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 제26장. 음양타령/ 1.춘매의 버거운 상대

작성일
2020-12-0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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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 제26장. 음양타령 


1. 춘매의 버거운 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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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의 뜻에 따라서 춘매가 난생 처음으로 선생이 되어서 염재와 마주 보고 앉았다.

처음에는 뭔가 이야기를 할 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되었는데, 막상 무엇인가를 가르친다고 생각하니까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린 것 같아서 순간 당황스러웠다. 염재는 그것도 모르고 뭔가 멋진 이야기를 해주려고 깊은 생각에 잠긴 줄만 알고 기대심이 가득했다. 무슨 말을 해줘야 하는데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자 춘매는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자 오히려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지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자, 이제부터 음양 공부를 해 볼까? 먼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봐.”

말을 시작하면서 묻는 것은 우창에게서 배웠다. 마땅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공을 슬쩍 넘겨주는 방법이다. 그러면 또 이야기가 술술 풀리곤 한다고 언젠가 말해 줬던 것이 떠올랐다. 그러자 염재가 물었다.

“그럼 생각나는 대로 사저님께 여쭙겠습니다. 음(陰)자와 양(陽)자에 대해서 먼저 설명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래. 음양의 글자를 알고 싶단 말이지? 그것을 설명해 달란 말이지?”

“예, 우선 글자가 왜 그렇게 생겼는지부터 알면 이해를 하는데 훨씬 쉬울 것으로 생각이 되어서입니다.”

“아, 그러니까 음(陰)자가 그렇게 생긴 것은 말이야.....”

춘매는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여기에서 비로소 급하게 진행한 춘매의 공부 방법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우창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진행하다가 문제점이 나타나면 그 지점에서 차근차근 채워가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서 우선 춘매가 스스로 무엇을 잘 모르고 있는지를 알게 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공간을 채워주려고 나타난 사람이 염재라는 것으로 봐도 좋지 싶었다.

이러한 내막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한 춘매는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나름대로 공부가 좀 되었다고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염재를 앞에 놓고서 당연히 기본적인 말은 할 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막상 질문을 받고서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뭔가 한마디는 해야 체면이 서겠는데 급히 먹은 밥에 체한 듯이 어떻게 음양을 공부했는지 전혀 떠오르는 것이 없었지만 우창이 항상 글자를 분석할 적에는 우선 붙어있는 글자들을 나눠놓고 설명하는 것은 종종 봤다. 그렇게 생각하자 글자를 나눠서 생각해 보면 뭔가 보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 까짓거 한번 해 보자’는 배짱이 생겼다. 그래서 우선 글자를 쓰고서 글자별로 나눠봤다. 본 것이라고는 우창이 하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여기가지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경면주사(鏡面朱砂)의 갠 물을 찍어서 경계를 그었을 뿐이다.

271-1 음자분석

“당연히 음(陰)에는 글자가 셋이 모여서 이뤄진 것을 알겠지?”

“아, 그렇습니다. 그냥 한 글자로만 봤지 이것을 나눠서 생각해 볼 줄은 몰랐습니다. 역시 사저(師姐)님의 분석은 대단하십니다.”

염재가 감탄한다는 듯이 과장된 칭찬을 듣자니 춘매는 속이 오글거렸으나 그래도 시치미를 뚝 떼고는 내용을 살펴보려고 생각을 더듬어 봤다. 그러다가 문자는 당연히 염재가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므로 묻는 것이 오히려 더 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법을 바꿨다.

“그야 내가 설명할 것이 뭐가 있어. 어디 염재가 생각이 나는 대로 풀이를 해 봐. 우선 부(阝)의 뜻은 어떻게 되지?”

실로 춘매도 이 부수(部首)의 뜻도 이름도 몰랐다. 그래서 난감했던 것이기도 하다. 염재가 말을 하기를 기다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언덕부(阜)입니다. 곡부의 부를 나타내는 글자의 부수(部首)니까요. 언덕이라고 해석하면 되겠지요?”

“그래 잘했어. 다음에는 금(今)이잖아? 이것은 조금 전에 오빠가 설명해 줬으니 다시 풀이하지 않아도 되겠지?”

“맞습니다. 서로 뭔가를 이야기하여 합의를 보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다만 지금은 다른 글자들과 같이 있으므로 따로 분석하지 않아도 되지 싶습니다. 그냥 ‘지금’이나 ‘이제’라고 봐도 되지 않겠습니까?”

“잘 해석했어. 내가 봐도 그렇게 보는 것이 타당하겠네. 다음은....”

“다음은 운(云)인데, 이것은 구름운(雲)과도 통하는 글자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을 모두 연결하면, ‘지금 언덕 위에 구름이 있다’고 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 글자가 그늘 음(陰)이 되는 것이네요. 맞습니까?”

“어.... 응. 맞아. 그늘이 지는 것은 구름때문이니 말이야.”

춘매는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날이 더 더워진 것도 같았다. 그래서 냉수를 마시고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번에는 양(陽)자를 설명해야 한다. 에구 또 어쩐담....

“이번에는 양(陽)자를 보겠습니다. 사저님께서 하신 대로 써놓고 나눠보겠습니다. 그러면 되겠지요?”

“물론이야. 어디 해 봐.”

그러자 염재가 종이에 글자를 쓰고서 춘매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271-2 양자분석

“사저님, 양(陽)자는 네 개의 글자로 되었습니다.”

“그렇네. 맞아. 어디 설명을 해 봐.”

“언덕부(阝)는 같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다음에 일(日)은 태양이 분명하지 싶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의 일(一)은 무슨 뜻일까요?”

춘매는 하마터면 ‘그러게, 그게 왜 거기 있지?’라고 할 뻔했다. 갑자기 우창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뭐든 물으면 척척 말해주는 우창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래도 뭔가 말은 해야 하겠기에 얼버무렸다.

“아래에 있는 것도 봐. 원래 잘 풀리지 않으면 그것은 가만히 두고서 다른 것을 보면 또 문제가 순식간에 풀리기도 하더라고.”

“아, 맞습니다. 정면으로 공격하다가 잘 풀리지 않으면 측면을 공격하면 오히려 앞이 열리는 것이 있다고 병법(兵法)에도 나와 있습니다. 아래에 있는 것은 물(勿)이 됩니다. 하지 말라는 뜻이네요. 이건 정말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저님께서는 어떻게 보이십니까?”

“그건 말이야, ‘언덕[阜]에 태양[日]이 솟아 있으니 가리지[一] 말라[勿]’는 뜻이네. 왜일까?”

“아, 그러니까 일(一)은 가리는 것으로 보셨다는 말씀이지요? 그럴싸합니다. 태양을 가리면 안 되잖습니까? 태양을 받아야 만물이 소생하는데 그것을 가리면 절대로 안 될 일이지요. 이해가 됩니다.”

춘매는 숨이 막혔다. 벌떡 일어서면서 말했다.

“가자~!”

“예? 어딜요?”

“오빠에게.”

“예? 지금 공부를 하다가 말고 갑자기 스승님께는 왜 가자고 하시는지요?”

“실은 염재의 물음을 듣고서 등에 식은땀이 흘렀단 말이야. 더는 못하겠어. 오빠에게 가서 속 시원하게 물어봐야지 원, 나도 답답해서 미치겠다니까. 호호호~!”

“아, 죄송합니다. 제가 원래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는지라 괜히 사저님을 괴롭혀 드렸습니다.”

“아냐, 나도 내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오히려 고마워해야지. 다만 제대로 알고 시작해도 늦을 것은 없으니까 가는 길에 시원한 수정과(水正果)나 들고 갈까?”

“예, 저야 좋습니다. 가시지요.”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다시 우창에게로 갔다. 우창은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가 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반겼다.

“어? 그사이 공부를 다 하셨나? 어서 와. 하하하~!”

“오빠는 나만 보면 좋지?”

“아무렴 좋고말고. 하하~!”

“난 오빠를 못 봐서 눈이 짓물렀단 말이야.”

“어?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건너간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2각(角:30분)도 되지 않았지 싶은데. 하하하~!”

“말도 말아. 여하튼 그건 그렇고. 이 두 글자를 좀 풀이해 줘. 공부하다가 갑자기 막혔단 말이야. 엉엉~!”

그렇게 말하면서 춘매는 우는 시늉을 했다. 대략 정황을 파악한 우창이 미소를 지었다. 보나 마나 염재가 춘매를 당황하게 만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묻지 않고 모르는체하고서 설명을 했다.

“때로는 글자를 생긴 대로 풀이하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직관적으로 풀이하기도 한다네. 반드시 글자의 형태만을 집착해서 풀이하게 되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가 되어서 나중에는 아무것도 모르게 되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하거든. 하하하~!”

그러면서 가로획을 하나 그었다.

271-3 한일분석

“염재, 이것은 무엇인가?”

“예, 스승님, 한일(一)입니다.”

“또~!”

“하나를 의미합니다.”

“또~!”

“예? 또 다른 뜻은 모르겠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음(陰)!”

“예? 음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음(一)이지. 알겠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음이 하나가 있으니 일음(一陰)이지 않은가? 아직도 모르겠는가?”

“음.... 한일이 음이라니.... 음이 처음이라서 한일입니까?”

“이런~! 그럼 양은 두 번째로 나오니 두이(二)가 되겠나? 하하하~!”

“아, 제자가 참 우둔하기는 합니다. 그렇다면 양은 무엇입니까?”

그러자 우창이 다시 세로획을 그었다.

271-4 뚫을곤자분석

“이것은 무엇인가?”

“글자는 뚫을곤(丨)인데, 스승님의 말씀으로 미뤄서 짐작하기로는 양(陽)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맞습니까?”

“맞았네. 이건 양이네. 그렇다면 다시 묻겠네. 왜 음(一)과 양(丨)이 이렇게 생겼는가?”

“그것은 모르겠습니다.”

염재가 대답하지 못하자 이번에는 춘매에게 물었다. 물론 그 의도에서는 기가 죽은 춘매의 기를 좀 살려주고자 하는 마음도 포함되어 있었다. 활발하던 춘매가 의기소침(意氣銷沈)하게 앉아있는 것도 측은했기 때문이었다. 우창이 춘매에게 묻자 비로소 춘매가 자신감이 가득 차서는 답을 했다.

“그야, 간단하잖아. 여자는 집 안에 있는 존재이고, 남자는 밖에서 활동하는 존재이니까 그렇지.”

“어? 무슨 뜻인지 다시 설명해 봐.”

“남자는 늘 돌아다니면서 생업을 해서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노력하고, 여자는 집안에서 아이를 키우니까 말이야. 호호~!”

그러자 염재가 그 말을 받아서 거들었다.

“아하~!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양(陽)은 곤(丨)이 되고, 음(陰)은 일(一)이 된다는 의미로 이해를 해도 되겠습니다.”

그러자 우창이 말을 이었다.

“그렇다네. 꼭 글자로 보지 않고 선(線)으로 봐도 그와 같다네. 태양은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가? 그런데 땅은 항상 가로로 길게 누워있는 지평선(地平線)을 떠올려도 좋다네.”

“아, 그렇구나. 역시 오빠는 뭐든 자연에 빗대서 쉽게 말하네. 호호호~!”

“아무렇거나 제대로 이해만 하면 되는 것이니까. 하하하~!”

염재도 무엇인가 명료해 지는 느낌이 들어서 말했다.

“스승님의 가르침으로 인해서 음양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확연히 깨달았습니다. 그러니까 문자는 필요할 때에 보는 것이고, 아무 때나 되는대로 봐서 답을 구할 것은 아니라는 것도 겸해서 깨달았습니다. 괜히 사소한 것에 집착한 탓에 사저님만 괴롭힌 것이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러자 춘매가 웃으며 답했다.

“원, 별말씀을. 나도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깨달았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앞으로도 무엇이든 거침없이 물어줘. 내가 답을 할 수가 있으면 하고, 안 되면 오빠에게 달려오면 되니까 말이지. 호호호~!”

“잘 알겠습니다. 넓게 이해하고 동생처럼 받아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럼 언제라도 궁금한 것은 여쭙겠습니다.”

“당연하잖아, 나도 배우는데 나보다 못한 사람이 있으면 이끌어 주는 것이고, 같은 사람이면 동행하면서 배우는 것이라는 정도는 나도 알아.”

염재가 우창에게 시선을 돌려서 물었다.

“스승님께서는 음과 양이 서로 만나는 것으로 변화(變化)가 생긴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음과 양은 항상 같이 놓고서 생각하는 것이 옳다는 말씀이시지요? 따로 나눠서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물론이네. 잘 이해했네. 언제라도 어떤 상황이라도 음양은 항상 같이 놓여져 있어야만 음양인 것이네. 만약에 따로 떼어놓고서 음양을 논할 수가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음양이 아니네. 마치 남녀(男女)가 함께 정을 나누면 자식이 태어나겠지만 따로따로 떨어져 있어서는 환과고독(鰥寡孤獨)이 될 따름이잖은가? 아, 물론 따로 떨어져 있어야만 하는 이치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지. 하하~!”

우창의 말에 춘매가 다시 물었다.

“오빠, 환과고독은 무슨 뜻이야?”

“아, 그건 홀아비와 과부가 되어서 홀로 살아가는 것이 고독하다는 말이야.”

“아하~! 그렇구나. 음양은 좋은 것이지만 음과 양은 아니란 말이지?”

“오호~! 누이도 잘 이해했구나. 하하~!”

“그렇다면 홀아비의 사정은 과부가 잘 안다는 말도 같은 거야?”

“물론이지.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갈 방법도 있을까?”

“그야 서로 재혼(再婚)을 하면 되는 거잖아? 그렇게 간단한 일을 묻는단 말이야? 호호호~!”

그러자 우창이 다시 종이에 글자를 썼다.

271-5 열십

우창이 쓴 글자를 본 춘매가 말했다.

“아니, 이건 열 십(十)이잖아?”

“맞아. 이게 무슨 뜻일까?”

“숫자로는 열 개가 되는 줄은 알겠지만 다른 뜻도 있나?”

춘매가 생각을 하느라고 머뭇거리자 염재가 끼어들었다.

“스승님, 제자의 좁은 생각으로는 과부와 홀아비가 만나서 도를 이룬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어떨까 싶습니다만....”

그러자 춘매가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아~! 맞아, 정말 오묘하구나.”

춘매의 말에 우창이 말했다.

“이제 누이도 글자를 뜯어먹는 맛을 들여가고 있구나. 하하~!”

“정말 오빠와 이야기를 나누면 머릿속이 여름날 옥수숫대처럼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같단 말이야. 호호~!”

“그래? 다행이구나. 그렇다면 열십의 ‘열’은 무슨 뜻일까?”

“어? 그건 열 개라는 뜻이잖아? 다른 뜻도 있어?”

“당연하지. ‘열린다’, ‘연다’, ‘완전하다’는 정도는 알아야지. 하하~!”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 설명해 줘봐.”

“응, 열린다는 것은 나무에 과일이 열린다는 뜻이고, 그것은 결실을 의미하는 거야. 과일 나무를 심은 뜻이 무엇이겠어?”

“그야 과일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잖아? 맞네 맞아~!”

“또, 여는 것은 닫힌 것을 연다는 것이야. 말하자면 ‘마음의 문을 연다’고도 하는 것과 같은 말이지. 홀아비와 과부가 정분(情分)이 나면 서로의 닫혔던 마음을 여는 것도 같은 말이지.”

“어머나~ 그런 뜻도 있는 줄은 몰랐네. 또 완전하다는 것은 뭐야?”

“구(九)는 완전해지는데 아직은 뭔가 붙어있다는 의미인데, 십(十)이 됨으로 해서 비로소 완전하게 균형을 잡았다고 하는 의미가 되는 거야. 그러니까 십전(十全)이라고 하면 모든 것이 다 갖춰졌다는 의미이기도 하지.”

“정말 오빠의 지혜주머니는 무궁무진한 것이 들어있구나. 대단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염재가 다시 물었다.

“스승님, 그러니까 서로 떨어져 있으면 음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은 도가 아니라는 뜻입니까? 아니면 음양 외에 또 다른 것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엉? 아, 하하하~!”

우창이 큰 소리로 웃자 춘매가 자신감으로 염재에게 답을 했다.

“그야 음양이 아닐 수도 있다면 당연히 오행(五行)이지 뭐겠어? 호호호~!”

“아, 오행이 있었네요. 그러니까 음양을 이해하려면 항상 상대(相對)를 떠올리면 되겠습니다. 오늘은 음양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를 해봐야 하겠습니다. 하긴 이미 시작이 된 것이기도 하네요.”

“맞아. 우선은 그러한 눈으로 사물이나 이치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한 거야.”

“음양이라고 하면 역경(易經)에 나오는 양효(陽爻)와 음효(陰爻)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일상에서 음양을 봐야 한다는 것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제부터 멀리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가까운 주변에서 음양관(陰陽觀)을 익히도록 하겠습니다.”

춘매는 염재의 말이 고급스럽다고 생각되어서 잠시 부러웠다.

“역시 글을 읽은 사람은 말을 할 적에도 품격이 있는 용어를 선택하는구나. 음양관(陰陽觀)이라는 말이 있는데도 그런 것을 쓸 줄 모르니 말이야.”

염재는 그 말에는 미소로 답하고 다시 춘매에게 말했다.

“사저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오히려 더 가깝게 느껴질 사람도 있습니다. 말을 하는 것은 생각의 창고에 들어있는 지식(知識)을 꺼내와서 사용하는 것인데, 지식으로만 가득한 창고에서는 일상적인 말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저님의 말씀이 훨씬 더 현실적으로 활용이 된다는 것을 항상 느끼고 저는 그것을 배우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염재의 말에 춘매가 활짝 웃었다.

“어? 그런 거였어. 내가 지식인들 사이에 끼어 있으니까 항상 무식한 것이 드러나서 마음에 상처가 생겼잖아. 그런데 염재의 말을 듣고 보니까 나도 나름대로 쓸모가 있다는 것으로 들리네. 호호호~!”

“물론입니다.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이지요. 그러니까 무슨 말을 사용하거나 의미만 잘 전해진다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많이 배운 사람이 듣는 사람의 수준을 조절하지 못해서 혼자만 유식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기도 하니까요. 그런 사람이 오히려 주변에 무척이나 많습니다. 그래서 일반 사람들과는 대화가 되지 않으니까 글방에서 공부하는 사람하고 상대하는 경우도 있는 걸요.”

“그래? 누구나 배우면 다 잘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염재가 알려주네. 역시 염재는 나이도 젊은데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을 타고난 것으로 보여. 열심히 공부하면 멋진 조언자(助言者)가 되겠어.”

“그것 보십시오. 벌써 조언자와 같은 말도 자연스럽게 사용하시지 않습니까? 실로 관청에서 백성을 만나서 일을 처리할 경우에도 그 사람의 허물만 논하는 것은 아닙니다. 말투와 표정과 답변하는 태도를 보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아마 이것은 스승님께서도 너무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방문자가 자리에 앉기까지의 태도와 처음에 입을 열어서 말하는 것에서부터 무척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염재가 춘매에게 말하다가 우창의 생각까지도 거론하자, 우창이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

“그렇다네. 처음에는 방문자의 말만 귀에 들어오는데, 나중에 여유가 생기니까 말이 아닌 말들이 자꾸만 들리더군. 그러니까 이것은 누구나 자신의 분야에서 그렇게 깨달을 것으로 생각이 되는걸. 그러니까 곡부에 와서 첫날에 안마를 받게 되었을 적에 춘매는 나를 처음으로 봤지만 어디가 불편한 것인지를 바로 알아채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풀어주었던 것이 떠오르는군.”

우창이 처음에 곡부에서 춘매를 만났을 때의 장면을 생각하면서 말했다. 그러자 춘매도 그 생각이 떠올랐다. 우창이 말을 이었다.

“그것이야말로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봐. 전문가(專門家)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말이기도 하지. 오랫동안 종사를 한 사람의 능력은 경험(經驗)과 지식(知識)과 함께 영감(靈感)이 추가된다는 것을 항상 느끼고 있으니까.”

춘매는 우창의 말에 첫 만남의 순간을 떠올렸다.

“아, 생각나, 오빠의 얼굴에서 느낀 것은 엄숙함이었지. 안마를 받는 사람의 표정이 그렇게 엄숙하면 바로 알거든. ‘이 손님은 안마를 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이구나. 그러니까 효과도 바로 나타나겠구나’하고 말이야. 호호호~!”

춘매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려서 염재가 다시 정리를 하기 위해서 우창에게 자신의 생각을 물었다.

“스승님께 양(陽)자에 대해서 정리삼아 여쭙겠습니다.”

“그러게. 이야기에 취해서 그것도 아직 마무리 하지 않았던가 보구나. 하하~!”

“언덕[阝]에 태양[日]이 떠오를 때는 구름[一]이 가리면 안 된다[勿]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어떨까요?”

“잘 정리했네.”

“그러니까 창힐(倉詰)께서는 음양을 자연에서 찾았다는 것이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하겠습니다.”

“어? 창힐이라니?”

춘매가 처음 듣는 이름이 나오자 궁금해서 염재를 보면서 물었다.

“아, 창힐은 고대에 처음으로 문자(文字)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전설상의 인물입니다. 전하는 말로는 눈이 넷이라고도 합니다.”

“아, 전설이었구나. 그런 것도 알아야 언젠가 써먹을 수가 있으니까 열심히 배워야 해. 호호호~!”

세 사람의 웃음소리가 골목을 가득 채우고 물결처럼 번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