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중국⑧] 북경 이화원

작성일
2019-12-2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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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는 말씀입니다. 본 여행은 2004년에 가족들끼리 배낭여행을 떠났던 중국의 북부여행입니다. 낭월한담의 목록을 만들다가 번호가 빠진 여행기가 있어서 사진기행으로 옮기면서 당시의 컴퓨터 환경을 생각해서 작은 사진으로 올렸던 것을 필름을 스캔한 이미지로 바꿨습니다. 당시의 분위기나 느껴보는 용도로 참고하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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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중국⑧] 북경 이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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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 금요일]


새벽 6시에 북경으로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5시부터 서둘러야 했다. 왕휘앤은 안타깝게도 취업문제로 연락을 기다리면서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동행할 수가 없음을 무척 아쉬워했다. 그래서 나중에 연락이 되면 뒷차로 오라는 위로를 하고 출발을 했다. 그래도 그녀는 자신의 고향에서 유명한 술을 사갖고 가야 한다고 해서 유명한 술을 두병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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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술은 도향선생님께서 귀국보고를 할 적에 모여서 함께 마실 아주 소중한 술이었고, 그래서 짐이 늘었다고 해야 하겠다. 그런데 이 술은 귀국하지 못했다. 나름대로 변명을 할 수는 있지만, 북경에서 떠나면서 택시 안에다가 두고 내렸기 때문이다. 변명이라고 하는 것은 내 짐이 너무 컸기 때문에 그 짐에 신경을 쓰고, 또 다른 팀이 잘 도착했는지 보이지 않아서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느라고 비닐봉지를 챙기지 못했는데, 이미 택시가 떠나고 난 다음에 알게 되었으니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 봉지에 다른 선물을 넣지 않았던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입으로는 말을 하면서도 주복(酒福)이 없는 지부장님들이니 나도 어쩔 수가 없다고 버틸 참이다. 물론 나중에 회계를 할 적에는 내가 물어 넣는 것으로 계산을 하라고 했으니까 손해 배상은 했지만.... 나중에 한잔 사야 할 모양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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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새벽 일찌감치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승덕역에 도착을 하니까 이미 표는 매진이었고, 좌석이 없었다. 난감한 표정을 지은 왕휘앤에게 버스로 가면 되지 뭘 그러느냐고 하면서도 그저께 오면서 고생한 생각을 하니까 별로 내키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차라도 좀 좋은 차로 잡아보라고 했는데, 그런대로 무난한 25인승을 구해 와서 다행이었다. 사실 그저께 오면서 세시간이나 달린 다음에 화장실에 잠깐 섰는데, 그 화장실은 그야말로 소문대로의 화장실이었다. 중국에서는 화장실을 대체로 厠所(측소-뒷간의 의미임)라고 써 놓는다. 신식으로 잘 되어 있는 곳에는 가끔 衛生間위쎵찌앤(위생간-위생적인 공간)이라고 되기도 했는데 대부분이 이렇게 써 있다.


도중에 있는 그 화장실을 갔더니 소변보는 공간은 예전의 시골 터미널처럼 벽에서 한자 정도 앞두고 벽돌로 쌓아서 마무리한 그런 식이다. 그런데 대변실은 그 맞은편에 구멍만 직사각형으로 뚫려있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야말로 최악의 화장실이었다. 그래도 늠름하게 앉아서 급한 볼일은 다 보게 되어 있으니 생리적인 요구는 시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입구의 벽에 써진 글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자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그나저나 식사 하시다가 잘못 넘어오시면 우짜고......)


‘정해진 곳에 용변을 보지 않으면 개**(狗子)다’

분명히 이러한 뜻이었다. 狗子가 뒤에 붙어 있는 것으로 봐서 욕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가위보다는 덜 험상궂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이러한 화장실은 무료라는 것도 중요하다. 돈을 내기로 든다면 0.5원 혹은 1원을 내라는 곳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화장실 문제로 중국여행을 걱정하시는 벗님이시라면 그러실 필요 없다고 하는 점을 말씀드린다. 형편이 되는대로 다 적응을 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같이 갔던 화인도 다 적응을 해 가는 것을 보면서 환경의 위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바로 그 화장실 장면이 떠오르기에 조금 설명을 드려 봤다.


[글자를 잘 익혀 두셔야 급할 적에 당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을 것도 같다. 어느 곳에서나 이렇게 되어 있으면 화장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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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떠날 때까지 왕휘앤은 계속 밖에서 배웅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해결되면 뒷차로 오라고 다시 손을 잡고 약속을 했다. 반드시 그러마고 했다. 차는 그렇게 출발을 했고, 다시 든든한 안내자를 데리고 북경행을 하지 못한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머무를 자리를 정해야 했다. 그리고 낭월이 들고 간 여행안내서를 보면서 어디에서 잡아야 저렴하고 깨끗하게 머물 수가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저렴하다는 호텔을 하나 찾아냈다.

사실 두 권 중에서 좀 오래 전에 만들어진 안내서여서 크게 참고를 하지 않았는데, 이 한 줄로만으로도 무거운 책을 들고 간 보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시기 바란다. 오래 전에 만들어진 책이라고 하는 것은 물가의 표시가 적어도 2~3년 전에 주어진 정보라는 것에서 바로 알 수가 있다. 참고로 피서산장 입장료가 50원이라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90원이기에 언제 50원이었느냐고 왕휘앤에게 물어봤더니 2002년에 그랬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정보를 참고로 언제 만들어진 안내서인지 참고하시면 되겠다.

윈뚱판디앤(遠東飯店)이다. 그런대 책에서는 원동은 틀림없지만, 뒤에 붙은 이름은 학생용 저렴한 숙소로 되어있는 이름이었다. 전화를 해서 알아보니까 지금 사용하는 이름이 원동반점이라는 것이다. 전화는 화인을 시켰다. 그리고 방은 3인용으로 두 칸 잡기로 하고, 예약을 하고 비용은 387원씩이라고 했다. 그렇게 짐을 풀어 놓을 곳을 마련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이 되어서 느긋하게 바깥 풍경도 살펴보고 했는데, 중간을 가다가 보면 장성이 보이고 먼 산에는 망루도 보인다. 여기도 바로 만리장성이다. 그러니까 승덕은 장성 밖에 있는 셈이다. 그래서 별명도 塞外(새외-새는 변두리, 외는 바깥, 그러니까 변두리도 아니고 변두리 바깥이라는 말이다.)라고 되어 있기도 하다. 여행하면서 그런 풍경도 참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중간 중간에 장성과 망루가 보이면 이내 관운장이 말을 타고 나타날 것만 같은 생각도 다면서 흥취를 느끼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다행히 화장실은 들리지 않고 바로 북경에 도착을 할 수가 있었다. 아, 여기에서 중요한 것도 한 말씀 드려야 하겠다. 처음에 북경에서 차를 탈적에 西直門(시즈먼)에서 탔으니 올 적에는 당연히 그 곳에다 내려 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것이 또 오산이었다. 정말 오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차에 그냥 앉아 있으니까 다 왔다고 내리라고 한다. 아무리 봐도 터미널이 아니다. 그래서 여긴 아니라고 했는데, 다 왔다는 거다. 그 순간 스치는 생각, ‘북경에서 내리면 되었지 반드시 시즈먼에 가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 떠올랐다. 봐하니 다들 그렇게 적응하고 내리는 것을 봐도 이것은 우리가 외국인이라서 깔보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기 때문에 그냥 적응을 하고 내려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갔다.

예약을 해 놨기 때문에 느긋하게 찾아갔지만, 막상 택시를 타고 찾아갔더니 예약은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예약을 받은 적이 없다고 잡아떼는 것이다. 아는 사람은 바로 이런 경우에 필요해진다는 것을 알아 두시면 좋겠다. 바로 왕휘앤에게 전화를 해서 그 사람에게 바꿔줬더니 잠시 후에 수긍을 한다. 그리고는 하나는 1층이고, 하나는 4층인데 1층은 387원이고, 4층은 450원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 좋은 방인가보다 하고 도향선생님과 화인, 그리고 경덕이는 좋은 방에 짐을 풀로 우린 1층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4층의 방은 침대가 넷이더란다. 그러니까 양측이 손해를 보고 다소 비싸게 계산된 모양이었다. 그대로 수용을 하고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또 넘어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 호텔은 역시 여행자의 호텔이었다. 동양인은 우리들이고, 모두 서양인들이었으니 말이다. 유스호스텔이었던 것이다. 위치도 북경의 중심부에 있고, 여러 가지로 외국인이 가장 저렴하게 묵을 수가 있는 공간이므로 벗님도 여행하여 북경에서 배낭을 풀게 된다면 이 호텔을 권해 드린다. 그런데 혼자나 둘이 머무는 것은 얼마인지 알아보지를 않았으니 전화 해보시기 바란다.

호텔에서 경영하는 식당이 있어서 점심을 먹고는 차앙쳐엉(만리장성)에 가는 계획을 세웠다. 가는데 한 시간이면 된다고 하니까 좀 늦게 들어올 요량을 하면 충분할 것으로 보여서이다. 그리고 일정도 벌써 금요일이다. 서둘지 않으면 욕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귀국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막바지로 접어든 여행객들에게는 조바심도 조금 나기 마련이다. 짐을 벗어 던지고는 부랴부랴 나서서 택시를 잡았다. 안내서에 보니까 장성을 가려면 더셩먼(德勝門)에서 시외버스를 타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북경에는 문도 참 많다. 모든 지명에는 門으로 끝나는 것이 너무 많다고 해야 하겠다. 여하튼 택시를 타기 전에 두 대를 잡아서 서로 입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서로 다른 곳에서 이산가족의 신세를 면하기 때문이다. 함께 가자고 하면 대체로 잘 동행을 해주는 것인데, 그래도 맘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까 이러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화인과 낭월은 각기 다른 차를 타야 했다. 만약의 경우에 회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사가 말을 걸었다.

“여행 중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장성에 가려고요.”
“그래요...... 가는 것은 차가 있을 텐데....”
“그럼 오는 차는 없을 가능성이 있나요?”
“원래 장성은 하루를 잡아야 하는데, 지금 2시가 다 되어가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할 것으로 생각되네요.”

이렇게 말이 되고 보면 일정은 바로 변경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성급한 낭월이라고 일행들이 불평도 했겠지만 이때만큼은 확실한 순발력을 발휘하는데 유감이 없었다.


“너머취이허위엔” -그러면 이화원으로 갑시다."


신호를 대기하고 있을 적에 얼른 내려서 뒷차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이화원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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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원까지는 택시로 가도 되는 거리이다. 시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우왕좌왕하다가 보면 괜히 시간만 없앨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시간을 사기 위해서라도 택시를 타기로 했다. 원래 북경주변은 3일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그 기사도 해줬다. 오늘은 이화원, 내일은 장성, 모래는 자금성, 그러면 북경의 요지는 보는 셈이기 때문에 일정에 손실은 없었다고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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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허위엔(頤和園)’

피서산장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 넉넉한 호수공원이었다. 호수에서 배도 타고 불향각에도 올라가봤다. 그리고 배에서 내려서는 잠시 쉬면서 호수를 감상하는데, 도향선생님 주머니에서 2원짜리 이과두주를 꺼내셨다. 딱이다. 한 모금씩 마시고 즐거운 수다를 떨었다.

eh20191224-34[남 사진은 잘 찍는데 자신 찍는 것에는 왜이리도 어색한지...... 이화원 앞이라고 그래도 기념사진 한장 찍어야 한다기에...]

eh20191224-05[건물도 가장 멋지게 지어진 것을 보고 나면 다른 것은 대충 보게 된다.]

eh20191224-06[내부를 통과해서 올라가는 길이다. 아는 사람들을 불러 세우고 한 장~!]

이화원에서도 역시 제왕의 권위는 그대로 살아있다고 해야 하겠고, 특히 이화원이라는 제목을 분석해보면, 윗턱과 아래턱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동산이라는 의미가 되니, 상하와 내외가 모두 잘 지내보자는 의미가 되는 것으로 해석이 된다. 너무 직설적인 이름이라서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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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을 하면서 남문으로 나가면 시내를 볼 수가 있는 운하를 탈 수가 있다.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가이드이지 흐~ 여기에서 배를 타고 1시간 가까이 운하를 여행하는 길은 시원했다. 그리고 중간에서 중국중앙방송국(CCTV)의 멋진 탑이 시야에 들어온다. 배를 타고 여유를 부리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어둠이 깃든 천안문 광장에서 사진도 찍고, 여행자 모집하는 사람을 만나서 내일 아침에 장성으로 가는 하루짜리 여행을 하기로 예약도 했다. 새벽에 깃발올리는 것을 본다고 했더니 4시 20분에 호텔로 데리러 오겠단다. 그래서 30분에 오라고 하고 10분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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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호텔에 돌아오면 밤이 깊다. 길거리에서 꼬치를 사먹으려고 했지만 너무 지저분해서 다들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호텔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괜히 기웃거리면서 시간 낭비하지 말기로 했다. 다만 리어카자전거를 탔는데, 할아버지가 좀 빙빙 돌았다는 느낌이 든다. 택시를 타면 10원이면 되는데 아마도 30원은 뜯겼지 싶다. 물론 여행이려니 했지만, 다음에는 타지 말기로 하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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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의 중앙방송국 탑이 노을에 그럴싸 하다. 이화원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운하를 배로 이동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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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저녁을 먹고는 술도 한잔 했다. 거의 매일 낮과 저녁으로 술을 마셨는데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 참 좋은 술이라고 하는 생각이 든다. 도향선생님도 술맛에 흠뻑(그냥 혼자 생각이다.) 취하신 것으로 보였다. 너무 좋아하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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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래서 낭월과 죽이 잘 맞았으리라고 생각도 한다. 실로 도향 선생님은 인천이 댁이시므로 마음만 먹으면 배타고 칭따오로 가서 술과 요리를 많이 먹고 쉬었다가 돌아와도 될 거리라고 할 수가 있겠다. 그리고 그렇게 놀러 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특히 청도맥주에 대해서는 애호가가 되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북경에서의 첫 밤을 보냈다. 내일은 아마도 좀 피곤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산에 가야 하니 말이다.

 

8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