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이 금을 만나면 의기 투합이다

작성일
2007-09-1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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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 성품이 단백해 보인다. 색깔이 희다는 점만 봐도 뭔가 짐작이 가는 그 무엇이 있지만, 역시 금은 오행 중에서 가장 단단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두려움이 없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본다. 원래가 단단한 것은 두려움이 없다. 사람도 몸이 단단한 사람은 용기가 백배해서 자신이 생각한 대로 밀고 나가려고 한다. 반대로 허약한 사람은 무슨 일이던지 초지일관 하지 못하고, 항상 망설이고 또 생각한다.

몸이 허약한 사람을 떠올리다 보면 ‘쇼팽’ 이 떠오른다. 일평생을 한번도 건강하다는 말을 못들어보고 살았을 상 싶은 모습의 하얀 피부가 떠오른다. 그렇게 생긴 모습이 허약한 금의 모습이라고 느껴진다. 하얀 피부도 그렇거니와, 항상 피아노의 하얀 이빨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에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것은 아니다. 금의 활발한 모습이 아니고, 뭔가 병이 들어있는 모습이다. 그럼 여기에서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금이 금을 만나면 생기와 활기를 느끼기 때문에 반대적인 느낌을 찾아보려고 떠올려 본 것이다.

사실 금은 금을 만나면 서로 배짱이 잘 맞는다. 나무는 너무 사팔뜨기인 것 같고, 불은 너무 설치고, 토는 색깔이 없고, 물은 너무 사색적이라 매력이 없다. 실제로 이와 같은 느낌을 갖게 되는데, 유독 금에게는 이러한 면이 더욱 잘 보이는 모양이다. 그래서 자신의 비위에는 역시 금이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을 한다. 이것을 일러서 유유상종이라고 하는가 보다.

바위가 많이 있는 풍경을 보면 뭔가 느낌이 온다. 홀로 우뚝하게 서있는 제주도의 외돌괴는 뭔가 고독해보이고, 쓸쓸해 보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지만, 육각바위(중문단지 부근에 있음)가 있는 쪽으로 가보면 서로 옹기종기 모여서 무슨 이야기들을 그리도 재미있게 나누고 있는지 재재거리는 소리가 그칠 줄을 모르는 느낌이다. 년전에 동서들과 처제들 5쌍이서 모두 처음으로 제주도 나들이를 갔던 적이 있었다. 낭월이도 제주도 나들이는 처음이었는데, 그래도 길눈이 밝은 축에 들어서 가이드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제주공항에서 박종혁이라는 통신망에서 사귄 아우에게 미리 연락을 해서 봉고차를 한 대 전세냈다. 그 차로 제주일주를 했는데, 다들 그렇게 만족해 하는 것을 보면서 뭔가 갈잡이의 보람이랄지 그런 것을 느끼기도 했던 기억이난다.

그래서 제주도에 대한 안내책자를 살펴보면서 면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그 중에서 조그마하게 사진이 나온 것이 있었는데 소개도 간단했다. 그렇지만 그 한마디는 능히 낭월이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육각바위’라는 글이었다. 육각으로 생긴 바위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는 말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매력이 있었다. 제주도 사람들은 이 지점을 ‘기사께 해안’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중문단지를 둘러서는 그 지점을 짐작하고서 운전을 담당한 동서에게 방향을 잡도록 코치했다. 물론 낭월이는 조수석에서 완벽한 가이드를 하고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길도 포장이 되지않은 채로 특별한 나그네에게만 자태를 보여주는 육각바위들은 개발이 되지 않은 상태를 가장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그 장소에서 낭월이는 그냥 주저앉아서 주변의 육각으로 생긴 바위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일행들이 신기하다고 하면서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내내 그렇게 앉아서 금들이 서로 어울려서 이렇게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취해서 그들의 수억만년의 세월을 살아온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문득 금이 금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가 그 장면이 떠올라서 몇마디 말씀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으로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금과 금이 모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장관이었다. 마치 죽림칠현이 바닷가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시담을 나누고 있는 듯 한 느낌도 받았던 육각바위를 보면서 금이 금을 만났을 경우에 대한 느낌을 얻었던 것이다. 오로지 바위만으로 모여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과연 다른 오행들도 가능할까? 하는 질문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도리밖에 없다.

목도 목만으로는 별다른 작품이 나오기 어렵다. 뭔가 다른 것과 어울려서 작품이 되는 것이 일반적인 목의 모양이다. 하다못해 분재를 해도 화분이 있어야 하고, 수천만원을 하는 난초조차도 화분이나 돌이 있어야 작품이 완성된다. 그리고 불은 스스로 무슨 작품을 만들 수가 있을는지 참으로 의문스럽다. 토는 또 어떤가 생각해보는데, 토만 모아서 커다란 산을 만들었다고 한다면 아마도 아무도 그 곳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물이라던지, 기암괴석이나 하다못해 안면도와 같은 적송이라고 늘어서 있어야 뭔가 사람을 불러들일 구실이 될 것이다. 또 물도 마찬가지로 물만 많이 모아서는 별다른 예술품이 나올 것 같지가 않다. 적어도 물 속에다가 고기라도 몇마리 넣어둬야 사람들이 찾을 것이다. 이에 비해서 바위들은 전혀 다르다.

단순히 ‘金+金=金’에 불과한데도, 작품이라고 하는 찬사를 받을 수가 있는 성분인 것이다. 그래서 금이 금을 만나면 서로는 배짱이 맞아서 뭔가 일을 꾸밀 수가 있고, 그 결과는 예술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혹 나중에라도 제주도에 가보실 기회가 온다면 필이 이 곳으로 가서 금이 금을 만났을 때의 느낌을 받아보시기 권한다. 낭월이는 이렇게 자연에서 언제나 깨어있는 설법(說法)을 들으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다. 이것이 인위적으로 꾸민 해석보다는 더 진리에 가까울 것이라는 것을 믿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