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수가 토를 만나면 따분해진다

작성일
2007-09-1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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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흘러가고 싶은 물에게는 방해불이다. 토가 없다면 한 순간에 바다까지 떨어질 수도 있을텐데, 토가 길을 막고 있으므로 이러저리 구불구불 흘러가는 도리밖에 없다는 점이 못내 따분할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그나마 구불구불하게라도 흘러가기나 하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니, 만약에 높이 가로막고 있다면 흘러가기에도 지쳐버릴 가능성이 있다. 물은 그렇게 토를 보면 맘대로 할 수가 없는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 면이 있다고 본다.

그러니 물의 입장에서야, 토에 대해서는 생전에 한번도 만나지 않더라도 별로 생각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도 세상의 이치가 모두 나에게 좋을 대로만 짜여진 것은 아니니까 도리없이 따라야 한다. 그렇게 자유롭게 어디던지 돌아 다니는 물 같지만, 실은 토가 길을 내주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 최선일 뿐이다. 그래서 토가 강하게 길을 막고 나서면 가만히 힘을 길러서 모였다가는 한꺼번에 ‘와아~!’하고는 달려나간다. 그래서 둑이 터지기도 한다. 비록 그렇게라도 할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쉬임없이 흘러가는 것만 못하다.




그러면 반대로 좋은 면은 없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도록 한다. 뭐든지 일방적으로 나쁘기만 한 것은 없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토가 있으므로 해서 물이 이득을 취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물이 직접적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별로 없는 것으로 생각이 된다. 다만 나무를 타고 올라가려니까 나무가 토에다가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가능하다. 이렇게 본다면 간접적으로만 물은 토를 필요로 할 뿐이라는 생각이 된다. 이 문제는 아마도 좀더 궁리를 해봐야 할 것 같다. 틀림없이 뭔가 이유가 있을텐데 그 이유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아직 연구가 부족한 것이 당연하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