘가 만들어졌다.

소강절이 바쁘게 움직이던 손길을 멈췄다. 일동의 눈이 소강절의 입을 향해서 집중한다. 소강절이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서는 입을 열었다.

“괴이하구나. 내일 오시(午時)가 되면 말이 짓밟아서 비참하게 망가져서 꽃의 운명을 다 하게 되겠으니...”

그 말을 듣고 일동은 의아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과연 그렇게 될 것인지 내일 오시까지 지켜보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아무 일이 없이 시간이 흘러서 다음 날 오시가 되었다.

마침 관청에서 일을 보러 왔던 관리들이 말을 매어 놓고서 모란을 감상하고 있는데 갑자기 말들이 난동을 부려서는 고삐가 풀리면서 날뛰는 바람에 모란꽃은 모두 짓이겨져서 처참한 종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관리들은 너무나 황송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정작 집에서 머물고 있던 주인을 비롯한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소강절에게 어떻게 된 연유인지를 설명해 주기만 바랄 뿐 그들을 힐책(詰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었다.

그 장면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소강절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럴 줄을 알았다는 듯이 대중을 둘러보자 모두 소강절 주위로 몰려들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어서 설명을 해 달라는 채근(採根)이었다. 잠시 후에 소강절이 그 연유를 설명했다.

괘의 주인인 체(體)는 화초이니 목(木)이므로 천(天)과 풍(風)에서 풍목(風木)에 해당하니 풍이 주인이 된다. 그리고 용(用)은 체에 상응해는 천(天)이 되어서 천은 양금(陽金)이 되니 금극목(金剋木)으로 모란에 위험이 닥칠 수가 있는 조짐이 발생한다.

더구나 호괘(互卦)도 건괘(乾卦)이니 극을 당하는 것이 더욱 극심(極甚)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다가 지괘(之卦)의 화풍정(火風鼎)은 나무인 풍(風)에 불이 붙은 형국이니, 불이 태우려고 하고 금이 찍으려고 하는 곤경(困境)에 처하게 된다.

다음 날 오시(午時)의 불 시간이 되면, 건괘(乾卦)의 동물을 나타내는 말이 밟아서 화원을 망치게 되니 이것은 금극목(金剋木)의 이치가 되고, 이로 인해서 완전히 망가진 모란은 모두 베어져서 불태워지게 될 것이니 이것으로 모란의 운명은 끝이 나게 되는 것으로 풀이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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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인화의 이야기를 듣고서 자원이 손뼉을 치면서 재미있어했다. 그러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는지 물었다.

“언니, 아무래도 호괘(互卦)라는 것이 궁금해요. 어떻게 나온 건지 다시 설명해 주세요. 머리가 둔해서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렇게 궁금하면 공부가 되는 거야. 잘 들어봐.”

“아무렴요. 어서 말씀해 주셔 봐요. 물론 쉽게 설명해 주세요.”

“대성괘가 뭐라고 했지?”

“천풍구(天風姤)예요.”

“구괘(姤卦)에서 3,4,5효로 상괘(上卦)를 삼고, 2,3,4효로 하괘(下卦)를 삼아서 만들어지는 대성괘가 바로 호괘(互卦)인 거야.”

상인화는 자원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으로 봐서, 직접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자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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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래서 상괘도 건괘가 되고 하괘도 건괘가 되어서 호괘(互卦)는 중천건(重天乾)이 되었네요? 이제 이해가 되었어요. 고마워요. 호호~!”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우창이 상인화에게 물었다.

“누님, 그런데 풍(風)이 모란이라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천(天)이 금(金)인 것은 얼른 판단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 또 다른 해석을 할 수가 있을까?”

“하늘이 나타내는 것이 수십 가지가 될 텐데 콕 집어서 금극목이라고 한 것은 설명이야 가능하겠지만 과연 실제로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눈으로 본 듯이 읽어 낼 수가 있을까요?”

“결과를 보면 쉬워 보이는데 막상 점괘를 풀이할 적에는 영감(靈感)도 필요하다고 봐. 그래서 항상 느껴지는 것에 마음을 모으는 것이지.”

“또 의문이 남습니다. 말하자면 말발굽도 그렇습니다. 건괘인 천(天)의 상징으로 말을 나타낸다고 해서 말이라고 단정했지만, 실은 그것조차도 해석의 갈래는 한두가지가 아닐텐데 그와 같은 해석을 어떻게 했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맞아, 그래서 같은 점괘라도 풀이하는 능력에 따라서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거야.”

“그렇다면 소강절 선생은 얼마나 깊은 이치를 깨달았기에 그렇게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상황을 정확하게 눈으로 본 것처럼 판단할 수가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이론과 공부를 통해서 도달할 수가 있는 경지를 벗어나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신기(神機)라고밖에 할 수가 없지 싶습니다.”

우창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감히 절정고수의 수준에 대해서 뭐라고 단정하는 것도 경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애둘러 자신의 의문을 말했다. 잠시 생각하는 듯하던 상인화가 답했다.

“맞아, 일반적인 사유의 방법으로는 아무리 궁리해도 정확하게 알아낼 수가 없지. 그래서 나도 공부하다가 말다가 하잖아. 그렇지만 오빠의 연구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러한 것에 빠져서 보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해석이 가능한 방법을 찾아서 연구하고 있으니까 나도 그 깊이에 대해서는 가늠을 할 수가 없겠네.”

“이미 오랜 시간을 궁리하신 누님조차도 그 의미를 다 읽기가 쉽지 않다고 하면 역시 우창에게는 아직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인가 싶습니다.”

“그래서 공부는 저마다의 인연이 있고, 또 시기(時期)의 전후(前後)가 있다고 보는 거야. 열심으로 꾸준하게 오행도(五行道)를 연마하다가 보면 다시 그다음 단계에서 음양도(陰陽道)를 자연스럽게 얻게 되지 않을까?”

“아, 그렇군요. 누님의 한 말씀이 머릿속의 구름을 말끔하게 걷어주셨습니다. 지금 해야 할 공부가 있고, 다음에 또 시작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조바심을 내지 말고 공부를 하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음양의 변화에도 깨달음의 인연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맞아, 능히 그렇게 되면 비로소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의 이치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주무르면서 천하(天下)의 이치와 하나가 될 거야.”

그렇게 상인화의 설명이 아닌 위로를 듣고서야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러한 신비의 영역에도 접근이 가능하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