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 제26장. 음양타령/ 2.음의 끝이 양의 시작

작성일
2020-12-05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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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제26장. 음양타령 


2. 음의 끝이 양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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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은 배움의 열정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느끼면서 흐뭇했다. 자신의 인연으로 해서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즐길 수가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공부의 수준이 서로 다른 두 사람에게 같은 이야기를 전하는데 어렵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일지를 생각했다. 춘매는 상식이 풍부하고 염재는 지식이 풍부하니까, 이것도 음양의 이야기로 삼을 수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자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면서 말을 꺼냈다.

“음양이 균형(均衡)을 이룬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자 염재가 답했다.

“음양이 균형을 이룬다면 아마도 중심(中心)에 머무르게 되지 싶습니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모습이라고 하겠습니다.”

우창은 다시 춘매에게 물었다.

“누이의 생각은 어때?”

춘매도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 예전에 줄타기하는 광대를 본 적이 있었는데, 외줄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잘도 걸어가더라고, 물론 걸어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뛰기도 하고, 털썩 주저앉기도 하는데 보는 사람이 조마조마했지, 그런데 정작 그 사람은 마치 평지에서 놀 듯이 하는 것이 생각나네. 이것이 염재가 말한 대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것’이라고 보면 어떨까 싶어.”

춘매의 말에 염재가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역시, 사저님의 설명은 현실의 경험에서 가져온 답이네요. 생동감이 넘쳐흘러서 누가 들어도 모두 알아들을 수가 있습니다. 이것이 아마도 삶에서 배어 나오는 연륜(年輪)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자 우창이 미소를 머금고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맞았네. 두 사람이 모두 정답을 내어놨네. 실로 음양이 아름다운 것은 바로 균형으로 향하려는 마음에 있다고 하겠지. 그런데 말이네.”

춘매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우창이 종이에 그림을 하나 그렸다.

272 음양균형

옆에서 우창이 그리는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던 춘매가 손뼉을 쳤다.

“와우~! 이게 뭐야? 호호호~!”

“어때? 그럴싸한가? 누이가 말을 한 것을 이렇게 나타내 본 거야.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하는 것은 음양이고, 광대가 좌우로 흔드는 것은 균형이라고 하는 것을 이해하기 쉽게 해 본 것이야.”

“멋져~! 공부를 잘하면 그림도 잘 그리는 거야?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생각 속에 들어있는 것이 그림으로 옮겨 지지가 않아. 왜 그럴까?”

“뭐든 자꾸 하면 나아지는 법이니까 앞으로도 자꾸 해봐. 하하하~!”

“그래도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닌 것 같기는 해. 호호호~!”

“자, 상상(想像)을 해 보자고. 음이 있다고 할 때. 이 음이 균형을 이루려면 가만히 있어야 할까? 아니면 음 쪽으로 어느 정도 치우친 다음에서야 균형점으로 되돌아서 오게 될까?”

“제자의 생각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균형이 아니라 고정(固定)이라고 해야 하지 싶습니다. 그렇다면 균형이란 어느 정도의 범위가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음이 양의 방향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당연히 음으로 치우치는 영역이 있어야만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가? 언제나 그렇겠다고 보면 될까?”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그렇지 않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안 그럴 수도 있는 것인지 갑자기 궁금합니다.”

“관청에서 백성을 위해 일을 하는 관리는 청관(淸官)도 있고, 탐관(貪官)이 있나?”

“당연히 청관도 있지만, 탐관이 더 많이 있습니다. 있어도 너무 많이 있어서 문제입니다. 틈만 나면 자신의 지위(地位)를 탐하고, 백성의 재물을 탐해서 멈출 줄을 모르는 탐관오리(貪官汚吏)가 항상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알 바 없고, 만약 이것을 음양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는가?”

“아, 음양의 가르침을 위해서 하신 말씀이셨군요. 물론 가능하겠습니다. 상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청관과 탐관은 짝이 될 수가 있겠습니다.”

우창이 이번에는 춘매에게 물었다.

“누이가 생각할 적에 청관과 탐관을 음양으로 나눈다면 어떻게 할까?”

“청관은 목민(牧民)을 힘쓰니까 무엇이든 나눠주려고 애를 쓸 것이고, 탐관은 백성의 고혈(膏血)을 짜내어서 자신의 배를 기름지게 하는 것에 힘쓰니까 긁어 들이려고 애를 쓰는 것이잖아? 그러니까 발산(發散)하는 기운은 양이 되므로 청관은 양이라고 할 수가 있겠고, 흡수(吸收)하는 기운은 음이 되므로 탐관은 음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누이가 말한 대로 청관과 탐관은 그 행실에서 구분이 되는 거야. 물론 그 중간에 적당히 백성을 위하면서 또 자신의 주머니도 채우는 사람이 있겠지? 이런 사람은 어떨까?”

“그야 균형을 이뤘다고 해야 하겠지...? 근데 왜 찝찝하지? 어떻게 된 거야? 관리(官吏)는 균형을 이뤄서는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은 뭘까?”

“참 재미있지? 항상 음양의 균형이 아름답다고 했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아 보이는 것도 있잖아? 그래서 신기한 것이 또한 음양의 이치야.”

“와우~! 정말 생각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네. 균형만 알면 음양 공부는 다 된 것으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이건 무슨 이치야?”

“날씨로 볼까? 맑은 날씨는 양인가?”

“당연하잖아? 그건 삼척동자도 알겠네. 호호호~!”

“그렇다면 음에 해당하는 날씨는?”

“그야 비바람이 부는 날이겠네. 그런 것만 묻는다면 참 쉽지.”

“오호~! 누이가 신났구나. 좋아. 그렇다면 균형은 뭘까?”

“맞아. 균형을 알아야지. 강한 태양이 비추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비바람이 쏟아지는 것도 아니라면.... 흐린 날이네? 음.... 이상하네. 호호호~!”

“그래서 양은 양다워야 하는 것이 있고, 음은 음다워야 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비로소 음양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를 했다고 하겠잖아? 하하하~!”

“그렇네. 난 또 균형만 생각했잖아. 정말 공부는 어려워~!”

“그것은 균형을 먼저 배웠기 때문이야. 균형을 알기 전에 양과 음을 공부하는 것이 순서인데, 염재가 질문을 그렇게 하는 바람에 바로 균형을 말하게 된 것이니까 이제부터 음과 양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봐야지. 하하~!”

“음양은 청관과 탐관으로 이해하면 되겠네. 그보다 더 좋은 자료도 없겠는데 어서 이야기해 줘봐.”

춘매가 이야기의 방향을 잡자 우창이 두 사람에게 다시 물었다.

“청관(淸官)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그야 당연히 관리는 그래야 하는 거니까 존재하는 것이지 무슨 이유가 또 따로 있어야 해?”

우창은 춘매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염재를 바라보고 물었다.

“염재는 어떻게 생각되나?”

염재가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

“청관이 존재하는 이유는 탐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모든 관리가 다 청관이라면 당연한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따로 청관이라는 말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제서야 우창이 정리하면서 설명했다.

“맞는 말이네. 그래서 음양은 불가분리(不可分離)라고 하는 것이지.”

춘매가 그 말을 듣고서 자신의 이마를 치면서 말했다.

“아이고~! 이 멍청이 좀 봐, 오빠가 내내 그렇게 설명해 줬는데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또 엉뚱한 소리를 했잖아. 역시 머리가 나쁘면 스승이 고생이라니까. 호호호~!”

“그래서 공부는 반복학습(反覆學習)이라고 하는 거야. 새의 새끼가 어미의 둥지를 떠나기 위해서는 무수한 날갯짓을 하다가 비로소 공기를 가르고 허공으로 날아오를 수가 있는 것과 같은 이치야.”

“오빠가 그렇게 말을 해 주니까 조금은 위로가 되네. 호호~! 그러니까 탐관이 있어서 청관이 된다면, 청관이 있어서 탐관이 되는 것도 같은 말이지?”

“아니~!”

“어? 아니라고? 왜? 그냥 뒤집어 놓으면 되는 것이 아니었어? 다른 것은 그렇게 하면 답이 되었는데 왜 그건 안 되는 거지?”

“그건 이치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원래부터 탐관이 있었을까? 아니면 원래는 청관만 있었을까?”

“음... 아무래도 원래는 청관이 있었겠지. 글공부를 한 대로 귀한 지식을 배워서 백성이 행복하게 살도록 돌봐야 하니까 말이야.”

“맞아, 바로 그러한 이유가 있었던 거야.”

“와~! 음양공부가 생각보다 어렵구나. 간단치가 않네.”

“그래서 음선양후(陰先陽後)도 있고, 양선음후(陽先陰後)도 있는 거야. 반드시 음이 먼저라고 고집하는 것도 짧은 판단이지.”

“아, 그렇구나. 정말 처음에는 이것 아니면 저것이겠지 했는데 이야기를 들으면 그럴수록 조심조심 살얼음판이 되어가는 느낌이야.”

“누이의 공부가 그만큼 깊어가고 있다는 의미인 거야. 그래서 진정으로 지혜로운 사람이 말하는 것은 듣는 사람에게는 명백(明白)하지 않은 것처럼 들리고, 오히려 명료하지 않아서 어중간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한 거야. 하하하~!”

“맞아~! 그런 것을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흑백(黑白)이 분명하고 선명하게 말하는 사람이 잘 아는 것이라고만 생각하네. 나도 실은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비로소 명백한 것만이 올바른 답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으니 역시 공부하지 않으면 쥐어줘도 모르는 것이 맞아. 호호호~!”

춘매가 스스로 대견한 듯이 말하면서 웃는 것을 보는 우창은 흐뭇했다. 이렇게 공부의 맛을 알아가는 것으로 봐서 결국은 학자가 될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맞아. 그렇게 하면서 점점 깊어지는 거니까 매우 정상이지. 하하~!”

“그러니까 관리는 청(淸)으로 치우쳐야 하는데, 그것이 잘못되어서 탁(濁)이 끼어들면 비로소 청의 존재가 드러나게 되어서 비교를 하는 것이란 말이지?”

“청으로 치우친다는 말이 좀 어색하긴 하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는 알겠네. 하하하~!”

“그래? 실은 적당한 말이 안 떠올라서. 호호호~!”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은 염재가 말을 꺼냈다.

“스승님의 말씀으로 인해서 음양의 이치가 점점 밝아지는 느낌입니다. 음에서 양이 나왔다는 말은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지 모든 것이 다 그렇다고 볼 필요는 없다는 것으로 정리하면 되겠습니까?”

“물론이네. 밤과 낮이나 낮과 밤처럼 아무래도 상관이 없는 것도 있으나, 청탁(淸濁)처럼 선후가 분명하게 있는 것은 그대로 따라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네. 염재는 그것을 잘 살피고 있네.”

“스승님께서 이렇게만 지도를 해주신다면 잘못 깨닫게 될 까닭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가르침을 주시는 스승에게도 청탁이 있을까요?”

그 말에 춘매가 큰 소리로 웃고는 말했다.

“와우~! 염재로 인해서 스승에도 청탁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니 정말 염재가 내 보물이네. 호호호~!”

“아, 사저님께서 느끼신 바가 있으셨나 봅니다. 스승님의 설명을 듣기 전에 그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습니다.”

염재가 정색을 하고 춘매에게 말을 해달라고 청하자 춘매도 신명이 나서 말했다.

“염재가 내 이야기를 듣고싶어하니까 신나네. 변변한 이야기가 될지는 모르지만 내가 겪었던 것이니까 들어봐 줘. 옛날에 만났던 스승이라고 하기도 아까운 남자들이 몇 명 있었잖아. 지금 생각해 보니까 염재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확연히 알 것 같아서 한 말이야. 호호호~!”

“그러니까 사저님의 말씀으로는 그들은 탁한 스승이었다는 의미이지요? 어디 그러한 스승이 한둘이겠습니까? 도처(到處)에 스승을 가장한 사기꾼이나 함량(含量)이 부족한 채로 스스로 스승이라고 칭하는 자가 수두룩하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염재의 말을 듣고서 춘매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미가 제대로 전달된 것이 기뻤다. 물론 우창에 대한 존경심이 그 바닥에 깔려있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 그러한 말을 해봐야 자신의 속내만 드러나게 될 것 같아서 꾹 눌러 참았다. 우창이 염재에게 물었다.

“염재와 같이 탐관을 생각해 볼까? 탐관의 상대로 청관을 대입해서 이해한 것은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이 되네. 이번에는 탐관의 상대에 백성을 놓아보면 어떨까?”

“예? 그렇게도 짝이 될 수가 있습니까?”

“일단 만들어 보는 것이라네. 말이 되지 않으면 또다시 판을 짜면 되니까 말이지. 무엇이든 시도(試圖)를 해 보는 것이 학문이잖은가. 그리고 그러한 권한이나 자유는 학자에게 있는 것이니까 말이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탐관과 백성으로 관계를 설정해 보겠습니다. 탐관은 단지 재물만 탐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도 탐합니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탐욕은 더욱 하늘을 찌르게 되고, 그만큼 백성은 고통을 당할 것으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잘 말했네. 탐관의 별명이 무엇인지 아는가?”

“별명도 있었습니까? 모르겠습니다.”

“탐관의 별명이 바로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잖은가.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물론 알고 있는 말입니다. 그냥 호랑이도 무섭겠는데 하물며 호랑이보다도 가혹(苛酷)한 정치(政治)가 더 무섭다니 모골이 송연(悚然)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나? 탐관 옆에는 청관이 있을까?”

“불가능합니다. 자신의 탐욕에 찬물을 붓고 있을 청관은 옆에 둘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탐욕이 가득한 자들이 서로 부르고 답하면서 모여들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자, 이제 음양의 이치로 살펴보세. 탐관의 악행은 끝이 있을까?”

“스승님의 말씀으로 봐서는 당연히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되돌아온다고 하셨습니다. 그 어느 지점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끝이 있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아닐세. 실로 탐욕에는 끝이 없다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음.... 그렇다면 결국은 탐욕의 구렁텅이에 떨어지는 것입니까?”

“옳지~! 염재가 무슨 뜻인지를 이해했나 보군.”

“무엇이든 자연은 한쪽방향으로 가다가 되돌아오게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 안타깝게도 탐욕은 돌아오는 이치가 없는 것이지.”

“정말이지 스승님의 가르침은 한 치도 어긋남이 없습니다. 모든 것이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음양의 도리(道理)에서 예외(例外)라고 해야 하겠습니까?”

“그렇다네. 세상의 이치는 또 정례(定例)가 있으면 예외도 있는 것도 알아야 올바른 관찰이라고 할 것이네.”

춘매는 점점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고서는 무슨 말인지 길을 잃어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에 잡념을 버리고 더욱 집중해야만 겨우 알아들을 수가 있었는데, 문득 예전에 들었던 음양과 서로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나 싶어서 한마디 했다.

“오늘 말하는 오빠의 음양 공부가 내게 가르쳐 줄 때랑은 사뭇 다르네. 자칫하면 음양의 미로에서 길을 잃게 될 것만 같단 말이야.”

춘매의 말을 듣고서야 우창은 염재와 이야기에 빠져들어 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옆에서 말은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뜻이 가물가물했을 춘매를 생각하니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 누이가 알아듣기에 좀 어려웠나 보네? 하하하~!”

“아냐, 내가 답답해서 그러지.”

우창은 다시 춘매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설명했다.

“탐욕스러운 관리들이 백성의 고혈을 짜내어서 자신들의 배를 기름으로 채울 적에 백성들이 처음에는 참고 또 참을 것이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하겠는가? 어디 누이가 답해 볼까?”

“호호~! 오빠가 나도 끼워주는 거야? 고마워. 참다가 도저히 못 견딜 때까지 가면 관리를 죽이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대로 살다가 죽느니 차라리 관리를 없애면 어떻게 되더라도 이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겠는데? 나라면 그럴 것 같아.”

“맞아, 누이의 마음이 백성의 마음인 거야. 그러니까 자동(自動)으로 되돌아오지 못하면 강제로 되돌아오는 이치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지. 이것은 탐관이 생김으로 청관이라는 의미가 생겨나듯이, 탐관의 끝에서 백성이 호미나 괭이를 들고 관아로 쳐들어가는 순간이 되기도 하는 이치인 거야.”

“와우~! 그럼 백성이 반란을 일으키는 것이 음양의 이치였던 거야? 놀랍네. 그동안 음양을 생각했던 것이 확연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맞아, 누이가 제대로 이해를 했구나. 그러니까 탐관은 어떻게 했어야만 할까?”

“그야 말해서 뭘 해. 관리는 관리답게 자신의 봉록(俸祿)에 만족하고 백성을 위해서 헌신(獻身)을 해야 하는 거지.”

“그렇긴 한데. 하하하~!”

“왜? 그래야 하는 건데 뭐가 또 필요해?”

“세상에 완전하게 자연의 이치를 깨달은 인간이 얼마나 될까?”

“그야 극소수이겠네. 아, 그러니까 내가 희망하는 것을 말했던 것이구나. 누구나 어느 정도의 탐욕이 있다는 것을 잊었네. 그게 사람이란 말이지?”

“물론이야.”

“아, 그러니까 탐욕도 적당히 하라는 말인가?”

“하하하~! 이제 누이가 무슨 뜻인지 감을 잡았구나. 바로 그거야.”

“백성도 어느 정도까지는 참아 준다는 말이지? 그런데 그 도가 지나치게 되면 반발을 한다는 말이구나. 그런데 적당히 하는 것도 균형이잖아?”

“맞아, 균형은 저절로 되는 자연의 균형이 있고, 억지로 되는 인간의 균형이 있는 거야.”

그러자 염재가 가만히 듣고 있다가 말했다.

“스승님의 말씀으로는 탐욕도 어느 정도까지는 가다가 한계를 알고서 되돌아온다면 그 정도에서는 용납이 된다는 의미입니까?”

“그렇다네. 그것을 ‘허용(許容)의 범위(範圍)’라고 한다네. 보통의 상식이라고 한다면, 자기 논에 물을 대느라고 다른 사람의 논으로 들어가는 물을 막았다면, 그 문제로 소송이라도 할라치면, 탐관이 자기 논에 물을 넣은 사람이 한 냥의 뇌물을 찔러주는 것을 받아서 삼키고는 판결을 내리면서 ‘피해를 본 사람의 논에 물을 하루 더 대기를 명하노라.’라고 하겠지. 그 정도는 서로 이해하고 봐줄 수가 있다는 이야기야. 그런데 탐욕이 그 정도에서 멈춘다면 괜찮겠지. 그러다가 점점 대담하게 되면서 돈독이 오르게 되지. 그리고 이것은 스스로 통제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밭에 잡초가 자라듯이 무성해지는 것이고, 나중에는 본분(本分)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리게 되지. 이것은 자연의 현상이 아니고 탐욕의 현상이겠지.”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관리들이야말로 음양의 이치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를 해야 하겠습니다. 청관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오직 지독한 탐관이 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백성에게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테니까요.”

“그 일은 염재가 해야 할 것이네. 관리(官吏)를 관리(管理)하는 것은 관리가 해야 할 것이니까 말이네. 부디 지혜로운 관리가 되어 주게나. 하하하~!”

그러자 춘매가 또 거들었다.

“아니, 청백리(淸白吏)가 되라고 해야지 지혜로운 관리가 되라는 것은 또 뭐야?”

“그야... 아, 염재가 그 의미에 대해서 말해 볼텐가?”

우창이 염재를 보면서 말하자 염재도 잠시 생각을 하고는 답했다.

“스승님의 깊은 뜻을 헤아려 생각해 보았습니다. 청관이 되면 탐관의 모략으로 능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제거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적당히 탐관도 다스리면서 지혜롭게 풀어가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를 했습니다만....”

염재가 말하면서 우창을 바라봤다. 자신이 이해한 것이 맞는지를 확인받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우창이 말을 하기 전에 춘매가 먼저 말했다.

“아항~! 그런 뜻이었어? 난 전혀 몰랐어. 그래서 ‘맑은 물에는 고기가 안 산다.’고 한 거였나 보네. 그런가?”

“누이가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구나. 그리고 또 하나 얹어놓을까? ‘맑은 물에는 고기가 안 살지만,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못 산다.’고 하면 어떨까?”

“어? 너무 맑은 물은 뭐야? 맑은 물에 고기가 못 사는 것은 또 왜 그런지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 그 이유를 좀 설명해 줘봐.”

“사실 고기는 맑은 물에도 살고, 탁한 물에도 살아. 그러니까 이러한 속담은 고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을 고기에 빗대서 한 말이지. 그러니까 고기라고 해서 물고기를 생각하면 안 되는 거야. 하하하~!”

“그렇구나. 그럼 인간을 빗대서 한 말의 뜻이 뭐야? 물이 맑다는 것은 좋은 거잖아? 그런데 왜 고기가 안 살까, 그러니까 사람이 안 모인다는 말이라는 거지? 그래도 이해가 안 되네.”

“그건 누이의 심성이 맑아서 그래. 맑은 사람은 자기가 맑은지조차도 모르고 사니까. 하하하~!”

“쳇, 그래서 지금 말귀도 못 알아듣고 있잖아. 이건 맑은 것이 아니라 멍청한 것이잖아?”

“그런가? 하긴, 멍청할 수도 있어. 하하하~!”

우창이 그렇게 한바탕 웃고서 말했다.

“콩고물~!”

“콩고물? 콩고물이라도 떨어져야 주워 먹을 것이 있다는 말이야?”

“옳지~!”

“그런데 콩고물이 왜 거기서 나와?”

춘매의 말에 우창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지혜로운 관리는 자신의 휘하에 있는 부하가 약간의 콩고물을 받아먹고 즐기는 것은 눈을 감아 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야. 그런 것조차 미주알고주알 까발리면 사람들이 붙어나질 못하지. 누구나 그 자리에 가기를 꺼릴 테니까 결국은 혼자서 다 해결해야 할 테니 얼마나 고단하겠어? 그래서 상전(上典)이 지나치게 맑으면 아랫사람이 견딜 수가 없어서 모두 떠나거나 떠날 수가 없으면 없앨 궁리를 하겠지.”

“와우~! 무섭네~! 정말 관리는 힘들구나.”

“누이나 내가 관리를 하지 않은 것은 참으로 다행이지? 하하하~!”

“진심~! 호호호~!”

두 사람이 이렇게 웃으면서 말하자 염재는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 모습이 또 재미있어서 두 사람은 다시 웃었다.

“하하~!”

“호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