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28) 법환포구

작성일
2021-05-03 21:19
조회
574

제주반달(28) [6일째 : 3월 13일(토)/ 3화]


법환포구()에 살고 싶다.


13-03 20210502-021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는 다음의 목적지로 향해서 출발을 했다.

13-03 20210502-001

호연 : 커피 한 잔 사왔습니다. 마시면서 가야지요.
낭월 : 그래 잘 했네. 개운하겠구나. 

20210503_203346

검색을 해 본 화인이 부담이 없다는 듯이 말했다.

화인 : 에걔~ 14분 거리네요. 
낭월 : 그래 산으로 올라갈 것도 아니니까 안심하고.
화인 : 와우~! 다행입니다요. 호호호~!

13-03 20210502-002

오늘의 일정을 서쪽으로 잡은 것에는 미리 예정된 이유가 있어서이다. 오늘 저녁에 새별오름에서 들불축제가 있단 말이다. 다행히 하늘은 구름이 좀 많이 보여도 비는 오지 안을 조짐인데다가 구경하러 차들이 몰려들 테니까 미리 가서 자리를 봐야 하는데 과연 조망이 괜찮을 자리가 있을지 찾아봐야 하고, 도저히 안 되면 좀 힘은 들더라도 북돌아진 오름이라도 가서 불놀이를 봐야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천천히 둘러볼 코스로 법환포구를 잡은 것이다. 숙소에서 출발해서 이내 도착했다.

13-03 20210502-003

주차장에 차를 대는 동안에 주변을 둘러보는데 안내문이 서있다. 이런 것은 보이는대로 찍어놔야 나중에 이야기를 정리할 적에 제대로 활용이 되는 법이다. 섶섬, 문섬, 범섬에 출입을 제한한다는 이야기로구나. 2021년 12월 31일까지로군. 그렇다면 내년에는 풀린다는 의미인 모양이네. 이나저나 지금은 범섬에 가볼 마음도 없으니까 전혀 억울할 일도 없군.

13-03 20210502-004

혹시 일정에 참고하실 벗님이라도 계시려나 싶어서 글자만 따로 정리해 놓는다. 10년 동안이나 막아놨으니까 환경은 많이 살아났겠거니 싶다. 희귀한 동식물이 많다니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가보야 할 꺼리가 하나 추가된 셈이다.

13-03 20210502-005

주차장을 나오자마자 바로 용천수와 마딱트렸다. 주로 한라산의 화산암반으로 스며든 빗물이 이렇게 해안에서 용출되고 있다는 것은 도처에서 발견했는데 여기는 그 규모가 자못 상당하다.

13-03 20210502-006

이게 다 용천수를 모아두는 곳이다. 그러니까 이 물은 맹물이고, 밖의 물은 짠물인 셈이다. 찍어서 맛을 봤더니 또한 틀림이 없었다.

20210503_204827

용천수가 흘러넘치는 것을 맛봤다. 궁금하면 목숨에 크게 영향이 없을 것으로 확인이 된다면 바로 해봐야 한다. 화인이 촬영하면서 물었다. 그래서 맹물이라는 의미로 엄지 척했다.

13-03 20210502-007

호연도 물이 솟구치는 모습이 신기한지 한참을 들여다 본다. 다른 곳에서도 용천수는 봤지만 법환포구의 용천수가 가장 큰 규모인가 싶기도 했다. 해변에 이렇게 용천수가 많으니 해저에서도 용천수가 나오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심해수(深海水)가 떠올랐다. 깊은 바다에 고여있는 민물을 병에 담아서 판다고 들었던 것이 떠올라서였다. 오염되지 않은 물이라고한다던가?

13-03 20210502-008

옆에서 여행을 온 엄마와 아기의 모습도 아름다워서 살짝 찍었다. 어린 아기에게는 또 어떤 의미로 법환포구가 기억될지 그것도 생각하면서 엄마와 함께 이 시간에 이 자리에 있음을 마음으로 축복했다.

13-03 20210502-009

아무리 가뭄이 이어져도 법환포구에서는 식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것을 알겠군. 맑디 맑은 물이 마구 솟아나오는 용천수()를 보는 것만으로도 갈증이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멋지네. 이런 곳에서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법환포구에서 돌고래와 범섬과 일출과 노닐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3-03 20210502-010

배를 하나 빌려타고 바다로 나가서 한가롭게 낚시를 해 보는 것도 좋지 싶다. 법환포구는 제주도의 정남향이라서 기후도 온화하다고 하니 그것도 좋지.

13-03 20210502-011

수자원공사가 아니고 물정책과로구나. 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애쓰는가 싶기도 하다.

13-03 20210502-012

이색적인 풍경을 만나면 화인도 바빠진다. 오즈모를 꺼내어서 열심히 풍경을 담고 있으니 나중에 현피디가 사용할 영상꺼리가 풍년을 맞이하게 되지 싶다. 낭월은 영상보다는 사진이고, 화인은 사진보다 영상이다. 저마다 맡은 일이 일사분란하게 잘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연지님은 낭월이나 화인의 동작들을 담는 역할이기도 하다.

13-03 20210502-016

말하자면 이런 장면들이다. 뭔짓을 하고 돌아다니는지 찍어놓아서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지켜볼 자료가 되기도 하니 이것도 또한 매우 요긴한 일이다. 그래서 여행은 혼자보다는 둘이 좋고, 둘 보다는 셋이 좋은 법이다.

13-03 20210502-013

안내문도 친절하게 잘 세워놔서 나그네의 이해력을 돕는데 한몫을 한다.

13-03 20210502-015

막숙이라....

13-03 20210502-014

원나라의 목호들이 제주도에서 난동을 부렸었구나. 명나라로 바뀌면서 원나라는 멸망하게 되었는데 그 뒤끝이 멀리 떨어진 제주도에서도 이어졌던 모양이다. 그 바람에 최영장군의 군단이 법환포구에서 군막을 치고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이야기이다.

13-03 20210502-017

자세히 봐야 보인다고 했다. 평화로운 법환포구는 낭월에게만 좋아보였던 것이 아니라 원나라 사람들에게도 좋아보였던 모양이다. 그렇지 그래. 앞에 있는 범섬은 물론이고, 서귀포 앞의 문섬과, 섶섬이 보이는 멋진 전망을 보면 누구라도 머물고 싶어질 것은 당연하지 싶다.

13-03 20210502-018

해녀상이 세워져 있고 작살에는 고기가 한 마리. 무슨 고기인지는 알 바가 없지만, 그렇게 잠시 사진의 모델이 되어주고 있다.

13-03 20210502-019

법환포구도 해녀의 활동이 왕성한 곳이라는 것을 짐작으로 알겠다. 하긴 앞의 갯바닥을 보면 온갖 해산물들이 해저에 널브러져 있을 것이라는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13-03 20210502-024

이렇게 생겼는데 어찌 잡을 것이 풍성하지 않을 수가 있겠느냔 말이지.

13-03 20210502-026

하다 못해 오리 조차도 먹이를 찾느라고 여념이 없는 것을 보면 물고기도 많겠다는 것을 알만 하다.

13-03 20210502-027

해녀와 오리가 같이 물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풍경이 정겹다.

13-03 20210502-020

넓은 광장에 볼 거리도 잘 만들어 놔서 한나절을 놀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상 싶기도 했다.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해조음(海潮音)은 관음경을 떠올리게 한다. 하필이면 이 동네 이름이 법환(法還)이라지 않은가 말이다. 법이 돌아온다고 하니까 문득 진리가 떠오르고 진리를 해조음으로 설하는 관세음보살이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럽지 뭘. ㅋㅋ

 

2456B847568C9FF01C

妙音觀世音(묘음관세음)
梵音海潮音(범음해조음)
勝彼世間音(승피세간음)
是故須常念(시고수상념) 

묘한 음성의 관세음의 설법
청정한 범음과 해조음이라
세간의 소리보다 뛰어나니
모름지기 자나깨나 관세음 

관음도 중에서도 해수관음(海水觀音)이 매력적인 이유는 이렇게 바닷가에서 무진설법을 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특이하게도 관세음보살의 성지는 바닷가의 파도소리가 들리는 곳에 있다는 것도 우연은 아닐게다. 우리나라로 봐도 동해의 홍련암, 남해의 보리암, 서해의 보문사를 비롯해서 모두가 바닷가에 있으며, 관세음 보살의 본산이라고 하는 중국의 보타낙가산도 바닷가에 있으니 다음에 시간이 되면 여기는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것으로 찜을 해 둔 곳이기도 하다.

20210503_212616

보타낙가산이 있는 곳은 항주만에 있는 주산이로구나.

20210503_213205

섬도 많기도 하군. 섬놀이에 빠지면 한 달은 눈깜짝할 새에 지나가겠는걸...  파도 소리에 이끌려서 절강성의 보타낙가산도 다녀오고. 참 신나는 여행이로군. ㅋㅋ

13-03 20210502-021

그러고 보니까 해녀상이 관음상으로 보이잖여? 딱 그렇구나. 관음보살은 32응화신(應化身)을 갖추고 있어서 언제라도 중생에게 필요한 존재로 화신(化身)을 나툰다고 하시더니만 법환포구에서는 해녀관음(海女觀音)으로 나투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ㅎㅎ

13-03 20210502-025

바로 앞에 범섬이 놓이게 되는 구나. 서귀포쪽에서도 멀리 바라보곤 했던 범섬이 법환포구에서는 정면으로 보이니 풍랑을 막아주는 역할도 제대로 하고 있겠다. 여기에서 관음기도를 하면 관음보살이 시현(示現)하시지 싶기도 하다.

20210504_064203

범섬이 가까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거리를 재어 보니까 2km가 넘는 구나. 바다는 거리에 대한 감이 잘 잡히지 않는 면이 있어 보인다. 중간에 아무 것도 없어서 그런 모양이다. 그러니까 범섬이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이야기로구나. 원나라 목호들이 저 쪼만한 섬에서 어떻게 저항을 했었나 싶었는데 막상 규모를 보니까 버틸만도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가운데에는 용천수까지 솟아오르고 있었다니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20210504_065214[인터넷자료: 제주도 범섬 : 네이버 카페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


오호~! 이런 사진이 있어서 고맙군. 드론카페에서 본 사진이다. 참 오묘하게 생겼네. 뒤로 한라산과 고근산의 풍경도 멋지게 찍은 것을 보니 이 사진을 얻은 분의 기분이 어땠을지 대략 짐작이 된다. 그나저나 범섬을 가보려면 통제가 풀리는 2021년 12월 31일 이후라야 가능한데 다시 생각해 봐야 하겠네. 그러니까 범섬에서 한라산을 보는 풍경을 상상했던 거지. 눈이 덮인 한라산이면 더욱 좋고... 그 전에 600mm렌즈를 하나 빌려놔야 하나 싶은생각도 솔솔 피어난다. ㅎㅎ

유람선을 타게 되면 서귀포의 섬들을 다 돌아 볼 수가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서귀포항에서 파라다이스호를 이용할 수가 있었구나. 하긴 여행할 당시에는 모든 유람선이 다 막혀 있었으니까.

새섬→정방폭포→섶섬→문섬→범섬→외돌개→12동굴

이와 같은 행로로 바다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제공한다니까 다음엔 반드시 타고 말겠다는 마음으로 위로할 따름이다.

아, 맞다. 하도마을에서도 나름 감동을 했었는데 법환포구에 서니까 하도마을을 잊어버리겠구나. 이 오묘~한 느낌은 뭘까? 법이 돌아오다니, 아니 돌아왔나? 범섬이 갑자기 관음보살의 연화대로 보이는 것은 분명 착시현상일게고....

13-03 20210502-036

바다만 보느라고 뒤를 돌아다 볼 겨를도 없었구나. 아담하다. 저 중의 어느 집에다가 여름에 짐을 풀어야 겠다. 더운 여름에는 제주 앞바다가 최고지 암~! 이렇게 중얼대면서 마을의 풍경을 한바퀴 돌아 본다.

13-03 20210502-022

"아싸~! 고기 하나 잡았어~!"

두 여인네는 집으로 끌고 갈 요량이구나. 이놈을 끌고 가면 한 달은 뜯어먹어도 되지 싶다. 그런데 살이 하나도 없어서 뭐하겠노. 어? 여기도 관음보살마하살~!ㅎㅎ

13-03 20210502-037

잠녀의 역사가 있는 마을이었구나.

13-03 20210502-039

인정~!

13-03 20210502-042

엇?  관음보(觀音保)? 우째 이런 이름이 여기에 있는 거지? 설명으로 봐서는 원나라 사람이었던 모양인데 못된 짓을 하면서 이름이 관음보면 안 되지 그래. 아니지.... 비록 같은 일행과 다니긴 했지만 아마도 그는 스님이었을 수도 있잖아?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름이 관음보겠어? 그러니까 아무리 교화를 해도 듣지 않는 무리들과 삶을 마치게 되었을 것이라고 그렇겠지.... 암. ㅎㅎ

13-03 20210502-043

최영장군의 공적이 컸던가 보다. 이성계에게 당하기 전까지 당당한 무장으로 자신의 몫을 다 했다고 봐야 하지 싶다.

13-03 20210502-044

돌에다도 새기고 판에다도 새기고 겹겹으로 새겨놨군. 그만하면 충분히 잘 알만 하지 싶다.

13-03 20210502-045

호연 : 홍삼을 한 접시 시켰습니다. 힘드신데 좀 쉬시지요.
낭월 : 그랬더나? 잘 했다. 날도 더운에 좀 쉬는 것도 좋겠군.

13-03 20210502-046

화인 :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곳이라네요. 들어가요.
낭월 : 그렇구나. 조용하니 좋구먼.

13-03 20210502-047

전망도 좋은 곳에서 좀 쉬어가는 것도 좋겠다.

13-03 20210502-049

법환포구에 와서 한 달을 산다면 매일 나와서 산책하고 여기에 앉아서 파전에 막걸리도 한 잔 마시면서 삶의 여유를 누려보는 것도 좋지 싶다. 아니, 꼭 그러고 싶구먼.

13-03 20210502-052

감탄사가 연발이다. 더 말해서 뭘 혀.

13-03 20210502-053

해삼이 크기도 하군.

13-03 20210502-055

인증샷도 찍는단다. 그래라.

13-03 20210502-056

이러고 놀았음을.

13-03 20210502-057

화인은 익힌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부침개도 하나 시켰다.

13-03 20210502-058

전복죽도 시켰구나. 그러고 보니 이게 점심이었던 모양이다. 시간도 많이 흘러가긴 했네. 맛있게 먹고 먼 바다 한 번 보고, 또 한 숟가락 먹고 구름 한 번 쳐다보고.....

13-03 20210502-059

물질하고 귀가하는 해녀들의 모습들....

13-03 20210502-060

자신들이 물질해서 잡은 수확물을 맛있게 먹어주는 우리에게 미소를 짓는다. 오래 전부터 이렇게 이 자리에서 이러한 풍경을 보면서 살아왔던 것처럼 자연스러움이라니.....

13-03 20210504-001

점심도 든든하게 먹었으니 법환포구의 추억을 깊숙히 저장하고 또 다음 목적지로 향해서 움직이면서 마지막으로 아쉬움을 담아서 다시 한바퀴 둘러보면서 천천히 걷는다.

13-03 20210502-041

옛날부터 어로작업에 사용되었던 떼배에 앉아서 집에 있는 아이들과 통화하는 모양이다. 낭월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집을 잊어버리는데 연지님은 또 안 그러신 모양이다. 간간히 전화도 하고 톡방으로 사진도 올려주면서 엄마 노릇을 잘 하고 있는 모양이다. 다음에는 강정포구이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면서 다시 돌아다 본다.

'다음에 꼭 다시 와서 한가롭게 지내 봐야지....'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