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주남지의 새벽풍경

작성일
2019-12-13 05:1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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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주남지(注南池)의 새벽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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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의 어느 여관에서 따뜻하게 푹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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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8일의 주남지 일출시간은 07시 20분이다. 늦어도 06시 20분까지는 주남지의 어느 지점에서 자리를 잡아야 맘이 편안하다. 「일출전후삽십분」의 마법에 빠져보려면 항상 서두르는 것이 최선이다. 카메라와는 타협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자연과는 타협이 없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시간에 따라서 움직일 따름인 까닭이다. 오늘은 또 무슨 이야기를 들려 줄까? 아니, 자신의 기억과 사유를 통한 자연과의 대화가 이뤄질까? 서두르라고 말은 하지 않아도 이미 몸이 알아서 반응한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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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이미 06시 16분인데 아직도 주남지는 보이지 않는다. 이미 출발이 늦어진 것으로 봐야 할 모양이다. 새벽의 시계는 항상 빨리 돌아간다. 하긴, 저녁의 시간도 빨리 돌아가기는 매한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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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남았다. 아직은 캄캄한 주변의 풍경이 얼마간의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가장 재수가 없는 것은 새벽에 사진나들이를 가는데 날이 훤하게 밝아오고 있는 것이니깐. 천문박명도 항해박명도 신경쓰이지 않는 것은 바다가 아닌 까닭이다. 어제는 제방에서 서쪽을 봤으니 오늘은 반대로 서쪽에서 제방의 동쪽을 향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는 계산은 이미 차에서 끝냈다. 실은 어젯밤에 잠들기 전에 확인을 한 것이기도 하다.

'석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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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과 함께 주남지의 새벽을 즐기려면 각도로 봐서 석산마을 주변이 선택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가장 잘 하는 것은 전날에 대략 그 주변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러나 저녁에는 제방쪽에서 노느라고 오늘 새벽에 촬영할 장소를 찾을 시간은 없었으니 부득이 지도와 천체의 운행을 예상하면서 위치를 찾을 수밖에 없다. 항상 그렇듯이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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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E)에서 남으로 20도 정도에서 태양이 솟아오를 예정이다. 이 캡쳐는 글을 쓰는 단계(13일)에서 저장한 것이니까 약간의 오차가 있을 것이다. 8일자로 봐서는 15도 정도로 보면 될게다. 지도를 한 번 보고, 나침반을 한 번 보면서 두 장의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합성하면 된다. 물론 주변은 깜깜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믿는 것은 지도어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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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이렇게 상상력을 발휘한다는 이야기이다. 대략 생태학습관 주변에서 태양이 떠오를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 지점을 시작점으로 삼고 북쪽으로 가면서 적당한 자리를 찾아봐야 하겠군. 물론 시민박명 정도에서 찾을 거니까 주변의 상황은 식별이 될 게다. 그러나 막상 목표지점에 도착해서 보니까 오른쪽으로 똥산의 실루엣이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이미 세 대의 차량이 일출풍경을 보려고 찾아온 것도 보인다.

아재 : (혼잣말같은 낭월들으라고 하는 말) 세 시간이나 달려왔는디....
낭월 : (자리를 찾느라고 대꾸를 할 겨를이 없다 ㅋㅋ)
아재 : 해가 어디에서 뜨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낭월 : (이친구야 그러게 어플을 봐야지 난들 아나~ ㅋㅋㅋ)
아재 : 이쯤이면 될라나????
낭월 : (그래 쪼매~ 깝깝할끼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잘 오셨구먼.)

일단, 북쪽방향으로 50m정도 움직였다. 왕버들나무들이 보인다. 그 사이에 동녘이 어슴프레하게 물들기 시작한다. 그래 일단 여기에서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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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시민박명 전에 자리를 잡았다. 이 정도면 풍경은 좋아보인다. 오른쪽으로 똥산이 걸리던 것도 사라졌다. 산 이름이 똥산이라니.... 이름도 참.... 생긴 것이 똥처럼 생겼다는 뜻은 아닐게다. 똥의 모양이 어디 있느냔 말이지. 그보다는 동산(東山)이거나 동산(洞山)이었던 것이 어쩌다가 똥산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만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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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 살짝 이동하고 보니까 일출전망도 더 좋아보인다. 주변에 다른 사진객은 안 보인다. 그야말로 주남지와 독대를 하고 대화에 빠져들기 딱 좋은 공간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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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밝아오는 빛으로 물들어가는 호수의 풍경이 한가롭다. 저만치 실루엣으로 다가오는 동읍의 풍경들이 있어서 이곳이 외딴 산속이 아님을 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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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의 제방에서는 새벽출사를 나온 사진가들의 모습도 보인다. 적어도 이 시간에 여기에서 카메라를 들고 서성이는 사람들은 건강하다고 해도 되지 싶다. 새벽에 눈이 떨어지면서 몸이 일어나 준다면 즐거운 나들이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진이고 풍경이고 만사가 다 귀찮을 뿐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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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밝아오는 새벽이다. 백로와 왜가리가 아침을 일깨운다. 이미 익숙한 녀석들이다. 지난 여름에 집 가까이에 있는 둥지에서 새끼를 키우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어쩌면 그 녀석들도 여기에 와서 겨울을 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제부터 카메라를 조작하는 손길이 바빠진다. 셈법도 따라서 분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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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놀이가 왜 꽤 괜찮은 운동인지를 간단히 적어볼까 싶다. 몸과 머리가 동시에 바삐 움직여야 하는 취미생활이기 때문인데 스마트폰으로만 사진을 찍는다면 좀 새로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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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셔터는 빠를 수록 좋다.

날아가는 물체를 찍으려면 최소한 500분의1초는 되어야 한다. 더 빨라도 좋다. 2000분의 1초라도 결코 너무 빠르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셔터가 빨라질수록 사진이 어두워진다. 여기에서 머릿속의 셈법이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셔속은 높이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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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감도(ISO)는 낮을 수록 좋다.

감도는 100으로만 사진을 찍고 싶다. 최상의 화질을 보장해 주는 까닭이다. 그런데, 감도를 낮게 하기 위해서는 빛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그러다가 보면 셔터의 속도는 10분의 일은 진작에 지나치고 30초까지 가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앞에 움직이는 물체는 사라지거나 귀신처럼 변하게 된다. 그 중간의 어느 지점. 음양의 균형점. 말하자면 사진의 용신(用神)도 있는 법이라는 이야기이다. 셔터 속도를 높여서 날아가는 새도 함께 담고 싶다면 마지막 남은 것은 조리개를 활짝 열어보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열어봐야 한계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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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조리개는 조이라고 있는 것이다.

'조리개'는 '조이개'라고 읽는다. ㅋㅋㅋ 조일수록 앞의 사물은 초롱초롱해지기 때문이다. 물체를 잘 보기 위해서는 눈을 가늘게 뜨는 것과 완전히 같은 이야기이다. 조리개를 조이면 물체는 또렷해 진다. 그만큼 비례해서 빛도 줄어든다. 어두워진다는 이야기이다. 그럼 셔터를 늦추면 된다. 그러면 정지한 물체들이야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날아가는 철새는 뭉개져버린다. 그래서 다시 ISO의 감도를 올려야 한다. 그러면 감도가 올라가는 것에 비례해서 노이즈가 함께 따라온다. 이른바 '천사 옆엔 악마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초보적인 이야기를 왜 하느냐면, 다른 뜻이 없다. 낭월처럼 사진놀이에 빠져보고 싶은 벗님도 있을 것이려니 싶은 생각에서이다. 폰카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모처럼 카메라를 한 대 사려고 마음 먹었다면 최소한 이 정도라도 알아두면 새벽이나 저녁에 사진놀이가 훨씬 더 즐거울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물론 본격적으로 놀아보려면 검색이 정답이다. 뒤지면 다 가르쳐 준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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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날아오른다. 그럼 셔터를 올려야지. 500분의1초이다. 그럼 또 어두워지지. 그럼 조리개를 열어야지. 그러나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 100-400렌즈에 2배 어댑터를 달았으니 최대 조리개는 F11까지만 허용한다. 물론 F4까지 열어주는 렌즈도 없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사악할 따름이다. 1천6백만원... ㅋㅋㅋ 도리없이 감도를 올려야지. 2000이다. 이러한 조작을 아무리 둔한 낭월이라도 3초 이내에 해야 한다. 이럴때만 동작이 빠르다. 달리 방법이 없다. 그래서 사진놀이를 하면 건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몸과 뇌가 동시에 움직이는 그야말로 심신일체의 멋진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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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위로 세 마리의 새가 날아가는 장면이군.'

잘 보셨다. 틀림없다. 그리고 새의 날개가 함께 표현되기 위해서 셔터속도와 감도의 사이에서 얼마나 고민을 하게 되었을지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결과는 사진 한 장일 뿐인 까닭이다. 그렇지만 막상 이 자리에서 이런 사진을 찍으려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이내 알게 될 것이고, 어쩌면 좌절을 할런지도 모른다. 수면에 떨어지니 빛의 반영은 흡사 살얼음판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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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분의1초면 이 정도의 날갯짓은 보인다. 다행히 밝아오는 여명이 거들어준다. 하늘은 무슨 색인고? 무색이다. 파란색이잖여? 맑은 날의 한낮에는 그 말도 맞기는 하다. 지금은 핑크빛이다. 이러한 빛은 달콤한 새벽 잠을 양보하면 얻을 수가 있다. 해가 솟아버리면 이미 찾을 수가 없는 빛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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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선명한 새를 담아보려고 셔속을 800까지 올려 본다. 어둡다. 감도를 3200까지 올린다. 카메라의 성능에는 고감도의 능력도 크게 작용한다. 어디까지 허용범위를 삼느냐는 것이 사진가에겐 너무도 중요한 조건인 까닭이다. 알삼(소니7RM3)에게는 2만까지 허용한다. 물론 최대감도는 10만2400이다. 그렇지만 3만이상으로는 사용하기가 조심스럽다. 아무래도 사진같지 않은 이미지만 얻을 가능성도 감수해야 하는 까닭이다. 물론 그나마도 없느니보다 나을 경우라면 선택지가 없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감도 10만에서도 100과 다름없이 선명한 고화질을 얻는 것이다. 그게 가능하냐고? 물론 가능하도록 해보라는 희망사항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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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풍경이 전개된다. 주남지의 매력이다. 금강하구언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풍경이다. 산의 실루엣을 배경으로 깔고 날아오르는 새들의 그림은 이 계절에만 만날 수가 있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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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어젯밤에 돌아와서 밤새도록 배불리 먹은 가창오리들이 다시 휴식의 공간을 찾아서 쉬러 가는 모양이다. 저만치 탐조대도 보인다. 저녁에는 군무를 보여준 가창오리떼가 아침에는 제멋대로 날아가는 것도 재미있다. 배가 부르니까 조직력이 약해진 것일까? 기왕이면 아침에도 같은 장면을 보여주면 좋을텐데 말이다. 그냥 바램의 마음을 토닥여 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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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요해진 틈을 타서 흔한 새벽풍경도 담는다. 주남지의 일출풍경을 담기 위해서는 렌즈를 바꿔야 한다. 24-105렌즈이다. 24mm의 화각은 이 정도이다. 꽤 쓸만한 만능렌즈이다. 일상의 풍경은 이 렌즈 하나로 모두 감당한다. 명상에 잠기는 시간인듯 고요하다 못해 적막감까지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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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루엣으로 봐서는 재두루미로 보인다. 아침을 먹으러 논으로 가는 모양이다. 역광인 까닭에 선명한 모습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늘의 분위기를 파악하면 좀더 선명하게 볼 수는 있지 싶다.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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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깃털을 보려면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 된다. 안 될 것은 없다. 밝게 하고 보니까 고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개의 끝 모양이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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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떠오른다. 20분에 떠오르기로 한 것이 40분에 떠오르는 것으로 봐서 지평선에서 20여 분이 걸렸던 모양이다. 이제부터는 새벽을 넘어서 아침으로 들어간다. 음의 시간에서 양의 시간으로 넘어가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음양상봉(陰陽相逢)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럼 어제 저녁에 본 것은? 그야 양음상봉(陽陰相逢)이지 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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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비로소 사물의 빛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고니들의 날갯짓이 힘차다. 그리고 앞에는 노랑부리저어새가 아침식사꺼리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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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가 고기를 찾아서 물질을 하고 있을 때, 왜가리는 그 곁에서 자신의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둘의 관계에 대해서는 그냥 '두 마리의 새가 있구나'를 넘을 수가 없었다. 그런가보다.... 모르면 항상 그렇다.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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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천연기념물인지를 알만 하다. 노랑부리저어새를 보니까 생존시장에서 얼마나 열악한 사냥법을 갖고 있는지 공감이 되었다. 천연기념물 205-2이다. 205호는 저어새이다. 검은부리저어새라고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저어새의 기본형은 저어새이다.

wjdjtowkfy[저어새: 인터넷자료]


저어새이다. 저어새가 205호이고 여기에 딸려서 노랑부리저어새가 205-2가 되는 모양이다. 혹시 205-1도 있는가 싶어서 검색해 봤지만 저어새만 나오는 것으로 봐서 205호와 205-1은 같은 뜻으로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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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리가 시치미를 떼고 있는 이유를 알고서 다시 보니까 웃음이 절로 번진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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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둥이가 특이하게 생겨서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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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맛있는 것들을 잘 찾아먹기 바라면서 또 자리를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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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옮기니까 한쪽에서는 아직도 한밤중인 녀석들도 있다. 물 위에서 잠을 자는 것은 맹수들의 사냥감이 되지 않기 위해서이겠거니.... 늑대나 여우가 먹이를 찾아서 호수변을 어슬렁댈테니 그들로부터 안전하게 밤을 보내는 것은 이 방법이 최선이라는 것을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았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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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잠에 빠진 녀석들은 고니들이다. 아마도 밤에는 보초를 서느라고 새벽에서야 잠이 들었을 수도 있겠지. 백조를 고니라고 부르는 것은 '고운이 → 고우니 → 고니'의 과정을 거쳐서 고니가 된 것이라는 설이 있는데 그럴싸 하다. 고니의 종류는 고니, 큰고니, 흑고니로 분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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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고니들은 이미 아침식사를 하느라고 분주하다. 자맥질을 하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다. 우습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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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는 풍경도 바라본다. 항상 주변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보고, 멀리에서는 또 어떤 변화가 생기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탐조대 주변에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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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노랑부리저어새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백로가 지키고 있다. 그래서 궁금증이 동했던 것이다. 백로나 왜가리가 저어새 옆에 있는 이유가 왠지 있을 것만 같아서였다. 자료를 찾아보니까 백로나 왜가리가 저어새 옆에 있는 이유가 있었다. 하긴, 세상에 이유가 없이 그렇게 돌아가는 것은 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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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눈질로 저어새를 지켜보고 있는 녀석은 속셈이 있어서란다. 저어새가 물질을 할 적에 놀라서 튀어오르는 고기를 놓치지 않고 사냥하려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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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마! 얼릉 물질을 해야지 하늘은 왜 봐~!"
"알지, 근데 목이 아파서 좀 펴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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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힘~!!"

그럼 먹이를 찾아주는 저어새에게는 무슨 이득이 있느냐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본다. 물론 이득이 있다. 저어새가 물질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주변을 살펴 볼 수가 없다. 그러한 맹점은 위협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연결이 된다. 그런데 백로나 왜가리가 지켜보고 있다가 신호를 보내 준다. 그래서 서로는 나름대로 공생의 관계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자연은 낭비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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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가 날개를 펼치자마자 저어새들도 바로 날아오를 준비를 한다. 이것은 다른 대포아저씨가 좀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움직이는 것을 눈치챈 동작이다. 다행히 낭월은 차에서 창문을 내리고 찍었기 때문에 앞의 사진을 얻을 수가 있었는데, 그 아재는 바삐 다가가는 바람에 사진은 찍었는지 몰라도 낭월에게는 이야기의 마무리를 할 좋은 사진을 얻게 해 주셨으니 이것도 공생관계? 아니지, 낭월이 그 아재에게 드린 것이 암것도 없으니 이것은 얻어걸린 것으로 봐야 할 모양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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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고니는 꿈쩍도 않는데 가벼운 오리는 여차하면 날아오른다. 보자.... 머리가 온통 청록색인 것을 보니 넌 청둥오리구나. 천연기념물 보호종이 아닌 것으로 봐서 활발하게 번식하고 살아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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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는 이런 풍경이 있어서 좋다. 햇살을 가득 품고 날아오르는 철새들의 희망찬 느낌이 좋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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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알겠다. 흰 고니는 어미이고, 회색은 올해 부화한 새끼들이다. 아직은 어리니까 털도 눈에 띄지 말라고 회색으로 겨울을 나는 모양이다. 봄이 되어서 털갈이를 하면 비로소 완전한 백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미를 졸졸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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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갈 곳이 생겼는지 비상하는 고니도 보인다. 그래서 사진은 점점 풍부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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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족들은 모두 잠이 깬 모양이다. 어미와 새끼들의 행복한 하루의 시작인 것이 느껴진다. 오늘 하루가 주어졌으니 또 즐겁게 살아갈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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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알겠다. 어미들이 앞뒤에서 경호하고 새끼들은 가운데에서 보호를 받으면서 놀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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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밭에도 길은 있기 마련이다. 길을 따라서 졸졸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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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도 진풍경이다. 하늘에서나 물에서나 줄을 지어 이동하는 것이 몸에 밴 모양이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것만 같아서 보는 낭월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동영상 찬스이다. 이런 장면은 한 컷 담아둬도 되지 싶어서 찍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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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을 찍느라고 미쳐 담지 못한 사진은 영상에서 이렇게 뽑아내면 된다. 영상과 사진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는 이미 오래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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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는 또 다른 가족들이 모여서 어미에게 칭얼대고 있다. 뭔 이야기들을 하느라고 저리도 소란스러운가 싶어서 살금살금 다가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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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옛날 이야기를 해 달라고 보채는 모양이다. '아침부터 무슨 이야기냐'고도 하고, '옛날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는 말을 해봐야 새끼들은 막무가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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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고니 : 옛날에 유럽을 지나갈 때가 생각나는 구나.
새끼고니 : 예, 무슨 생각인데요?
엄마고니 : 하루는 쉬고 있는데 거위가 날아오지 않았겠니.
새끼고니 : 거위는 철새가 아니잖아요?
엄마고니 : 원래는 기러기였으니까 철새의 피가 있다고 봐야지.
새끼고니 : 아항~ 그랬구나. 엄마는 모르는 게 없어요.
엄마고니 : 재미있는 것은 그 거위아줌마 등에 꼬마사람이 있었던 거야.
새끼고니 : 사람이 어떻게 거위를 타고 다닐 수가 있어요?
엄마고니 : 그야 모르지. 아이가 닐스라고 했던가....
새끼고니 : 그럼 그놈은 위험하지 않았어요?
엄마고니 : 위험하긴, 여우들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기까지 했는걸.
새끼고니 : 와, 재미있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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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나라가 따로 없다. 아마도 「닐스의 이상한 여행」을 쓴 셀마 라겔뢰프(Selma Ottilia Lovisa Lagelöf)도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고도 남는다. 스웨덴의 교사 협회에서 아이들을 위한 지리관련 책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서 「닐스의 이상한 여행」을 집필했는데 당시 나이가 44세였던 모양이다. 낭월도 어려서 『스웨덴 아동문학독본』에 실린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행에 대한 꿈을 황홀하게 꿨었는데 이렇게 주남지에서 그 생각이 나다니... 그래서 학습은 중요한 것이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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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엄마고니의 이야기를 듣던지.... 낭월도 그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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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야기를 마치는 것을 보고서야 다시 자리를 이동했다. 새끼들은 엄마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시절이 잠시 떠오른다. 엄마에게서 옛날 이야기를 들었던 시절이 언제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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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돌리니 논에는 기러기들이 대장의 연설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오늘도 최대한의 노력으로 알찬 하루를 보내라는 연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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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진지하게 대장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고 있다. 갑자기 옆에서 외침이 들린다.

"우리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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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들이다. 그야말로 이 땅의 터줏대감들이지. 손님들 구경하느라고 정작 주인들은 못알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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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이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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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고니들의 소란이 일어났다. 왜들 저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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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것인지.... 사랑놀이를 하는 것인지... 그것까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암컷을 차지하려고 싸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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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벗님이 판단해 보시라. 너무 멀어서 당겨서 찍었지만 대략 뭣들 하는 것인지는 알아 볼 수가 있을 것도 같다. 녀석들의 자태를 동영상으로 잡았었지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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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나 어제 저녁에 빛의 부족으로 제대로 보지 못했던 재두루미를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싶었다. 그러나 어느 아재의 말마따나 새의 마음이다. 오늘 아침에는 앉아있는 재두루미를 만날 인연은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짐을 챙겨서 다음을 기약하고 주남지의 놀이는 마무리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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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정대로 누님 댁에서 점심을 먹고 80순 축하를 한 다음에 귀로....

JU2 20191211-117

돌아오는 길에서도 마이산을 만났다. 이미 노을도 끝무렵이다. 이 시간이면 주남지에서는 많은 셔터소리가 소낙비소리를 만들어 내겠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