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중국⑤] 승덕까지

작성일
2019-12-24 10:14
조회
592
알리는 말씀입니다. 본 여행은 2004년에 가족들끼리 배낭여행을 떠났던 중국의 북부여행입니다. 낭월한담의 목록을 만들다가 번호가 빠진 여행기가 있어서 사진기행으로 옮기면서 당시의 컴퓨터 환경을 생각해서 작은 사진으로 올렸던 것을 필름을 스캔한 이미지로 바꿨습니다. 당시의 분위기나 느껴보는 용도로 참고하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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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중국⑤] 승덕(承德)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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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은 뒤로 하고 지난에서 다시 차를 타고 북경으로 달리는 노선을 탔다. 차는 그런대로 양호했고, 북경으로 가는 길에 주변의 풍경은 여전히 산동성의 그대로였다. 다시 말하면 군소리가 되기 때문에 땅이 넓더라는 이야기는 빼야 할 모양이다. 그리고 중국에 와서 알게 되었는데, 중국의 강이 양쯔짱(楊子江)과 황허(黃河)가 있어서 양대 강이라고 한다고만 알고 있었지 지도를 볼 때만 기억하고 덮고 나면 위에 있는 것이 양쯔인지 아래 있는 것이 양쯔인지 늘 애매했었다. 아마도 벗님도 특별히 관심이 많지 않았다면 그러셨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낭월의 자유겠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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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을 경유하는 강이 황하강이었다. 그래서 분명하게 확인을 했으니 이것 확인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었다고 해야 할랑가.... 지난에서 한참 달리니 황허가 나타난다. 그래서 준비하고 있다가 사진을 찍었는데, 도로에서 보는 황하는 금강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애초에 황하강가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하던 계획도 있었는데, 지난 관광을 포기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냥 통과하면서 저것이 황하겠거니 하면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하겠다. 여하는 강하(江河)에서 하는 봤으니 나중에 강을 보면 되겠다. 이렇게 이름표를 붙이고 지나가는 것도 나중에 못 봤다고 하는 아쉬움보다는 훨씬 양호하다고 해야 하겠다.


빗속을 헤치고 버스는 6시간을 달려서 북경에 도착했다. 이미 주변은 어둠 속에 잠겨들었다. 참고로 북경의 지도를 보니 경계가 7겹인가로 되어있다. 외부에서 중심부로 들어갈 적에는 허가증이 필요하고 차량도 아무나 맘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란다. 참 묘한 행정이라고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뿐이 아니라고 한다.


대학을 가더라도 북경출신이 500점으로 가는 대학이라면 지방출신은 650점을 받아야만 갈 수가 있다는 묘한 법칙도 존재하는 나라이다. 이것은 학원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라면 오히려 혜택을 지방으로 줄 텐데, 중국은 그 반대인 것으로 봐서 아마도 지방학생은 서울에 오지 말라는 강제성이 아닌가 싶다. 하긴 북경은 이미 만원이라고 하는 말을 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버스 안에서 하면서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리고 짐을 내리는데 건장한 중년의 사나이가 끼여 든다. 보나마나 택시 기사거나 호텔에서 나온 사람이겠거니...... 이제 척하면 착이다. 도사가 되어가는 진전이 급속도로이다. 그래서 그냥 냅두고 대합실로 이동을 했다. 그는 계속 따라오면서 열심히 이야기를 하면서 눈치를 살핀다. 그러다가는 돈지갑을 든 사람이 화인이라는 것을 파악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고, 그 후로는 다른 사람은 상대도 하지 않고 화인에게 집요한 공격을 퍼부었다.

우선 표를 파는 곳에 가서 보니 출발하는 차는 없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계속 어디를 가는데 그러느냐고 다그친다. 우리는 또 쳥더어를 말해야 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칭따오로 알아듣고(정말 아직도 그 발음과 그 발음을 왜 헷갈려 하는지 모르겠다.), 내일 아침에 차가 있으므로 싸고 좋은 호텔로 안내하겠다고 하는 말을 듣고 다시 수정을 하는데 이번에는 글로 쓰지 않고 말로 끝장을 봤다. 사실은 왕휘앤도 이러한 점을 걱정했다고 한다. 발음의 혼란으로 인해서 다른 곳으로 가는 차를 타게 될까봐 걱정했다는데 사실 그렇게 생기기도 했다.

“아, 승덕~! 그곳에 가는 차는 여기에서 없습니다.”
“그럼 어디에 있어요?”
“시즈먼(西直門)으로 가야 합니다.”

그 친구는 정말로 집요했다. 그런데 외국 여행에서 그나마도 눈치가 빠른 사람이 나서면 무조건 거절을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여기에서 배웠다. 그는 친절한 가이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택시를 타면 40원씩 내야 하는데, 지금은 가봐야 차가 없고 그 부근에는 외국인을 재워주는 호텔도 마땅한 곳이 없기 때문에 5분 거리에 있는 호텔에서 자고 아침에 6시에 데리러 와서 다시 시즈먼까지 가서 터미널에 내려주고 나면 40원을 받겠다고 한다. 이 정도면 아마도 낮선 외국에서는 고맙다고 해야 할 모양이다. 일단 편인을 발동시키고 나선 여행이기는 하지만, 이 사람에게는 그러지 않아도 될 것으로 생각이 되어서 경계를 풀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내린 터미널은 남부터미날인 셈이고 승덕에 가는 것은 서부(혹은 북부)에서 타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를 했다. 당연히 그럴 수가 있겠다고 봤다. 그래도 의심스러워하니까 그는 다시 물었다.

“기차로 갈래요? 아니면 버스로 갈래요?”
“버스요.”
“그럼 시즈먼입니다. 더 알아볼 필요도 없어요. 얼른 탑시다.”

그러면서 매점에서 북경지도를 빌려다가 보여주면서 위치까지 지적해 줬다. 그 정도면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이 사람의 택시를 타기로 하고 모두 차에 올랐다. 물론 다른 택시를 잡는 것도 이 사람이 할 일이었다. 우리는 두 대로 나눠 타고 북경의 중간 변두리(3번째 테두리 안 인듯....)에서 야경을 보면서 두리번거렸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던 차는 어느 호텔에서 멈췄다. 별이 셋인 호텔이었다. 여기에서 자고 아침에 데리러 온다는 것이다. 5분거리라고 했다. 그러자고 했는데, 호텔의 비용이 만만치 않다.


원래 3인실이 380원인데 자신이 받을 호텔측으로부터의 팁까지 깎아 가면서 330원씩에 결정을 했다. 엘리베이터 문까지 열어주면서..... 친절을 다 하고서야 헤어졌다. 일단 여장을 들여 놓고 저녁을 먹어야 했는데, 호텔프론터에 물어보니 라면집만 남았단다. 그래서 그 집으로 가서 볶음밥과 간단한 식사로 저녁을 때우고 잠자리에 들었다.



[8월 11일 수요일]


아침에는 전화하지 않고 그냥 우리끼리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는데, 엇 저녁에 받은 명함으로 그 기사를 부르는 편이 나을 뻔 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전화 해보니까 30분만 기다리면 도착한다고 하는 것을 성급하게 그냥 두라고 했더니만 택시를 못잡아서(아침에는 택시도 만만치 않음), 이래저래 그 시간 다 까먹고 별도로 30원씩의 택시비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엇저녁에 그 기사에게 절반인 20원을 줬으니 10원씩 20원은 손해 본 셈이다. 그리고 5분거리가 아니었다. 대략 30분은 달린듯 싶다. 그것은 속았다고 하기도 그런 것이 여하튼 자신이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었기 때문이다. 좀 복잡하지만 이해하시기에는 문제가 없으리라고 보고 계속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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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시즈먼, 택시가 멈추는 곳을 보니 옆에 치츠잔이 보인다. 그래서 안심하고 내려서 확실하게 승덕(청도가 아닌 하하~)으로 가는 표를 사고, 아침으로는 터미널 옆의 가게에서 과일을 좀 샀다. 요기나 하고 승덕으로 가려고 했다. 소요시간은 왕휘앤은 4시간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기본이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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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을 먹으면서 일전에 읽은 열하일기(熱河日記)를 떠올렸다. 조선의 사신 일행과 함께 동행하신 할배(연암 박지원)가 천신만고 끝에 북경(당시는 연경이라고 했던 모양)에 도착해서 왕이 승덕의 피서산장에 갔다는 것을 알고 부랴부랴 말을 달려서 우리가 가는 이 길을 달렸을 것을 생각했다. 참으로 역사의 흔적은 시간을 뛰어넘어서 같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가 보다. 그리고 아직 모르셨다면 이참에 알아두시기 바란다. 승덕으로 가는 것은 열하를 보기 위함이고 그러기 위해서 피서산장을 봐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곳에 우리의 안내자, 왕휘앤이 있다는 것도.


 

seng20191224-20[마침내 차에 오르는 일행들이다. 그래도 25인승이 아닌 것이 다행이다.]

차에 몇 자리가 빈 채로 출발을 하기에 중간에 사람을 태우기 위해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여전히 그렇게 시간을 끌면서 차는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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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서도 승덕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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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이면 도착한다던 승덕은 6시간이 다 걸려서야, 중간에 막히기도 하고, 이런저런 곡절은 있었지만 무사히 승덕에 도착하니 오후 2시경이다. 고속도로 공사를 하는 것으로 봐서 앞으로는 소요시간이 더욱 단축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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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에 비포장 도로도 거치면서 그렇게 옛날 완행버스를 떠올리게 하는 여정도 끝이 있기 마련이다.


seng20191224-01[승덕터미날에서 왕휘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새로 지은 터미날이러 깨끗하다.]


화인은 부지런히 왕휘앤에게 전화를 했고, 다시 택시를 타고 어느 호텔로 오라는 것까지 이번 편에서 다루고 6편은 대전에 주말반 강의 다녀와서 써야 할 모양이다.

 

5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