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30) 들불축제

작성일
2021-05-06 08:32
조회
482

제주반달(30) [6일째 : 3월 13일(토)/ 5화]


새별오름의 들불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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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별오름이 다가올수록 도로의 차량도 점점 늘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들불축제를 보기 위해서 오는 차량들이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행사 두 시간 전이니까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 분명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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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어? 여기에서도 새별오름이 보이네요. 여기 어때요?
낭월 : 그러게. 차 세워봐 나가서 살펴봐야 겠네.
화인 : 그럼 북돌아진 오름에는 안 가도 되나요?
낭월 : 어쩌면 그럴 수도 있지. 우선 보고~!

옆으로 차를 댄 다음에 밖에 나가서 주변을 둘러 봤다. 마침 하늘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서 올려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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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촬영을 위해서 순회하고 있는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까 물을 뿌리고 있었다. 저녁이 되면서 바람이 제법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봐서 혹시 모를 산불을 방지하기 위해서 불태울 곳을 제외하고 그 주변에 물을 뿌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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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나온 것은 물호스였던 모양이다. 산불을 끄는 경우에는 물통을 달고 위로 가서 쏟아붓는데 이 경우에는 위치를 잘 겨냥해서 방화수를 뿌려야 하므로 구조가 다르다는 것도 처음 보고 알게 되었군. 비록 행사를 하나 진행하는 것이지만 그 준비작업에는 참으로 많은 수고로움이 따르게 된다는 것을 또 생각하게 되었다. '애 많이 쓰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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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길 위의 언덕으로 올라가보니까 바로 앞에 휴게소가 있고, 전망을 막는 장애물도 없어보였다. 그렇다면 더욱 고마운 일이지.

낭월 : 휴게소로 들어가자~!
화인 : 와, 멋진 곳을 찾았나 봐요?
낭월 : 뭐, 꿩대신 닭이라고 여기에서 봐도 되지 싶다.
화인 : 참말로 잘 하셨습니다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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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는 보이지 않던 안내문이 세워지고 우리 차가 휴게소로 들어온 다음에는 경찰들이 출동해서 길가에 세워놓은 차들을 모두 이동시키고 있었다. 교통혼잡을 막기 위해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일단 자리를 잡을 곳을 찾았으니 편안하게 휴게소의 언덕 아래에 차를 대고는 여유롭게 삼각대를 들고 언덕 위의 전망대처럼 만들어 놓은 곳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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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도 만만치 않아 보였고, 높이가 조금 아쉽긴 했지만 밤에 불을 지르면 코비드19아웃이라고 쓴 글자는 보이는 것으로 봐서 불구경은 할 수가 있을 것으로 보였고, 그 아래쪽은 가려지기는 했지만 딱히 봐야 할 것은 없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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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돌아진 오름에서는 가장 가깝고 높은 위치가 되므로 새별오름이 잘 보일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오름을 올라가면서 위치를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간단치 않아 보여서 잠시 고민을 했던 것이다. 혼자가 아니고 일행이 있으니까 그것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날씨도 추워지고 있는데 바람을 피해서 차에 있을 수도 있는 것은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으로 보여서 멀지만 400mm의 렌즈와 2배 텔레컨버터를 믿기로 하고 여기로 결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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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화장실이 옆에 있다는 것이다. 대략 두세 시간을 여기에서 놀아야 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를 따져보고는 삼각대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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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도 만만치 않군. 2km가 넘는 거리로구나. 그래도 어쩔 수가 없으니까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이 지금으로는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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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다가오자 차량들로 휴게소 주차장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자리를 잡아놔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필요한 자리는 다른 사람에게도 필요한 것이니까 자리를 잡기로 결정한 다음에는 선점을 해야 한다. 새벽에 일출을 찍으러 산꼭대기에 올라가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자리를 잡고 있으면 그 자리는 그야말로 그 삼각대 주인이 접을 때까지는 그 사진가의 고유권한인 것으로 인정을 해 줘야 한다. 몽둥이를 들고 와서 협박이라도 한다면 얼른 피해 주겠지만 그것이 아닌 다음에는 절대로 건드릴 수가 없는, 말하자면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되는 셈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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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가리는 자리를 피해서 이러저리 옮기다 보면 딱 그 자리가 하나 남기 마련이다. 그리고 다른 사진가들도 슬금슬금 올라와서는 낭월의 카메라를 들여다 보면서 자신들이 자리를 잡을 자리를 찾는다. 연인끼리 올라온 경우에는 꽤 추운 바람을 못 견디고 이내 차로 돌아가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겉옷을 벗어서 여친에게 준다고 하더라도 감당이 되지 않을 쌀쌀한 날씨에 바람까지 불어서 쉽지 않은 날이었다.

피사체의 가까이에서 삼각대를 세워도 바람이 불면 걱정이 되기 마련인데 이렇게 먼 거리에서 망원렌즈를 설치한 것은 이미 절반은 포기해야 하는 기대감이기도 했다. 아무리 단단히 세워놓고 돌을 매달아 뒀더라도 마세한 흔들림은 사진에 태풍의 흔적을 남길 따름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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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우유 공장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화각에 있으니까 자꾸 쳐다보이게 된다. 어둠이 짙어갈수록 더욱 그렇구나. 오늘저녁 만큼은 이름판을 꺼줄 수는 없겠니? 뭐 염력이 통할 리도 없으면서 속으로 중얼거려 보기는 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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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가 다가오고 있구나. 장노출놀이라도 하면서 기다리면 된다. 차량의 불빛이 길게 그림을 만드는 것도 보면서 놀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는 길건너에 자리를 잡은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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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도 렌즈로 보면 또 새로운 그림이 생기기도 한다. 뭔가 움직임이 보이는 듯해서 그것도 괜찮다. 다만 불빛은 세 가지이다. 정면등의 흰빛과 방향등의 노랑빛이 있고 브레이크등의 빨간빛이기 때문이다. 이제 시간이 다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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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되었다 싶어서 어둠에 잠긴 새별오름을 응시하고 이제나 저제나 불이 붙으려나 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이어졌다.

남자 : 아니, 여덟시라고 했어?
여인 : 일곱 시라고 들었잖아. 근데 아직도 시작을 안 하네.
낭월 : (속으로) 아마도 무대에서 진행하고 있네비유~!
여인 : 춥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남자 : 그야 모르지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여인 : 난 차로 갈래, 춰서 못 견디겠어.

흘낏돌아다 보니까 과연 춥다고 하게 생겼구나. 봄날 분위기를 내느라고 예쁜 레이스 브라우스에 짧은 치마를 입었으니 자칫하면 병이 생겨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바람이 크만큼 매섭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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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가 다 되어서야 비로소 밤하늘에 밝은 폭죽이 터져 올랐다. 푹죽이야 설명이 필요없지. 그냥 조용히 지켜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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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글씨가 있는 부분부터 먼저 불을 당긴 모양이다. 그런데 19만 먼저 타올랐나 싶기도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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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운 점은 역시 거리가 너무 멀어서 현장감이 매우 떨어졌다는 것이다. 뭐 어쩔 수가 없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현장에 참석했던 동작이 빠른 400대의 차량에 탄 사람들은 생생한 느낌을 그대로 전달받았지 싶었다. 그러니까 미리 예약을 했던 공덕을 충분히 누렸겠다는 약간의 부러움도 있기는 했다. 아주 잠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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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과 연기가 휩싸여서 들불축제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날씨가 춥다고 외치던 사람들도 대부분 차량으로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켰다. 왜냐하면 이렇게 이 자리에서 이 장면을 또 지켜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의 꼬리가 삼각대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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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타오르던 불길이 점차 옆으로 번지는 것을 보면서 불놀이에 동참했다고 주장할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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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준비한 불씨다발에는 제법 밝은 빛이 나왔지만 거리가 멀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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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룸에게 부탁해서 밝기를 높혔더니 그럴싸하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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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그래도 호연이 사진 한 장을 찍어줬구나. 이런 사진은 그냥 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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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의 차량들은 더 복잡해지기 전에 빠져나가려고 슬슬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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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을 돌아보니까 그렇게 제각기 길을 서두르고 있음에도 뒤쪽의 남녀는 계속해서 추위를 무릅쓰고 불을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내심에 간절한 염원이 있었을 것이라는 짐작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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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이쯤에서 끝내도 되지 싶었다. 우리도 더 복잡해지기 전에 빠져나가야 할 것이기 때문에 더 기다리면서 추위와 싸우지 않아도 될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작년에 하지 못했던 들불축제를 올해는 이렇게 온라인으로 하게 되는 바람에 또 잠시나마 새로운 구경에 동참하게 되었던 것도 여행복이려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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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늦었고, 음식을 파는 곳은 진작에 문을 닫았으니 미리 준비해 놓은 라면으로 국을 삼고 또 사다 놓았던 빵으로 밥을 삼아서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저마다 오늘의 여정을 담소하는 시간도 여행의 끝이려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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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채 가셔지지 않은 냉기를 몰아내기에는 라면 국물만 한 것이 없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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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얼큰하고 시원하기로는 매운맛 진라면이 최고로구먼. ㅎㅎ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