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 제31장. 생존력(生存力)/ 14.미래(未來)의 하늘

작성일
2022-02-28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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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 제31장. 생존력(生存力) 


14. 미래(未來)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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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이 쓴 갑병(甲丙)과 을정(乙丁)의 시구(詩句)를 수경이 풀어서 마무리하자 비로소 채운이 다시 궁금한 것을 물었다.

“스승님, 이렇게 자상한 설명을 통해서 목생화(木生火)의 식신(食神)은 정리가 되었으니까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화생토(火生土)의 식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어요. 그 말씀이 처음의 천지(天地)와 어떻게 다를 것인지도 무척이나 궁금해요.”

채운의 호기심은 여전히 멈출 줄을 모르고 앞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이렇게 연구하고 파고 들어가는 모습이 또한 우창의 학문전달에 대한 욕구(欲求)를 자극하기에도 충분했다. 그래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것으로 인해서 보람을 얻게 되니 또한 즐거운 나날이었다.

“그야 채운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어디 생각한 것을 꺼내 보시게.”

“맞아요. 우선 채운이 먼저 말씀을 드리면 스승님의 가르침이 내려지게 될 것을 너무나 잘 알죠. 그런데도 생각이 마치질 못하니 마냥 궁리만 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지 않는지라 은근슬쩍 스승님의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랍니다. 호호호~!”

우창이 볼 적에 채운은 참으로 알고 싶은 것이 많은 제자였다. 그리고 그 호기심은 열정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서는 이어지기 어려운 것이기도 했다. 불타는 듯한 열정으로 학문에 뛰어들었으니 반드시 큰 성취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병무(丙戊)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채운이 궁금해하는 것은 문화(文化)인 병(丙)이 창조한 것은 과연 무엇일지가 궁금하다는 이야기잖은가?”

“예~! 맞아요. 맨 처음의 하늘인 무(戊)가 한 바퀴 돌고 난 다음에는 어떤 무(戊)로 변했을까요? 이것이 너무너무 궁금해요.”

“그야 하늘이 다시 본다고 해서 땅이 될 까닭이 없지 않을까?”

“아마도 그렇지 싶기는 해요. 그렇다면 도로 하늘일까요?”

“뭐가 달라도 다르긴 하겠지?”

“그게 궁금해요. 문화는 무엇을 창조할까요?”

“하늘~!”

우창이 뭔가 맴도는 듯한 말을 한다고 생각한 채운이 다시 물었다.

“예? 하늘이라고 하시면 처음의 출발점에서 만났던 건(乾)의 바로 그 하늘이라는 말씀인가요? 그렇다면 바뀐 것이 없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나요?”

“그렇게 말하면 아마도 채운이 실망하겠지? 하하하~!”

“스승님~! 왜 채운의 애를 달구세요~!”

“그런가? 하하하~!”

“뭔가 다른 것이 있군요? 그것을 말씀해 주시려고 주의력을 집중시키고 계신다는 것을 알겠어요. 이제 준비가 되었으니 어서 말씀해 주세요.”

“우선 생각해 볼까? 처음에 무경(戊庚)을 생각할 적에는 하늘에서 천성(天性)이 내려와서 인품(人品)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면, 병무(丙戊)는 문명으로 다시 하늘을 향해서 올라간다는 의미가 된다네.”

“와우! 그렇게만 된다면 좋죠. 그런데 어떻게 된다는 것인지가 궁금해요.”

“인류의 문명을 생각해 보면 그 결론이 어디에 도달하게 될 것인지를 미뤄서 짐작할 수가 있지 않을까?”

“맞아요. 그게 궁금해요. 어떻게 이해하면 될지 설명해 주세요.”

“어디 다시 한번 인류(人類)의 여정(旅程)을 훑어볼까?”

“자세한 이치에 대해서 어서 말씀해 주세요. 궁금해요.”

우창은 채운과의 대화를 통해서 다른 제자들도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이 정도라면 충분히 달궈졌다고 판단이 되자 비로소 본론으로 들어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아득한 옛날에 살았던 인류는 하늘을 매우 두려운 존재로 받아들이게 되었지. 그래서 십성으로 본다면 병화(丙火)를 편관(偏官)으로 삼으면서 두려움으로 항상 태양을 신격화(神格化)해서 기도를 하였던 세월이 있었던 것을 보면 미뤄서 짐작된단 말이지.”

우창의 말을 듣고 채운이 말했다.

“고대의 사람들도 태양이 없으면 생존할 수도 없을 텐데 어떻게 고맙기만 한 그 태양을 두려워하게 되었을까요?”

“내 생각이긴 하네만, 옛날에는 태양이 사라진다는 생각은 할 필요가 없었지. 언제나 눈을 뜨면 항상 새로운 태양이 동방에서 솟아올랐으니까 말이지. 오로지 두려운 것은 때로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서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먹고 살아야 할 농작물이 말라 죽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이 없었을 따름이라네.”

“아하~!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그래서 하늘이 두려운 나머지 태양을 숭배하고 신으로 모시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는 말씀이죠?”

“그렇다네, 태양신(太陽神)을 숭배하는 것은 원시적인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두려움에 대한 복종의 신앙이었을 것이네. 그래서 통치하는 사람은 당연히 태양을 등에 업고 등장하면 대부분이 성공했던 것이었지. 특히 일식(日蝕)조차도 왕권으로 통치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했지. 이것이 문명이 없어서 어둡던 시절의 풍경이라고 한다면 이해가 될 수 있을까?”

“당연하죠. 정말 인류의 역사까지도 알아야 하게 될 줄은 또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태양의 영향이 백성에게 두려움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았어요.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다음에는 알다시피 무경(戊庚)을 거치면서 주체성을 확립하고 경임(庚壬)으로 이어지며 자연의 현상을 깨닫게 되었고, 다시 임갑(壬甲)을 통하면서 자연을 이용하는 단계까지 도달하게 되었으며, 이제 갑병(甲丙)에 이르러서는 누구도 태양신에 대한 경외심(敬畏心)을 갖지 않아도 될 만큼의 지식(知識)을 쌓게 되었던 것이네.”

우창이 한 마디로 흐름을 정리하자 채운이 감탄하면서 말했다.

“정말이네요! 양간(陽干)의 식신(食神)만을 논했을 따름인데 인류사가 그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었네요. 역시 스승님의 가르침은 생각해 보지도 못한 것까지 다시 되짚어 보게 하시네요. 그러니 채운의 얕은 지식으로 어떻게 흉내라도 내어 볼 수가 있겠어요.”

우창은 채운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내심 흐뭇했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에 대해서 즐길 줄을 안다면 이미 이야기에 대한 값은 후하게 쳐서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병(丙)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갑(甲)의 연료(燃料)를 크게 받아서 빛이 된다네. 이미 문화와 문명이 빛이라는 것은 이해했겠지만 그것은 아직 더 밝아져야 할 여지를 두고 있는 것이기에 더욱 밝아질 것이네.”

“예? 밝아진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밝아질까요?”

“아마도 태양만큼 밝아질 거네. 그래야 완전한 문명이 될 테니까 말이네. 명(明)의 의미를 보면 알 일이잖은가?”

“명(明)의 의미는 일월(日月)이 동시에 함께 나타나는 것이잖아요? 그렇다면 문자(文字)로 인해서 일월만큼 밝아진다는 의미인가요? 상상도 되지 않는 세상이네요.”

“맞아, 실로 태양처럼 밝아지고 달처럼 맑아져야 비로소 완전한 문명이라고 하겠으니 아직은 더 밝아지게 될 것이네. 임(壬)이 성장해야 갑(甲)을 잉태할 수가 있듯이 병(丙)도 계속해서 갑(甲)의 연구(硏究)를 바탕으로 삼아서 성장하는 것이라네.”

“아하~! 그렇다면 병무(丙戊)는 인류사의 미래(未來)에 있다고 봐야 하겠네요? 과연 미래의 이 땅은 어떻게 되어있을지 참으로 궁금해요.”

“그 시기는 지금으로써는 아무도 알 수가 없지. 다만 어느 날에 인류가 하늘을 장악하고 자유롭게 공간을 누비고 다닌다면 비로소 병무(丙戊)라고 하겠지. 그리고 그때가 되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상식은 뒤바뀌어서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네.”

“우와~! 정말요? 오늘 스승님께 이러한 말씀을 듣게 될 줄은 몰랐어요. 혹 밝은 도인이 그러한 흔적을 남긴 예언서(豫言書)라도 보셨어요? 어쩌면 아직 오지도 않은 일을 거울을 본 듯이 말씀하실 수가 있죠?”

“우창은 실로 미래에는 관심이 없다네. 그냥 오늘을 즐겁게 누리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따름이라네. 그래서 병무(丙戊)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호기심이 넘치는 채운을 만났으니 그냥 넘어갈 도리가 없었다네. 하하하~!”

“스승님, 참으로 궁금하기는 해요. 미래에는 어떤 문명이 펼쳐져서 인류가 하늘을 통제하게 될까요? 그렇게 된다면 과연 병무(丙戊)의 세상은 또 어떻게 전개가 될 것인지 참으로 궁금해요.”

“그야 오늘의 현생인류(現生人類)가 무엇을 하고싶어하고 무엇을 갖고싶어하고 궁금해하는지를 보면 당연히 알 일이지 않은가?”

“그게 뭘까요? 궁금해서 숨이 넘어가겠어요. 어서 말씀해 주세요.”

“문명의 발전은 시간을 단축(短縮)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네. 시간의 단축은 거리의 단축을 포함하네.”

“아, 그것은 마치 축지법(縮地法)과 같은 것일까요?”

“그렇게 봐도 될 것이네. 생각해 볼까? 채운이 동해의 짙푸른 파도를 보면서 비릿한 바다의 향을 맡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 바다를 보고 싶다면 여장을 꾸려서 갈아입을 옷과 먹을 식량을 준비하고 밤이 되면 쉬어야 할 객잔을 찾아야 하고 먹고 잠자기 위한 비용까지 준비한 다음에서야 맑은 날을 가려서 집을 나서야 해요. 그러면서 도중(途中)에 강도(强盜)나 도둑을 만나서 재물이나 몸이 상하지 않도록 대비(對比)도 해야 하니까 쉽지 않겠네요.”

“맞아.”

“예? 맞다니요? 당연한 말씀을 드렸는데요? 미래에 병무(丙戊)의 시대(時代)가 되면 뭐가 달라질 것이라는 말씀을 해 주셔야지요.”

“땅속을 누비는 지렁이는 지상(地上)에 대해서 뭘 알 수가 있을까?”

“갑자기 웬 지렁이예요? 그야 지렁이는 지상은 생명을 유지하지 못할 만큼 뜨거운 햇살이 내리쏟아지는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알지 않을까요?”

“아마도 그렇겠지?”

“지렁이가 되어보진 않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싶어요. 지렁이의 피부는 축축한 땅속에서 살도록 점지되어있으니까요.”

“그렇다면 그 장면을 여우가 봤다면 뭐라고 말할까?”

“여우가 지렁이를 봤다면 어떻게 말을 하겠느냔 말씀이세요? 아마도 ‘지렁이야 너는 항상 깜깜하고 축축하고 냄새나는 땅속에서만 살고 있으니 산천에 아름답게 꽃이 피어나는 봄도 모르고, 싱그러운 여름도 모르고 단풍이 고운 가을은 물론이거니와 온 산천이 새하얀 눈으로 변하는 멋진 풍경도 모르겠구나, 쯧쯧~!’이라고 하지 않을까요?”

“아마도 그렇겠지?”

“어찌 여우만 그렇겠어요. 지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그러한 변화는 자연의 흐름이라고 이해하고 그에 대해서 적응하면서 살아갈 것이잖아요. 그것이 병무(丙戊)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가 궁금할 따름이에요. 호호~!”

채운도 우창의 이야기에 답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미래에 대한 궁금증만 더욱 커졌다.

“미래의 세상이 그렇게도 궁금하단 말인가? 그게 왜 궁금하지? 그냥 오늘만 살면서 즐겨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인데 말이지. 하하하~!”

“스승님~! 그래서 미래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시기는 할거죠? 자꾸만 뜸을 들이시는 걸 보니까 말씀을 하고 싶지 않은 것도 같아서 갈증만 나요.”

“그런가? 난들 알겠는가? 내가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내가 지금 해야 할 말이라고 하는 것만은 알겠네만. 하하~!”

“아, 이제 알겠어요.”

“어? 뭘?”

“병무(丙戊)에 대해서 말씀을 하지 않으시려고 한 것도, 미래에 대해서 말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죠? 아직 오지 않은 모습을 말하게 되면 그것도 미래에 집착한 것이 될 테니까요. 그런데 채운이 자꾸만 보채니까 우는 제자를 떡 하나로 달래시려고 하는 말씀이셨군요. 맞죠? 호호호~!”

“오호~! 이제야 눈치를 챘구나. 과연 총명한 제자로다. 하하하~!”

“아무리 그러셔도 안 됩니다. 내친걸음이라고 하잖아요. 어서 채운의 갈증을 풀어줄 만큼만 미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책임은 지라고 하지 않을게요. 동해를 보러 가려면 미래에는 어떻게 할까요?”

채운은 도저히 그냥은 넘어가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우창의 다음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서 안달이 나 있었다. 그래서 그냥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다그쳤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우창도 미소를 지었다.

“채운이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그냥 입을 닫고 있는 것도 스승의 예의가 아니로군. 그렇다면 나도 책임지지 못할 이야기이지만 일단 들려주기는 할 테니 듣고서 행여라도 남들에게 말은 하지 말게나.”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채운도 미소를 짓고는 자신의 입에 둘째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남들에게는 말을 하지 않겠다는 귀여운 몸짓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다른 제자들도 일제히 채운을 따라서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는 행동을 취하는 것을 보면서 우창이 말을 시작했다.

“병무(丙戊)의 시대가 되면 사람들은 아마도 하늘이라는 말도 하지 않을 것이네. 그 시대의 사람들은 그냥 허공(虛空)이라고 말을 할 테니까.”

“허공이라면 하늘의 존엄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것이잖아요? 하늘은 뭔가를 덮어주고 있는 느낌이고 우리는 그 아래에서 편안한 삶을 유지하게 된다는 의미가 있었는데 허공이라고 하면 그야말로 텅 비어있는 공간(空間)을 의미하잖아요?”

“그렇지, 과거에는 하늘의 지배를 받았으나 앞으로는 허공을 지배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병무의 가장 큰 특이점이라고 해도 될 것이네.”

“상상이 되지 않아요. 도대체 그러한 것이 무엇일까요?”

“이미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예? 무슨 말씀이세요.”

“전장(戰場)에서 굳게 잠긴 성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사용하는지 알고 있겠지?”

“그야 투석기(投石機)를 사용해서 높은 성안을 공격하고, 대포(大砲)를 이용해서 성벽을 무너트리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이것이 병무와 무슨 상관일까요?”

“어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 보잔 말이야. 대포나 투석기는 갑병(甲丙)에 해당할까?”

“그야 당연하죠. 문명이 발달(發達)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것일 테니까요.”

“그것이 바로 병무(丙戊)의 발단(發端)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예? 겨우 그것이 병무라고요? 그것은 예상 밖의 말씀이시네요.”

“왜? 얼마나 대단한 것을 기대했단 말인가? 하하하~!”

“여하튼 병무는 투석기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씀이네요. 그렇게 접수하겠어요. 호호호~!”

채운의 너스레에 우창이 웃고서는 말을 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의 목적은 하늘을 허공으로 보고 있다는 흔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는 말을 해 주고 싶은 것이라네. 만약에 하늘이 두려운 존재라고 생각하는 상황이라면 어찌 하늘에 대고 포를 쏘며 돌을 쏘겠는가?”

“아, 허공이라는 말씀이셨네요. 역시 채운은 짧아도 너무 짧아요. 이렇게 이내 드러나고 말 얕은 상식과 생각이니 말이에요. 호호호~!”

“인류는 점점 전쟁에서 쉽게 이기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네. 아직은 성벽 밖에서 돌을 던지고 화약(火藥)으로 만든 대포를 쏘면서 공간을 장악하고 있으나 아마도 나중에는 또 누가 알겠는가. 바로 성 위에서 불을 내뿜어서 순식간에 성벽은 그대로 둔 채로 적을 순식간에 불태워버릴 무기를 만들어 내게 될는지 말이네.”

“와우~! 그게 가능할까요?”

“그렇기에 아직은 병무(丙戊)의 시작이라고 하지 않았나?”

“아, 시작이었군요.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전쟁이야기로 병무를 설명할까? 아니면 동해 바다의 이야기로 병무를 설명할까?”

“전쟁은 싫어요. 동해 바다로 설명해 주세요. 호호~!”

“그러지. 그렇게 많은 준비를 하고서도 엄두가 나지 않아서 길 떠나는 것을 포기하기도 하잖은가?”

“맞아요. 그래서 마음만 내다가 말곤 하죠.”

“만약에 날개를 장착하고 허공을 날아서 바다에 도달할 수가 있고, 중간에 잠을 자거나 도적을 만날 일도 없이 그것도 단 하루 만에 바다를 볼 수가 있다면 어떨까? 그런 장치가 있다면 이용하고 싶지 않을까?”

“그런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만약에 있다면 당연히 이용해서 바다를 보러 가고 싶어요.”

“이미 하늘을 허공으로 삼는 생명체들이 있지 않은가?”

“예? 그런 것이 있다고요?”

“독수리나 학은 아득한 옛날부터 하늘을 땅 위에 달리는 말처럼 이용해서 산도 넘고 강을 건너서 천하를 오가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지 않은가 말이네.”

“와~! 정말이네요. 왜 그 생각이 나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병무(丙戊)가 무르익게 되면 인간도 학이나 독수리처럼 하늘을 누비고 다닐 수가 있을까요? 날개가 없는데도요?”

“당연히 그렇게 되겠지? 그래야 병화(丙火)가 식신(食神)인 무토(戊土)를 창조해 낸 것이라고 하지 않겠느냔 말이지.”

“와우~! 놀라워요. 듣고 보니까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만 된다면 곡부에서 아침을 먹고는 도시락을 들고 그 날개에 의지해서 편안하게 동해에 도착해서는 하룻밤을 푹 자고 붉게 물든다는 바다도 보고 싶고 태양이 솟아오르는 장면도 봤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아마도 이번 생에는 어려울 것이네만 앞으로 두세 번만 더 태어나면 그러한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오로지 중요한 것은 열심히 도를 닦아서 축생계(畜生界)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따름이라네. 하하하~!”

“그렇게라도 해서 축지법으로도 상상할 수가 없는 그 세상을 살아보고 싶어요. 언제쯤이 될지는 몰라도 말이에요.”

“그렇다면 다시 인신(人身)으로 태어날 가능성이 확실하진 않지만 그래도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다음 생에 그러한 기회가 오기를 기다릴 텐가? 아니면 비록 위험하고 힘이 들더라도 금생에 길을 나서 볼 텐가?”

“그야 확실하지 않은 것보다는 지금 길을 나서는 것이 옳겠어요. 호호호~!”

“이제 병무(丙戊)에 대한 것은 이해가 되었지싶은데 어떤가?”

“아, 스승님의 말씀을 듣다가 보니까 미래의 문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는 가늠되었어요. 허공을 장악하려는 것은 인류사에서 미래의 영역이라는 것도 새삼스럽게 깨달았어요. 그렇게 되면 무경(戊庚)의 무(戊)와 병무(丙戊)의 무(戊)가 의미하는 바가 전혀 다르다는 것도 깨달았고, 다르지만 또한 근원이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것도 함께 알 것 같아요.”

“그렇다면 다행이로군. 하하하~!”

“아 참, 스승님은 과거에 동해 바다가 지척인 노산(嶗山)에서 수행을 하셨다고 말씀하셨잖아요? 동해의 풍경은 과연 어떤가요? 스승님의 멋진 표현력으로 그 모습을 전해주시면 비록 바다에 가보지는 못했더라도 느낌이라도 받을 수가 있을 것 같아요. 정말 궁금하거든요.”

우창은 잠시 과거에 노산에서 머물렀던 시절을 떠올렸다. 벌써 아련한 추억 속의 일이 되었지만 느낌은 어제의 일처럼 생생했다. 문득 자원(慈園)을 바라보니 대중의 뒤쪽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자원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채운과 동해 이야기를 하는 말을 들으면서 그 시절의 향수에 젖었던 모양이다. 그것을 본 우창은 채운에게 말했다.

“실로 동해에 대해서는 더 잘 설명해 줄 사람이 있지. 자원~!”

우창이 갑자기 자원을 부르자 대중이 모두 돌아다 봤다. 그동안 있는 듯 없는 듯했던 자원에 대해서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자원이 얼른 눈가를 훔치고는 일어나서 앞으로 나왔다. 대중들의 눈길이 모두 자원에게 쏠렸다. 그것이 약간 부담스러웠지만 삽시간에 예전의 그 활발했던 자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예, 싸부님~! 갑자기 동해를 말씀하셔서 자원도 울컥했어요. 이렇게 불러서 설명해 주라고 하시니 기억 속의 바다 풍경을 꺼내 봐야 하겠어요. 호호호~!”

“그래, 누이의 설명을 들으면서 나도 동해로 나들이 가는 환상을 즐겨보려고 하니까 어디 실감이 나도록 말해 줘봐. 하하하~!”

목소리를 가다듬은 자원이 노산의 풍경에 대해서 말했다.

“자원이 머물렀던 동해의 노산까지는 여기에서 대략 2천여 리쯤 될 거예요. 그러니까 하루에 100리를 갈 수가 있다면 20일이 걸리겠네요. 형편이 좋아서 마차를 이용할 수가 있다면 4~5일이면 도착할 수도 있겠네요. 노산에서는 불과 반시진(半時辰:60분) 남짓이면 파도가 철썩이는 바닷가에서 조개를 주울 수가 있죠.”

이야기를 듣고 있던 채운이 감탄하면서 말했다.

“우와~! 상상만으로도 멋진 풍경이에요. 기암괴석도 즐비하겠죠?”

“물론이에요. 기암괴석과 해묵은 노송들이 어우러진 언덕에 올라서서 이른 새벽에 어둠이 사라지고 검은 하늘이 점차로 감색(紺色)이 되었다가, 남색(藍色)이 되었다가 청색(靑色)이 되면서 동녘에 황금빛으로 불이 붙으면 주변의 구름은 온통 붉은 비단결로 변하곤 하죠. 물론 이것은 순식간에 일어나는 변화들이에요. 그러다가 태양이 불끈 솟아오르면 그 빛을 따라서 갈매기들이 춤을 추고 마음속에서는 희망이 빛이 함께 솟아올라요. 싸부님이 함께 공부하다가 노산을 떠났을 적에는 거의 매일 새벽에 망해루(望海樓)에 올라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건강하심과 스승의 인연을 빌곤 했어요. 호호~!”

이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띤 자원의 볼을 타고 두어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가까이에 있던 우창은 볼 수가 있었다. 그러자 우창도 다시 미안함과 그 시절의 애틋했던 장면이 떠올라서 가슴이 아팠다. 자식이 사랑스러우면 심장이 아프다고 했는데 꼭 그러한 상황이 아니라도 심장은 수시로 아플 수가 있는 것임을 자각하면서....

“우와~! 정말 멋진 풍경이네요. 저도 공부를 마치면 반드시 노산에서 그러한 풍경을 보고 싶어요. 호호호~!”

채운의 수다스러운 말속에 우창과 자원의 감상은 묻혀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너스레를 떨어 준 채운이 고마웠다. 자원은 더 말을 하면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서 이야기를 끊고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서 앉아서 창밖만 쳐다보는 것을 우창은 못 본척할 따름이었다. 이야기를 듣고는 채운이 말했다.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정말 병무(丙戊)의 세계(世界)는 환상적(幻想的)일 것만 같아서 궁금해져요. 다만 스승님의 말씀대로 우린 오늘을 살고 있으니 오늘에 충실할 따름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소중하네요. 만약에 미래에 마음이 가 있다면 걸음걸음이 얼마나 불편하고 힘이 들겠어요? 그렇지만 이렇게 오늘 누릴 수가 있는 것으로 만족을 하니까 지금 이대로가 참 좋아요. 호호~!”

“그래서 지혜(智慧)로운 성자들은 하나같이 말씀하셨잖은가. ‘지금 여기에 머물라’고 말이네. 하하하~!”

“스승님의 말씀으로 병무는 이해가 되었어요. 그렇다면 정기(丁己)에 대해서도 말씀을 해 주셔야 식신의 이야기는 마무리가 되겠네요. 이것은 또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정기(丁己)? 그게 무엇이 어렵겠어? 이미 절반은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의 답인데 말이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