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 제32장. 장풍득수/ 5.지기(地氣)의 체험(體驗)

작성일
2022-03-30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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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 제32장. 장풍득수(藏風得水) 


5. 지기(地氣)의 체험(體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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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산의 아래까지는 대략 20여 리쯤 되었다. 말을 재촉하여 몰았던 탓에 반시진(半時辰)도 걸리지 않아서 도착하고는 다시 암굴(巖窟)까지 다소 가파른 길을 올라 갔다. 그동안에는 길도 힘들었지만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저마다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한 마음만 가득 품고 있었다. 드디어 커다란 동굴이 나타났다. 위로만 숨차게 올라가던 방악이 비로소 걸음을 멈추고는 지광에게 말했다.

“스승님, 바로 이곳입니다.”

지광은 이미 어제저녁에 조용히 와서 둘러봤지만 처음 와보는 듯이 말했다.

“오, 그렇군. 과연 대단한 곳을 찾았구나. 산신령의 가호가 있었다고밖에 볼 수가 없겠네. 이러한 곳을 우연히 발견한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니까 말이네.”

지광은 동굴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염재와 우창에게 말했다.

“이러한 곳을 찾아낸 방악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네만, 지금은 왜 그런지를 모를 것이네. 혹시 염재는 어떤 느낌이 있는가?”

염재는 갑자기 우창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묻는 것에 어리둥절했지만 솔직하게 말했다.

“제자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한적해서 며칠 쉬기에도 좋은 곳이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만.....”

그러자 지광도 그럴 것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굴을 등지고 편안하게 가부좌(跏趺坐)하고 앉았다. 그러자 동행한 세 사람도 저마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앉았다. 그리고는 지광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서 조용히 바라보면서 다음의 말을 기다렸다. 모두 자리를 잡고 앉는 것을 본 지광이 말했다.

“아우님과 염재는 이미 방악의 경험을 들어서 알고 있지만, 이곳은 실로 매우 특별한 공간이라네. 그래서 내가 이곳으로 데리고 온 것도 바로 지기(地氣)를 체험하도록 하고자 함이었네. 실은 어제저녁에 나는 잠시 와서 둘러봤지. 그리고 두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공부터가 없겠다고 생각하고서 오늘 동행하기로 했던 것이었네.”

우창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무척이나 놀랐던 모양이다. 그러자 우창이 설명해 줬다.

“축지법이 있다는 말은 들었으나 형님께서 그것을 펼쳐서 이렇게 먼 곳을 순식간에 다녀갔다는 것은 놀랍습니다. 이제 그것이 헛된 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믿어도 되겠습니다. 그러면 우리도 축지법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까? 정말 기대가 됩니다. 하하하~!”

우창의 말에 염재와 방악은 더더욱 놀랄 따름이었다. 축지가 있다는 말만 들었을 뿐인데 오늘 그에 대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만났을뿐더러 그것을 배우기조차 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두 사람이 놀라움과 존경스러운 표정으로 지광을 바라보자 지광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닐세~! 그게 아니야. 하하~!”

비록 지광이 이렇게 말을 하지만 모두는 믿지 않았다. 뭔가 신기한 것을 배울 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꺾기에는 설득력이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지광이 말을 이었다.

“염재는 경신술(輕身術)이 있다는 말은 들어 봤나?”

“예, 몸을 가볍게 하여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는 것을 의미하는 줄은 알고 있습니다만, 그것을 본 적은 없습니다.”

염재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답하자 지광이 그럴 것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럴 것이네. 경신술이라고도 하고, 경공술(輕功術)이라고도 하지. 이것을 실행하는 것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네.”

지광이 이렇게 설명하기 시작하자 세 사람은 이목을 모아서 이야기에 집중했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한 표정에서 지광도 흐뭇한 표정을 짓고 여유롭게 말을 이어갔다.

“우선 기운이 충실한 젊은 사람은 몸이 노인에 비해서 가벼울 수밖에 없다고 하겠네. 그래서 가만히 선 채로 높이 뛰어보면 그 의미를 알 수가 있겠지. 나이가 든 노인과 비교해서 말이네. 물론 근육과 관절의 힘에 의한 차이라고 보면 적당하겠지.”

지광이 잠시 말을 멈추고 세 사람을 둘러보면서 잘 이해하고 있는지 살피자 우창이 얼른 그 말을 받아서 답했다.

“당연합니다. 그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하겠네요.”

“그런데 여기에다가 기공(氣功)을 수련한다면 일반적인 사람이 할 수가 있는 것보다도 훨씬 더 높이 뛰어오를 수가 있을 것이네. 이것이 소림파의 외공(外功)과 비슷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군. 근골(筋骨)을 단련시키는 것이니 말이네. 다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고 하겠지. 이 모두는 자신의 몸에 깃든 체력(體力)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네.”

이렇게 말하자 이번에는 염재가 물었다.

“아니, 그렇다면 체력을 의지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는 말씀이지 않습니까? 그것이 궁금합니다.”

“그렇다네. 염재가 바로 짚었군. 세상에 오직 자신만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수련하는 것이 무공(武功)이라고 한다면 또 다른 관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천지(天地)도 나와 함께 호흡한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비로소 연결되는 것도 있는 법이거든.”

“그것이 무엇입니까?”

“말로만 한다면 간단하지. 천기(天氣)와 공감(共感)하고 지기(地氣)와 동감(同感)하는 것이라고 하면 되니까 말이네. 다만 말로 하기는 쉬워도 그 묘리(妙理)를 터득하기는 어렵다네.”

“스승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니까 이제 그에 대한 이치를 설명해 주시려는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궁금합니다.”

“신체를 단련하고 무공을 수련하는 것은 인기(人氣)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네. 사람이 태어날 적에 갖고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가 있으니 누구나 노력하면 일정한 경지에 도달할 수가 있을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지. 물론 저마다의 자질에 따라서 약간의 영향은 있겠지만 말이네.”

“무슨 뜻인지 이해가 잘 됩니다. 그렇다면 지기(地氣)와 교감(交感)하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어쩌면 스승님의 풍수지리의 이치와 상통(相通)하는 의미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바로 맞았네. 지리(地理)를 이해하면 지기(地氣)와 통하는 것도 가능하지. 이기법(理氣法)은 어디에서나 통하는 것이니까 말이네.”

“그렇다면 지리에 대해서부터 배우는 것이 순서이겠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그것이 맞는다고 봐야겠지. 다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순서를 어길 수도 있다네. 하하하~!”

“스승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오늘 그 지기를 체험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자의 짐작이 맞았습니까?”

“맞았네. 그래서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기도 하다네. 하하~!”

“어서 그 경지를 느껴보고 싶습니다. 더구나 지리학(地理學)을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면 말이지요.”

염재가 침을 삼키면서 말하자 지광이 다시 말했다.

“긴말이 필요하지 않겠군. 지금부터 그것을 체험해 보도록 하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정말 궁금합니다.”

염재가 기대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말하자 지광은 일동이 앉은 위치를 보면서 말했다.

“자 두 자씩의 간격으로 편히 눕도록 하게. 온몸의 힘을 빼고 무엇을 이루겠다는 생각은 내려놓고 가만히 몸이 느끼는 감각만 살펴보도록 하게.”

“스승님의 말씀을 들으니까 흡사 명상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다만 좌선(坐禪)을 하지 않고 눕는다는 것이 다르네요.”

“맞아, 천기를 느끼려면 입선(立禪)을 하고, 마음을 다스리려면 좌선(坐禪)을 하지. 그리고 지기와 공감하려면 와선(臥禪)을 하는 것이니까. 하하~!”

“예? 와선이라니요? 누워서 하는 참선(參禪)도 있다는 뜻입니까?”

“왜 안 되겠는가? 이제 바로 체험해 보도록 하게.”

지광의 지도에 따라서 세 사람은 편안하게 동굴의 천정을 바라보면서 누워서는 잡념을 내려놓고 조용히 바닥의 기운에 집중했다. 조용한 산속에서 들려오는 것은 산새들의 지저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모두 잠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이미 며칠간을 이 자리에서 직접 체험한 방악이 가장 먼저 감응하였는지 몸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어서 염재의 몸도 떠올랐다. 그러나 우창은 가만히 바닥에 붙어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이러한 모습을 보던 지광이 조용히 말했다.

“자, 이제 서서히 눈을 뜨고 주변을 살펴보게~!”

잠이 살짝 들었던 세 사람은 지광의 말이 들려오자 잠에서 깨어난 듯이 눈을 뜨고는 주변을 살펴봤다. 그러자 염재가 가장 먼저 놀라운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감탄을 했다. 다만 말을 하라고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진 것을 느끼면서 조용히 느꼈다. 잠시 후 지광이 다시 말했다.

“자, 이제 다시 일어날 준비를 하게~!”

지광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염재와 방악은 몸이 바닥에 닿았고, 세 사람은 서서히 일어나서 앉았다. 그러자 지광이 물었다.

“염재는 지금 느낌이 어떤가?”

“예, 땅과 제 몸의 사이에 푹신한 솜털로 깔아놓은 듯이 편안함을 느꼈었나 싶습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서 신기함을 넘어서 어리둥절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입니까?”

염재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다시 방악에게 물었다.

“악아, 지금 네가 느꼈던 것은 먼저 경험한 것과 비슷한가?”

지광이 방악에게 묻자 방악도 말했다.

“스승님께서 계셔서인지 훨씬 더 안정적인 마음이었습니다. 안방에서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웠던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이렇게 편안할 수도 있었군요. 먼저는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우창에게 물었다.

“아우는 어떤 느낌이었나?”

“형님의 말씀대로 가만히 누웠습니다. 심신이 나른하여 깊은 잠을 잔 것처럼 빠져들었습니다. 그런데 왠지는 몰라도 떠오르는 느낌은 없었는데 왜 그런지가 궁금합니다.”

“아직 이러한 것에 대한 적응이 되지 않았을 따름이네. 특히 아우는 이성적(理性的)으로 단련이 된 사람이라서 지기와의 감응이 늦을 따름이네. 애초에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은 했으나 과연 틀림이 없었네. 그렇지만 머지않아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니 과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네. 하하하~!”

“아니, 형님의 말씀을 의심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된 것입니까?”

“그야 본능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관찰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네. 관찰하는 것이 학문에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지만 감응(感應)에는 가장 큰 장애가 되기도 한다네. 이러한 것은 약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겠지. 하하~!”

“아, 그런 것이었습니까?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탓이었나 봅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는데도 어느 사이에 분별심이 작용했던가 봅니다. 하하~!”

“이성적(理性的)인 사람은 논리에 밝고, 감성적(感性的)인 사람은 기감(氣感)이 잘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논리적인 것에 밝았던 것을 잠시 닫고 몸이 느끼는 대로 맡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네. 하하~!”

“아하~! 이제 형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그것 보게, 또 분석하고 있지 않은가? 분석적으로는 잘 판단하기 때문에 날카롭다고 하는 것이라네. 그렇지만 그 날카로움은 무딘 것에는 당할 수가 없는 법이라네. 이제는 땅에서 배워야 할 것이 그것이기도 하네.”

“예? 그건 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무딘 것을 배우다니요?”

“땅은 분별하지 않는다네. 어머니는 아들의 말을 의심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아, 그런 뜻이었습니까? 분별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또 미처 몰랐습니다.”

“그야 아우님의 품성에 따른 특성이니 난들 어쩌겠는가. 그래도 노력하면 안 될 이유는 없으니까 다시 시도해 보도록 하세.”

우창도 두 사람과 같은 체험을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 원인이 자신의 상념(想念)에 있다는 설명을 듣고는 다시 몸의 느낌에 치중하고 의식은 내려놓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가 다시 살포시 잠이 들었다. 우창이 누워서 명상에 빠져드는 것을 지켜보던 방악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와~! 몸이 떠오릅니다~!”

그러자 지광이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그러자 방악도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던 것이 미안했다. 다시 조용하게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2각(刻:30분)쯤 지났을까? 우창의 몸이 1척은 떠오르다가 멈추는 것이 보였다. 그대로 다시 2각이 흘러갔다. 그러자 몸이 서서히 내려가면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것을 본 지광이 말했다.

“축하하네~! 아우도 이제 체감(體感)의 방법을 터득했군. 하하~!”

우창은 생전 처음으로 겪어 본 일에 대해서 신기하고도 의아했다. 자신에게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믿어지지도 않았거니와 이렇게 쉽게 체험하게 될 줄도 몰랐기 때문이다.

“형님, 놀랍고도 신기합니다. 도대체 어떤 이치로 이러한 것을 겪을 수가 있는 것입니까?”

“어허~! 참 병이로군. 그냥 느끼는 것으로 만족하면 안 되겠나? 그것을 또 논리적으로 설명하라고 다그치니 말이네. 하하하~!”

“아, 이런~! 제 버릇을 어찌 감추겠습니까. 하하하~!”

“아닐세. 그것이 또한 아우님의 특징이랄 밖에. 하하~!”

“그래도 논리적(論理的)으로 정리가 되지 않으면 께름칙해서 말입니다. 어떻게든 정리가 되어야 하는 것도 병이라면 병이겠습니다.”

“아무렴. 그것이야말로 아우님이 자평의 이치를 깨닫게 된 원동력일 테니 그것을 탓할 일은 아니지. 그렇다면 내가 설명할 수가 있는 만큼 말해 줄 테니까 정리는 잘해 보게나.”

“알겠습니다. 이 신기한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우선 땅은 누워있는[一] 것이고, 하늘은 서 있는[丨] 것이라는 의미는 알겠지?”

“당연하지요.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아, 그래서 지기와 감응(感應)하기 위해서는 누워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지기와 가장 빨리 감응하는 방법이라네.”

“그렇다면 축지법도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입니까?”

“원, 급하기도 하지. 하하하~!”

“그렇습니까? 하하하~!”

“이제부터 풍수학의 기본적인 공부를 해 볼까?”

“아, 좋습니다. 항상 기본적인 것을 배우는 것은 즐겁지요.”

“만물(萬物)에는 형상(形狀)과 형기(形氣)가 있지.”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검(劍)의 형태가 있고, 검에는 서려 있는 살기(殺氣)가 있는 것도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되지 싶습니다.”

“과연 설명에는 아우님을 따를 수가 없군. 탁월하다니까. 하하하~!”

“그렇다면 풍수(風水)의 의미는 알고 있겠지?”

우창은 문득 노산(嶗山)의 반도봉(蟠桃峰)에서 경순(景純)에게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제가 이해하기로는 풍(風)은 장풍(藏風)을 의미하고 수(水)는 득수(得水)를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이 맞습니까?”

우창은 그냥 안다고 해도 될 것을 이렇게 풀어서 말하는 것은 염재와 방악을 위해서였다. 그들이 이러한 것에 알지 못하더라도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도록 배려했는데 지광도 그 의도를 헤아렸는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과연 잘 알고 있었군. 그렇다면 왜 장풍(藏風)이 중요한 것일지도 알고 있을까? 어디 여기에 대해서는 염재가 말해 보겠나?”

염재도 이야기에 빠져있다가 갑자기 자기에게 묻는 지광을 보면서 깜짝 놀랐지만 잠시 생각한 후에 답했다.

“정 사부의 질문에 어떻게 답을 드려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생각이 나는 대로 말씀을 드려 보겠습니다.”

“그래, 어디 들어보세!”

“장풍은 바람을 감춘다는 뜻이 아닙니까? 바람을 감춘다는 것은 이곳처럼 동굴과 같은 곳에서 기거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그렇게도 해석을 할 수가 있겠군. 실은 그런 뜻이 아니라 바람으로부터 숨는다는 뜻이라네. 그러니까 장풍(藏風)이라기보다는 은풍(隱風)이 더 합당한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제야 해 보게 되었으니 또한 염재의 덕분이로군. 하하~!”

“제자는 스승님을 웃게 만들어 드린 것에 만족해야 할까 봅니다. 무슨 뜻인지 진 사부께서 알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하~!”

염재가 우창에게 넌지시 떠넘기는 것은 우창이 설명하면 바로 알아듣기가 쉬웠기 때문이기도 했고, 우창은 이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도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우창이 염재에게 말했다.

“염재의 말에 나도 웃었네. 재미있는 생각은 항상 경직되어있는 사고력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묘약이로군. 하하~!”

“그랬다면 다행입니다. 귀한 말씀을 기대합니다.”

“장풍에서 풍(風)은 바람을 의미하지만 움직이는 기운을 의미하므로 이것은 천기(天氣)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네. 그러니까 땅의 이치에서는 하늘의 움직임으로부터 가려져야 한다는 의미도 되는 것이라네. 땅이 누워있는데 바람이 자꾸만 몰아치면 편안하겠는가?”

“아, 그런 뜻이었습니까? 정말 그런 뜻인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바람은 천기의 흐름이고 그 흐름이 자꾸만 땅을 자극하면 안 되겠습니다. 땅은 편히 쉬어야 할 테니까 말이지요. 다른 말로 한다면 누워서 잠을 자려고 하는데 거센 바람이 자꾸만 불어와서 잠을 편히 못 자게 하는 것이라도 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옳지~! 바로 그런 뜻이라네.”

“바람으로부터 땅을 숨겨야 하는 것이었군요. 이제야 그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가 될 것도 같습니다.”

“실은 더 깊은 뜻이 있다네. 흙이 바람을 만나면 어떻게 되겠나?”

“그야 흩날리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황무지(荒蕪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사막은 그러한 결과가 아닐지요?”

“맞아. 바람이 흩날리는 사막을 생각해 보면 장풍(藏風)의 의미가 얼마나 생생하게 느껴질지 알겠군.”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최우선으로 좋은 땅은 바람이 정면으로 몰아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네요.”

“그렇지. 그렇다면 바람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말해 보려나? 이제부터 풍수 공부가 시작된 셈이기도 하네. 하하~!”

“그렇군요. 정말 흥미롭습니다. 우선 바람을 피하려면 산이나 바위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은 산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지? 맞는 말이네. 그래서 풍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산의 형태를 살피게 되는 것이라네.”

“아하~! 이해가 됩니다. 가장 중요한 장풍법(藏風法)은 산의 능선(稜線)으로 바람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감싸는 것이로군요. 정말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염재가 이렇게 말하면서 감탄하자 우창이 항상 지니고 다니던 지필묵을 꺼내어서 종이에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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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이 그린 그림을 본 지광이 말했다.

“옳지~! 바로 그것이네. 바람을 막는 산자락의 목적이 바로 방풍(防風)이고, 그 목적은 장풍(藏風)에 있는 것이니까 말이네. 하하~!”

염재도 우창의 그림을 보면서 느낌을 말했다.

“제자가 보기에는 두 팔로 머리를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역시 팔은 머리에 몰아치는 바람을 막는 용도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만약 벌이나 파리가 달려들게 되면 팔을 휘둘러서 쫒는 이치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자 지광이 동의하면서 말했다.

“맞는 말이네. 바람이 몰아치면 팔을 들어서 얼굴을 가리는 것도 똑같은 이치라 보면 된다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방악은 모두 시장할 것을 생각해서 어머니가 싸준 떡과 과일을 챙겨서 바닥에 펼쳐놓았다. 물을 한 잔씩 마시고는 모두 즐겁게 점심을 나눠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