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1] 어제는 어제이고 오늘은 오늘이지~

작성일
2015-05-31 06:2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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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1] 어제는 어제이고 오늘은 오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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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한 동안 분주하더니 다시 약간의 여유로움이 주어지네요. 해마다 치르는 초파일을 전후한 시간들은 늘 그렇게 지나갑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한 주가 흐른 다음에서야 비로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모처럼 한담을 한 편 올리자는 맘을 먹었습니다. 게으른 쥔장의 핑계이기도 하고요. 하하~

작년에도 4월 초파일, 재작년도 4월 초파일.

이렇게 매년 돌아오는 부처님 오신날입니다. 세월이 태양을 한 바퀴 돌아오는 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또 그 날짜가 되는 것을 당연한 듯이 생각하다가도 문득 시간이란 존재에 한 생각이 또 머무릅니다. 원(圓)과 나선(螺線)에 대한 상념이지요. 삶은 원처럼 보이는 나선을 열심히 진행하는 것이니 이에 대해서 잠시 생각을 해 봤습니다.

 

1. 작년에도 봤는데 뭘 또 보러 가느냐고?


어제는 비가 내렸습니다. 그래서인지 초여름을 달궜던 열기가 잠시 주춤했지요. 그 틈을 타고 조선대학교 장미원 나들이를 했습니다. 이미 많이 늦었겠지만 그래도 기억 속의 향기와 색채가 그리워서 잠시 집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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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붙잡아 줄 연장도 챙겼습니다. 물론 짐도 예전보다 많이 단촐해 졌습니다. 25kg 이상도 짊어지고 다녔는데 이제 요 정도네요. 문득 저울에 얹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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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8kg네요. 딱 좋은 중량입니다. 그리고 이 순간이 가장 좋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뭔가 설렘을 갖고 집을 나선다는 마음에는 웬지 모를 들뜸이 동행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것도 아무런 얽매임도 없이 문득, 한 마음이 동하여 움직일 적에는 특히 그렇지요.

흥에 겨워서 짐을 챙기는데 누가 그럽니다. "작년에도 본 것을 또 보러 가느냐?"고 말이지요. 그래서 생각해 봤습니다. '참..... 그랬었지.... 근데 왜 또 가려고 하지? 가봐야 같은 자리에 같은 꽃이 피어 있을 텐데......'

그 말을 듣고서 새삼스럽게 작년에 다녀 온 기억이 떠 올랐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어느 철학자가 '같은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말도 떠 오르네요. 그러니까 작년의 꽃은 작년에 본 것이고, 올해의 꽃은 올해 보는 것인데 작년에 봤으니 올해는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과연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없는 일도 만들어서 생각해 보는 낭월입니다. 하하~

 

2. 기억 속에 사는 사람 - 공간적(空間的)


작년에 봤기 때문에 올해는 보러 가지 않는 것도 틀렸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그 말도 맞으니까요. 그렇지만 당연한 듯한 그 가운데에서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가 있지 싶습니다. 시간낭비 돈 낭비에다가 위험까지도 감수하면서 또 꽃을 보러 길을 나서는 것이 아마도 그 친구는 이해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습니다. 그의 기억 속에 있는 것은 모두 정지된 상태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즉 공간적인 사유를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 공간은 항상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그 위에 겹쳐서 흐르고 있는 나선형의 시간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다가 보면 아마도 삶이 지루하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맨날 그 장단이라고 하잖아요. 어제도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자고, 또 일어나고, 출근하고...... 이렇게 무한반복을 20년 정도 하고 나면 누구라도 질려버릴 만도 하겠습니다. 이러한 경우도 아마 삶의 모습을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년에도 봤던 꽃을 또 보러 간다는 것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또 가봐야 그 꽃일텐데 뭐하러 갈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는 그래서 할 수가 있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경상도 말로, "머할라꼬~~!!!"가 되네요.

머할라꼬 또 가노?
누가 돈이라도 준다카더나?
사진 찍어가 팔아 묵을끼가?

하하~ 만약에 이 친구의 말에 공감이 되신다면..... 벗님도 필시 공간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마는.... 어찌 생각하시는지는 스스로 잠시 돌아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어느 것도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즉 다 옳다는 이야기지요. 다만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서 좀 다르다는 것으로 이해를 하면 될 것으로 봅니다.

 

3. 이 순간을 사는 사람 - 시간적(時間的)


공간에 대응하는 단어는 시간이네요. 사주공부를 하다가 보니 특히 시간에 대해서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어제는 어제이고 오늘은 오늘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시계바늘이 매양 같은 원을 그리면서 주행한다는 이유로 생각도 그 곳에 갖혀서 인생이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무슨 재미겠느냔 생각도 해 봅니다.

더구나 진리를 깨달은 사람들이 적어놓은 것을 보면 항상 「지금」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낭월도 그쪽에 조금 더 동조를 하는 맘이기도 하네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니라, 그것 뿐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소중하기야 다 소중하겠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더 소중한 것이라면 지금 이 순간이겠다는 것이지요.

과거에도 머물지 말고(過去心 不可得)
현재에도 머물지 말고(現在心 不可得)
미래에도 머물지 말라(未來心 不可得)

금강경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과거의 마음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 얻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로군요. 그러니까 작년에 본 꽃은 이미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과거에 대해서 추억하고 살아가는 것이 일부분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참 도인은 과거의 찌꺼기는 일점도 없다는 것이지요. 과거의 마음이 없는데 과거의 행위인들 있겠느냐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문득 경허 스님이 떠오르네요.

젊은 제자 만공을 데리고 탁발을 나갔다가 주막에서 끼니를 때우면서 곡차 한 잔에 주모와 수작을 했다지요. 그리고는 또 길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두어 시간을 걸어서 냇가에 다다랐는데 뒤에서 잠자코 따라오던 만공이 스님을 부릅니다.

만공 : 스님~~!!
경허 : 그래~
만공 : 어찌 수행자가 그러실 수가 있습니까?
경허 : ???? 뭔 소리냐?
만공 : 아까 주막의 여주인과 체통없이 노신 것 말입니다~!
경허 : 그게 왜?
만공 : 그러시면 안 되시지요~~!!!
경허 : 넌 아직도 주모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느냐?
만공 : 예? 뭔....? 말씀이신지.....?
경허 : 아, 이놈아! 점심 먹으면서 지나간 생각을 아직도 갖고 왔냔 말이다.
만공 : 답변이 궁색하니 궤변을 늘어놓으십니까?
경허 : 이놈아, 금강경을 발바닥으로 읽었느냐?
만공 : 뭔 말씀이십니까?
경허 : 난 주막을 나오면서 주모도 곡차도 다 잊었단 말이다.
만공 : 그게 가능하십니까?
경허 : 네 놈이 뭘 알겠느냐! 헐헐헐~~

하셨다는 이야기입니다. 하하~ 참 유쾌하지요? 아마도 만공은 과거심(過去心)이 가득(可得)했던가 봅니다. 그래서 스승이 「지금을 살라」는 고마운 가르침조차도 귀에 들리지 않았던게지요. 아마 그 후로도 오랫동안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깨닫기 전에는 알아 먹을 방법이 없으니까 말이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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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심 불가득..... 아니, 과거심 가득..... 가득하다는 말이 이 가득은 아닐까요? 뭔가 담아놓으면 가득하잖아요? 그 참 묘하게 연결이 되네요. 「과거심가득」을 서양식으로 한 말이 아마도 「트라우마」가 아닐까 싶습니다. 트라우마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고 하잖아요. 그게 과거심가득이지 뭐겠느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현명한 철학자인 아들러는 과거심불가득의 이치를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트라우마가 오딧노?」라고 했겠느냔 말이지요. 지금을 사는 사람에게는 그러한 찌꺼기가 남아있을 여지가 없으니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벗님의 트라우마는 어떻신지요? 당연히 그런 것은 없으시겠지요? 암요~! 없어야만 할 것 중에는 그런 것도 있었네요. 또 생각하게 만듭니다. 과거심의 가득불가득......

 

4. 희망으로 사는 사람 - 환상적(幻想的)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라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희망이 없다고 하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날 것 같아서 "대통령이요~!"하고 얼버무리곤 했었지요. ㅎㅎㅎ(라고 쓰고 '푸실푸실 웃다'라고 읽습니다. 흐~)

희망에 부푼 사람은 미래에 살고 있는 사람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사람에게는 미래심불가득을 외쳐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런게 오딧노~!"지요.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 그래서 같은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가 없는 것이다. 참 멋진 말입니다. 늘 생각해도 생생한 것으로 봐서 이것은 과거의 철학자가 들려준 말이 아니라 지금 바로 옆에서 또렷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법문입니다. 그렇기에 살아있습니다. 그것조차도 환상 아니냐고요? 하하~ 글쎄요.....

미래는 꿈입니다. 그러니까 환상이라지요. 공부하는 학생이 장관이 되겠다는 생각이 왜 환상이냐고요? 당연히 환상이지요. 왜냐하면 미래심불가득이기 때문입니다. 문득 쪼글쪼글 늙은 노파를 떠올려 봅니다. 일생동안 자식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쏟았지요. 자식에게 쏟았다는 말은 미래에 투자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남은 것은? 늙고 병든 몸 뿐입니다.

만약에 지금 이 순간을 살았다면 "에고 무슨 영화를 보자고 금이야 옥이야 키웠는데...."라는 독백은 하지 않겠지요. 미래에 살면 그렇게 됩니다. 과거에 살면 트라우마에 빠지고, 미래에 살면 환상에 빠집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하네요. 지금에 살아야지요. 예? 왜 현재라고 하지 않고, 지금이라고 하느냐고요? 그니까요. 낭월도 그렇게 말을 하고 싶어서 글이 튀어나오는 것을 가까스로 막았습니다. ㅋㅋㅋ

 

5. 지금과 현재는 같은가?


그럴리가 없지요. 현재가 지금과 같다면 왜 현재심불가득이라고 했겠느냐는 생각을 해 보면 알 일입니다. 결코 지금과 현재는 같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도인들도 현재에 머무르라고 하지 않고 지금 여기에 머무르라고 한 것일 겁니다. 「호리지차천리지격」이라는 글은 적천수를 좀 읽어보신 벗님이라면 바로 감이 올 것입니다. 다만, 아직 적천수를 읽지 못하신 벗님을 위해서 다른 말로 해야 겠네요.  「눈꼽만큼 차이가 하늘땅만큼 다르다」라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비슷해 보이지만 그 틈바구니를 헤집고 들여다 보면 그 속에도 또 하나의 우주 만큼이나 넓고 다양한 세상이 펼쳐진다는 뜻인가 봅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현재에 살지 말고 지금에 살라는 것입니다. 우째 보면 글장난 같기도 하고... 그치요? 하하~

지금은 우리 말일까요? 아니면 한자 말일까요? 갑자기 웬 뚱딴지 같기는? 일단 네이버 사전에서 쳐보면 되지요 뭐. 지금은.... 아, 「지금(只今)」이라고 나오네요. 오호~~!! 또 신대륙을 하나 발견한 만큼이나 호들갑을 떠는 낭월입니다. 왜 진작에 이 생각을 못했지? 그렇구나.... 지금.... 다만 이제.... 이 순간.... 이거였군요.

현재(現在)에는 뭔가 있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었네요. 「다만 이제」에는 아무 것도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라고 하지 않고 지금이라고 했던가 봅니다. 다시 곰곰 씹어보니 전혀 다른 뜻이었군요. 그래서 낭월은 글을 쓰면서도 이렇게 깨달아 가는 소소함으로 늘 즐겁습니다.

 

6. 저물어 가는 5월의 장미의 아름다움


그래서 장미꽃을 보러 갔다는 이야기입니다. 참 멀리도 돌았네요. 그래도 상관 없습니다. 항상 지금 이 자리니까요. 하하~

벗님은 카메라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추억을 담는다고도 합니다만 낭월의 생각에는 지금 이 순간을 함께 하는 물건이라는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해 묵은 사진첩에서 뭘 보십니까? 과거의 흔적을 보십니까? 그렇다면 과거심가득입니다. 그럼 뭘 봐야 지금 여기냐고요? 그건 낭월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바라 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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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장미들은 모두 하늘과 소통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낭월이 보기에 그랬습니다. 그래서 보이는 그대로를 담았습니다. 벗님께서도 그렇게 보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도 맑은 하늘에 장미라니...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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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분명 작년의 그 곳인데 바라보는 꽃은 어제의 그 꽃이 아니네요. 그래서 또 가고, 또 가고, 자꾸만 가도 늘 새로운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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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을 할 적에는 너무 늦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가보고 싶었는데 막상 가 보니까 전혀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생생하게 아름다운 꽃을 만날 수가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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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늘과 소통하고 있는 꽃을 어찌 작년의 꽃이라고 할 수가 있겠느냔 말이지요. 만약에 못 믿으시겠다면 작년의 장미꽃을 보시면 알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이러고 다녔군요. 아름다운 꽃은 보지 못하고 이름표만 보고 다녔던 모양입니다. 하하~

 

작년의 장미꽃 풍경 보러 가기


 

7. 원형(圓形)과 나선형(螺線形)


카메라를 들고 꽃 속을 누비면서 꽃들과 대화를 했습니다.

낭월 : 반가워! 작년에 보고 또 보네~!
장미 : 뭔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작년이 뭔 말이래요?
낭월 : 아차차~! 실언을 했구나.
장미 : 그니까요.....
낭월 :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가워~!
장미 :나두요~! 방가방가~!
낭월 : 다 시들어서 꽃이 없을 줄 알았는데 피어있었네~!
장미 : 뭔 말씀인지 도통 모르겠네요.
낭월 : 뭘?
장미 : 전 오늘 아침에 이슬을 머금고 피어났거든요.
낭월 : 아차차~! 오늘 내가 왜 이러냐~~ 미안미안~!
장미 : 너무 초파일 행사에 찌들어서 그러신가 봐요. 호호호~
낭월 : 왜 아녀! 그런갑다. ㅋㅋㅋ
장미 : 어제는 없는 거니까 힐링하시고 이 순간을 즐기세요~!
낭월 : 그려 알았어. 근데 넌 시간이 뭐라고 생각하노?
장미 : 시간이라.... 그게 뭔데요?
낭월 : 아차차~~!!

장미는 시간을 모릅니다.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모를 것은 당연하겠네요. 그냥 잎이 피고 꽃이 피고 또 시들어 갈 뿐이지요. 그것을 보면서 인간이 시간이라는 틀을 만들어서 괜히 소란을 피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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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고 있는 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또한 온갖 생각이 다 사라지고 꽃과 낭월만 남습니다. 그리고 그 둘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비로소 꽃의 말이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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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 아저씨는 참 예쁘시네요.
낭월 : 내가? 아녀 예쁜 것은 내가 아니라 너여~!
장미 : 그런가요? 그럼 제가 예뻐서 아저씨가 예쁘게 보이나 봐요.
낭월 : 그렇구나. 난 지금 시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거든...
장미 : 시간을 어떻게 생각해요.
낭월 : 응? 뭔 말이야?
장미 :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이미 시간이 아닌데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낭월 : 오호~! 현재심 불가득~~!!
장미 : 전 그냥.....
낭월 : 그래 뭔 말을 들려 주고 싶어?
장미 : 많은 사람들이 하는 소릴 들었거든요.
낭월 : 그렇겠지 많은 사람들이 놀러 오니깐.
장미 : 그 사람들이 늘 그래요. 작년보다 더 예뻐졌다고요.
낭월 : 그럴 수 있겠네.....
장미 : 사람들은 작년이 있다고 생각하나 봐요.
낭월 :그렇지 시간은 잊고 공간만 생각하거든~
장미 : 아마도 지난 해가 되돌아 와서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가 봐요.
낭월 : 그런데.... 그게 아닌 거지...?
장미 : 그럼요~!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할 뿐인 걸요.
낭월 : 그래, 그렇겠구나. 고마워~!
장미 : 원 같지만 원이 아닌 것이 뭘까요?
낭월 : 원 같지만 원이 아닌 것.... 그것은 나선형일까?
장미 : 맞아요. 자연의 모습은 소라예요. 호호~
낭월 :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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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한 없이 행복한 낭월입니다. 바로 앞에서 무진법문을 들려주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부지런히 오갑니다. 아무도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냥 자신의 기억을 좇아서 여기저기를 분주하게 기웃거립니다. 그리고 바쁩니다. 느긋하게 꽃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적은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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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또 보고 싶어지네요. 어제는 아침 내내 비가 내리고 낮에도 하늘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길을 나섰드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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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롯가에 엿이라도 붙여 놓은 양으로... 그렇게 허둥지둥 집을 나선 것도 꽃과의 대화가 그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른 다녀 올께~!"라는 말을 남기고 서둘서 길을 나섰는데 장미원에 도착하니까 구름은 흩어지고, 해맑은 하늘이 장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니 이야기 속에 빠져 들 밖에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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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을 더 서성이다가 돌아 섰습니다. 옆에서 배가 고프다는 소리가 자꾸만 들려서 장미들이 목마른가 싶었는데 돌아다 보니까 그 분께서 밥 먹으러 가자십니다.

꽃들과 대화를 나누느라고 시간을 잊었던가 봅니다. 항상 그것을 일깨워 주시는 벗이 있어서 또 행복한 낭월입니다. ㅠ-ㅠ

천상 작별의 시간을 인정 할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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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오늘 너랑 함께 해서 행복 했어~!
장미 : 저도요~! 이야기 나눠서 즐거웠어요.
낭월 : 잘 있으란 말은 하지 않을께.
장미 : 저도 잘 가시란 말은 하지 않을 거예요.
낭월 : 또 보자는 말도 하지 않을께.
장미 : 어여 가세요. 옆에 있는 꽃이 너무 아름다우시네요.
낭월 : 그렇지?
장미 : 오늘을 축하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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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하다가 보니 문득 어느 식당 앞에 와 있네요. 인연이 있는 친구가 길을 안내 한 모양입니다.

가만히 보니, 배가 고픈 순서대로 식당 문에 가까이 있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또한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하하~

 

2015년 5월 31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