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6] 제31장. 생존력(生存力)/ 9.주체(主體)의 창조(創造)

작성일
2022-02-10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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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 제31장. 생존력(生存力) 


9. 주체(主體)의 창조(創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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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운은 우창의 설명을 듣고는 다시 확인했다.

“스승님께서 무기토(戊己土)에 대해서는 정리를 잘해 주셔서 몰랐던 것도 이해가 되었어요. 이렇게 이해하고 보니, 경(庚)이 본 임(壬)과 신(辛)이 본 계(癸)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하고 이해해야 할 것인지 막연하게 느껴져요. 이것도 막연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양손에 쥔 듯한 느낌이 되도록 가닥을 좀 잡아주셔야 하겠어요. 스승님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채운의 말을 듣고 우창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리 급하게 서두를 것이 없다네. 우선 경임(庚壬)에 대해서부터 생각해 보면 되지 않을까? 경(庚)이 일간(日干)일 적에 식신은 임(壬)이 되는데 경은 주체(主體)가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 않은가?”

“맞아요. 경은 주체이고, 자존감(自尊感)이네요. 이러한 주체가 궁리한다면 아마도 자신의 존재(存在)를 연구하는 것으로 볼까요? 원래 임(壬)의 본질(本質)이 식신(食神)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그야말로 식신의 본부(本府)라고 할 수도 있겠어요.”

“사실, 무(戊)가 경(庚)을 본 것은 오히려 식신의 본질이라고 하기가 어려울 것이네. 실로 경이 임을 봤을 적에 비로소 식신의 중심(中心)이라고 봐야 할 테니까 말이지. 경의 관심(觀心)이 머무는 곳이라고 한다면 무엇이든 궁리의 대상이 된다는 말이기도 하네.”

“그런 느낌이 들어요. 식신의 한가운데에서 무엇을 생각하더라도 그 내면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으로 봐야 하겠네요. 그렇다면 특별히 종류나 형태를 예측(豫測)할 수도 없지 않을까요?”

“맞아, 그래서 경임(庚壬)인 것이라네. 사실 임(壬)의 본질이 무엇이던가?”

“임(壬)은 공기(空氣)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공기처럼 구석구석 파고들지 않는 곳이 없다고 봐야 하겠죠?”

“맞아! 이렇게 작용을 할 것이기 때문에 그 영역은 엄청나게 넓다고 봐야지. 어느 것이라도 경(庚)의 관심이 생긴다면 거침없이 파고들어서 역량을 발휘할 테니까 말이네.”

“말씀을 듣고 보니까 비로소 식신의 본류(本流)가 무엇인지를 짐작하겠어요. 그러니까 식신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도 경임(庚壬)에서 출발했다는 이치를 함께 생각하면 되겠어요. 그리고 경계(境界)도 없고 제한(制限)도 없이 무엇이라도 궁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네요. 그야말로 무제한적(無制限的)인 궁리라고 할 수 있겠어요.”

“잘 궁리했네. 그런데 임(壬)이 온 곳은 경(庚)이지 않은가?”

“맞아요. 당연히 경의 식신이 임(壬)이니까요. 그런데 왜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거죠? 당연히 경생임(庚生壬)인데 말이에요.”

“아, 그야 임(壬)이 경(庚)에서 왔다면 그 경은 어디에서 왔는지를 생각해 보자는 말이라네.”

“아, 그야 경은 무(戊)에서 왔다는 것을 상기(想起)하라는 말씀이죠?”

“그렇지.”

“그러니까 무(戊)는 하늘이고 하늘이 궁리한 것이 인간의 본성인 경(庚)이 되고 다시 경이 궁리한 것은 공기처럼 자유로운 사색(思索)이라고 보면 양간(陽干)은 모두 하늘에서 놀고 있다고 봐야 하네요? 이것도 신기해요.”

“맞아,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단 말이네. 하하하~!”

“정말 신기하네요. 그렇다면 『역경(易經)』에서 말하는 건곤(乾坤)은 간지(干支)에서 말하는 무기(戊己)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잖아요? 역경에서 모든 양(陽)은 건(乾䷀)에서 나온 것이고, 그래서 진(震☳), 감(坎☵,) 간(艮☶)이 모두 건(乾)에서 나온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건(乾)은 무(戊)와 상응(相應)하고 무에서 갑병경임(甲丙庚壬)이 나왔다고 봐도 된다는 말씀일까요?”

“오호, 채운의 공부가 역경(易經)까지 아우르고 있었구나. 대단하군. 어쩐지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더라니. 하하~!”

“그야 당연하지 않겠어요? 철리(哲理)를 바탕으로 삼는 학문의 길에서 피할 수가 없는 영역이니까요. 무엇을 하더라도 역경의 이치를 포함하지 않고는 이해하는데 장애가 많잖아요. 호호~!”

“그럼 천간(天干)에서는 이러한 이론을 어떻게 적용하면 될까?”

“간단하죠. 역경에서 하는 식으로 한다면 무(戊)의 부친이 경(庚), 임(壬), 갑(甲), 병(丙)의 네 아들을 둔 것으로 보면 되잖아요. 그리고 갑(甲)은 춘갑(春甲)이고, 병(丙)은 하병(夏丙)이며, 경(庚)은 추경(秋庚)이고, 임(壬)은 동임(冬壬)이 되는 거죠. 호호호~!”

“그것참 간단하군. 그러니까 역경의 팔괘에서 양괘(陽卦)를 모은 것과 같은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는 말이네? 이것을 다시 춘하추동(春夏秋冬)의 사계절(四季節)에다 배속시킨단 말인가? 하하~!”

“맞아요. 이렇게 봐도 되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무기(戊己)를 천지(天地)로 보면 된다는 스승님의 가르침을 바탕에 놓고 확장(擴張)해서 생각할 수가 있었으니까 스승님의 가르침이죠.”

“그렇다면 내친김에 곤(坤䷁)에서는 무엇이 나왔는지도 정리하시려나?”

“아, 그것도 간단하겠어요. 팔괘에서는 장녀가 손(巽☴)이고, 차녀가 리(離☲)이고, 소녀가 태(兌☱)이듯이, 천간에서는 어머니인 지(地)의 기(己)에서 나온 딸을 보면 장녀가 신(辛)이고, 차녀가 계(癸)이고, 삼녀는 을(乙)이며 사녀는 정(丁)이 되는 것으로 보면 되겠어요.”

“그럴싸한걸. 그러니까 봄에는 춘갑이가 하늘에서 온화한 기운을 품어주면 땅에서는 춘을(春乙)이 그 기운을 받아서 꽃을 피우게 된다는 말이잖은가? 오늘은 또 이렇게 십간(十干)을 응용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는구나. 하하하~!”

우창은 유쾌한 기분이 들어서 호탕하게 웃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던져 준 씨앗이지만 싹을 틔우거나 꽃을 피우는 것은 제자의 몫이라고 봐야 하겠는데 벌써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네. 하하~!”

“이 정도의 궁리는 그야말로 거저먹는 것이라고 해야죠. 재미있는 것은 스승님의 말씀을 음미하면서 하나씩 대입하다가 보면 구체적으로 그 상황들이 소상(昭詳)하게 드러나는 것이 너무나 신기해서 궁리를 멈출 수가 없어요.”

“그래? 채운의 사주에도 식신이 있나?”

“있기는 하지만 멀어요. 도반들을 위해서 적어 볼까요?”

이렇게 말하고서 대중이 모두 볼 수가 있도록 자신의 사주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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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도 채운의 사주인 을사(乙巳) 무인(戊寅) 갑진(甲辰) 정묘(丁卯)를 보면서 우창의 설명을 기다렸다. 사주를 훑어본 우창이 채운에게 말했다.

“아, 그래서..... 하하~!”

“스승님 말씀해 주세요. 어떤 것으로 인해서 이렇게도 공부에 빠져들게 된 것일까요?”

“우선 천성은 연지(年支)의 사화(巳火)에서 비롯했다고 봐도 되겠네. 인(寅)과 을(乙)의 연료(燃料)를 공급받아서 그 영향은 일간에게도 미친다고 봐야 하겠는걸. 더구나 인월(寅月)이니 화(火)가 용신(用神)이기도 하잖은가?”

“그렇게 보여요.”

채운은 우창의 말에 동의하면서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것을 본 우창이 다시 사주를 보면서 설명했다.

“무엇이든 처음에 스스로 발상(發想)을 하지 못하는 것은 식신이 멀어서 그렇다고 보네. 다만 응용력(應用力)이 탁월한 것은 시간(時干)의 상관(傷官)으로 인해서였군. 이렇게 채운과 대화를 하면서 내가 궁리한 내용들을 속속들이 끌어내는 능력이기도 하다고 봐야지. 하하하~!”

“그런가요? 채운도 자신의 능력을 몰라요. 그냥 스승님께서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시면 생각의 길도 멈추는데 일단 무슨 말씀이라도 꺼내시기만 하면 그 뒤를 이어서 줄줄이 이어지는 궁리를 짜릿하게 할 수가 있거든요.”

“참 신기한 일이로군.”

“상관(傷官)에 대해서는 식신의 공부를 한 다음에 또 해야죠? 그것에 대해서도 무척이나 궁금하거든요. 호호호~!”

“그래 알았네. 천천히 궁리해 보도록 하고, 우선 지금은 경임(庚壬)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봐야지?”

“맞아요. 본성인 경(庚)이 연구한다면 당연히 생각에 걸림이 없이 기체(氣體)와 같은 자유로움으로 궁리를 하게 되겠어요. 그러다가 어느 하나에 꽂히게 되면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몰입(沒入)하게 되는 것이겠죠. 그로 인해서 뜻을 이루게 되기도 하고,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 뜻을 이루면 비로소 식신으로 밥을 만들었다고 봐도 되겠군.”

“뜻을 이루면 그 연구의 결실로 밥이 만들어져서 잘 먹고 살겠으나 안타깝게도 궁리한 것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또 아무런 미련도 없이 다른 길을 찾게 되겠네요. 이렇게 궁리하면 될까요?”

“잘하고 있네. 그대로 계속해봐.”

“아 참!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공기와 같은 임(壬)은 자유로운 탐색과 함께 시작도 잘하지만 반면에 포기도 잘하는 것으로 봐야 하겠어요. 맞아요?”

“공기와 같아서 조금 전까지 몰입하다가는 또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어느 사이에 다른 일에 몰입하니까.”

“그렇군요. 그래서 식신을 이해하려면 경(庚)을 기준으로 삼아서 식신에 해당하는 임(壬)을 상대로 궁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말씀이네요.”

“당연하지, 그리고 일간(日干)을 기준으로 해서 가까이 있으면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멀어질수록 약해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네. 채운의 사주에서 비록 연지(年支)에 식신이 있지만 그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을 정도이듯이 말이네.”

“아, 그렇다면 식신의 위치(位置)와 함께 세력(勢力)도 봐야만 되는 것일까요? 기본적으로 있는 것은, 비유하면 땅에 씨앗이 떨어진 것으로 보면 되겠고, 그 씨앗이 발아(發芽)해서 크게 자라서 거대한 목재가 될 수도 있고, 겨우 땅에 붙어서 성장을 하지 못할 수는 있더라도 완전히 사라지고 없는 것은 아니라고 이해하라는 말씀인 거죠?”

“정확하게 짚었네. 그렇게 이해하면 틀림없지.”

“이제야 안개 속에서 보일 듯 말 듯 하던 식신에 대한 개념(槪念)이 구체적으로 손에 쥘 듯이 느껴지네요. 과연 이렇게 연구를 쌓아가면 식신의 본질(本質)에 더욱 가까워지겠어요. 정말 재미있어요. 호호호~!”

“경임(庚壬)에 대해서 이해가 되었다면 이제 신계(辛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까? 어떤 것이 같고 또 무엇이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봐.”

“맞아요. 경임(庚壬)에 빠져서 깜빡 잊었네요. 호호호~!”

“신(辛)을 생각하다가 말고 일이 커졌지 않은가?”

“아, 맞아요. 그랬네요. 그러니까 신(辛)은 도를 밟고서 자기의 뜻을 세우는 식신으로 정리하면 되겠죠?”

“맞아~!”

“그렇다면, 자신의 사적(私的)인 목표를 위해서 궁리하는 것으로 봐도 될까요?”

“어차피 식신은 사적이라네. 다만 결과적으로 본다면, 이익이 있느냐는 것에 관심을 둔다고 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하겠지.”

“아, 맞다! 그렇게 연구해야 하는 것이었네요. 역시 내공이 부족하다 보니까 생각하는 것도 단편적인 것에 머무를 수밖에 없어요. 호호~!”

“차차 좋아질 테니 그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지. 다만 걱정해야 할 것이 있다면 열정이 식는 것이라네. 그러니까 열정만 있다면 오래도록 달궈서 무엇으로라도 변화를 할 수가 있는 쇳물을 만들어 낼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알았어요. 스승님의 격려에 힘을 입어서 또 열정을 불태워야죠.”

“아무렴.”

“그러니까 다시 생각해 보면, 신(辛)이 자신의 결과를 추구하는 방향에서 궁리하는 것은 계(癸)가 되네요. 계의 본질은 상관(傷官)이잖아요? 그렇다면 신(辛)의 본질인 겁재(劫財)가 계(癸)의 상관(傷官)을 본 경우라고 할 수가 있겠는데 여기에서 식신의 작용을 어떻게 대입해야 할까요?”

“궁리하는 과정에서 고정관념(固定觀念)이 장애(障碍)를 일으킨다면 그것조차도 모두 제거하면서 궁리하는 것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와우! 그렇게 해석하는 방법이 있었네요. 정말 스승님의 사유(思惟)는 어디까지인지 가늠을 할 수가 없네요. 감탄했어요.”

“그런가? 실은 별것도 없다네. 생각해 보면 능히 누구라도 이해할 수가 있는 이치일 따름이니까 말이네.”

“알겠어요. 제자에게는 어렵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이치일지라도 스승님께서는 간단하게 찾아서 해결할 수가 있으니 우리 학인들에게는 용신이시네요.”

“그런가? 하하~!”

“계속 여쭙겠어요. 고정관념에 매이지 않고서 궁리를 한다는 것은, 기존의 이론체계가 궁리하는데 장애가 된다면 그것조차도 과감히 쳐낼 수가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죠?”

“당연하지.”

“그러니까 기존의 이론을 바탕에 깔아서 도의 뿌리로 삼고, 다시 그 위에다가 스스로 뜻을 세운다고 이해하면 신(辛)의 글자에 포함된 의미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으로 보여요.”

“재미있지?”

“정말이에요! 참으로 신기하네요. 그러니까 경임(庚壬)은 기존의 이론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의 관점으로 중심을 두고서 연구한다고 하면, 신계(辛癸)는 기존에 전해지는 이치를 받아서 계승(繼承)하고 발전(發展)시킨다는 의미로 보면 되겠죠?”

“잘 이해했구나. 그렇게 보면 되지.”

“스승님의 말씀을 이렇게 풀이하고 보니까 비슷하게 보여서 구분이 명료하지 않았던 것도 뚜렷하게 그 작용을 분류할 수가 있겠어요. 이렇게 하면서 이해를 한 다음에 더욱 깊게 파고 들어가는 것이네요.”

“모든 이치는 그렇게 탐구하는 것이라네.”

“그런데 신계(辛癸)의 상황을 생각해 보니까 고정관념(固定觀念)에서 바라보면 매우 방자(放恣)하다는 비난을 받는 것은 어쩔 수가 없겠네요. 기존의 관념을 바꾼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렇겠죠?”

“당연하지. 그래서 또 반대하는 세력과 부딪치게 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또 연구를 깊이 하는 것이기도 하다네.”

“그야말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생각으로 연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어요. 어떤 면에서는 신계(辛癸)의 궁리가 경임(庚壬)보다도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야 당연하지 않겠나? 이미 출발선(出發線)이 경임(庚壬)과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면 말이네. 먹고 살기 위해서 연구하는 학자와 재미가 있어서 연구하는 학자의 차이라고 본다면 당연히 현실적인 문제와 만나서 싸우고 다투면서 자신을 발전시켜 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신계(辛癸)가 될 것이니 이렇게 해서 음적(陰的)인 성향이 그대로 밖으로 드러나는 과정과도 일치하지 않을까?”

“아, 그렇겠네요. 음은 안에서 밖으로 향하고, 양은 밖에서 안으로 향하는 것으로 본다면 항상 밖의 상황을 바탕에 놓고서 궁리하는 것이 맞네요. 마치 채운이 스승님의 가르침을 바탕에 두고서 제 생각을 다져가는 것과도 같은 이치라고 하겠어요.”

“옳지, 채운이 신(辛)의 이치에 대해서 점점 깊이 들어가는구나. 하하~!”

“그런데, 신(辛)은 기토(己土)인 어머니를 밟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부[丨]와 모[一]를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야 도(十)의 이치와 부합이 되겠는데요?”

“옳지~! 정말 빈틈없이 궁리하는 티가 팍팍 나는군. 잘 생각했네. 이제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살펴내는 것을 보니까 도반들을 위해서도 큰 복을 짓고 있는 것으로 봐야겠어. 하하하~!”

“정말 과찬(過讚)을 넘어서 격찬(激讚)을 해주시니 채운은 더욱 힘이 나네요. 열심히 궁리해서 스승님의 기대에 보답하도록 할게요. 호호호~!”

채운이 진심으로 감동해서 우창에게 공수하고 머리까지 숙였다. 공부하는 제자에게 던지는 덕담 한마디는 더욱 큰 열정을 불태우는 불쏘시개가 되는 것은 틀림이 없다. 우창이 기뻐하는 채운의 말을 들으면서 미소를 짓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던 수경이 말했다.

“스승님께서 채운과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마치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불타(佛陀)와 토론을 제일 잘했다는 제자인 가전연(迦旃延)의 논의(論議)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지경이에요. 이와 같은 풍경을 예전에는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바라보는 인연만으로도 감동합니다. 제자도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여쭙고자 합니다.”

“오, 어서 말씀하시게.”

“신(辛)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 어디에서도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했던 심오한 이야기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어요. 그렇다면 신(辛)은 자신의 삶을 위해서 진리를 공부하게 되는데 이것은 일간(日干)이 신금(辛金)이라도 통용이 되는 뜻일까요?”

“이치는 하나라고 본다면 당연하지 않을까?”

“실은 제자가 신미(辛未)거든요. 그래서 신금(辛金)에 대해서 말씀을 하시는 것에 더욱 가슴에 깊게 느껴지는 바가 있어요.”

그러자 우창이 수경의 사주를 적어 보라고 했다. 수경이 일어나서는 자신의 사주를 대중이 보도록 적어서 앞에 걸었다. 사주는 신축(辛丑) 무술(戊戌) 신미(辛未) 계사(癸巳)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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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의 사주를 보면서 우창이 말했다.

“오, 식신격(食神格)이로군. 멋지네. 하하~!”

“그동안 공부하면서도 수경의 사주가 식신격(食神格)인지 정인격(正印格)인지 아리송했어요.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선생을 만나게 되면 정인격(正印格)이라고도 하는데 그건 월지(月支)에 정인이 투출(透出)되어서 그렇다고도 하는데 이렇게 놓고 보면 말이 되는 것도 같아요. 그런데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월지에 있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용신을 적용해서 식신격이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니, 어쩌면 지금의 이 공부에 딱 어울리는 사주로군. 그것도 인연인가 보네. 하하하~!”

“그런가요? 왜 그런지 제자는 모르겠어요. 설명해 주세요.”

“설명은 무슨 설명을 하나, 기신계(己辛癸)의 3대가 한 줄에 꿰어지고 있으니 말이네. 더구나 무(戊)의 하늘까지 있으니 이보다 적합한 사주도 찾기 어렵지 않겠는가?”

우창의 말에 채운이 손뼉을 치면서 감탄했다.

“와우~! 정말이네요. 수경언니의 사주가 이렇게 재미있게 생겼을 줄은 몰랐잖아요. 무술(戊戌)의 하늘 아래에 미(未)의 땅이 있고, 그 하늘과 땅을 밟고 서 있으니 영락없는 신(辛)이잖아요? 그리고 다시 시간(時干)에 계(癸)가 있으니 식신으로 이보다 더 적합(適合)한 사주도 찾기 어렵겠어요. 호호호~!”

채운의 말을 듣고서 수경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네. 어디 동생이 설명해 줘봐. 스승님과의 대화에 쏙 빠져들고 있었는데 그 주제가 내 사주라면 더 재미있을 것 같네.”

그러자 채운이 웃음기를 거두고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언니의 사주를 보니까 아마도 처음에는 공부가 좋아서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독립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잡다하게 술이나 팔면서 술꾼들의 시중을 드는 것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도저히 자신이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영감이 발동해서 점술(占術)을 배우려고 마음을 먹게 되었네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가 보니까 점차로 그 이치의 심오함에 빠져들어서 스승을 찾아서 배회하기를 10여 년에 우리 스승님을 만나서 비로소 마음의 안주처(安住處)를 찾으신 거네요. 어때요?”

“정말 족집게 도사가 따로 없네. 동생의 실력이 그 정도의 수준인 줄은 몰랐어. 그냥 열심히 공부하면서 유쾌하게 말하기에 깊은 생각도 없는 줄로 알고 있었는데 언제 그러한 깊이의 사유를 했던 거야? 놀라워라!”

“에구, 언니도 참. 무슨 말씀이세요. 여태 스승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을 그대로 덧씌워서 설명한 것뿐이잖아요. 그런데 정말 맞아요? 그렇다면 채운도 신기하기는 매한가지네요. 정말 오행관법이 이렇게도 놀라운 것이었나 싶어요. 스승님 여기에 덧붙여서 설명해 주세요. 너무 재미있어요. 호호호~!”

미소를 짓고 있던 우창이 수경의 사주를 풀이하면서 즐거워하는 채운을 보면서 보충해서 말했다.

“실로 추가를 할 것도 없으니 이것이야말로 상관의 탁월한 응용력이랄밖에. 과연 놀라울 따름이라네. 그리고 수경(水鏡)이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많은 고뇌를 했을지를 짐작해 보니까 참으로 우리가 만난 것도 천우신조(天佑神助)라는 생각이 든다네.”

그러자 채운이 궁금한 것을 말했다.

“스승님께 여쭙고 싶어요. 이렇게 인성(印星)이 많은데도 재성(財星)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장면이 아닌가요?”

“그야 생각을 할 나름이지. 만약에 재성이 있었더라면 우리는 만날 인연이 없었겠지?”

“예? 그건 왜 그렇죠?”

“스스로 알아서 사업을 벌여서 잘 살아가느라고 이렇게 오행의 이치를 찾아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 까닭이 없었을 테니 말이네.”

“와우~! 그렇게 되는 것이었어요? 그렇다면 언니의 사주에서 재성이 없는 것은 우리와 인연을 만드느라고 그랬다는 것이잖아요? 그렇다면 언니에게는 안 되었지만 채운에게는 언니의 무재(無財)가 고마울 따름인걸요. 이렇게 사려(思慮)가 깊은 언니를 만난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늘 했었으니까요. 호호호~!”

채운이 이렇게 말하자 수경이 웃으면서 말했다.

“안 되었긴 뭐가 안 되었어? 난 세상에서 아웅다웅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도무지 정이 붙지 않아서 이렇게 강호를 떠돌고 있는걸. 함께 공부할 채운같이 유쾌한 동생을 만난 것이 행복하기만 한데 여기에 더 보탤 것이 뭐가 있겠나 싶잖아.”

“정말요? 그런데 언니도 기본적으로 호구지책(糊口之策)의 기술은 하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그게 뭐죠?”

“어? 그것도 보여? 실은 실로 자수(刺繡)를 놓아서 팔면 밥을 먹고 수업료를 낼 만큼은 되더라. 그래서 만족하면서 살고 있어.”

“우와~! 그런 기술이 있었구나. 그것도 손기술이니까 식신과 어울려요. 그리고 남들보다 더 수준이 높은 기술을 발휘할 테니까 당연히 누구라도 그것을 보면 갖고 싶겠어요. 정말 멋져요.”

수경이 채운의 말에는 미소로 답하고 우창에게 물었다.

“스승님의 신계(辛癸)에 대한 가르침에 감동했어요. 이제 덤으로 여기에다가 임갑(壬甲)이나 계을(癸乙)에 대한 말씀을 더 한다면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고 해도 되겠어요. 다음 말씀도 부탁드려요.”

“아니, 언니가 채운의 마음속에 들어왔다 가셨어요? 제 마음이 바로 그 마음이거든요. 스승님 또 새로운 가르침을 기다릴게요. 호호호~!”

우창은 수경과 채운의 말을 들으면서 궁리가 부디 헛되지 않고 자신들의 길을 찾아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의 길까지도 환하게 비춰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약간은 책임감이 들기조차 했다.

“그럼 또 다음 이야기를 해 달란 말이로군. 하하하~!”

“어서요~! 그 이야기가 궁금해요. 호호호~!”

우창이 두 여인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지그시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