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7] 제31장. 생존력(生存力)/ 10.임갑(壬甲)과 계을(癸乙)

작성일
2022-02-15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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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 제31장. 생존력(生存力) 


10. 임갑(壬甲)과 계을(癸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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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의 가르침에는 석류알같이 꽉 들어찬 지혜가 상큼하게 입안에 들어와서 톡톡 터지는 것만 같아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으니까요. 호호~!”

채운의 너스레를 들으면서 우창이 천천히 말했다.

“그렇다면 무경(戊庚)과 기신(己辛)을 거쳐서 다음에는 경임(庚壬)과 신계(辛癸)를 이해했으니까 이어서 임갑(壬甲)과 계을(癸乙)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할까?”

그러자 수경이 문득 생각이 난 듯이 말했다.

“참, 스승님, 무경낙식(戊庚樂食), 기신식락(己辛食樂)과 같은 사언절구(四言節句)로 경임(庚壬)과 신계(辛癸)에 대해서도 기억에 남을 만한 대구(對句)를 지어주세요. 그러면 정리하기에 도움이 되지 싶어요.”

“아, 그래? 그렇다면 하나 만들어 볼까? 어디....”

그렇게 잠시 생각하던 우창이 붓을 들어서 글자를 썼다.

357-1

우창이 쓰는 글을 받아쓴 채운이 읽고서 말했다.

“스승님의 글귀를 보니까 채운이 풀이할 수 있을 것도 같아요. 경임무애(庚壬無碍)요, 신계유실(辛癸有實)이 맞는 거죠?”

“그래 어디 풀이해 볼 텐가?”

“그럼 어디 나름대로 해석해 볼께요.”

경금(庚金)이 임수(壬水)의 식신을 만나면
궁리(窮理)함에 아무런 걸림이 없는데
신금(辛金)이 계수(癸水)의 식신을 만나면
결실(結實)이 있는 것을 추구(追求)하네.

이렇게 해석하고서는 우창을 바라봤다. 잘못된 것이 있는지 봐 달라는 뜻이었다. 우창도 자신이 뜻한 바가 잘 드러난 것으로 보여서 흡족했다.

“잘했네. 우창도 그런 의미로 생각했는데 잘 풀이했어. 하하~!”

“이렇게 공부를 하니까 놀이가 따로 없어요. 정말 재미있는걸요. 호호~!”

“그렇다면 이제 임갑(壬甲)을 공부해 볼까?”

“옙~!”

채운이 크게 대답하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스승님, 그런데 채운은 아무래도 식신이 멀어서 그런지 아무런 단서를 얻지 못하면 막막한 것을 어쩔 수가 없어요. 처음만 좀 도와주세요.”

“그런가? 그것은 욕심이 앞서서 그렇지. 그러니까 너무 잘하겠다는 생각만 내려놓으면 답이 가까이에 있음을 알 수가 있을 거네. 무엇이든 무심으로 생각하면 잘 떠오르던 것도 막상 잘하려는 생각으로 긴장하면 이미 알고 있던 것조차도 생각나지 않는다네.”

그러자 조바심이 나던 마음이 편해진 채운이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스승님의 말씀이 꼭 맞네요. 스승님의 칭찬을 듣고 싶어서 멋진 답을 찾아보려고 생각했어요. 아마도 이것도 상관의 영향이겠죠? 제 사주에서 시간(時干)에 있는 상관(傷官)이 일으킨 부작용이라고 봐야 하겠어요. 그러한 생각을 해봐야 답이 안 보이는 것도 당연한데 말이에요. 그러니까 식신을 생각할 적에는 식신의 눈으로 봐야 보인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어요. 마치 아기를 볼 적에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봐야 아기가 보인다는 것과도 같다고 하겠어요.”

“그렇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궁리하다가 또 얼마나 멋진 이치를 깨닫지 않았느냔 말이네. 하하하~!”

“알았어요. 말이 되느냐 마느냐에 집착하지 않고 생각이 흐르는 대로 말씀드려 볼게요. 우선 임(壬)은 공기(空氣)와 같은 존재이고, 그 공기는 움직인다는 것이고, 공기가 움직이면 바람이 되네요. 바람은 강도(强度)에 따라서 공기를 순환시켜주는 역할도 하지만 자연을 파괴하는 역할도 해요. 이것이 임(壬)이 궁리하는 자연의 모습이네요.”

“맞아, 그렇게 궁리한다고 해서 왜 안 되겠어? 잘 생각했네.”

“그리고 임(壬)은 이미 궁리하는 성분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궁리를 했으면 결과를 얻고자 하는 것이 자연의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고 봐요. 그러니까 결과에 집착할 수도 있겠어요. 결과를 얻기 위한 궁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네요.”

“옳지~!”

우창이 동조(同調)해 주자 채운이 자신감을 얻어서 계속 설명했다.

“기체(氣體)는 만물을 살리는 역할을 해요. 공기가 없다면 숨을 쉴 수가 없을 것이니 특히 동물(動物)의 생사(生死)를 담당하기도 해요.”

“오호~! 점점 깊이 들어가고 있군.”

“공기가 궁리한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으로 어떻게 하면 만물을 잘 살릴 수가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어요.”

“잘 하고 있네~!”

우창의 표정을 살피면서 말하던 채운이 명쾌하게 동의하자 더욱 흥이 나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임갑(壬甲)은 공기가 동물을 살리기 위한 식신이고, 그것은 공기의 존재가 동물의 호흡기(呼吸器)를 장악하고 있는 위대함이라고 하겠어요.”

“매우 잘하고 있네.”

“식물(植物)인 을(乙)에게 미치는 영향도 물론 커요. 그렇지만 본질이나 본능적으로 논한다면 동물의 호흡(呼吸)에 비할 바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임갑(壬甲)의 이치는 생명력(生命力)이 되기도 하네요. 와우~! 이런 생각은 종전에는 전혀 해본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떠올랐어요.”

“그것이 바로 궁리의 힘이라는 것이지. 처음에는 별것도 아닌 한 생각이 점차로 커지면서 우주를 가득 메울 만큼의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니까 말이네. 원래 거대한 태풍(颱風)조차도 처음에는 미미한 공기의 움직임으로 시작한다는 것을 고인들도 알았던 것이네.”

“정말 놀라워요. 단순하게 사주를 공부하다가 이러한 자연의 이치까지도 궁리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은 할 수가 있겠지만, 막상 사주를 풀이할 때는 무슨 도움이 되기는 할까요?”

“어허, 망상(妄想)~!”

“예? 문득 그러한 걱정이 되었는데 망상이었나요?”

“물론이지. 아직 오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했나?”

“그야 망상이라고 하셨습니다만....”

“당연히 망상이지.”

“아무래도 그 말씀은 너무 심오해서 이해가 잘되지 않아요. 좀 쉽게 설명해 주시면 좋겠어요.”

채운이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아, 그래? 음...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을 한다면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채운이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걸. 하하하~!”

“예?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는 말씀인가요?”

“당연하지. 식신을 궁리할 적에는 식신에 대해서만 생각할 일이지 무엇이 조급해서 사주를 풀이하는 것에 대해서 걱정을 한단 말인가? 알게 되면 언젠가는 반드시 쓰이게 되는 것이란 말이네. 자연의 이치를 조금 알면 조금만 말을 할 수가 있고, 많이 알면 또 깊이 알 수가 있는 것임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으니 망상이랄 밖에. 하하하~!”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비로소 그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아하~!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그러니까 스승님의 말씀은 지금의 이 순간에 떠오르는 생각이 이끄는 대로 그냥 따라가면 된다는 말씀이시죠? 지금 당장 사주를 볼 것도 아닌데 사주를 볼 적에 쓰일 수가 있을지를 제한(制限)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망상에 불과하다는 의미인 거죠?”

“옳지~! 그래, 이제야 이해가 되었나 보군. 그럼 계속 궁리해 보게.”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채운이 무엇을 걱정했는지 명료하게 알겠어요. 망상에서 벗어나기만 해도 공부는 일취월장하게 될 텐데 말이죠. 호호호~!”

“이미 하나의 망상은 벗어났음을 축하하네~ 하하하~!”

“그렇다면 또 생각해 볼게요. 문득 생각해 보니까 임(壬)은 ‘애를 밴다’는 의미가 있는 임(妊)과 통해요. 애를 밴다는 것은 여인의 결실(結實)이기도 하죠. 이것은 공기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또 다르네요? 이렇게 궁리해도 될까요?”

“물론이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봐야 하겠어요. 무(戊)의 자식이 경(庚)이지만 임(妊)은 둘째가 아니라 무(戊)의 손자라고 해야 하겠네요. 이렇게 봐도 되나요?”

“그렇게까지 줄을 세우지 않아도 되네. 그냥 임이 낳는 것이 갑(甲)이라고만 알고 적용을 시켜도 충분하다네. 가족의 족보가 아니라 이치를 궁구하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라네. 하하~!”

“맞아요. 그런 것으로 인해서 머리가 더 복잡해진 거였어요. 그렇다면 당장 앞에 있는 문제만 놓고 생각해도 된다는 말씀이죠?”

“당연하지. 모자(母子)를 이야기하면서 어머니의 어머니까지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를 생각해 보면 알 일이지 않을까? 하하~!”

“잘 알았어요. 이제야 어떻게 연구하는 것인지를 알았어요. 그러니까 임신을 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는 생각할 씨앗을 얻은 것과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오호! 매우 좋아. 하하~!”

“스승님의 격려에 없던 힘이 저절로 솟아나네요. 임(妊)이 임신(姙娠)으로 아기를 잉태한다는 것만 알았지, 생각을 탄생시키는 것인 줄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러고 보니까 생각할 임(恁)도 있네요. 어쩌면 식신의 흔적을 창힐(倉詰) 할아버지가 글자에도 담아뒀을까요? 육신의 어머니는 자녀를 잉태하고 생각의 학자는 지식을 잉태하는 생각이라니요. 알면 알수록 놀랍네요.”

“그것이 학문하는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조문석사가이(朝聞夕死可以)’라고 하지 않느냔 말이지.”

“예? 그건 무슨 뜻인가요? 죽어도 된다니 그건 금시초문(今始初聞)이에요.”

“처음 들었나? 이 말의 뜻은 공자의 말이라고 전하는데, ‘아침에 도를 듣게 된다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뜻이라네. 그 말은 깨닫는 것의 즐거움은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좋다는 뜻이라네. 이렇게 자연의 이치와 오행의 이치를 궁리하는 즐거움을 어디에 비할 수가 있느냐는 의미로 생각하면 되지.”

“정말이에요. 이 맛을 비유한다면 세상의 어떤 고량진미(膏粱珍味)보다도 맛있고, 세상의 어떤 달콤한 말보다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틀림없어요. 이러한 것은 무슨 맛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것이야말로 한마디로 한다면 희열도미(喜悅道味)라네. 글자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가? 불가(佛家)에서는 선열식(禪悅食)이라고도 하는데, 식신(食神)이야말로 이렇게 맛이 좋은 음식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네.”

“아하! 식(食)이 그렇게도 쓰는 건가요? 선열식이라니까 느낌만으로도 정말 기쁨에 잠긴 부처의 표정이 떠올라요.”

“내가 경험한 기분을 말한다면, 학문을 궁리하다가 한 소식을 얻게 되는 것은 여인이 아이를 배는 기쁨과 완전히 동등(同等)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네. 자식을 잉태한 여인의 행복한 마음이야말로 참선(參禪)하던 선승(禪僧)의 선열식이고, 학자의 희열식이라네 이들의 의미를 저울에 올린다면 균형을 이뤄서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을 것이네. 하하하~!”

“정말 여태까지 채운은 공부의 맛도 모르고 공부한답시고 소란을 피웠던 것을 비로소 깨닫겠어요. 그 정도의 기쁨을 누려야 비로소 깨달음이란 말이죠? 임(壬)에서 아이를 잉태한 여인의 마음을 어찌 상상이나 했겠어요. 흡사 수행자가 오도(悟道)의 경지를 얻는 것과 비슷하겠다는 생각조차 들었어요. 글공부는 아무리 해봐도 깨달음에 도달하기에는 미흡하다고 여겼었거든요.”

“그랬나? 깨달음에 크고 작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오직 깨달음의 순간은 모두가 같은 것이라고 봐도 될 것이네. 그래서 임의 본질을 식신(食神)이라고 한 것이라네. 과연 하충(何忠) 스승님의 통찰력은 천하제일이라고 해도 될 정도라네. 하하~!”

“정말 놀라워요. 문득 십간(十干)에 우주가 다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아니겠나? 음양(陰陽)에도 도(十)가 있고, 오행(五行)에도 도가 있는데 오행의 음양인 십간(十干)에 도가 없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질 않나?”

“맞아요. 그러니까 임갑(壬甲)은 여인이 아기를 낳는 것과 같아서 결실이라고 하는 거죠? 갑(甲)은 본질이 편재라서 결실이기도 하니까요. 재성이 결실이니 임이 낳는 식신은 갑이 되고, 양간(陽干)의 계열(系列)로 본다면 천(天)에 해당하는 무(戊)에서 나왔으니 무경임갑(戊庚壬甲)의 흐름을 타고서 모두 천기(天氣)를 품고 있으니 물질적인 아기가 아니라 정신적인 아기가 된다고 하겠고, 그것은 결국은 천부적으로 파고들어서 연구한 임(壬)이 깨달음의 결과를 갑(甲)으로 담게 되는 것이네요.”

“그렇지, 그래서 궁리만 있는 임(壬)과 결실을 보는 갑(甲)의 만남이야말로 참으로 중요하다고 하겠군.”

“맞아요. 학문도 연구만 하면 세상에서 활용할 방법이 없으나 결실을 이루게 되면 세상의 누구에게도 인연에 따라서 유익한 진리(眞理)를 나눌 수가 있으니까요.”

우창은 채운의 깨달음이 잘 이어지고 있음을 생각하고는 다음으로 넘어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계을(癸乙)에 대해서는 이미 답을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어디 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려나?”

우창이 갑자기 계을(癸乙)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라는 말에 채운은 움찔했다. 왜냐면 임갑(壬甲)의 이치에 푹 젖어서 기쁨에 잠기느라고 다음에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 틈을 파고들어서 말하는 것이 놀라웠기 때문이었다. 잠시 정신을 추스른 다음에 생각을 말했다.

“계(癸)는 본질(本質)이 상관이니 밖의 조건과 관계를 중시하는 성분이므로 임(壬)의 임신(姙娠)과는 느낌이 다르네요. 그러니까 계(癸)가 을(乙)을 본 것도 식신이기는 하지만 액체(液體)인 계(癸)가 낳는 을(乙)은 식물(植物)이니 식물은 물로 키우는 이치가 그 안에 있었네요. 그러니까 임갑(壬甲)은 정신적(精神的)인 자식(子息)이라고 한다면 계을(癸乙)은 물질적인 자식이라고 할 수가 있겠어요. 어? 이렇게 방향을 잡아서 막상 생각해 보니까 오히려 쉽잖아요? 조금 전에는 막막했는데 또 실마리를 찾아서 풀어가니까 답이 솔솔 풀려요.”

“당연하지. 무엇이든 눈에 보이는 것이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야 쉽지만, 막상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것을 오직 느낌으로 감지(感知)할 수밖에 없네.”

“정말이에요. 허공의 기체(氣體)처럼 자유롭게 연구하는 것은 정신적인 결실인 학문(學問)을 낳고, 물과 같이 어디로든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은 물질적인 결실인 식물(植物)을 키우네요.”

“하하하! 멋지구나. 이미 잘하고 있으니 계속 설명해봐.”

이미 우창의 격려로 인해서 무척 고무된 채운이 또 말을 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도 해 봤어요. 계(癸)는 하늘의 빗물이라고 봐도 될 것인지가 떠올랐어요.”

“빗물이라니? 무슨 뜻인지 설명해 봐.”

“생각이 나는 대로 글자를 뜯어봤는데요. 등질 발(癶)은 흡사 하늘의 구름처럼 보여요. 그리고 그 아래는 하늘 천(天)이잖아요? 그러니까 계(癸)를 액체(液體)라고 본 것에는 구름에서 비가 내리는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야말로 산천초목(山川草木)을 적셔주는 단비가 되어서 을(乙)을 자라게 하는 거죠. 물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오를 등(登)으로 표시하고 다시 그것이 하늘에서 고루 퍼지는 것을 필 발(發)이 된다는 생각까지도 들었는데 이렇게 봐도 될까요?”

“그렇게도 보였나? 참으로 대단한 상상력의 채운이로군. 나는 거기까지는 생각지 못했는데 멋지네! 멋져~!”

우창은 진심으로 축하의 격려를 했다. 우창을 보면서 흥에 겨운 채운이 다시 말을 이었다.

“임(壬)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면, 계(癸)는 유(有)에서 성장(成長)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봐서 임(壬)은 씨앗이고 계는 자양분(滋養分)이라고 하겠어요. 그러므로 사주에 계(癸)가 있다면 자양분이 있는 것이고, 계가 없으면 자양분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어요. 그 자양분이 천간(天干)에 있으면 우로(雨露)가 되어서 목마른 식물을 적셔주고 지지(地支)에 있으면 뿌리에 영양분을 공급해서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역할이라고 하겠으니 왜 계수(癸水)가 상관(傷官)의 본성(本性)을 갖는지도 이해할 수 있겠어요.”

“그래? 그런 것도 깨달았단 말인가? 그 와중에도 사주에 대입할 생각까지도 했단 말인가? 하하~!”

“그야 당연히 응용이에요. 식신은 만든다고 했으니 가령 생각을 글로 쓴다면, 상관은 그것을 많은 사람에게 공포(公布)하는 일을 할 테니까 이것은 상관이 아니고서는 어려우니까요? 마치 비가 내리면 큰 나무나 작은 풀이나 모두에게 골고루 베푸는 것과 같다고 하겠어요.”

“오호! 계속하게. 오늘은 제자에게 배우는 날이로군.”

“그러니까 계가 창조(創造)는 못 해도 성장(成長)을 시키니 임과 계의 역할이 뚜렷하게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식신이면 다 같은 줄로만 생각했던 과거의 얕은 지식은 오늘에서야 여지없이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서 다시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활짝 열리는 것이 느껴져서 참으로 신기해요.”

“그런가? 실은 그 다른 세상도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라네. 그래서 알면 보이고 모르면 아무리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 이치일 따름이지.”

“맞아요.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인데 채운은 이제야 그것을 보게 되었다는 말씀이시네요? 이제 그 말씀의 뜻을 헤아리겠어요. 그런데 지하수(地下水)와 우로(雨露)의 차이를 생각해 보니까 같은 듯 다른 느낌인데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분명히 천간과 지지의 차이가 있을 텐데 말이죠. 스승님께서 좀 도와주셔야 하겠어요. 호호~!”

채운이 이렇게 말을 하고는 우창의 답을 기다렸다. 다른 대중들도 일제히 우창의 설명을 들으려고 이목(耳目)을 집중했다. 대중의 뜻을 잘 헤아린 우창이 천천히 설명했다.

“정말 잘 물었구나. 그렇다면 또 생각해 보면 되지 뭐가 어렵겠나. 우선 천간의 계(癸)인 우로(雨露)는 그 뿌리가 어디일까?”

“예? 뿌리라고 하면.... 무슨 뜻인지....”

“비와 이슬은 원래 하늘에 있었던 것인가?”

“아, 그건 아니지요. 땅에 있는 물이 증발해서 구름이 되었다가 비가 되거나 이슬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뿌리가 대해(大海)와 강하(江河)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까요?”

“그래, 잘 생각했네. 강하에 있거나 지상(地上)에 있거나 모두가 하늘로 올라가서 운우(雲雨)가 될 수 있겠지?”

“맞아요.”

“그런데 물이 하늘로 올라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혼자 힘으로 가능할까? 아니면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할까?”

우창이 이렇게 말하고는 대중을 둘러봤다.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모두 생각에 잠겨서 해답을 찾느라고 여념이 없었던 까닭이다. 잠시 후에 수경이 손을 들었다. 우창과 대중이 모두 수경에게로 시선을 모았다.

“어디, 수경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

“스승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바로 그 생각을 했어요. 물이 하늘에서 비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인지를 말이에요. 그리고 하나를 깨달았어요. 열기(熱氣)가 있어야만 증발(蒸發)이 되니까 열기는 정화(丁火)라고 한다면 계수(癸水)는 정화(丁火)가 절실하다는 것을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지상(地上)에서 흘러 다니다가 정화를 만나면 그것을 타고 두둥실 떠올라서 하늘을 배회하게 되는 거죠.”

수경이 이렇게 설명하자 채운이 손뼉을 쳤다.

‘짝짝짝~!’

“와우~! 언니는 역시 식신(食神)이 맞아요. 그런 생각을 어떻게 하셨담. 정말 놀라워라~!”

“그야 뭐 어려운 문제는 아니잖아? 아니, 그보다도 그렇게 하늘로 올라간 계수가 언제 다시 땅으로 내려오는지가 더 궁금한걸. 비가 내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수경이 다시 하나의 질문을 채운에게 던졌다. 어쩌면 자신에게 하는 질문일 수도 있었다. 그 말에 채운도 어떻게 답을 해야 할 것인지를 알 수가 없자 다시 우창을 바라볼 따름이었다. 우창이 미소를 짓고는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서 설명했다.

“계(癸)는 무엇과 합을 하지?”

“그건 알죠. 무토(戊土)랑 합을 하잖아요. 호호호~!”

“오호~! 그렇다면 그게 무슨 뜻인지도 설명을 할 수 있겠어?”

“무계합(戊癸合)은 화화(化火)니까 무계가 만나면 불이 된다는 뜻인데... 그게 맞는 해석인지도 모르겠고 무슨 뜻인지는 더욱더 모르겠어요. 그냥 외우기만 한 것은 이렇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나 봐요. 호호~!”

우창이 채운의 말에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진리(眞理)와 허상(虛像)이 뒤섞여 있으니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 생기는 것이야.”

“예? 진리와 허상이 같이 있으면 어떻게 해요? 허상을 걷어내면 되나요?”

“당연하지. 그러니까 허상을 찾아서 제거하면 진리만 남게 되는 것이라네 그렇다면 무엇이 진리이고 무엇이 허상일까?”

“무계합은 진리가 맞아요. 그것은 스승님께서 계수(癸水)는 무엇과 합하느냐고 물으신 것으로 봐서 알겠어요. 그렇다면 화화(化火)가 허상일까요?”

“옳지~!”

“예? 무계가 합하면 화(火)로 변화(變化)하는 것으로 외웠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무계가 합하면 불로 화한다’는 이치가 허상이었단 말씀이신가요?”

“맞아. 허상이야. 그것만 걷어내면 진실이 남을 테니 무계합을 알면 된다는 말이라네. 하하하~!”

“아, 놀라워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그게 무슨 말씀인지 납득(納得)되지 않아요. 그렇다면 왜 화화(化火)라는 말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채운뿐이 아니었다. 모두가 그렇게 의아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참으로 의외였기 때문이다. 우창도 그들의 마음을 거울처럼 들여다보고 있었던지라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그 이치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