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중국②] 태산을 향해

작성일
2019-12-24 09:23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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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는 말씀입니다. 본 여행은 2004년에 가족들끼리 배낭여행을 떠났던 중국의 북부여행입니다. 낭월한담의 목록을 만들다가 번호가 빠진 여행기가 있어서 사진기행으로 옮기면서 당시의 컴퓨터 환경을 생각해서 작은 사진으로 올렸던 것을 필름을 스캔한 이미지로 바꿨습니다. 당시의 분위기나 느껴보는 용도로 참고하면 되겠습니다. 사진정보는 스캔을 한 날짜이니 고려하지 말라는 말씀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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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중국②] 태산(泰山)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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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일들로 정신없는 3일간의 시간에 여행의 준비가 완료 되어서 정시에 인천공항에 도착을 하게 되었다.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올라서 경덕이가 소원하던 기내식도 받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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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약 한 시간 반을 걸려서 칭따오 공항에 도착을 하고 나니 벌써 간체자의 한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도 조금은 긴장하는 표정이다. 물론 부모가 있으니 든든하겠지만 그래도 갑자기 바뀐 환경은 사람을 긴장시킬 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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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동천선생 사모님을 몇 년 만에 만나서 인사 나누고 우선 댁으로 갔다. 다행히 태안으로 가는 직행표가 2시에 있어서 그것으로 구했다고 건데 준다. 태산을 가려면 먼저 태안으로 가야 하는 까닭이다. 동천선생은 칭따오에서 한국식품점을 하고, 부인은 2층에서 제과점을 하고 계셨다. 장사가 잘 되는 편이라고 한다.



사모님께서 빵을 듬뿍 주셔서 짐스럽다고 속으로 투덜댔는데, 실은 중국에서 얼마나 선견지명이 있었는지를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우선 도향선생님의 가방이 문제였다. 바퀴가방이었는데, 배낭여행에서 마땅치 않은 것을 바로 판단하고 가방은 맡기고 배낭으로 채웠다. 그 바람에 부인께서 챙겨주신 옷은 절반만 지니게 되었는데, 긴 여행에서 눈썹을 빼어 놓고 가야 할 상황이므로 어쩔 수가 없었는데, 여행자에게 짐은 참으로 필요악이다. 우야던둥 남겨둔 짐은 나중에 찾거나 아니면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하거나 할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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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어도 중국에 왔으니 한식으로 점심을 먹고 가야 한다는 사모님의 강요를 뿌리치느라고 고생 좀 했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못가면 내일 가지뭐 해도 편재의 낭월에게는 소용없는 공염불일 뿐이다. 그래서 시간이 되는대로 간단히 먹으면 된다고 하면서 다시 차를 재촉했다. 중국에 사는 사람과 한국에 사는 사람의 차이는? 바로 한국음식의 가치평가이다. 타국에 사는 사람은 좋은 대접이 한식이다. 그러나 방금 길 떠난 여행자에게는 늘 먹는 음식이니 다른 것을 원할 밖에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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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따오치츠잔靑島汽車站(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12시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하나 밝혀 드릴 것은 가능하면 지명 등은 현지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자 한다. 이해가 곤란하다고 생각이 되면 옆에 토를 달아 드리도록 하면 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간체를 써야 하겠지만, 한국의 컴구조를 생각해서 그냥 쓰도록 한다. 참고하시기 바란다.

많이 더웠겠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한참 이글대는 8월 9일이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도향 선생님의 명언을 소개해 드림으로써 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더위에 돈을 벌기에는 너무도 힘들고 짜증스럽다.
그러나 더위에 돈을 쓰는 일이라면 즐겁고 신나니 더운 줄을 모른다.’

참으로 멋진 말씀이다. 과연 따끈따끈한 한 낮이었지만 그렇게 더운 줄을 모르고 차표를 확인하고는 2시간의 여유가 있음을 확인하고서야 시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 길이 염려가 되셔서 사모님도 동행을 했는데, 잘 되었다 싶어서 점심을 먹을 곳을 찾기로 했다. 그렇지만 멀리 가지 않아도 되었다. 터미널 옆에 식당이 있는데, 할머니가 낭월을 붙잡는다. 먹을 것도 많고 깨끗하다고 유혹을 한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화들짝 놀란 것은 낭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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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짜로 중국말이 들리네~!”

중국말은 학원에서만 들리고 실제로는 들리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분명하게 맛있는 음식과 깨끗한 식당이 있다는 말이 귀에 들렸으니 말이다. 일행에게 식당이 있으니 가자고 했더니 오히려 사모님과 중국인 기사들이 놀라는 표정이다. 과연 대단하다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식당이 겉으로는 그냥 사무실에 들어가는 분위기였으니 그럴만도 했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2층으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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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만나는 중국에서의 오찬이다. 기대가 터미널 부근이니 대단한 것은 아니더라도 우야든둥 호떡 하나를 먹어도 중국제라는 것이 여행객을 즐겁게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는 전송을 받으면서 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차표를 구입하지 않은 사람은 들여보내주지 않는다. 왜냐면 시원한 내부에서 여름의 더위를 식히고 싶은 시간이 많은 중국사람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반드시 표를 확인하고 나서야 입장이 허용되므로 전송을 나온 사람은 그대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이 낭월에게도 오히려 편안한 일이라고 해야 하겠다. 그렇게 해서 다시 6명의 여행객은 버스를 기다렸다가 도착한 차에 올랐는데, 최고급 버스라는 말에 어울리게 화장실도 붙은 멋진 버스였다. 다만 그 화장실이 도중에는 지린내로 인해서 공기오염의 주범이라는 것을 알게 된 다음에는 특별히 좋아 보이진 않았다.

도중에 펼쳐지는 山東省(싼뚱씽)의 넓고도 넓은 평야가 장관이었다. 평야라는 말보다는 광활한 대지라고 해야 잘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득 펄벅의 <대지>라는 책 제목이 떠올랐다. 과연 이 정도는 되어야 대지라고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잠깐의 차창으로 비친 풍경만으로도 질리기에 충분하다고 해야 하겠다. 그리고 그 넓은 광야에는 모두 옥수수가 심겨져서 한창 자라고 있었다. 여기도 저기도 모두 옥수수뿐이다. 그리고 간간히 풀을 뜯는 양떼들이 보이고 더러는 소떼와 말떼도 보였다. 한국의 농촌과 사뭇 다른 풍경이어서 이채롭다. 산이 많은 우리 나라의 평야와는 다른 모습인데, 중간 중간에는 협동농장을 생각하게 하는 일사불란한 가옥들이 보이기도 했다. 공산당에서 만들어서 나눠준 공간이라고 하는 것을 나중에 누군가 설명해 줘서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여기에도 이농현상인지 빈 집들이 많고 허물어진 집도 심심찮게 보였다.

참고로 지금 향하고 있는 지난(濟南)은 이름에서도 느낌이 오듯이 예전에는 제나라 서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제나라가 전국칠웅에서 우두머리로 버틸 수가 있었던 것은 역시 이 넓은 땅에서 얻어진 군량미의 힘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식량이 없으면 군사는 흩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렇게 몇 시간을 달려도 산하나 없이, 아니 산이 다 뭐야, 언덕도 하나 없이 온통 평지일 뿐이니 얼마나 많은 곡식이 생산되었을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었다. 그리고 황허(黃河)를 끼고 있으니 더욱 기름진 옥토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봤다.

칭따오를 2시에 출발해서 지난에는 저녁 7시 10분 도착, 다섯 시간을 달린 셈이다. 이미 해가 빠지고 어둠이 깃든 시간이었다. 지난에서는 소형버스를 타고 타이안(泰安)으로 가게 되어있다. 타이안은 태산의 아랫 말을이다. 그리고 시간은 두 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이미 다섯 시간을 탄 일행에게 다시 추가로 두 시간은 좀 피곤한 거리라고 해야 하겠다. 그래도 여행은 다리가 하는 것이 아니고 일정이 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정대로 움직이고 있는 우리는 어둠 속에서 미니버스 25인승을 타고 태안으로 향했다.


아니 '향했다'가 아니고 향하기 위해서 기다렸다. 왜냐면 차에 인원이 모두 차야만 출발을 하기 때문이다. 출발시간을 물어봤지만 ‘메이요(沒有)’이다. 출발시간 같은 것은 애초에 없다는 것이다. 그냥 사람이 다 차면 출발하는 것이다. 그렇게 기다린 것이 1시간이다. 정말 비로소 중국이라는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배가 고픈 아이들부터 비로소 동천선생 사모님이 준비해주신 빵이 위력을 서서히 발하는 것이 바로 이쯤에서이다. 마땅히 사 먹을 곳도 없고 시간도 없으니 다들 지니고 있는 물병 6개(이것도 동천선생 사모님이 주신 거)에 목을 축이면서 저녁을 때우고 있는 장면들......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비로소 태산의 아랫마을에 해당하는 타이안(泰安)에 도착했다. 그리고 어둠이 내린 타이안화츠잔에는 예쁜 아주머니가 친절히도 안내를 해줬다.

“호텔이 필요하세요?”
"우린 태산에 가는데요.”
“지금은 태산에 가는 차가 없어요. 호텔에서 자고 내일 가야 해요.”
“그래요.....”
“제가 아는 호텔이 있는데, 그 곳에서는 태산이 가장 가까워요.”
"그래요....”
“그러니까 가보고 방이 맘에 들지 않으시면 그만 둬도 좋으니까 가봐요.”
“그래야 하겠네요.”
“택시를 타면 5원이고 거리는 2km정도 되요.”
"택시 두 대가 필요한데요.”
“문제없어요. 그럼 10원이면 되요. 얼른 가요.”

진짜로 그렇게 많은 말을 알아듣고 중국말로 했는지 의심을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충분히 말이 들리고 답도 상대방이 잘 알아들었다. 좋은 학원에서 일 년 만 공부하고 중국여행을 떠나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은 장면이다. 택시비나 호텔이나 삐끼에 대해서는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말이 되는 것이 신기해서 자꾸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따라간 곳은 왠지 후줄근한 느낌이 들었다. 우선 방을 가보고 결정하겠다는 화인의 말에 주인은 안내를 했는데 다녀온 화인은 방이 별로라고 하면서 깎는다. 에어컨이 없다는 거다. 에어컨은 없지만 선풍기는 있다고 하는데, 새벽 1시 반에 태산에 올라가는 차를 예약하고 자야 깨워준다고 하니 잘 자봐야 두 시간이다. 그 정도를 위해서 다른 호텔로 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선풍기라도 있으니 되었다고 위로를 하면서 220원에 방 두칸을 잡고 세명씩 나눠서 잠을 청했다. 그래도 태산아래에 왔다는 소감이 나쁘진 않았다.

비록 선풍기이지만 의지해서 연지랑 금휘랑 셋이 한 팀이 되어서 길고도 긴 하루를 마감했다.

 

2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