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7] 제30장. 정신(精神)/ 29.마음의 표리(表裏)

작성일
2021-12-25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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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 제30장. 정신(精神) 


29. 마음의 표리(表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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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월(未月)의 폭염(暴炎)은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점심을 먹고 나서 모두 달콤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제자들이 힘을 합해서 춘매를 도와 점심을 만들어서 나눠 먹고 나니 다시 오행원에는 고요한 정적이 감돌았다. 신시(申時)까지는 낮잠을 자도 될 만큼의 여유가 있었다. 우창도 가르치면서 얻은 생각의 조각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대략적이나마 비망록(備忘錄)에 적어놓고서야 잠시 쉬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자 흐르던 땀도 마른다. 우창이 쉬고 난 것을 본 채운이 물었다.

“스승님, 이 한 줄기의 청풍(淸風)은 목극화(木剋火)가 맞죠?”

채운은 오행의 생극에 대해서 궁리하느라고 몰입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바람이 부는 것을 느끼면서도 문득 오행의 생각이 떠올랐는데 자신이 생각한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려고 우창을 보자 생각에 잠겨있던 우창과 눈이 마주쳤다.

“아무렴~!”

“오행의 생극이 이렇게 오묘하고도 재미있는 줄을 왜 진작에 몰랐을까 싶어요. 정말 공부하는 맛에 폭염도 모두 잊어버릴 지경이잖아요. 호호호~!”

우창은 채운이 이렇게 기본적인 이치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 고마웠다. 혹시라도 예전에 모든 것을 기대하고 열심히 공부하다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서 찾아온 사람이 부담스러운 것은 행여라도 기대했던 것을 얻지 못해서 실망하게 될까 싶은 생각으로 인해서인데 이렇게 공부에 몰두하는 것을 보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머, 벌써 신시(申時)에요. 도반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스승님을 기다리고 있나 봐요. 먼저 자리로 갈게요.”

채운을 따라서 우창도 자리에 앉아서 제자들의 표정을 보며 말했다.

“자, 이제 천간(天干)의 마음에 대해서 대략적인 이야기를 나눈 것 같으니까 정리를 해 보도록 합시다.”

이렇게 운을 뗐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채운이 말했다. 우창도 채운과 이야기를 하면 흐름이 빨리 전개되어서 좋았다.

“스승님, 이제부터 정리를 해 주신다니까 제자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귀를 기울여야 하겠어요. 우선 자연(自然)은 하늘과 땅 사이의 일이니까 천지간(天地間)이 되잖아요? 이것이 자연의 기본인데, 천(天)은 무(戊)가 되고, 지(地)는 기(己)가 되니까 무기(戊己)는 자연의 기본형이자 골격이고 바탕이며 영원히 변하지 않는 존재로 이해를 하면 어떨까 싶어요.”

“옳지, 정확하게 무기토(戊己土)의 역할에 대해서 말했네.”

“고맙습니다. 그러니까 무토의 부친(父親)과 같은 외호(外護)를 생각하고, 기토의 모친(母親)과 같은 내조(內助)를 생각하면 되겠어요.”

“잘 정리했네. 그렇게 정리하면 틀림없지.”

“그래서 부친의 마음은 모든 8간(干)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서 항상 긴장(緊張)하고 조심하면서 살피느라고 걱정이 많은 것으로 이해하고, 모친의 마음도 8간(干)을 보호하는 마음으로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살펴서 넘치거나 부족함이 없도록 하는 마음으로 세심(細心)하게 살피는 것으로 이해하면 어떨까요?”

“틀림없지.”

우창과 채운의 대화를 듣고 있던 춘매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우창이 반가워서 춘매를 바라보자 다른 대중들도 궁금해서 눈길을 모았다.

“스승님, 무기(戊己)에 대한 말씀을 들으면서 문득 코와 입이 떠올랐어요.”

“어? 갑자기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 봐.”

뜬금없이 코입타령을 하자 어리둥절했다. 그러자 춘매가 웃으면서 설명했다.

“춘매가 말을 해 놓고도 생각해 보니 그럴만 했네요. 호호호~!”

우창이 춘매의 설명을 기다리자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

“코는 무토(戊土)이고, 입은 기토(己土)잖아요. 왜냐면 천기(天氣)는 코로 흡입(吸入)하고, 지기(地氣)는 입으로 흡수(吸收)하니 말이에요. 지기라고 하기 보다는 지물(地物)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겠다는 생각은 드네요. 그러니까 몸에 있는 수족(手足)과 이목(耳目)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코와 입의 역할이 없이는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생존(生存)을 위해서 하나라도 빠질 수가 없으니 말이긴 한데 듣고 보니 참 엉뚱하죠? 호호호~!”

춘매의 말에 우창은 감탄했다. 조용히 공부만 하는가 했는데 어느 사이에 그 의미를 되새기면서 깊이 생각했다는 것이 고맙기도 했다.

“아니, 내가 놀라는 것은 멀리 우주를 논하고 있는데 춘매는 오히려 가까이 몸에서 답을 찾았기 때문이라네. 그야말로 나는 근취저신(近取諸身)을 두고 괜히 수고롭게 먼 곳으로 떠돌아다닌 꼴이잖느냔 말이지. 그야말로 ‘봄을 찾으러 온 들판을 헤매고 다니다가 지친 몸을 끌고 집에 돌아오니 정원에 봄이 무르녹았더라’는 말이 떠오르는군. 오늘 춘매로 인해서 큰 깨달음을 얻었네. 하하하~!”

춘매는 우창이 감탄하는 것을 보자 내심 무척이나 기뻤다.

“정말이죠? 스승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뭔가 하나 얻은 것만 같아서 즐거워요. 호호호~!”

“그러니까 코는 부친(父親)과 같고, 입은 모친(母親)과 같아서 구비(口鼻)가 합심으로 천지의 기운을 흡입해서 몸의 모든 가족을 먹여 살린다는 이치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기묘(奇妙)한 깨달음이니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느냔 말이네. 앞으로도 그렇게만 궁리하면 되겠네.”

그러자 채운도 춘매가 칭찬을 듣는 것을 보면서 자신감이 생겼는지 다시 말했다.

“십성(十星:144편 참조)에 대해서 정리한다면 무(戊)는 편인(偏印)에 해당하고 기(己)는 정인(正印)에 해당하는데 명칭이 예전에 배울 적에는 십신(十神)이라고 했는데 신(神)을 성(星)으로 바꿔서 부르는 것에도 스승님의 생각이 있으실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에 대한 이유가 궁금해요.”

채운이 이렇게 말하자 기문 도사에게서 공부하다가 떠나온 제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그 부분에 대해서 궁금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자 우창이 자상하게 설명했다.

“아, 십성말인가? 그것은 내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하충 스승님께서 사용하신 용어(用語)라네. 그분은 신비하고 안개같은 신(神)의 글자를 싫어하셨던 모양이야. 대신에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같은 성(星)을 좋아하셨던 것으로 생각했지. 물론 그러한 글자가 내 맘에 들지 않았다면 나도 그냥 십신(十神)이라고 했을 텐데 내가 생각해 봐도 눈으로 볼 수가 없는 신(神)보다는 언제라도 맑은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별을 좋아하기 때문에 남들이 생소하게 여기더라도 나부터 사용하면 모두 따라서 사용할 수도 있으리라고 여겨서 그렇게 붙인 것이라네. 채운의 생각에는 어떤가?”

“아하~! 그랬었군요. 제자도 당연히 스승님의 가르침에 찬성이에요. 더구나 몽롱(朦朧)한 신계(神界)를 떠올리는 용어보다는 영롱(玲瓏)한 성계(星界)를 떠올리는 용어가 더 좋아요. 운치도 있고요. 그러니까 이제부터 십성으로 부르도록 하겠어요.”

“자, 그렇다면 그 부분은 합의를 봤으니 더 거론하지 말기로 하고, 십성에서 편인(偏印)과 정인(正印)의 마음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골격(骨格)은 정리가 되었다면 다음의 오행을 살펴보도록 할까?”

우창이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서 십성의 호칭에 대해서는 마무리를 짓자고 했고 모두 이에 대해서는 두 말이 없었다. 채운이 다시 말을 이었다.

“스승님의 가르침을 바탕에 놓고 생각해 봤을 적에 경신금(庚辛金)은 비견(比肩)과 겁재(劫財)가 되는 것으로 보면 거의 틀림이 없겠어요. 주체성(主體性)에 대해서 논의한다면 역시 비견(比肩)을 능가할 십성은 없으니까요.”

“맞는 말이군. 그렇다면 비견(比肩)의 주체성은 인성(印星)인 토(土)의 힘을 받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에 따라서 달라질 수가 있을까?”

“아하~! 그 말씀은 경신금(庚辛金)의 주변에 어떤 오행이 있느냐에 따라서 영향력이 달라진다는 것이잖아요? 그것은 흡사 부모의 보호를 받고 자란 아이는 자존감(自尊感)이 강하고, 홀로 힘겹게 성장한 고아(孤兒)는 자존감이 그렇지 못한 경우와 비교해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말씀이잖아요?”

“맞아. 인성의 보호를 받는 비겁(比劫:비견과 겁재)과 홀로 성장하면서 세상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비겁은 그 환경에서 얻은 영향이 다를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지.”

“아하~! 스승님의 말씀은 일간(日干)을 단독(單獨)으로만 보는 관점을 더 넓혀서 주변의 조건도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지. 간단히 말하면, 시간(時干), 월간(月干), 그리고 일지(日支)의 영향에 따라서 일간(日干)이 느끼는 부분은 다르다고 봐야 하니까 말이네.”

“그렇다면 일간의 주변에 모두 인성(印星)으로 가득한 일간이라면 매우 강력한 자존감이 되는 것이죠?”

“어허~! 과유불급(過猶不及)~!”

“아, 지나치면 그에 따른 부작용(副作用)이 생긴다는 말씀이네요? 어떤 부작용이 될까요?”

“그야 과잉보호(過剩保護)의 폐해(弊害)라고 해야 하겠군.”

채운은 우창의 말을 듣고서야 이해가 되었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이지 오행의 이치는 인생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네요. 부유한 가정에서 응석받이로 자란 아이는 자기밖에 모르는 것도 이렇게 생극(生剋)의 이치를 통해서 알게 되는 것이잖아요?”

“옳지. 잘 이해하고 있군. 하하하~!”

“그렇다면 인성(印星)이 하나가 있으면 부족(不足)하고, 셋이 있으면 과다(過多)한 것으로 보면 되겠네요.”

“맞아.”

“그렇군요. 그러니까 스승님의 말씀으로는 인성이 둘이라면 경계선(境界線)에 해당하는 것이로군요. 하나는 불급(不及)하고 셋은 과다(過多)하니 그 중간인 둘이 어떻게 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적당(的當)한 선(線)을 유지할 수가 있다는 의미로 보면 되는 것이지요?”

“물론이지. 이것은 다른 오행도 마찬가지로 대입해도 되는 것이니까 통용(通用)하면 된다네.”

“경(庚)이 자존감(自尊感)으로 나타나고, 신(辛)은 자존심(自尊心)으로 나타난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정리하면 되는 것이지요?”

“그렇지.”

“만약에 사주에서 경신금(庚辛金)이 하나도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 무슨 말이지?”

“금(金)이 비겁(比劫)인데, 그것이 전혀 없다면 그 사람은 주체성이 없다고 해야 하는지가 궁금해졌어요.”

우창은 채운의 자유로운 발상이 기특했다.

“채운의 궁리하는 방향이 매우 신속하구나. 그렇게만 하면 빠른 속도로 깨달음을 얻겠어. 하하하~!”

“와우~! 스승님께서 칭찬을 해 주시니 더욱 힘이 나요. 호호호~!”

“금(金)이 비겁에 해당하는 것은 맞아. 그렇지만 일간(日干)조차도 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른 글자도 비겁(比劫)에 해당하는 이치는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너무 본질에 대해서만 집착하게 되면 또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으니까 유연(柔軟)한 사유(思惟)를 하는 것이 좋다네.”

“아, 착각(錯覺)했어요. 십간(十干)에 집착했나 봐요. 다른 천간도 비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깜빡하고 엉뚱한 생각을 했네요.”

“아니, 이치가 없다고는 못하지. 아무리 다른 글자들이 비겁의 역할을 한다고 하더라도 본질(本質)이 경신금(庚辛金)인 것을 따를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네. 다만 본질에만 집착하지 말라는 의미를 알아 두면 된다네.”

“아하~! 이제 무슨 의미인지 알겠어요. 결국은 기본적인 천간의 이치를 잘 이해하고 그다음에 확대하는 것은 상황에 따른다는 의미인 거죠?”

“옳지, 그렇게만 이해한다면 만무일실(萬無一失)이네. 하하하~!”

“잘 알았어요. 다음에는 임계수(壬癸水)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어요. 임(壬)은 공기처럼 구석구석을 파고들 듯이 궁리한다고 했으니 식신(食神)을 많이 닮았어요. 그리고 계(癸)는 물처럼 잘 어울린다고 했으니 상관(傷官)으로 대입하는 것이 무리가 없겠네요. 이렇게 해서 임계수(壬癸水)는 식상(食傷)으로 연결해서 생각하면 될 것으로 보여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이치에 타당할까요?”

“맞아, 하충 스승님도 그와 같은 관점으로 연구하셨으니까 당연히 타당하다고 해야겠지. 그렇기에 사주에 식신(食神)이 없더라도 임수(壬水)가 있다면 그러한 영향을 받아서 궁리하게 된다는 심리작용을 생각해 볼 수가 있는 것이라네. 마찬가지로 상관(傷官)이 없더라도 계수(癸水)가 있으면 또한 그 사람의 심리에서는 상관의 영향이 있게 된다는 의미라네.”

“우와~! 심리(心理)의 심층(深層)을 파 뒤집는 말씀이시네요. 보통은 겉으로 드러난 것만으로 성향(性向)을 살피게 되는 것이 보통인데 하충 스승님의 이론을 대입하면 보이지 않는 내면(內面)에서 존재하는 본질(本質)에 대해서 분석(分析)할 수가 있다는 말씀이잖아요?”

“그렇다네. 지금 논의하고 있는 이야기야말로 십간(十干)의 심리(心理)이고 십성(十星)의 본질이지.”

“참으로 심오(深奧)하네요. 상상(想像)도 하지 못했던 세상을 들여다본 기분이에요. 사주의 팔자(八字)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갖게 된 십간(十干)의 본질이라는 말씀이잖아요?”

“그렇지. 임계수(壬癸水)의 본질은 이렇게 식신(食神)과 상관(傷官)의 본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면 되는 것이라네.”

“잘 알았어요. 참으로 간단하다고 생각했던 천간(天干)의 핵심(核心)에 이렇게 깊은 의미를 추가하여 연구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채운이 잘 이해한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갑을목(甲乙木)은 어떻게 정리할 텐가?”

“아, 본질과 작용에 대해서 생각하느라고 목(木)의 이치에 대해서는 잊어버렸어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호호호~!”

채운은 우창의 말을 듣고서야 목의 음양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말했다.

“갑(甲)은 동물(動物)이고 자연을 지배하려는 마음이 작용하니까 편재(偏財)가 되는 것으로 정리하면 되겠어요. 같은 의미로 을(乙)은 식물(植物)이고 자연에 순응하는 마음이 작용하니까 정재(正財)가 되는 것으로 정리해도 되지 싶어요.”

“옳지, 자연에 순응하는 것은 초목(草木)을 고려해서 판단하면 될 것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그것이 정재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우창은 채운이 제대로 이해를 하고서 말하는 것인지가 궁금해서 불쑥 찔러봤다. 답을 하는 것에 따라서 잘 이해를 했는지 형식적으로 나열만 한 것인지를 파악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우창이 이렇게 묻자 채운이 대답했다.

“식물은 치밀(緻密)하게 계산하지 않으면 생존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사막(沙漠)에 사는 선인장(仙人掌)은 비가 올 적에 물을 줄기에 저장하여 가뭄을 대비하면서 생존하고, 바위에 사는 석이(石耳)는 비가 오지 않으면 종이처럼 말라죽은 듯이 있다가 비가 오면 다시 깨어나서 성장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생존(生存)하는 것은 정재의 성분이 없으면 적응할 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해요. 이에 비해서 동물(動物)은 조건이 삶에 맞지 않으면 이주(移住)를 하게 되죠. 이런 의미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요?”

“오호~! 정확하게 이해했군. 그렇게만 정리했다면 틀림없네. 하하하~!”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고 나니까 갑(甲)을 보면 거목(巨木)도 동물도 안 보이고, 편재(偏財)가 보이게 생겼으니 이것은 전혀 다른 관법(觀法)이라고 해도 되겠어요. 호호호~!”

“그렇다면 목극토(木剋土)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볼까?”

“아, 무(戊)의 하늘과 기(己)의 땅을 갑을목(甲乙木)이 어떻게 극(剋)하는 것인지를 설명해 보라는 말씀이죠?”

“맞아, 정리를 잘 하지 않으면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네.”

“음.... 갑(甲)은 동물이에요. 땅 위를 마음껏 치달리면서 생존하니 땅을 마음대로 한다고 볼 수 있겠어요. 그래서 목극토(木剋土)라고 할 수가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그래서 목극토(木剋土)가 되는군. 그렇다면 을(乙)의 목극토(木剋土)는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지?”

“식물(植物)은 토양에 뿌리를 내리니까 그야말로 목극토(木剋土)의 이치로 말했던 것도 되네요. 그런데 을극기(乙剋己)는 뿌리로 땅을 극(剋)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을극무(乙剋戊)는 하늘을 향해서 솟아오르잖아요? 이것도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을(乙)은 무기(戊己)를 찌르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여요.”

“오호~! 그럴듯한 설명인걸. 하하하~!”

우창은 채운의 답변에 흡족한 듯이 웃었다. 그러자 채운도 자신의 답이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는 다음의 병정화(丙丁火)에 대해서 말했다.

“병(丙)은 태양의 빛과 같고, 십성은 편관(偏官)이에요. 그리고 무기토(戊己土)와 관계를 생각해 보면, 기(己)는 태양의 빛을 받아서 온기를 발생시키게 되어 만물이 이로부터 생장(生長)하는 것을 도우니 병생기(丙生己)가 되는 것으로 봐도 되겠어요. 또 허공은 빛이 걸림 없이 벋어나가는 공간이기도 해요. 그렇지만 빛이 허공을 생(生)한다는 병생무(丙生戊)의 이치는 찾지 못하겠는데요?”

“아, 그야 빛이 있어 허공을 따뜻하게 데워줘야 혹독한 냉기로부터 만물이 생장(生長)하고 활동(活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따뜻한 것은 빛이 아니라 열(熱)이잖아요? 빛은 병(丙)이고 열은 정(丁)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열의 영향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빛이 없이 열이 있을까?”

우창이 채운에게 되묻자 채운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빛은 밝은 것이고, 열은 더운 것인데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을까요?”

“열(熱)은 지하(地下)의 열과 지표(地表)의 열로 나뉜다네. 그야말로 내열(內熱)과 외열(外熱)이 되는 것이지. 여기에서 내열은 병(丙)과 무관하다고 하더라도, 외열은 병(丙)이 없이는 발생할 수가 없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네. 그리고 실제로 만물이 생장(生長)하는 곳은 지표(地表)가 되는 것이잖은가?”

“맞아요. 틀림없는 말씀이시네요. 그렇다면 병(丙)과 지표(地表)의 열이 어떻게 관계가 되는지가 궁금해요.”

“그야 간단하지, 동절기(冬節期)에 혹독한 추위에 시달리는 것만 보면 될 일이지 않은가? 하하하~!”

채운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서 우창에게 물었다.

“그 말씀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아요. 겨울이라고 해서 빛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그야 겨울의 태양이 사선(斜線)으로 비추니 대지에 집중되지 않은 까닭에 열이 발생되지 못한다네. 병(丙)이 직접 열기(熱氣)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丁)이 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병의 빛을 받아야만 하는데 직접적으로 받는 직선(直線)과 달라서 겨울에는 열기가 부족할 따름이지.

채운은 그제야 겨우 이해가 되었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렇군요. 그렇게 간단한 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너무 깊이 생각했나 봐요. 호호호~!”

“원래 한 곳을 열심히 바라보게 되면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 매우 정상이니까 당연하다고 하겠네. 하하하~!”

“그렇게 되면 병생무(丙生戊)로 하늘을 따뜻하게 하여 대지(大地)의 만물이 원활하게 살아갈 수가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이해가 되었어요. 그야말로 조후(調候)가 잘 된 사주(四柱)라면 삶의 여정(旅程)도 순탄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봐야겠어요.”


“당연하지, 하늘의 기후가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으면 가장 살기 좋은 지상의 낙원(樂園)이라고 해도 될 테니까 말이네.”

“맞아요, 이제 이해가 되었어요. 그러니까 병(丙)이 편관(偏官)으로 작용하는 것은 인간은 태양의 왕쇠(旺衰)에 따라서 움직이는 까닭으로 보면 되는 거죠? 여름에 솜옷을 입고 살거나, 겨울에 삼베적삼을 입는 것은 자유라고 하겠지만 건강에는 치명적인 결과가 될 것이므로 편관을 어기면 재앙(災殃)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해석하면 되는 것이죠?”

“옳지. 자연의 현상을 대입해서 잘 설명했네. 하하하~!”

“그리고 정(丁)이 정관(正官)인 의미는 체온(體溫)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만 생존하게 되는 것이라서, 체온이 식으면 혈행(血行)이 불가하고, 반대로 끓으면 혈관이 파열되어서 삶을 유지할 수가 없게 되므로 엄중(嚴重)하게 지켜서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는 마치 백성은 국가의 명(命)을 잘 따르는 것이 옳다는 의미로 보면 되는 것이지 않을까요?”

“그렇다네. 사소한 일로 분노(忿怒)를 잘하는 사람은 정관(正官)의 영역을 벗어남으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봐야 할 것이고, 그런 사람은 비록 정(丁)의 영역에서 머무른다고 하더라도 자칫하면 치우치게 될 것이니 당연히 편관(偏官)의 작용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도 성립하겠지.”

“잘 알았어요. 참으로 재미있고도 놀라운 십간(十干)의 이치를 알게 되었네요. 그 과정에서 얻어진 자잘한 상식도 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멋진 공부가 되었어요.”

“축하하네. 하하하~!”

“그러니까 십간(十干)의 본질은 그 역할을 어떤 십성으로 작용을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다고 하신 말씀이 더욱 신기합니다. 가령 갑(甲)은 편재(偏財)인데 일간(日干)이 정(丁)에게는 정인(正印)이 되고, 병(丙)에게는 편인(偏印)이 되고, 무(戊)에게는 편관이고, 기(己)에게는 정관이 되겠지만 그 본질인 갑(甲)의 편재(偏財)는 그 안에서 살아있다는 말씀이잖아요?”

“당연하지.”

“참으로 놀라워요. 그런데 스승님께서는 어떻게 그러한 이론을 깨닫게 되셨어요? 이제 그것이 궁금해 졌어요. 호호호~!”

“예전에 공부를 시작했을 적에 어느 고서(古書)에서 ‘갑(甲)이 정(丁)을 만나면 상관(傷官)’이라고 한 구절을 봤지.”

“맞아요. 갑(甲)이 생(生)하면서 음양(陰陽)이 다르니까 당연하죠.”

“그런데 다른 대목을 보니까 경(庚)이 계(癸)를 본 것도 상관이라고 하는 거야.”

“그것도 당연하네요. 호호호~!”

“그렇게 당연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지. 그러니까 이와 같은 상황인데 어느 곳에서도 갑정(甲丁)과 경계(庚癸)의 차이(差異)에 대해서는 일체의 설명이 없었다네. 그때부터 십성의 작용에 대해서 의심하기 시작했지.”

“예? 그것은 무슨 말씀이죠?”

“갑(甲)이 정(丁)을 본 것과, 경(庚)이 계(癸)를 본 것이 같을 수가 있겠나?”

“그야 십성(十星)의 공식(公式)으로 본다면 조금도 다르지 않잖아요?”

“어허~! 아직도 모르겠나? 본질(本質)이 다르지 않으냔 말이네. 하하~!”

“아하, 제자는 당연히 그렇겠거니 했는데 역시 스승님은 생각하는 관점이 아예 다르셨네요.”

“그런가? 그냥 넘어가면 속이 편할 일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것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니까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서 관련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네. 그러다가 천우신조(天佑神助)로 하충 스승님의 『심리추명(心理推命)』이라는 보서(寶書)를 만나게 되었던 것이라네. 그로부터 몰입해서 연구한 결과로 십성(十星)의 음양(陰陽)을 깨닫게 되었으니 노력하는 자는 하늘이 돕는다는 말도 이치에 합당하지 않은가 싶다네. 하하하~!”

“예? 십성의 음양이라니요? 오행의 음양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십성에도 음양이 있다는 것은 설명을 해 주세요.”

“아,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라네. 갑(甲)의 음(一)은 본질인 편재(偏財)가 되는 것이고, 양(丨)은 일간(日干)에 따라서 달라지는 작용(作用)이 되는 것이라네. 물론 일간(日干)이 경(庚)이라면 본질과 작용이 모두 편재(偏財)가 되는 것으로 보면 되니 이러한 이치야 다 알고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아, 그 말씀이셨어요? 같은 이치라도 이름이 달라지면 또 다른 말씀인가 싶어서 혼란스러워하니 아직도 이치를 제대로 깨달은 것이 아니라고 해야 하겠어요. 언젠가 입안의 혀처럼 자유자재로 천간(天干)과 십성의 체용(體用)에 대해서 인식(認識)하게 될 날도 올까요?”

“물론이네. 그래서 낙숫물의 효과라고 하지 않는가.”

“그게 뭐죠?”

“간단한 말이네. 추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이치란 말이지.”

“아, 방울의 물이 바위를 뚫는 것처럼 꾸준하게 연구하고 궁리하다가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 이치와 하나가 되어서 자유롭게 누릴 수가 있게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는 말씀이죠?”

“아무렴. 당연하지.”

“잘 알겠어요. 이제 기본적인 이치에 대해서는 잘 이해가 되었어요. 물론 앞으로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이해를 쌓아가야죠. 다만 명학(命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십성(十星)의 이치를 공부하면서 이해를 깊이 하면 되겠어요.”

“그래야지. 하하하~!”

우창은 제자들의 열정이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혼자 책을 보면서 사유하고 즐거워했던 것이 이렇게 나누는 즐거움으로 더욱 커지는 만족감을 갖다 주게 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기도 했다. 대중을 둘러보니까 모두 기본적인 이치만으로도 이렇게 즐거워하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