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 제30장. 정신(精神)/ 25.모체(母體)와 대지(大地)

작성일
2021-12-0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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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제30장. 정신(精神) 


25. 모체(母體)와 대지(大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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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던 채운이 우창에게 물었다.

“스승님, 빛과 어둠이 병신합(丙辛合)이라는 말씀에 소름이 돋았어요. 그렇다면 신(辛)으로 태어난 사람은 악마(惡魔)의 기운이 있다는 뜻인가요?”

“어? 그건 또 무슨 말이지?”

“스승님의 말씀에 빛이 병(丙)이면 어둠은 신(辛)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렇다면 병으로 태어난 사람은 밝고, 신으로 태어난 사람은 어두운 것인지를 생각해 봤거든요. 호호호~!”

“아, 난 또. 하하하~!”

“너무 엉뚱한 생각인가요?”

“당연하지. 그것은 마치 악령이 ‘나는 악령이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악령이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

“물론 악령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본다면 분명히 차이가 나지 않나요?”

“그야말로 침소봉대(針小棒大)로군. 하하하~!”

“좀 이해하기 쉽게 말씀해 주세요.”

“자연의 이치를 논할 적에는 개인적인 사주(四柱)의 일간(日干)에 대해서는 내려놓아도 된다네. 그렇다면 임수(壬水)는 수증기(水蒸氣)이고, 정화(丁火)는 촛불이나 용광로라고 할 텐가?”

“아,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잘 못 생각하게 되었네요. 모든 이치가 음양이라고 하는 바람에 제자가 착각했어요. 그렇게 대입하는 것이 아니란 말씀에 이해가 되었어요. 호호호~!”

“그렇다면 이해가 되셨단 말이지? 가산(加算)은 더하는 법으로 논하고, 감산(減算)은 덜어내는 법으로 논해야 한다는 것도 알아 두게나. 그렇지만 이 둘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한다면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서로 섞여서 상황에 따라 적용하는 것이 옳다는 말이네. 하하하~!”

“옙! 잘 알았어요. 호호호~!”

“그렇다면 이제 기토(己土)에 대해서 생각해 볼까? 기(己)의 물질(物質)은 토양(土壤)이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고, 정신적(精神的)인 면에서 이야기를 나눠도 되겠지?”

채운이 다시 말했다.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있노라면, 정신과 물질이 둘로 나뉠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뒤섞어서 하시는 말씀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니까 말이에요. 구분하지 말고 말씀해 주세요. 그것도 좋아요.”

“그런가? 그렇다면 글자부터 살펴볼까?”

이렇게 말을 하고는 우창이 종이게 글자를 써서 앞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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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자는 무슨 뜻을 갖는지 누가 말을 해 보겠는가?”

우창이 대중을 둘러보면서 이렇게 묻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염재가 손을 들고 말했다.

“스승님, 제자가 알기에 기(己)는 몸, 자기, 자신, 자아(自我)를 의미하고 다스린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래는 실을 감는 패라는 의미인 기(紀)에서 따오게 된 글자인데, 벼리가 된다는 의미에서 자신(自身)이라는 의미가 들어갔던 것으로 이해합니다.”

염재의 명쾌한 설명에 우창도 흡족했다. 그러자 채운이 바로 물었다.

“스승님, 그런데 몸과 땅이 서로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이죠?”

채운의 말에 우창이 웃으며 말했다.

“채운의 몸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야 어머님에게서 왔죠. 그건 갑자기 무슨 뜻이에요?”

“몸이 부모에게서 온 줄이야 누가 모르겠나. 원래는 어디에서 왔느냐는 말이라네. 하하하~!”

“아하~! 이렇게도 제자가 둔해요. 몸은 흙에서 태어났죠. 그래서 땅에서 왔다가 땅을 돌아간다고 하잖아요. 이것을 말씀하신다는 것도 몰랐어요. 호호~!”

“실로 만물(萬物)의 고향(故鄕)은 모두 기(己)라네. 천상(天上)의 일월성신(日月星辰)은 제외하고 말이지.”

“기(己)를 모친(母親)에 비유하는 이치도 그래서인가요?”

“물론이지. 모(母)는 기(己)와 같은 뜻이라네. 천원지방(天圓地方)은 알고 있나?”

우창이 채운에게 묻자 그 정도는 안다는 듯이 바로 답을 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났다는 뜻이잖아요? 어미 모(母)의 테두리는 땅을 의미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채운의 말에 우창이 채운이 말하는 것을 종이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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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생각하면서 母의 테두리를 생각하다니 과연 재미있는 발상이로군. 이렇게 본다고 해도 말이 되지 않는가? 나라의 경계를 어떻게 표시하는지는 알고 있나?”

우창이 묻자 채운이 말했다.

“나라는 국(囗)으로 표시하죠. 아하~! 땅은 네모로 표시하네요. 그렇다면 땅도 그렇게 표시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그 안에 들어있는 표시(表示)는 무슨 뜻일까요?”

채운이 이렇게 모(母)에 대해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보자 우창은 먹물과 주사를 사용해서 모(母)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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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혹 어미 모(母)는 어디에서 왔는지는 알고 있겠지?”

우창이 채운에게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그러자 채운이 그점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는 듯이 물었다.

“예? 그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요? 말씀을 듣고 보니까 그것도 궁금하네요.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채운이 묻는 말에 우창이 다시 글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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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본 채운이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아니, 어미 모(母)가 여인 여(女)에서 왔다는 말씀인가요? 그것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막상 두 글자를 써놓으신 것을 살펴보니 어딘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설명해 주세요. 궁금해요. 호호호~!”

“아기를 낳지 않은 사람은 여(女)가 되고, 아기를 낳아서 키우면 모(母)라고 한다네. 그래서 일설에는 가운데에 점(點)이 둘이 생긴 것은 여인이 아기를 키우는 젖을 의미한다고도 하는데 일리가 있어 보이는가?”

잠시 글자를 들여 보던 채운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틀림없다고 해도 되겠는걸요. 또 새로운 것을 하나 배웠어요. 그러니까 아기를 낳지 않으면 어미가 될 수 없다는 것도 겸해서 깨달았어요. 호호~!”

우창은 채운이 잘 이해한 것으로 보이자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바깥의 테두리는 땅이라는 것은 말했으니 알 테고, 그 중간에 가로 그은 것은 경계선(境界線)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그리고 주사로 위아래로 점을 찍은 것은 이것이야말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어서라네.”

“경계선이라면 무슨 경계(境界)인가요?”

“아래의 점(點)은 물질적인 것을 담는 것이 토양이라는 의미라네.”

“그렇다면 위의 점은 정신적인 것을 담는 땅인가요?”

“옳지, 하나를 알려 주면 둘을 깨달으니 이야기를 나눌 맛이 나는군. 하하하~!”

“그렇다면 제자가 제대로 답을 맞게 말씀드린 것이죠?”

“물론이네. 그리고 또 하나가 있으니, 가로 그은 경계선은 지평선이라고 할 수가 있지. 물론 수평선도 포함하는 의미이기도 하다네.”

“아래는 땅이라는 것을 알겠는데 위는 뭐죠?”

“그야 하늘이지 무엇이겠나? 하하하~!”

“예? 하늘이라니요? 땅을 말하면서 하늘도 거론하는 것인가요?”

“고인의 혜안(慧眼)이 그리 얕았을까? 나도 처음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지만 천간(天干)의 이치를 생각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에 그 의미를 깨닫게 되었지. 그것은 무(戊)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네. 토(土)의 음양(陰陽)을 보면 음토(陰土)는 땅이고 양토(陽土)는 하늘인 까닭이지. 그래서 기(己)에는 이미 하늘의 뜻이 포함된 것도 알아야 한다네. 하하하~!”

우창의 말을 듣고는 채운이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땅에 하늘의 뜻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무슨 뜻인지 설명해 주세요. 재미있겠어요. 호호호~!”

“모(母)는 두 가지의 뜻이 있어. 작게는 아기를 낳아서 키우는 어머니를 의미하는 것이고 보통은 그렇게 사용하는 글자이기도 하지. 그러나 자연으로 보면 땅을 의미하는 것이라네. 그리고 땅은 토양과 허공을 함께 아우르는 의미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네.”

“몰랐어요. 처음 들어요.”

“풍수지리(風水地理)는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이지?”

“그야 땅을 연구하는 것이잖아요?”

“맞아.”

“예? 그래서요?”

“풍(風)은 허공이고, 수(水)는 물이고, 지(地)는 흙이지. 이 셋을 모두 묶어서 땅이라고 한다네.”

“예에? 그런 뜻이었어요? 듣느니 처음이에요.”

“무엇이든 처음 들을 때가 가장 재미있다네. 하하하~!”

“놀라워요~!”

채운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야기들로 인해서 내심 무척이나 놀랐고, 그래서 흥미도 그만큼 동했다. 그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우창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말이지.”

이렇게 말하고서 다시 붓을 들어서 종이에 뭔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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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이 먹과 주사로 글씨를 쓰자 채운이 보고서 말했다.

“아하~! 그러니까 위의 점은 무(戊)를 나타내고 아래의 점은 기(己)를 나타낸다는 뜻이네요? 그렇다면 땅[囗]에는 무기(戊己)가 같이 있고 이것을 묶어서 토(土)라고 한다는 뜻이란 말씀이죠?”

“옳지~! 잘 이해하셨네. 하하하~!”

“그렇다면 토(土)의 글자와 서로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다시 우창이 종이에 뭔가를 썼다. 모두 우창의 붓이 무엇을 쓰고 있는지 궁금하게 여기던 차에 모두가 볼 수가 있도록 우창이 쓴 것을 앞에다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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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바라보게 한 다음에 토(土)와 모(母)를 써놓고서 주사(朱砂)로 관계(關係)를 선(線)으로 그은 다음에 설명을 이었다.

“토(土)의 아래에 있는 일(一)은 모(母)의 국(囗)과 같은 뜻이라네. 그리고 토의 십(十)에서 가로획인 일(一)을 의미한다네. 물론 이것은 도(十)에서 음(一)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네. 그리고 토(土)의 곤(丨)은 모(母)의 위에 쓴 점을 나타내고 이것은 도(十)에서 양(丨)에 해당하지. 마지막으로 음양(陰陽)이 겹치는 곳의 십(十)은 모(母)의 경계선인 일(一)과 서로 통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네.”

우창의 그림을 잠시 보고 있던 채운이 말했다.

“그야말로 딱 들어맞는 말씀이시네요. 그러니까 기(己)는 음양이 포함된 모(母)도 되고 다시 따로 토양을 의미하는 기(己)도 된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어요. 맞아요?”

“잘 이해하셨네. 하하하~!”

“처음에는 스승님께서 억지로 꿰어맞춘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놓고 보니까 매우 타당한 이치가 있어 보여요. 신기하네요. 호호호~!”

“물론이지. 나도 자꾸만 생각하다가 보니까 어느 순간에 이러한 이치도 깨닫게 되었나 싶군.”

“그런데 경(庚)이 정신(精神)이라고 했는데 기(己)는 신체(身體)라고 한다면 이것은 어떤 연결고리가 되는 것일까요?”

“아, 잘못 이해하셨네. 기(己)는 내 몸도 되지만 모체(母體)라고 해야지. 십간(十干)의 구조에서는 모체가 된다네. 왜냐면 신체(身體)는 따로 을(乙)이 있으니까 말이네.”

“을(乙)이 신체이고, 신체에 깃든 경(庚)이 정신이고, 또 신체와 정신이 태어난 곳은 기(己)라는 말씀인가요?”

“맞아~!”

채운이 아무리 생각해도 명료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음... 간단한 듯하면서도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모체(母體)에서 태어난 몸과 을(乙)의 관계에 대한 의미를 설명해 주세요.”

우창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는 다시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갔다.

“을(乙)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지?”

“그야 식물(植物)이니까 땅에 뿌리를 둬야죠.”

“동물이 땅과 밀접할까? 식물이 밀접할까?”

“두말할 나위도 없이 당연한 말씀이잖아요. 식물이죠. 호호~!”

“식물은 흙만 있으면 어디에서나 뿌리를 내리고 자라던가?”

“맞아요.”

“그렇다면 아기가 모체에서 성장하는 것과 같다고 봐도 될까?”

“아, 그렇겠어요. 그런데 을극기(乙剋己)의 관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목극토(木剋土)잖아요?”

“어허~! 아직도 오행의 생극이 어려운 모양이구나. 쯧쯧~!”

우창은 채운을 자극하기 위해서 혀를 찼다. 그러자 채운이 자세를 바꾸면서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니, 아닌가요? 분명히 을목(乙木)이고 기토(己土)인데 목극토(木剋土)가 맞는데요?”

참으로 알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짓자 우창이 미소를 짓고는 춘매에게 물었다. 직접으로 이야기를 하면 생각이 멈추는 것도 우회해서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오히려 쉽게 깨달을 수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흡사 장기를 둘 적에 본인들은 보지 못한 수도 훈수꾼에게는 잘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춘매의 생각엔 어떤가? 내가 한 말이 잘 못 되었나?”

그러자 한쪽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춘매는 모처럼 자신에게 물어주는 우창이 고마웠다. 아까부터 말을 하고 싶었는데 괜히 대화에 끼어들어서 이야기를 혼란스럽게 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는데 이렇게 그러한 속을 헤아리고 물어주니 신명이 나서 말을 할 수가 있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태어난 것은 땅에는 죄를 짓는 것이라고 들었는데 오늘 문득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었어요.”

“그래? 그건 또 무슨 뜻이지?”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땅을 이용하니까요. 집을 지으려면 땅을 파야 하고, 농사를 지으려고 해도 땅을 뒤집어야 하고, 항상 무엇을 하더라도 살아있는 동안에는 땅을 괴롭히잖아요. 그러니까 목극토(木剋土)가 맞지 않느냐는 채운의 생각이 옳다고 하겠어요.”

“오호~! 그리고?”

“다만, 기토(己土)의 입장에서는 을극기(乙剋己)이지만 을(乙)의 관점에서 본다면 기생을(己生乙)이네요. 입장의 차이가 다르다는 의미로 봐야 하겠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호호호~!”

“그 이치를 모체(母體)와 태아(胎兒)의 관계로도 설명을 할 수가 있을까?”

우창은 말귀를 잘 알아듣는 춘매가 오늘따라 더욱 사랑스러웠다. 채운은 아무래도 기존에 공부했던 고정관념(固定觀念)으로 인해서 우창의 오행론(五行論)에 빠져들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춘매와의 대화를 통해서 그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문득 채운을 보니까 두 사람의 대화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면서 생각하는 것이 보였다. 춘매가 우창의 물음에 답했다.

“모체의 자궁(子宮)에 아기가 자라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어머니의 몸은 막대한 부담을 느끼게 되잖아요. 아기를 키워야 한다는 것으로 인해서 음식이나 마음이나 온통 아기에게로 집중하니까요.”

“그렇다면 모체의 입장에서는 목극토(木剋土)라고 할 수가 있겠네?”

“맞아요. 그리고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위험한 경우에도 아기는 지키려는 마음으로 심혈(心血)을 기울이죠.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아기를 보호하려는 것이니까요.”

“그렇지. 그것을 모성(母性)이라고 하고, 위대하다고 하는 것이기도 하네.”

“맞아요.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그런 의미겠네요. 아기가 태어나고 나면 그렇게도 산통을 겪었던 것도 다 잊고서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하게 되니까 이때는 비로소 기생을(己生乙)의 희열(喜悅)에 잠기는 것이고, 아기는 열 달을 어머니 몸에서 진액(津液)을 흡수하면서 을극기(乙剋己)를 하게 되는 것이에요. 물론 이 이치는 채운과의 대화하는 스승님의 말씀 가운데에서 깨달았어요. 호호호~!”

“그렇다면 모체(母體)도 기(己)이고, 대지(大地)도 기(己)인가? 이 둘이 서로 통하는 이치가 있을까?”

“모체에서 열 달을 머무는 동안에는 땅과는 무관해요. 그리고 출산(出産)하게 되면 그때부터 땅과 연결되죠. 결국은 모태(母胎)와 지상(地上)은 보이지 않는 탯줄로 연결이 되어 있는 것과 같아요. 비록 대상은 어머니에게서 땅으로 바뀌었지만 태어난 후의 자궁은 땅이 되니 왜냐면 잠시도 땅을 벗어나 생존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소름이 돋았어요. 어쩌면 이러한 이치가 오행 속에 들어있었다는 것이 놀라워요. 호호호~!”

“춘매가 그 이치를 잘 깨달았군.”

“고마워요. 모두 스승님의 가르침 덕분이죠. 그리고 물을 아끼면 용왕님이 예뻐하고, 나무를 아끼면 산신님이 예뻐하고 땅을 소중히 하면 토지신께서 예뻐한다는 말도 이제야 이해가 되었어요. 결국은 자연의 주체인 기(己)를 소중히 하라는 말이고, 그것은 자신이 태어난 어머니께 효도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하는 것을 알았어요.”

“맞아, 기왕에 태어난 것은 하늘의 뜻이지만 살아가면서 땅의 신세를 최소한으로 지면서 조심스럽게 살다가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 미덕(美德)이라고 해야 하겠지?”

“정말이네요. 음식을 만들 적에도 남기지 않을 만큼 만들고 실수로 태우거나 버리는 일이 없도록 소중히 하는 것은 금전을 절약하는 의미도 되지만 땅에 빚을 덜 지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하겠어요. 땅을 황폐하게 만들고 오염시키는 것은 태아가 뱃속에서 어머니의 몸을 아프게 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춘매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채운도 이해가 되었던 모양이다.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것을 본 우창이 이번에는 채운에게 물었다.

“어떤가? 이제 기(己)와 신체(身體)와 모체(母體)의 관계가 잘 정리되었나?”

그러자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의미를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 오늘도 깨달음이 알알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겠어요. 마치 석류(石榴)의 알갱이가 입안에서 톡톡 터지면서 향긋하고도 달콤한 맛을 느끼는 것처럼 행복한 감정에 사로잡히네요. 명료하게 이해했어요. 호호호~!”

“그렇게 하나씩 정리하다가 보면 오행의 생극에 대해서도 막힘이 없는 궁리할 수가 있을 것이네. 그리고 오행을 이해하게 되면 간지의 오묘한 조화(造化)도 쉽게 깨달을 것이네. 하하하~!”

“정말이지 기(己)에서 모(母)가 나오고, 모에서 토(土)가 나올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스승의 은혜가 부모의 은혜에 견주는 이치를 알겠어요. 몸을 낳아준 부모의 은혜가 크다면, 정신(精神)을 밝혀주시는 스승의 은혜도 그에 못지않은 이치를 이제야 확연히 깨달았어요.”

“그렇다네. 나도 항상 스승님의 가르침으로 성장하고 있으니까 말이지. 하하하~!”

“비록 부모라고 하더라도 더러는 자식보다도 못난 부모가 있듯이 스승도 잘못 만나게 되면 차리라 만나지 않으니만 못한 경우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부모를 잘 만나면 부모 복이 있는 것이고 스승을 잘 만나면 스승 복이 있는 것이니 내 맘대로 정할 수가 없는 부모는 어쩔 수가 없으나 스승은 스스로 선택을 할 수도 있으니 그러한 기회가 주어졌을 적에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호호호~!”

“모쪼록 보다 밝은 스승을 만났거든 놓치지 말도록 하게. 하하하~!”

“아니에요. 이제는 스승을 찾을 것이 아니라 열심히 배워야죠. 더 이상의 스승이 어디 있겠어요? 호호호~!”

“그건 모르는 말이네. 지금 채운의 수준에서는 내가 적당한 역할을 하겠지만 어느 순간에 채운의 수준이 나와 같아진다면 또 다른 스승이 필요하게 된다는 것까지 가르쳐 줘야 비로소 스승의 일을 마친 것이라네. 하하하~!”

“아, 듣고 보니까 그것도 일리가 있네요. 어서 스승님을 벗어날 날이 다가오기를 기원해야 하겠어요. 호호호~!”

“아무렴, 예전에 어느 고승이 있었다더군. 그 고승을 찾아서 열심히 공부한 제자가 있었는데, 스승에게서 모든 것을 배운 다음에는 또 스스로 수행해서 더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자신의 불법(佛法)을 펼치고 있는데 옛날의 그 스승이 찾아와서 옛날의 제자 발에 삼배(三拜)한 거야.”

“그것은 제자를 스승으로 모신다는 뜻인가요?”

“그렇다네. 이것이 바로 깨달음의 세계라네. 나이를 먹은 사람이 스승이 아니고,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 되는 것도 아닌 이치임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라네. 하하하~!”

“그렇다면 제 꿈을 바꿀래요. 언젠가 스승님께서 채운에게 찾아오셔서 가르침을 청할 날까지 열심히 공부하는 것으로요. 호호호~!”

“옳지 그래야 멋진 제자지. 하하하~!”

우창은 채운이 기뻐하는 것을 보며 마음이 흐뭇했다. 그리고 춘매를 바라보니 그녀도 또한 기쁨에 잠긴 표정으로 우창을 보면서 눈으로 웃었다. 이렇게 서로 더불어 배우는 기운이 가득 서린 오행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