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낙산사의 새벽

작성일
2020-02-01 04:15
조회
818

[양양] 낙산사(洛山寺)의 새벽


(여행일 : 2020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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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성에서 건봉사를 참배하고 거진항에서 바다와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통일전망대를 가보기 위해서 시간을 검색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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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전망대는 오후 4시까지인데, 현재 시간은 이미 4시를 넘어서 20분도 지났으니 오늘의 통일전망대는 이미 늦었다. 그래서 취소하고 하향길에 송지호에 들려서 썰렁한 석호(潟湖)를 둘러보고는 낙산사로 향해서 숙소를 찾았던 것이다. 송지호의 전망대라도 올라가려고 했는데 또한 관람시간이 지나서 문이 잠겼다. 이래저래 돈이 굳는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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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02시 반에 잠이 깨었다. 예보를 보니 구름이 한가득이다. 멋진 일출의 풍경은 기대하기 어렵겠다. 그래서 그냥 자려고 했다. 그런데.... 옛날에 낙산사에서 간절히 기도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맞아~! 그 시절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군. 당시는 1977년도였으니까 세월은 흘러서 43년 전인가? 참 까마득한 세월이 흘러갔구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낭월한담에 써 놓은 것이 있을텐데..... 소개삼아서 링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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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소원을 이루고자 하는 불자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 줬던 이야기로 관심이 많은 벗님들은 읽어 봤을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늘 새벽, 문득 그 시절이 떠올랐던 것은 그때도 겨울이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지 싶다. 그래서 일찌감치 카메라 짐을 챙겨서 모텔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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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대에 도착하니 해수관음상이 조명을 받고 하얗게 빛난다. 우선 여기에서 놀아야 하겠군. 어둠에 잠긴 의상대는 또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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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련암과 같이 렌즈에 잡힌다. 다른 것은 어둠에 묻어버리고 해수관음과 홍련암만 보여주니 그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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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렌즈는 어느 정도 또렷한 모습도 만들어 준다. 그러니까 낭월이 기도를 했던 그 시기가 바로 해수관음상을 점안식했던 그해이다. 다시 말해서 해수관음상의 나이는 43세인 셈인가? 그렇게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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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은 추억여행인 셈이구나. 해조음(海潮音)은 사진에 담을 수가 없음이 아쉽지만 낭월의 귀에는 들려온다. 마음의 파도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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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간절한 소원을 품고 새벽기도에 열중하는 그림자들... 그 이듬해에 홍련암에 머물 적에 바꿔달게 된 경봉노사의 친필 홍련암의 편액이 선명하다. 이래저래 낙산사와 홍련암에는 낭월 만의 역사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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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 보려다가 멈췄다. 작은 법당에 이미 많은 기도객들로 가득할 것이 빤했기 때문이다. 그냥 밖에서 참배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그렇게 잠시 기도를 하고는 낙산사로 향했다. 원래 100일 기도를 했던 곳은 낙산사 원통보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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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커덕~ 손들엇!!!"

지금은 들을 수가 없는 구호이다. 그 시절, 밖에 나갔다가 늦은 시간에 홍련암으로 돌아올 시간이면 반드시 들어야만 했던 초병의 외침이었다. 삼엄했던 낙산의 밤풍경이었지.... 세월은 흘러갔지만 그시절의 서슬퍼런 풍경이 잠시 스쳐지나간다.

"홍련암 식구입니다~!"

가끔은 신병이 왔을 적에는 여지없이 플레시 세례를 받아야 했던 나날이었다. 그래도 그 시절이 가끔 생각난다. 어느 비가 내리던 날 밤중에 비를 맞고 근무하던 초병에게 간식꺼리를 가져다 줬던 적도 있었지. 비를 맞으면서 파도소리와 함께 떠올랐을 그 군인의 마음은 고향과 어머님이었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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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사 : 사진을 찍으러 나오셨습니까?
낭월 : 예, 수고 하십니다.

계단을 쓸고 있던 처사가 말을 건다. 아마도 말이 고팠던가 싶기도 하다. 아직 날도 밝지 않았는데 부지런하기도 하시지....

처사 : 어디 것입니까?
낭월 : 소니 겁니다.
처사 : 아, 자동이구나!
낭월 : ???? ~!!

그가 생각한 것은 똑딱이였던다는 것을 2초 후에 깨달았다. 소니하면 떠오르는 것이 그의 기억 속에서는 똑딱이 전자동 카메라였던 모양이다. 절간에 들어온지도 오래였을지도 모르지...

처사 : 카메라는 스웨덴이나 독일 것이 좋지요.
낭월 : 잘 알고 계시네요. 하하~!
처사 : 사진작가들은 그런 것을 사용하니까요.
낭월 : 소니도 그런 기능이 있긴 합니다만.... 

그의 기억 속을 들여다 보니 나름대로 한때는 카메라에 대해서 관심의 단계를 넘었던 모양이라는 말이 들렸다. 스웨덴을 말하는 것은 핫셀블라드일게고, 독일을 말하는 것은 보나마나 라이카겠거니.... 보이지 않을 미소로 답하고는 원통보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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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도의 대화재 이후로 말끔하게 단장한 낙산사의 모습이 하루가 다르게 복구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응향각(凝香閣)의 멋진 통로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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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안사에서 문득 떠올렸던 그 석탑이다. 얼마나 폭탄을 퍼 부었던지 여기저기 떨어져 나간 낙산사의 석탑이다. 웬만하면 새롭게 깨끗한 석탑을 세울만도 한데 이것은 그대로가 의미가 있다고 봐서인지 옛모습인 채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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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가끔 들렀던 법당이었지만 이 시간에 들린 것은 기도 이후로 처음이지 싶다. 감회가 새롭다는 것이 이런 것이겠거니.... 삼배를 올리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가서 목이 터지나, 목탁이 깨지나, 소원이 이뤄지나를 시험했던 홍안의 자신과 해후한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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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대를 세우고 장노출로 관세음보살을 담았다. 낮에는 참배객들로 인해서 한가롭게 삼각대를 설치할 겨를도 없기 때문에 이 시간의 여유로움으로 보살님과 대면하는 시간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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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가 쓸어버리는 순간에도 스님들이 관음보살상은 지켰구나. 낙산사 관음보살은 종이로 만든 보살상이다. 그러니까 무게가 가볍다는 것도 신속하게 피신하기에 용이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불길이 닿았다면 그대로 화르륵~~ 한 줌의 재가 되고 말았을텐데 화재를 방송으로 보면서 가장 먼저 그점을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안전하다는 소식에 그 모습을 다시 볼 수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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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와 의상대사는 깊은 인연이 있다. 그래서 따로 전각을 짓지 않고 법당에 함께 모셨던 모양이다. 의상대사의 작품인 법성도와 함께 왼쪽에 모셔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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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살다 간 흔적이지만 큰 족적을 남기셨으니 후세의 존중을 받을만 하지.... 산꼭대기의 험한 터에 암자를 지은 것은 원효대사이고, 넓은 터에 가람을 웅장하게 세운 것은 의상대사이다.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두 사람의 삶은 판이하게 다르기에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원효대사는 숱한 전설을 남겼고, 의상대사는 숱한 저술을 남겼다.

갑자기 인기척....

처사 : 아니, 누구 허락을 받고 촬영하시는 겁니까?
낭월 : 허락은 받지 않았습니다만....
처사 : 잘 아시잖아요. 플레시를 터트리면 불상에 안 좋은 영향이...
낭월 : 그래서 보시다시피 플레시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만....
처사 : .... 모니터를 보다가 촬영하셔서 나왔습니다.
낭월 :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처사 : 스님들이 보면 제가 혼나거든요.
낭월 : 처사님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께요. 이만 거둡니다.

아마도, 승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더라면 그러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절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느낌으로 안다. 승복을 입었든 사복을 입었든 절집 식구라는 것을... 그래서 바로 눈길이 너그러워지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을 게다. 다 안다. 결국 오늘 새벽에는 이 처사와 인연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것도 시종일관 카메라로 인해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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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승복을 입고 사진놀이를 했었다. 그런데 스님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이 남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 못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정관(正官)이 합된 낭월도 그 합을 깨버렸다. '옷이 뭐관대~~!' 마음은 이미 자유로운데 옷에 갇힐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자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낙산사에서 해수관음으로 가는 길에도 없던 문이 생겼다. 원통문(圓通門)이란다. 원통보전에서 나온 원통문일게다. 관세음보살은 '원통교주(圓通敎主)'라는 별명을 붙여드렸다. 그래서 관음전(觀音殿)을 원통전, 혹은 원통보전이라고도 한다. 행여 '원통교도 있느냐'고 묻지 않으셔도 된다. 그냥 이름이 그렇다는 이야기니깐. 석가모니는 사바교주(娑婆敎主), 아미타불은 극락교주(極樂敎主)이다. 저마다 교주라는 이름으로 찬탄할 따름이다. 모두가 중생의 분별심일 따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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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강력한 조명의 샤워를 받고 중생의 고뇌를 듣고 계신 관세음보살이다. 이름 앞에 '해수(海水)'를 붙여놓았으니 해수관세음보살이다. 관세음보살 만큼 이름이 많은 분도 드물게다. 오죽하면 서른 두 가지의 몸을 갖고 있으면서 일천개의 손으로 중생을 구제한다고 해서 천수천안(千手千眼)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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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의 귀재라고 해야 할지....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의 「관세음보살보문품(觀世音普薩 普門品)」에는 '32응신(應身)'이 등장을 한다. 중생의 근기에 따라서 서른 두가지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인데, 말이 서른 두가지일 뿐. 실은 무엇으로든 나타나서 소원을 이뤄준다는 이야기가 맞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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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는 관음신앙이 주류라고 해도 될 정도로 스타 중의 스타이다. 낭월의 소원을 들어줬던 분이 관세음보살이든, 또 다른 분이든, 그냥 단순히 마음이든, 그것은 의미가 없다. 그냥 그렇게 뜻이 이뤄졌음에 대해서 감사할 따름이다. 무슨 말을 해도 모두가 관세음보살일 따름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모든 소원은 관음으로'

한국의 관음성지는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는 것도 해수관음과 유관하다. 더구나 관세음보살의 우보처인 호법신장도 용왕이니 더 말을 해서 뭣하랴 싶다. 남해의 보리암, 서해의 보문사와 더불어 동해의 낙산사가 한국의 불자들은 다 알고 있는 관음성지다. 그리고 모든 불자의 어머니 심성을 대행하고 있는 보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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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타임랩스를 찍느라고 설치를 해 놓고서는 오락가락하면서 풍경을 스케치 한다. 아무리 날씨가 포근해도 겨울이다. 정월 초이튿날이잖은가. 손가락이 시려오는 것은 보온장갑으로 해결을 할 수가 있는데 몸이 춥다는데는 따끈한 차 한 잔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주머니를 뒤져볼 것도 없이 돈이 없다. 비행기 타러 가느라고 지갑 자체를 집에 두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우물쭈물하다가 괜히 지갑이라도 분실하면 그것도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러니 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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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자판기를 보는 순간 자판커피의 향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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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도 없냐?"

자판기가 묻는다. 없지 땡전 한 푼도 없다니깐.... 아니, 가만.... 어쩌면.... 있을 수도... 카메라 가방을 뒤졌다. 어쩌면 삼각대를 연결할 때 쓰일 수도 있어서 가방에 동전 하나는 넣어두곤 했는데 그것이라도 있으면 지금이 바로 그것을 써야 할 때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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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그리고 동전을 써버리기 전에 다시 카메라를 살펴봤다. 혹시라도 삼각대에 쓰일 일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거듭 확인한 다음에서야 '딸그락~!' 커피가 한 잔 나왔다. 감로차였다. 어찌나 따뜻하든지.... 이제 정말로 먹고 죽으려고 해도 땡전 한 푼 없다. 그래도 행복하다. 오늘 새벽에 이 자리에서 밝아오는 새벽과 함께 할 수가 있는 이 몸과 마음에 무한의 감사를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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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일출이랄 것은 없다. 어제 본 주문진에서의 풍경과 어쩌면 그리도 같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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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구름이 비를 갖고 오려니.... 싶었다. 이미 예보에는 비가 오고 있기도 했다. 섭섭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부지런한 사람들에게 괜히 미안하다. 그 마음을 능히 헤아릴 수가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낭월은 크게 아쉽지 않다. 이미 수없이 많은 날을 이곳에서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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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관음상은 구름에 가렸지만 설악산의 풍경에는 햇살이 동참을 한다. 그래서 관음상 뒤에서 설악산의 풍경을 담았다. 필시 대청봉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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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설악에는 눈이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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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서 봐도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다. 직선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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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m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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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오른쪽의 중청봉으로 보이는 곳에 있는 구조물이 뭔지 모르겠다. 800mm에 당겨찍기효과까지 얹어서 1200mm의 초점으로 담아보니 뭔가 있기는 한데.... 대청봉 표석일까?  대청봉은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가려고 아껴두고 있는데 설치를 하지 않는다는 말만 들려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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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 구름이 덮인다. 잠시나마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어서 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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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울산바위까지 빛으로 사워시켜주니 그 더욱 반갑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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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대산의 눈풍경을 봤고, 오늘은 설악산의 눈풍경을 봤으니 그만하면 동해의 겨울 나들이는 만족스러웠다고 해도 되지 싶다.

전화가 울린다. 아침 먹으려고 모두가 낭월만 기다리고 있단다. 그래서 서둘러서 살림살이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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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관음상에서 내려오다가 딱 이 자리에서만 만날 수가 있는 낙산사의 선이 예쁘다. 또 다음 기회에 조용히 찾아와서 맘껏 놀아야지.... 모텔로 귀가하니 모두들 일어나서 아침을 먹으려고 준비하고 있는 모습에서 조금은 미안했다.

처제 : 아니, 형부께서 들어오자마자 비가 쏟아지는 것 좀 봐요~!
낭월 : 그래? 비는 한 방울도 맞지 않았는데?
처제 : 사진복이 많으신 분이라 다른 거예요. 막 쏟아지는 것 좀 봐요.
낭월 : 그래서 항상 하늘에게 고맙다고 할 밖에. 하하~!
처제 : 오늘은 어디로 데려다 주실 꺼예요?
낭월 : 비가 온다....? 그렇다면 실내로 가야지.
처제 : 그런 곳이 있어요?
낭월 : 테라로사 커피공장~!
처제 : 와우~! 맛있는 커피 마시겠네요. 좋아요~~!!

이번 여행의 사진을 앨범으로 만들 적에 제목이 떠올랐다.

「상해찍고 강원도행」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