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고성] 건봉사

작성일
2020-01-30 10:12
조회
1033

[강원고성] 건봉사(乾鳳寺)


(여행일: 2020년 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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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에서 푹 자고 난 일행은 다시 가이드격인 낭월을 채근한다. 날씨는 포근하다. 어디론가 가기는 해야 하겠는데, 딱히 가 보지 않은 곳이 떠오르지 않던 차에 한 동서가 통일전망대를 가보자고 했다. 이미 둘러 본 곳이기는 했지만 방향이 잡히면 갈 수도 있으니까 그럴까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시큰둥한 것은 모두 가 봤다는 뜻이겠거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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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북행~!!"

차는 출발시키고 따져봐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 속초IC를 빠져나가기 전에 결정을 했다. 철원에서는 도피안사를 참배했는데 동해에서는 건봉사가 있었다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둘러 본 적이 없는 사찰 중에 하나이다. 예전엔 가보고 싶어도 갈 수가 없어서, 지금은 갈 수는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이다. 이제 그 시간이 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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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맵은 해안으로 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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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T맵은 진부령터널을 통과하란다. '경유'라고 찍힌 것은 귀가하여 검색하니까 해안으로만 나온 것이라서 지나간 경로를 표시하기 위해서 길을 옮겼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행로는 해안으로 잡는데 T맵은 무슨 까닭인지 내부로 방향을 잡는다. 행여나 황태덕장이라도 보려나 싶어서 그대로 직진했다.건봉사는 민통선 내부에 있는 사찰이기 때문에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것인데, 이제는 그러한 통제를 받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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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자락에 하얗게 덮인 눈을 보면서 가는 길이 괜찮군. 울산바위인가? 맨날 봐도 그게 그것 같아서 헛갈리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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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구름이 산을 이불처럼 덮었구나. 지나가면서 찍는 사진도 대략 이 정도는 나와 준다. 참 좋은 사진기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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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령터널이 꽤 길다. 터널이 없을 적에는 산길로 통과했었는데 이제는 눈이 쌓여도 걱정없이 안전한 통행을 하니 또한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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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터널은 처음 지나가 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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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대와 화암사는 다 둘러 봤는데 산을 넘어서 뒤쪽으로 타는 길로 가야 할 모양이다. 처음 지나는 길은 항상 앞의 풍경이 궁금하기 마련이다. 터널을 지나자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에서 북향을 하게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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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삼거리에 볼만한 풍경이 펼쳐진다. 여기가 매바위인공폭포구나. 빙벽을 잘도 만들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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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바쁠 일도 없으니 쉬엄쉬엄 가도 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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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벽을 오르는 사람들도 보면서 겨울폭포를 즐기면 된다. 풍경이 그럴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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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뛰어들어서 줄에 몸을 의지하고 얼음을 오르는 사람과, 그것을 건너편에서 구경하고 있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다를 게다. 그렇지만 직접 그 줄에 매달려서 느껴보는 찌릿함은 양보해도 되지 싶다. 말하자면 그러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인 셈이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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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 여기에서도 백골부대를 만나네? 철원에서 이미 만나 본 적이 있는 백골부대의 이름이 동해안까지 전개되어 있었나 싶었다. 전적비라니 또 불타는 청춘들의 생명을 애도하는 비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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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백골부대가 아니고 백골병단이란다. 뭔가 차이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검색으로 궁금증을 찾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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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1년 창설된 백골병단이라는 부대도 있어 참고하세요.


이 부대의 경우 당시 정일권 참모총장(계급은 소장)이 유격전을 통하여 적후방에 침투하고 적전황을 살피며 주요 정보를 입수하고 적 후방에 타격을 가하며 북한군 지휘관을 생포할 목적으로 창설되었습니다.


당시 채명신 중령(훗날 월남파병 한국군 사령관으로 이름을 드높임)이 부대장으로 선발되었으며 당시 신병교육을 막 마친 사병들 200명을 선발하여 구성되었습니다.


당시 정일권 총장은 이들에게 "만일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살아서 돌아오면 모두 1계급 특진과 함께 거액의 활동사례비도 주겠다" 라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약 1년반 가량을 적 후방에서 맹활약 한 댓가로 남은 것은 어이없게도 재입영통지서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의 복구 사실에 대하여 육군본부에서는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모르쇠로 일관하여 그렇게 처리 된 것으로 근년에 와서 국방부에서


진상조사 후 이들에게 대한 명예회복 및 금전적인 보상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어느 지식인 답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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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랬구나. 나라를 믿고 목숨을 던진 사람과 그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관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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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놈 하나 없다'는 말이 뼈를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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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에서 오로지 구국의 일념으로 산화했던 젊은 생명들에게 묵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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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骨兵團戰跡碑(백골병단전적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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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흘러가고, 그 역사에 묻혀서 삶도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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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된 탱크는 더러 봤다만 앞에 라이트를 단 탱크는 또 첨 본다. 아마도 밤중에도 싸워야 할 일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서성이다가 다시 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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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얼마 가지 않아서 다시 차를 세웠다. 이번엔 황태덕장이다. 올 겨울의 특이한 기후로 인해서 황태사업은 완전히 망했다고 전해 들었다. 눈이 와야 하는데 비가 오고, 추워야 하는데 따뜻하기만 해서 황태가 제대로 만들어지질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비어있는 덕장도 많이 눈에 띄었는데 마침 길가에 황태가 보여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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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를 보이게 하는 것은 사진을 찍은 값이다. 누군가 혹시라도 전화번호롤 보고서 주문을 할 수도 있을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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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도 며칠 춥고 눈도 내려서 황태가 되어가는 것이 반갑고 다행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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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에서 맑은 공기와 함께 누르스름하게 변해 가는 황태임이 분명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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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 길을 가다가 보니 건봉사로 갈라지는 이정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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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방이라는 분위기라도 보여 주려는 듯이 군인도 등장을 한다. 혹시라도 길을 막으려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뭔가 문제가 생겼는지 마주오는 차량에게 서행하라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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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철원으로 두루미를 보러 갔을 적에 만났던 이길리 군사검문소의 느낌이 바로 전해진다. 도피안사와 건봉사는 최전방의 고찰인데 한꺼번에 둘러보게 되는 것도 인연이려니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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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하면 통일전망대이다. 건봉사는 왼쪽으로 가야 하는 군. 직진을 하는 차량에게 알려주는 내용이 보이는데, 이정표에 써놓은 통과시간이 눈길을 끈다. 09시부터 18시까지만 진행할 수가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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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봉사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사명대사를 만났다. 실제로는 나오다가 만났지만 이야기의 흐름 상 이렇게 앞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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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溟堂 松雲大師惟政 像(사명당 송운대사 유정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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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가 유점사에 머물렀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건봉사와 인연이 있었던 줄은 또 몰랐다. 위풍도 당당한 승병대장의 모습이다. 보자.... 유점사가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볼 자료가 낭월에게는 있다는 것을. ㅎㅎ

임진왜란때 왜가 명과 협상하면서 조선을 떼어줄 것을 요구했다는 말에 노발대발한 사명당이었다지. 후에 가토 기요마사와 4차 담판을 벌이는데 이런 이야기를 했단다.

가토 : 그대 나라의 보배는 무엇이냐?
사명 : 우리나라에는 보배가 없다. 우리나라의 보배는 바로 당신 머리다.
가토 : 그게 무슨 소리냐?
사명 : 난리가 난 판국에 보배가 어디 있겠느냐. 오직 그대의 목이 하나 있으면 조선은 전쟁이 없이 편안할 것이니 그래서 가장 보배로운 것으로 보다면 그대의 목이다.

해인사의 사명대사 석장비문에 적혀있다고 하니 사실은 모르겠지만 그 기개에 대해서는 충분히 전해지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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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10권으로 북한의 사찰들에 대한 정보가 상세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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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 있는 사찰이 수록된 책이다. 그런데.... 유점사는 보이지 않는다. 장안사터, 마하연터까지 나왔는데 어쩐 인연으로 유점사에 대한 자료는 담지 못했던 모양이다. 또한 아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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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의 시 한 수인 모양이다. 뭐라고 쓴 건지는 풀이만 해 놔서 알아 볼 수가 없군... 기왕이면 원문도 어딘가에 써놨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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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에 나라를 구하려고 모인 700의 승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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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사절로 가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조각한 모양이다. 사명대사만큼 야담도 많은 스님이 없지 싶다. 일본에 가서 '말린 고환을 여덟섬 바치라고 했다'는 말도 그런 류의 하나일게다. 일본의 남자를 모두 말려버리려고 말리고 있으면 계속 비가 와서 말릴 수가 없이 썩어버렸더라는 이야기도 전해지는데 설마 그랬으랴 싶어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백성의 마음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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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각이라도 지어서 그 안에 모셨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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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에는 부도(浮屠)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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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앞의 늙은 매화나무는 다시 봄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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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내로 들어가서 주차를 시키는 사이에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사명당의 승병기념관이다. 일행들을 데리고 천천히 둘러봤어야 하는데 별로 관심들이 없지 싶어서 다음에 혼자서 조용히 둘러보기로 점을 찍고는 겉에 보이는 것만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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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왜인들이 망가트린 비석을 보니 문득 해인사 홍제암의 비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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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기적비」

사명대사에게 얼마나 철천지 한이 맺혔든지 그와 연관된 것은 모조리 부숴서 복수를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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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해인사 홍제암의 사명대사 비석이다. 이렇게 네 조각을 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지 싶다. 그나마 밀양 표충사의 비석은 온전히 보존이 되어서 다행이다. 나라에 무슨 일이 생길 조짐을 땀흘려서 보여준다는 그 비석을 말한다. 곳곳에 서려있는 사명대사의 구국충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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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당의승병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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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봉사의 내력은 살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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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건봉사이다. 금강산은 화암사에서도 봤으니 초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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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화암사이다. 화암사와 건봉사 간의 거리는 상당한데.... 직선거리로는 21km이다. 그리고 지도상의 산 이름을 보면, 화암사의 산은 신선봉이다. 금강산 신선봉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북으로는 마산이 있고, 건봉사는 건봉산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공식적으로는 금강산과 연관이 없지만 그냥 느낌으로 금강산에 붙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튼 금강산이라니 반갑기는 하다. 올해에는 금강산 길이 열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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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암사는 좀 갸우뚱~ 해도 건봉사는 금강산이 지척이다. 이 정도라면 끄덕끄덕~해도 되지 싶다. 그나저나 저 선의 너머가 궁금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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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불타버린 다음에 다시 복원을 하고 있는 건봉사가 아니라 1920년대 당시의 모습을 담아놨다. 100년 전의 풍경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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뺏고 뺏기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16차례였더란다. 그러니 절간의 목조건물이 남아날 수가 없는 일이다. 설명문이 있으니 대략 건봉사의 내력을 훑어 볼 수가 있겠다. 원래는 아도화상이 세우고 원각사(圓覺寺)라고 했는데, 후에 도선국사가 중수하고는 서봉사(西鳳寺)라고 했더란다. 그러다가 나옹화상이 중건하고는 건봉사(乾鳳寺)라고 했더란다. 서쪽 봉황이 하늘봉황으로 변했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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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甲稧發祥地(금강갑계발상지)

특이한 표석이 있어서 눈길을 끈다. 갑계라니? 계(稧)자가 생소해서 찾아보니 벼를 벤다는 뜻으로 쓰인단다. 계(契)로 쓰이는 것과 서로 같은 모양이다. 말하자면 동갑계와 같은 의미로 보면 되지 싶다. 발상지라니 무슨 계이길래 발상지까지 있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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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갑계에 대한 설명이 있으니 다행이다.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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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계가 맞는 모양이다. 여기에서 한 일은 '만일염불(萬日念佛會)'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봐서 염불수행을 위한 단체였을 것으로 보면 되겠다. 3일기도, 7일기도, 21일기도, 49일기도, 100일기도, 1000일기도를 하는데 아예 1만일기도를 하였던가 보다. 대략 27년을 염불하면서 수행하는 모임이 된 셈이다. 대단한 불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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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二門(불이문)」

'둘이 아닌 문'이 먼저 나타난다. 보통은 일주문이 먼저인데 아마도 불타서 없어졌던가 싶다. 그리고 등장하는 천왕문도 생략되었다. 그것도 전화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면 되겠다. 조선의 사대사찰 중의 하나라고 한다면 규모는 대략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급으로 봐야 할 모양인데 그렇게 격식을 갖췄다면 있어야 할 전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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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문 기둥에 금강저(金剛杵)가 조각되어 있다. 아마도 원래부터 사천왕문이 없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금강저는 호법신장의 퇴마하는 무기인 까닭이다. 요즘은 천태종에서 마크로 사용하는 문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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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천태종에서 사용하는 마크이다. 사악한 무리로부터 수행자를 지켜준다는 호신법구이고 무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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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올라가니 종루가 나온다. 그리고 그 앞에는 하늘 높이 솟아오른 석주가 하나.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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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의 위에는 새가 한 마리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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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컨대, 봉황이려니 싶다. 거북은 아닌 것으로 보여서이다. 그러니까 건봉사의 봉이 이렇게 석주에 내려 앉았나 보다. 그렇다면 석주는 건(乾) 건은 하늘이다. 하늘에는 극락세계가 있고, 극락세계에는 아미타불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건봉사의 이름에 대한 상징물로 봐도 되지 싶다. 그냥 아는 만큼 그렇게 보인다는 이야기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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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각에는 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물(四物)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각이라고 하면 옳은 말은 아니다. 사물각이라고 하는 것이 맞지 싶은데 통상적으로 다른 것은 없어도 종은 있기 때문에 종이 대표자격으로 불리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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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은 종(鐘)이라고 쓰는 것이 맞다.  정확하게 썼군. 종의 앞에 범(梵)을 쓰는 것이 인도의 종이라는 뜻이다. 인도의 고대 문자를 범어(梵語)라고 하는 것과 통한다. 흔히 알고 있는 옴마니반메훔도 범어문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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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뉘신가 글자도 예쁘게 새겼구나. 이렇게 되어 있는 글자가 범어이다. 고대 인도에서 사용하던 종이라서 범종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인도의 종이 있기는 한 걸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인도에는 없는 범종이 한국에 있는 셈이지 싶다. 원래 원산지에서는 사라져도 도래지에는 남아있는 것도 많은 법이니깐. ㅎㅎ

범종의 뜻은 있다.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서 울리는 것이다. 새벽에는 33번 울리고, 저녁에는 28번 울린다. 33번을 울리는 것은 33천으로 두루 울려 퍼져서 모든 영혼들이 안식을 얻으라는 뜻이고, 28번을 울리는 것은 밤의 제왕인 28수(宿)를 대표해서 어둠의 세계에서 고통받는 지옥 중생들에게 휴식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하늘이 하나가 아니냐고? 물론 낭월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불경에는 33가지의 하늘이 있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할 따름이다. 더 궁금하신 벗님은 자료를 찾아보시기 바라면서 넌지시 떠넘기고 달아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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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있고, 다음에는 북이 있다. 이것은 범고(梵鼓)라고 하지 않고 법고(法鼓)라고 한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종도 그냥 법종이라고 하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짐짓 해 본다. 불법에서 사용하는 종이라고 하면 될테니까 말이다. 북은 축도(畜道)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위해서 울리는 것이다. 범종의 역할보다는 스케일이 엄청 쪼그라든 느낌이기는 하다. 지구에 국한시키는 까닭이기도 하다. 특히 네 발로 뛰어다니는 짐승들만 말하는 것이다. 생쥐부터 코끼리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거미는? 발이 여덟 개인데? 곤충은? 발이 여섯인데? 지네는? 발이 수십개인데? 이렇게 자꾸 물으면 복잡해진다. 그냥 땅 위를 기거나 걷거나 뛰는 동물을을 위해서 울린다고 생각하면 만고 편하지 싶다. 원 재료가 소가죽이다. 그래서 네발 짐승을 말하는 것이겠거니 싶지만 겸해서 땅 위의 모든 동물을 말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게다. 설마 부처의 법이 거미와 지네와 지렁이와 풍뎅이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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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운판(雲板)이다. 철제 판이다. 비천상이 예쁘게 조각되어 있군. 이것은 날아다니는 중생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도구이다. 봉황에서 바이러스까지를 포함하면 되지 싶다. 아침 저녁으로 이것을 울려서 그들을 편안하도록 기원하는 것이다. 이치는 그렇다. 그렇지만 종과 유사한 재료여서 그 가치가 떨어지는 까닭인지 웬만한 절에서는 갖춰놓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래도 4물(物)에는 반드시 포함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 두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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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목어(木魚)이다. 목탁의 고정형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이렇게 큰 목어를 들고 다니면서 염불하는데 사용할 수가 없으므로 작게 만든 것이 목탁이다. 목어에는 전설이 있다.

어느 절에 탐욕이 하늘을 찌르는 주지가 있었더란다. 제자가 아무리 주의를 줘도 듣지 않아서 스승을 버리고 공부하러 떠나버렸는데, 후에 꿈에 나타나서 자신을 좀 살려달라는 물고기가 있어서 웬 일인가 하고 바닷가에 가 봤더니 실로 꿈에서 본 그 물고기가 죽어 있더라지. 크기는 고래만 하고, 등에 커다란 나무가 하나 자라고 있었는데 그 나무의 뿌리가 뼈와 살을 뚫고 자라는 바람에 고통이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바다에서 나무가? 여튼 이야기가 그렇단 말이니 낭월에게 따지지 말기를, 뭐 맹그로브는 짠물에서도 자라지 않느냔 말도 해보고 싶기는 하지만.... 그 전생의 스승을 화장하고 나무는 물고기 형태로 깎아서 종루 옆에 매달아 놓고 두드렸단다. 잠도 아까우니 눈을 뜨고 공부하라고 물고기 형상을 만들었다지만 그냥 물고기여서 그렇게 했으리라고 짐작을 해 본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는 말이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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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네 가지의 도구를 사물이라고 해서 아침 저녁으로 스님들이 열심히 두드린다. 어쩌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도구였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아, 목어는 수중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 두드리는 것이라는 말씀을 안 드렸구나. 그러니까 아메바부터 흰수염고래까지를 포함한다고 생각하면 되지 싶다. 끝.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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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공사중인 건물은 극락전이라고 되어있었지 싶다. 극락전 불사에 동참을 권하는 글을 어딘가에서 본 것 같아서이다. 원래 만일 염불회가 시작된 절이니까 당연히 극락전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봐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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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는 대웅전부터 참배하는 것인데, 어쩐 일로 일행들은 적멸보궁으로 향한다. 절간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걸까? 그럼 또 따라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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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寂滅寶宮(적멸보궁)」

적멸은 고요함조차도 소멸된 곳이라는 뜻이다. 그야말로 최적정이다. 더 이상 고요할 수가 없는 절대고요의 상태를 말한다. 그러한 보궁이라는 뜻이니 보배궁전이란 말이겠고... 말하자면 부처의 무덤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건봉사에 보궁이 있었나....? 이렇게 절집에 살았어도 기억에 두지 않으니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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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보궁이다. 보궁이라고 쓰고 법당이라고 읽는다. 적멸보궁이라면 법당 내부에는 필시 불상이 없을 게다. 만약 보궁에 불상이 있다면 격식에 맞지 않고, 그것은 또 다시 말해서 짝퉁이라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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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앙~~!!"

과연, 불상이 없군. 그리고 벽에는 유리로 창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창 밖에는 분명히 사리탑이 있을 게다. 이것은 통도사에서도 항상 봐 왔던 것이기에 익숙하다. 참고로 통도사 대웅전에는 부처가 몇인고? 라고 물었을 적에 '셋!'이라고 하면 '땡!'이다. '무!'라고 해야 정답이다. 통도사도 적멸보궁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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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보궁이든 다 같은 양식이기 때문에 믿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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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궁에 대한 설명을 천에다 프린트로 소개하다니.... 참 성의가 없군. 철판에 잘 쓰거나 돌에 새겼어야 격에 맞는 것이 아닌가? 아, 지금은 절을 중건하느라고 바빠서 겨를이 없었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봐 줘야지. 그런데 무슨 사리를 모신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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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원래 통도사의 사리를 이곳으로 옮겼던 것이구나. 왜인들이 훔쳐가다가다 이제는 부처님 사리까지도 도둑질을 했구나. 주지 않은 것을 가져갔으니 도둑질이지. 그걸 또 찾아 오느라고 수고하신 사명대사는 역시 대단하시다. 사연도 많은 건봉사 사리로구나. 이런 사연도 와서 보니 눈에 들어오지 그냥 스쳐가는 글로만 봐서는 그런가보다.... 하고 이내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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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원래는 여기에 있었는데 다시 도굴범들이 갖고 온 것을 중앙의 사라탑에 모셨다는 이야기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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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탑의 문은 통도사의 사리탑과 닮은 점이 있구나. 원래 모셔왔던 종가집이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xhdehtk[통도사적멸보궁사리탑:인터넷자료]

규모는 작아도 많이 닮아있다. 역시 통도사를 절집의 종가(佛之宗家)라고 하는 이유를 알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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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사리탑이 예쁘게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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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신의 좌우로는 비천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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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봉사에서 어떤 일들이 지나갔는지를 고스란히 굽어봤을 노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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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웅전으로 올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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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乾鳳寺(금강산건봉사)」

필체도 멋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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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이다. 적멸보궁이 있는데 또 대웅전이 있는 것은 좀 겹치는 감이 없진 않다. 오히려 극락전이나 약사전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살짝 들기는 한다. 그렇지만 어떤 절은 대웅전이 두 개나 있는 곳도 있긴 하니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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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봉사 대웅전의 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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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화엄성중(華嚴聖衆)이다. 하나, 둘, 셋.... 108분이군. 그걸 세어 봤느냐고? 안 세어봐도 안다. 경에 그렇게 나와 있으니깐. ㅋㅋㅋ

 

emdrhdeorjsahd[등공대(騰空臺): 인터넷자료]


몰랐던 것도 이렇게 여행기를 쓰다 보면 알게 되기도 한다. 만일염불회에서 열심히 염불을 한 31명의 스님들이 허공으로 솟았다가 육신은 내려놓고 극락세계로 가버렸단다. 그래서 그것을 기념하기 위한 탑이라는데 일반인의 출임이 금지된 군사 작전지역이라서 아무나 못가는 모양이다. 다음에 시간을 갖고 둘러 볼 적에 다시 확인해 봐야 겠다. 다 둘러 본다고 했는데도 빠진 것이 못내 아쉽군.....


그나저나..... 염불을 27년 반 동안 열심히 했더니 허공으로 올라갔더란다. 육신을 입은 채로 갔으면 신기한 일이기는 하겠는데.... 육신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은? 비방할 사람이 그 말을 듣는다면 '염불하고 죽어버렸잖아?'라고 한들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지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짐작으로만 생각하기를 '또한 전설'이려니.....


어쩌면, 염불수행 1만일이 되는 날, 그 순간에 맞춰서 아미타불이 보내신 우주선[불교에서는 반야용선이라고 함]이 대기하고 있다가「스타게이트」가 열리고, 그 중에서 일부[31명]만 싣고 떠났을 수도 있을까? 인터스텔라의 영향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육신을 두고 갔다는 것이 못내 찜찜하기는 하다. 진실은 저 언덕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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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마르면 칡즙이나 고로쇠를 사 마셔도 되겠다. 그렇지만 우리 일행은 지금 마음이 콩밭, 아니 횟집에 다 가있어서 어서 출발하자고 서두른다. 그래서 바쁜 가이드는 허둥지둥이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