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수가 화를 만나면 발산의 기틀이 생긴다

작성일
2007-09-1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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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뭔가 심상치 않은 변화가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물이 불을 만나면 아무래도 그냥 조용하게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이렇게 서로 이질적인 것이 서로 만나면 뭔가 일이 생기기 마련인 것이다. 그럼 물이 불을 만나면 무슨 변화가 생길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우선 물은 불의 협조를 절대로 필요로 한다. 응고되는 성분이 그래도 자유롭게 하늘을 떠다니기 위해서는 불의 도움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계속 응고되기만 해서는 결국 싸늘한 얼음덩이리로써 존재하는 방법밖엔 딴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처지이니까 물로써는 불의 힘에 절대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음양의 도리에서도 둘은 간절하게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다. 물은 항상 불이 있어야 만물창조의 일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불이 없으면 언제나 얼음덩어리에 불과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한 불이 너무 많아버리면 자신의 의도대로 일을 꾸미는데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그래서 물은 불을 손아귀에 넣고서 통제를 하려고 한다. 그 결과로 수극화(水剋火)가 되는 모양이다.

주역에서 물이 불을 만나면 기제(旣濟)의 공을 이룬다고 했다. 이 말도 극음(極陰)이 극양(極陽)을 서로 만나서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이치는 생물에서도 볼 수가 있겠다. 가령 여성을 음이라고 보고, 또한 물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물을 여성으로 보고, 불을 남성으로 보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면 남성이 여성을 보는 것보다는 여성이 남성을 보는 것이 더욱 절실하게 되는 것이다. 남성은 자신의 씨앗을 뿌린다는 목적이 있기는 하지만, 여성은 자식을 낳아서 길러야 하는 자연법칙에서의 암컷 역할을 해야 한다는 숙명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사실 여성은 자식에 대해서 거의 절대적으로 보호본능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인간보다도 동물들에게서 더욱 강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수컷은 씨를 뿌리는 일을 하는 것 외에는 달리 더 할 일이 없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벌의 사회에서는 이것이 더욱 심하다. 여왕벌은 자식을 낳아야 하기 때문에 수벌을 기른다. 그렇지만 일단 수정을 하고 나서는 그 조직에서 수벌의 역할은 끝이 난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수벌들이 빈둥거리다가, 여왕봉이 수정을 하고 나면 나머지 벌들은 쫓겨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양식도 아깝다는 투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수의 입장에서 화를 필요로 하는 것이 화의 입장에서 수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욱 강하다고 생각이 된다. 그리고 만약에 불을 만날 수가 없다면 물은 영원히 물로써만 존재를 할 수밖에 없으므로 창조의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좋아하는 나무도 길러줄 수가 없다고 하겠다. 나무가 불이 없으면 물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리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