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선진리성
작성일
2020-05-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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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泗川) 선진리성(船津里城)
대략 순천으로 흑두루미 보러 다녀 온지 3개월이 지났다. 코로나땜에 어디로 갈 수도 없어서 마당가를 배화하면서 꽃과 놀고 고양이랑 놀기를 100여일.... 이제 다소 완화되었다는 말을 믿고서 큰 맘을 먹었다. 그렇게 해서.....
모처럼 길을 나섰다. 남향으로 바람쐬러 가보자는 간단한 약속으로 출발한 네 사람이 도착한 곳은 경남 사천시이다. 그냥 막연하게 바다나 보러 가자고 했는데, 기왕 가는 김에 진주에 가서 하연옥냉면이나 먹자는 이야기만 했을 따름이다.
사천희망길에 속해 있는 곳에 선진리 왜성이 있었다. 처음에는 이것이 왜성인 줄도 몰랐다.
그냥 선진리성(船津里城)이라고만 생각했을 따름이다. 그 이유는 있다.
여행객이 믿는 것은 지도 한 장, 아니 지도어플 뿐이다. 이렇게 선진리왜성과 선진리성이 거리를 두고 있는데 어떻게 선진리성이 왜성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겠느냔 말이다.
일단 왔으니 인증샷은 필수이다.
젊은네는 서고,
늙은네는 앉는다.
자연스럽다. ㅋㅋㅋ
사천선진리성이 고적이고, 사적이고, 경상남도 문화재란다.
성으로 오르는 길에는 엄청 늙은 벚나무들이 가득하다. 이때라도 눈치를 챘어야 했다. 그러나 생각도 못했다. 지도를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 여기는 왜성이다. 선진리 왜성이다. 정유재란 때에 왜군들이 쌓은 성이다. 조선을 집어삼키기 위해서 쌓았고, 임진왜란때 이순신에게 당했던 사천해전의 재연을 방지하기 위해서 쌓았던 성이다.
무심한 버찌는 빨갛게 물들어 간다. 산새들의 밥이다.
말하자면, 뒷쪽에서 올라온 셈이었던 모양이다. 주차장이 그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정문이 나중에 나타났으니 사진의 배치는 이것을 정문으로 삼고 앞에다 놓으면 된다.
설명을 봐서는 어디에도 왜성이라는 말이 없는데, 일본 히메지성의 성문 형태를 참고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왜성이라는 말인 줄을 알았어야지. 둔하기는~~ ㅋㅋㅋ
성문 치고는 좀 허접해 보이기는 하다.
멋진 바위 하나 서 있다.
바위에는 역사를 써 놨나보다.
매향비란다. 옛날 자료는 아니구나....
토끼풀이 가득한데 토끼는 없다.
성이랄 것은 없지만 산성이니까 이렇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바위에 붙은 굴껍질을 보니 어디에서 끌고 온 돌인지 짐작이 된다.
천수각이 있던 터라.....
일본식 성곽이었더란다. 전각이 있었던 자리였다는 뜻이로군....
그러니깐.....
이건 아니잖여?
사적지라면서
정유재란 사적지에
육이오 전쟁충혼탑이라니....
땅이 없는 것도 아니고...
생각이 없었던 건가......
생각을 좀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따로 고이고이 모셨어야잖느냔 말이다. 쯧쯧~!
버찌는 익어간다.
일제치하에서 그들만의 사적지에 기념비를 세우고,
벚나무를 가득 심었더란다.
승전기념터였겠군....
조선군과 명국군이 전멸했다는 이곳에서...
아, 있다.
이충무공 사천해전 승첩기념비구나.
그런데.... 이것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구나.
해전에서 이긴 것을 기념하는데 왜 이 산만댕기에다가....
바닷가 바로 그 자리에 세웠어야 하는 거잖여?
거참..... 왜 보는 것마다 이래 어색하노 말이다.
관련 자료는 나무위키에서 찾아 봤다.
부상자만 3명이었다니 참으로 잘 싸웠구나.
참새들이 바삐 돌아다닌다.
지도에 표시한 대로 왜성을 찾았다.
지도가 데려다 주는 곳은 여기였다.
왜성터에 성은 보이지 않고 엄청 큰 무덤만 하나 놓여있다.
일충문(一忠門)이다.
사천(泗川) 조명군총(朝明軍塚)이구나. 일본에 쌓았다는 코무덤, 귀무덤은 여기에서 가져간 것이었다는 것도 이렇게 둘러보러 와서야 알게 된다.
너무 관심이 없는 것 아녀?
지도가 잘못 되었으면 고치라고 알려주기라도 해야지.
이렇게 해 놓으면 여행객들이 헛걸음을 않잖여... 쯧쯧~!
그래, 정문은 닫아놔야지. 측문이 열려 있으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사당이 단아하다.
선진사(船鎭祠)구나.
그래 선진리(船津里)는 조금 어색했어.
배나루마을이라니. 좀 싱겁잖으냔 말이지.
배로 진압한 사당이라니까 그럴싸 하다.
그나저나 실제로는 사당의 이름이 배와는 아무런 상관없잖여?
오히려 땅에서 싸우다가 전멸했다는디.....
그렇다면, 애통사(哀痛祠) 정도가 어땠을지....
사당에 왔으면 합장배례라도 해야잖으냔 말이지.
그래서 닫힌 문을 열고 합장했다.
이억만리 타국에서 왜군의 총탄에 스러져간...
명나라의 군졸과, 조선의 군졸들....
조명전몰장병 신위......
그 수가 얼마인지도 모를....
누구의 남편이고, 누구의 아들이었을...
언제 봐도, 아무리 봐도 안타까울 따름이다....
담을 이중으로 쌓은 뜻은 모를 일이다.
고혼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려나....
귀를기울여 본다.
삐비꽃과 엉겅퀴의 대화소리만 소곤소곤.....
내려다 본 풍경.....
옆으로 또 하나의 비가 보인다.
조명연합군전몰위령비....
조명군총 역사관....
깨끗하게 잘 만들어 놨다.
통영을 가느라고 거쳐간 길이긴 했지만,
일삼아서 사천을 둘러보기는 처음이다.
이렇게 아픈 사연도 있었구나.....
이러한 역사를 딛고 오늘을 맞이한다.
나라가 나라답지 못할 적에...
백성의 삶은 이러할 수밖에 없음을....
문득 홍콩의 내일이 걱정이다.
대만도..... 우짜노....
관리하는 남자분이 내다본다. 반갑다.
낭월 : 말씀좀 여쭙겠습니다.
관리 : 예, 말씀 하시소.
낭월 : 왜성이 이 부근인데 왜 안 보이죠?
관리 : 아, 왜성은 여기가 아이고예~!
낭월 : 잘못 찾아 왔습니까?
관리 : 저어~쪽으로 가시마 선진리성이라꼬 있십니더.
낭월 : 둘러 보고 왔는데요?
관리 :그가 바로 왜성입니더.
낭월 : 고맙습니다.
이렇게 해서 왜성도 보고
선진리성도 보고
조명군사무덤도 봤다.
그리고 안내문에서 또 못 볼 것을 보고야 말았다.
사천해상케이블카.... ㅋㅋㅋ
안가고 배길 수가 없는 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