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9] 평범한 것들에 대한 경이로움

작성일
2015-04-2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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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4

[669] 평범한 것들에 대한 경이로움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새벽 안개가 온 산천을 뒤덮고 있는 고요한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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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은 완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입니다. 아니, 오리는 무슨 1리무중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하하~

오늘 아침에 문득 한담을 쓴 지가 언제인가 살펴봤습니다. 그랬더니 4월 1일에 썼네요. 어느사이에 3주가 지났습니다. 세월이 이렇게도 흐르고 있는가 싶은 생각을 하면서 흠칫~ 놀라기도 합니다. 과연 시간의 속도는 시속 120km로 달아나고 있다는 것이 실감나네요. 물론 낭월에게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30세의 벗님이시라면 60km정도 되겠지요. 자신의 나이에다가 곱하기 2를 하면 현재의 체감속도랍니다. 그리고 요즘에 와서 이 말이 자꾸만 실감나는 것은 왜일까요? ㅎㅎㅎ

 

1. 신통방통한 것들에 대한 경이로움

벗님도 그러셨으리라고 짐작을 합니다만, 누구나 처음에는 신기하고 오묘하고 놀라운 것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상식을 초월하고 상상을 뛰어 넘는 놀라운 이야기들에 대해서 매료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물론 지금이라고 해서 그러한 것들을 접하게 된다면 심드렁하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여전히 신기한 이야기나 장면들은 집중력을 유발시키는 것은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오행 공부에 뜻을 두게 된 것도 어쩌면 이러한 마음이 근저에 깔려 있었을 것으로 미뤄서 짐작을 해 봅니다. 이미 오래 전의 일이었기 때문에 정확한 기억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게 신기한 것에 대해서 놀라움을 갖고서 경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았다면 공부를 해 보겠다는 마음은 이내 시들해지고 말았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태까지 수없이 많은 것들로부터 그래 왔으니까 말이지요.

사진을 공부하면서도 그랬습니다. 렌즈가 갖고 있는 능력에 대해서 경탄을 했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모두 말하는 50mm의 표준렌즈에 대한 관심은 애초에 생기지도 않았지요. 망원렌즈에 관심이 가고, 그것도 초망원에 정신을 빼앗겨서는 600mm가 너무 비싸다는 것, 1200mm도 있다는 것을 알고 그러한 이미지들을 보면서 군침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렌즈의 구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오늘 이야기의 주제가 아니어서 생략하겠습니다. ㅎㅎ

처음에 매크로 랜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적에 느낀 경이로움도 떠오르네요. 1:1의 접사(接寫)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그것을 갖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것은 당연하고, 마침내 소니100마를 구입하여 카메라에 장착하였을 적에 그 뿌듯함이란..... 천하를 얻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라고 한다면 호들갑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그 정도였다는 느낌만 받으셨으면 합니다.

육안(肉眼)으로는 식별이 잘 되지 않는 실물을 매크로 렌즈로 찍어서 컴퓨터 모니터로 불러 왔을 적에 그 놀라운 자연의 세계에 대한 감동은 결코 실망을 안겨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연의 오묘한 모습들에 대해서 계속 관심을 갖게 되기도 했습니다만 명리학도 자연철학이라고 본다면 늘 자연이 만들어 놓는 기술에 대해서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그러다가 더 미세한 세계를 보려면 카메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은 처음에 매크로 렌즈가 줬던 감동이 어느 정도 시들해 졌을 무렵이겠습니다. 이번에는 현미경을 구입하려고 과학교재의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비싸지 않은 물건을 손에 잡았을 적에 너무 작아서 사진으로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던 대추나무의 꽃을 따다가 들바다 봤지요.

그리고, 그 속에 곤충이 한 마리 꼼지락 거리는 것을 발견하고서 느낀 놀라움~~!! 그냥 꽃만 하나 들여다 봤을 뿐인데 꽃 속에 또다른 생명체가 깃들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을 적에 뭔가 전광석화의 느낌이 스쳤습니다. 과연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구나.... 그래서 비록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없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야 하겠구나.... 이런 생각들이 일어났고, 당연히 그렇게 생각을 했었지만 실제로 이러한 것을 보면서 확인을 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어찌 한 둘이었겠습니까? 보고 듣는 것들로 인한 놀라움은 항상 끊임없이 생겨나고 또 바뀌어가곤 하는 것이 낭월의 일상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또 봄의 신께서 선물해 주신 주변의 풍경들을 보면서 경이로움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2. 조물주의 능력에 대한 경이로움

새벽에 문을 열고 마당에 나서면 코끝에 와 닿는 향기로움이 있습니다. 그 향에 취해서 마당가를 서성입니다. 은은하면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무엇으로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그 향이 어디에서 오는지는 대충 짐작을 합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찾아오는 향적보살(香積菩薩)이시니까요. 아, 향적보살은 낭월이 향기로움에 대한 경이로움의 표현입니다. 불교사전을 뒤져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신 벗님께 괜한 수고를 말라는 말씀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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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또 제작년에도 항상 찾아오는 향기로움은 꽃잔디가 주는 선물입니다. 보잘 것도 없는 풀포기에서 어쩜 이렇게도 오묘한 향이 나오는지..... 조물주의 신비로운 능력에 항상 감탄을 하게 되네요. 언젠가는 영상을 담을 수가 있듯이 향을 담을 수가 있는 장치를 누군가 만들어 준다면 필히 한 대 예약을 해야 하겠습니다. 가격의 고하는 막론하고, 이렇게 아름다운 향이 이내 없어진다는 안타까움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해 주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꽃의 향에 취하면서 이미 10년도 더 된 어느 봄 날에 이 꽃나무를 사겠다고 익산의 어느 농장까지 찾아갔던 생각도 함께 향기 속에 묻어나옵니다. 그래서 역사와 이야기가 묻어있는 그 향이야말로 어느 무엇과도 비교할 수거 없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아마도 고향의 향이나 엄마의 향이 이러한 의미가 될 것입니다. 향기 속에 깃든 이야기 한 도막으로 인해서 더욱 뇌 속으로 파고 들어오는 찐~~한 감동이 추가되는 것이겠네요.

향적보살이라고 하는 것은 팔양경(八陽經)의 표현을 빌어 왔습니다만, 그 경문에 의하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비상후 종종무진향 향즉시공 공즉시향 즉시 향적여래
鼻常嗅 種種無盡香 香即是空 空即是香 即是 香積如來

코는 항상 온갖 한량없는 향을 맡는데,
향이 공이고, 공이 향이니 이것이 바로 향적 부처라네

이러한 구절이 나옵니다. 온갖 향이 곧 공이지만 공이 또한 향이니 그래서 향적여래 즉 향기부처라는 말입니다. 옛날에는 향기가 무슨 부처냐고 하면서 궁시렁거리기도 하고, 그래서 팔양경은 위작(僞作)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언제부턴가 이러한 구절도 경이롭게 보이는 것입니다.

'맞어~! 향기보살이야~!'

그러니까 향기보살께서 꽃잔디에 나투셔서 향기법문을 하고 계신 것이었다는 환상에 빠져드는 것이지요. 요즘말로는 아로마 요법이라고 하던가요? 바로 그겁니다. 향기보살의 놀라운 정화능력이 이렇게 무궁무진하게 온 도량을 감싸고 희열에 빠져들게 하는 경이로움에 대해서 감탄을 하는 것이야 오히려 당연하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천연의 향, 정신을 안정시키는 향, 우울함을 날려버리는 향, 이렇게 아름다운 향을 무잔장으로 토하는 새벽의 계룡산 자락은 온통 향적 보살의 자비심으로 가득하다고 하면 분명히 "미쳐가는 구먼.."하시겠습니다. 하하~

조물주의 용의주도함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코에 향기로운 꽃은 모양으로 봤을 적에는 다른 꽃들에 비해서 크게 두드러진다고 하기가 좀 뭣합니다. 그러니까 보기에도 좋고 향기도 좋은 꽃은 그리 흔치 않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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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게 핀 겹벗꽃입니다. 진분홍의 진득한 색감으로 인해서 아무리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꽃입니다. 일반 벗꽃이 다 떨어지고 난 후에 피어나는 꽃이기도 하네요. 이렇게 고운 꽃이 마당가에 여기 저기 피어있으니 또한 눈이 호강을 합니다. 그래서 묘색신보살(妙色身菩薩)께서 강림하신 것이 틀림 없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합니다. 이것도 팔양경의 인용이니다. 본문은 생략하겠습니다. 오묘한 색을 갖고 있는 보살임이 확실하겠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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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운 색을 무엇으로 만들 수가 있겠느냔 말이지요.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모든 근심들은 한 방에 날려버릴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부디 이 꽃들이 앞으로 일주일만 더 버텨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왜냐하면 멀리서 벗님들이 나들이를 하기로 했거든요. 그때에 함께 보면서 안구정화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또한 자연의 도리일테니 그렇게 바라기만 할 뿐 그것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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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잔디 옆에는 수선화(水仙花)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만 그 하얀 자태가 자못 우아하여 눈길을 빼앗곤 합니다. 노랑 수선화는 이미 시든지가 한참 되었는데 이렇게 백의수선(白衣水仙)께서 색깔의 조화를 이뤄주시려고 오셨나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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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모양도 색다르네요. 매발톱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으니 꽃이름 치고는 참 멋없다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수선화 봉숭아랑 비교해 보면 얼마나 멋이 없는 이름인지 알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길을 끄는 것은 또한 특이한 모양으로 인해서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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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친구도 있었군요. 또한 꽃잔디라고 알고 있습니다. 다른 말로는 키작은패랭이꽃이라던가.... 그런 이름도 있는 모양입니다만, 그냥 뭉뚱거려서 모두 꽃잔디로 부릅니다. 색이 참 곱네요. 앞에 소개한 향적보살보다 훨씬 고운 자태입니다. 이러한 색감에 매료되는 것은 어려서 미술 시간에 24색 왕자파스의 색감에 빠져든 이래로 아직까지도 여전히 눈길을 사로잡는 것 같습니다. 너무 곱잖아요.

그런데 말입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이렇게 고운 자태를 가진 묘색신 보살들께서는 향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니, 없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약하다고 해야 하겠네요. 그래서 눈 보살과 코 보살이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 코는 색감에 대해서는 전혀 알 바가 없습니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향을 민감하게 느낀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눈으로 볼 수 없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향기꽃잔디가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질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저마다 자신의 값을 갖고 있다고 해야 할 모양입니다. 그리고 조물주의 이러한 설계도에 대해서 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아름다운 꽃에는 향기가 없고, 향기로운 꽃은 아름답지 않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 봅니다. 이제 곧 피어날 목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봄꽃의 여왕이라고 하고 싶은 꽃입니다. 그런데 향은..... 아무래도 꽃잔디에게 밀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이것이 또한 자연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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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아이들이 피어나면 또 온 도량이 우아해 질 것 같네요. 아마도 다음 주에는 만개를 하여 찾아주시는 벗님들께 멋진 그림을 보여주겠지 싶습니다. 또한 기쁜 일이네요. 하하~

 

3. 평범한 것들에 대한 경이로움

이렇게 아름다움을 서로 뽑내는 잔치 속에 빠져있다가도 문득 눈길을 돌리면 또 다른 아름다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예전에는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수 년 전부터는 향도 색도 없는 것에 대한 매력에 푹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오늘의 한담 주제가 되겠습니다. 벗님께서는 아름답고도 황홀한 연두빛을 알고 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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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더 고운 빛깔이 있다면 이러한 빛이 아닐까 싶습니다. 알록달록한 고운 자태에 취해서 짐짓 눈길도 주지 않았던 것들입니다. 나뭇잎이 이렇게 곱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은 아무래도 쪼매~ 철이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사실 자연이 살아있고 맑은 공기를 정화시켜주는 것은 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잎에 있는 것인데도 그것을 잊고 아름다움에 취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할 줄은 알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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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뭇잎입니다. 얼마나 곱습니까? 꽃보다 더 예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자신에 대해서 화들짝 놀라기도 합니다. 도대체 뭐가 달라진 것일까요? 어쩌면 나이가 들면서 증가한다는 여성호로몬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닙니다만, 꼭 그래서만은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자연을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졌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하겠네요.

뭐랄까..... 싱그럽다고 할까요? 그런 느낌... 풋풋한 느낌.... 조용하지만 답답하지 않은..... 그런 느낌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른 봄의 연둣빛에 취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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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아닙니다. 저쪽에 꽃잔디들의 모습을 보면 알 수가 있잖아요. 다들 녹색을 향하고 있을 적에 이 단풍나무는 애초부터 붉은 빛깔입니다. 마치, "나도 꽃이야~ 끼워줘~"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자세히 보면 꽃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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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안 보인다는 것이 문제로군요. 이렇게 단풍나무도 꽃이 있습니다. 물론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그러한 것이 있는지도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보지 않으면 안 보이는 까닭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무리 봐도 꽃 같아 보이진 않는다고 하실 벗님을 위해서 다시 소니100매크로 렌즈를 빌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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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은 여름이 되면 까만 열매를 맺게 될 것이고 그것을 산새들이 즐겁게 나눠먹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댓가로 온 계룡산의 여기 저기에 씨앗을 나눠주겠지요. 그러면 몇년 후에는 또 산이 더욱 아름다워 질 것입니다. 이러한 상상을 하면서 단풍나무를 바라보면 또 새로운 세계가 화알짝 열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문득 어린 왕자가 떠오르네요. 여우가 알려주지요. "네가 물 주고 키운 장미꽃은 다른 꽃들과는 달라. 비록 투덜대고 요구하는 것이 많을지라도 그 장미꽃은 너에게 특별한 꽃이거든~" 그 말을 듣고 어린 왕자는 잘 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여하튼 이 나무는 오가면서 봐줬으니 공원에 있는 다른 단풍나무들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아마도 생텍쥐페리 선생은 사랑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밖의 수많은 아름다움보다 나에게 있는 나의 아름다운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라고 일깨워주니 말이지요. 그래서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에 대해서 다시 행복해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가슴이 절절한 느낌..... 아시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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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햇살에 빛나는 도토리 나무입니다. 여기에도 꽃이 만발했군요.
예전에는 "너도 꽃이냐?"라고 했는데,
요즘에는 "너도 꽃이구나!" 싶습니다.

평범하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을 생각하면서 이러한 것들이 모두 주관적이라는 것도 함께 생각해 봅니다. 도토리 나무는 예나 지금이나 그 자리에서 그렇게 잎도 피고 꽃도 피면서 세월을 흘러 왔습니다만 그것을 바라보는 낭월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자신과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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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습니까? 이미 벗님도 한 단계 깊은 세상을 관조하기 시작하셨습니다.
그저 그렇습니까? 또한 그 한 단계 깊은 곳까지도 통찰하셨습니다.
뭔 소리를 하는지 전혀 모르겠습니까? 뭐.... 그럴 수도 있습니다. (먼산보며 멀뚱멀뚱~)

나뭇잎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니까 라즈니쉬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솜씨가 매우 좋은 조각가가 나뭇잎을 조각했답니다. 너무나도 실제와 똑 같아서 모든 사람들이 감탄을 했다는 군요. 그런데 그래봐야 겨우 나뭇잎 하나를 만든 것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것이지요. 더구나 그가 조각한 것은 생명력도 없습니다. 그런데 자연의 조화는 순식간에 백개도 넘는 정교한 나뭇잎을 시시각각으로 변화까지 하도록 만든다는 조물주 예찬입니다. 그리고 나무에 새 잎이 돋아나는 것을 볼 적마다 그 이야기는 가슴을 울리곤 합니다. 이렇게 또 새로운 하나의 봄을 맞아하게 될 적마다 말이지요. 별것도 없는 그냥 평범해 뵈는 것들에 대해서 늘 감동을 해도 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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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색깔 조차도 빨강도 노랑도, 분홍은 더더구나 아닌, 그냥 잎과 같은 연두빛입니다만 있을 것은 다 있습니다. 당연히 꿀도 준비해 놨겠지요. 자연은 항상 서로에게 나누면서 살아가도록 설계가 되어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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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매크로 렌즈의 한계입니다. 더 자세히 보려면 현미경을 꺼내야 하는데 이 정도로도 분위기를 파악하는데는 충분하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잠시 산기슭으로 나들이를 가신다면 직접 경이로운 평범함의 아름다움과 함께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낭월도 세상의 만물이 생멸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저 그렇다는 소식을 접하게 될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을 이렇게 소란스럽게 즐기고 있는 것은, 이것도 또한 잠깐이면 지나갈 것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이 순간이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오래도록 그래왔었다는 것을 느끼면서 새삼스럽게 햇살과, 바람과, 꽃내음과, 지저귀는 새의 노래와 더불어서 지상낙원임을 느낍니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변화하는 진월(辰月)의 다양함과 함께 해 보시라고 짐짓 권해 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풍경을 혼자서만 느낀다는 것도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살짝 들어서입니다. 오늘을 함께 할 수 있음에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5년 4월 24일(하루가 지났군... ㅎㅎ)에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