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수룡항 풍어제당

작성일
2020-02-09 06:08
조회
832

[홍성] 수룡항(水龍港) 풍어제당


(여행일: 2020년 2월 6일, 음력 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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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별미인 굴찜을 먹으러 가자고 하면 항상 100%의 동의를 얻는다. 이날은 화인이 발동을 걸었다. 그래서 입춘도 지났으니 겨울의 꼬리라도 붙잡으려는 마음에 천북으로 향했다. 천북의 굴단지는 보령시의 북쪽끝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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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는 얼마든지 만들어 낸다. '면역력을 강화해서 신형코로나에 대응해요~!'이다. 그럴싸하지 않은가 말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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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굴 단지에도 세월이 쌓였다.

1세대 → 비닐하우스에서 번개탄으로 구워 먹었다.
2세대 → 비닐하우스에서 가스불로 구워 먹었다.
3세대 → 제대로 된 집에서 찜으로 쪄먹었다.

20여 년의 세월이 흘러온 굴 단지의 풍경이다. 처음에는 구이를 선호했는데 이제는 찜이 좋다. 구워먹으면 탁탁 튀어서 불편하고, 타거나 덜 익는 것도 있는데 찜은 그럴 필요가 없이 조용하게 까먹으면 되니 자연스러운 흐름이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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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북굴단지」는 안면도를 대면하고 있으니 그 앞은 천수만(淺水灣)이다. 그리고 몇 척이 되지 않는 매우 작은 포구는 수룡항이다. 항상 늦은 시간에 찾아가다 보니까 마음을 내지 못했는데 이날은 낮에 나선 바람에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둘러봐야 할 곳으로 마음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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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룡항의 사당을 떠올린 것은 한 해의 풍어를 기원하는 뱃고사를 지낸 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오색깃발을 달고 움직이는 배는 용왕님께 고사를 지낸 배임을 알리고 있는 뜻인 까닭이다. 옛날 안면도에 살면서 백사장에서 수시로 본 풍경이기도 하다.

'맞아~ 수룡동에 용왕의 사당이 있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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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가 생기기 전에는 수룡항포구가 안쪽에 있었던 모양이다. 둑을 막아서 간척지가 되면서 배가 드나들 수가 없으니 수룡항도 둑의 밖으로 이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강경포구와 같은 신세가 된 셈이다. 강경으로 드나들던 배들이 금강하구의 둑으로 인해서 그 용도를 잃게 된 것이 같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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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선하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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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골마다, 포구마다 이야기는 한보따리씩이다. 조금만 걸음을 멈추면 많은 이야기들이 저마다 보따리를 풀고 수다를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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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테마파크랄 것까지는 없지 싶다. 아마도 앞으로 그렇게 만들어 가고 싶다는 희망사항이 담겨있으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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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단지 앞에 만들어 놓은 안내판이다.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룡동 사당은 위쪽으로 밀려나서 표시도 하지 않았군. 수룡포구인데 원래의 수룡포구의 표시와 소개를 해도 좋을텐데 말이다. 옹색하기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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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북굴단지에서 불과 5분거리이다. 큼직하게 새워놓은 것은 홍성에서는 또 소중하게 다루는 곳이라는 의미도 포함된다. 홍성과 보령은 이웃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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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척공사를 하기 전까지의 사연은 땅에다 묻고서 한가로운 추억만 남았다. 원래의 수룡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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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표 위에는 가마우지 한 마리가 휴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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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은 이렇게 인공적인 필요에 따라서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간월호, 부남호, 그리고 이렇게 홍성호까지..... 쌀이 부족했을 때는 당연했던 일도, 이제 쌀이 남아돌고 보니까 당연하지 않았다는 뉘우침도 들린다. 간척지..... 자연은 자연으로 두는 것이 보호하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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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으로 갇혀버린 수룡항에서 바라보는 끝자락에 풍력발전 풍차가 멈춰져있다. 바람이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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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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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안내한다. 사당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의미가 되는 셈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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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기록은 400년 전에서 시작하는 모양이다. 물길을 끊어놓으니 상류에서 키우던 축산농가에서 오폐수가 흘러들어서 오염되는 것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안산의 시화호가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바다는 그냥 두고 강은 막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자꾸만 인간의 목적에 의해서 침범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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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룡동 마을의 풍경이군. 잘 만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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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룡동에서만 볼 수 있다는 황해도와 수룡포구의 혼합된 모습을 보여준다니 그 모습이 궁금하다. 그래서 행사를 언제 하는지 자료를 찾아본다. 왜냐하면 주로 바닷가의 풍경은 정월대보름의 사리를 기준으로 이뤄지는 곳이 많은 까닭이다. 일년 중에 가장 큰 사리는 보름사리와 백중사리이다. 조수의 수위가 가장 높아지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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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새해를 시작하는 보름사리를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해도 되지 싶다. 다만, 안면도의 황도붕기풍어제는 정월초하루부터 3일간 진행하는 것이 특이하긴 하다.






홍성수룡동당제(한국민속백과사전-상세함)






자세한 설명은 위에 링크로 첨부한다. 당제를 지내는 날은 정월보름날이란다. 이틀 후에 시행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다시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기왕이면 실제로 행사를 지켜봐야 모두를 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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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은 문이 닫혀있다. 조촐한 당우보다는 주변의 울타리가 더 멋진 것은 뭐지? 뭔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모습이긴 하지만 앞으로 건물을 새로 지어서 가꾸려는 마음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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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이 잘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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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을 들고 행사하는 모습도 볼만 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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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제36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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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문은 닫혀 있지만 그래도 그냥 지나칠 낭월이 아니다. 물론 자물통을 채워놨다면 체념을 하지만 걸어놓기만 한 것은 입장금지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열어놓은 것보다는 껄쩍찌근~하지만 들어가봐도 된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더구나 개인사유지도 아니잖은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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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액에는 「豊漁祭堂(풍어제당)」이라고 되어 있군.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는 곳이라는 뜻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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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의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은 사당의 터가 좋아보인다. 경주의 감포항에서 본 사당 모습이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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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여니, 제단에는 위패가 가지런하다.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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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벽면에 걸려있는 무형문화재 지정서는 또 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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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패를 열었다. 그리고 반야심경을 한 편 독송했다. 어부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계신다면 위로를 해 드리고자 함이다. 아니라면 그냥 지나는 객의 작은 정성이라고 해도 그만이다. 향을 하니 피우고 싶었는데 성냥이 보이지 않는다. 다음부터는 향과 라이터는 챙겨갖고 다녀야 하겠다는 것을 생각했다.

오른쪽부터 당산신, 당토지신, 당녀신, 당조모신, 당조부신이구나. 가운데의 당녀신(堂女神)이 주인공이겠군. 의외다. 여신이 주인이셨구나. 바닷가에서 여신을 모신다면 해수관음(海水觀音)이 떠오른다. 어쩌면 해수관음을 그냥 소박한 풍습으로 여신이라고 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재미있는 것은 당녀신이 있다면 부모신을 모실 일이지 조부모를 모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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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으로 오르는 길이 나무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올라가서 전체적인 풍경을 조망해 본다. 이틀 후면 당제를 지내게 될 것이고, 다시 와서 그 풍경을 담아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조용히 나와서 다시 바깥 문을 원래대로 걸어놓았다.

그후... 음력 정월 보름날은 감로사에서 정해진 행사가 있는 날이다. 오전에 행사를 잘 마치고는 점심을 먹고서는 출발할 준비를 하라고 해 놓고 혹시나..... 싶은 마음에 검색을 해 봤다. 신종코로나로 인한 행사취소가 잇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논산의 딸기축제도 취소되고, 상월면민들의 행사에 불과한 달집태우기도 취소되었단다. 그걸 왜? 여하튼 두려움의 확대판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외부인들이 모이는 것도 아닌데 취소하는 것은 애초에 할 마음이 없었던 행사였으리라는 의심도 살짝 해 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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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싸부님~! 준비 다 되었어요. 출발해요~!
낭월 : 취소다.
화인 : 그럼 안 가세요?
낭월 : 가마 뭐 하겠노....
화인 : 잘 되었네요. 그럼 차나 마셔요.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까, 그나마 사당에 들려서 독경을 해 드린 것이 올 보름 행사를 대신한 셈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오늘만 살면 되는 것이다. 내년에 또 기회가 되면 구경하러 가지 뭐. 작년에는 조류독감으로 취소되었다는데.... 여신님도 많이 시장하셨겠다. 우짜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