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19) 귤밭

작성일
2021-04-26 07:17
조회
610

제주반달(19) [4일째 : 3월 11일(목)/ 2화]


귤밭에서 귤 공부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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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는 새별오름을 향해서 출발했다. 작년에 지나다니면서 창가로 보이는 예쁜 오름이 있어서 지도만 보고 확인을 했는데 들려볼 시간이 마땅치 않아서 예약만 했던 새별오름이었는데 이제야 시간을 잡고서 가보게 되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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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는 31km이고 소요시간은 38분이란다. 대체로 이렇게 알려주는 시간이 거의 잘 맞고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서두른다고 빨리 가는 것도 아님을 알게 되어서 여유롭게 다니는 것을 보면 벌써 제주도 도로환경에 적응했다고 봐도 되지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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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의 한라산이 이렇게 잘 보인다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일이다.

낭월 : 차 세워봐라 한라산 보고 가자~!
화인 : 어차피 먹을 귤도 떨어져서 귤밭이 보이면 세울 거에요.
낭월 : 자리가 바뀌면 한라산 풍경도 달라지는데....
화인 : 아, 귤 가게가 나왔어요. 여기에서 세우겠습니다~!

한라산의 모습이 이렇게 또렷하게 보이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전망이 좋은 자리를 찾아서 사진에 담느라고 바쁜 낭월이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계곡에는 아직도 잔설()이 보인다. 한라산의 눈은 3월에도 남아있다고 해도 되겠다. 백두산에서 본 잔설이 생각난다. 백두산은 아마도 만년설이었을 수도 있겠지 싶기는 하다. 가을이 되도록 녹지 않으면 그게 만년설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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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의 정상은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형태의 느낌이 다르다. 그래서 지형도를 보면서 대략 위치를 참고한다. 48의 숫자가 찍인 곳이 사진을 찍은 곳이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한라산의 봉우리를 보고 싶다면 대략 이 지점에서 보면 된다는 뜻이다. 모양이 할망이 누워있는 것으로도 보이는 것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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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을 보고 나니 귤이 눈에 들어온다. 탐스럽기도 하지. 귤을 사러 들어간 일행을 따라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젊은 여 주인이 귤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기에 얼른 끼여들어서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그냥 귤만 파는 것이 아니라 귤에 대한 상식도 상당한 것을 알고서 이참에 귤 공부를 좀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낭월 : 황금향은 있습니까?
주인 : 황금향의 철은 지났어요. 지금은 없다고 봐야 하겠네요.
낭월 : 그럼 레드향은 어떻습니까?
주인 : 레드향은 끝물이기는 하지만 더러 있기도 합니다.
낭월 : 여기는 없나요?
주인 : 예, 우리 가게에서는 다 팔려서 떨어졌어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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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귤 종류가 생각보다 많네요? 어떻게 됩니까?
주인 : 그렇게 물으시면..... 어디부터 답을 드려야 할까요...
낭월 : 오호~! 그럼 공부삼아 처음부터 듣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주인 : 그러셨구나. 그럼 아는대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낭월 :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고맙고요.
주인 : 원래 귤의 원산지는 중국 저장성으로 봐요.
낭월 : 아, 저장성이면 절강성(浙江省)을 말하는 군요.
주인 : 맞아요. 저장성 원저우가 고향이라고 할 수 있죠.
낭월 : 원저우는 온주(溫州)인가요? 따뜻한 동네겠습니다. 하하~!

이야기를 시작하는 폼이 그냥 들어서 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폰을 꺼내어서 녹음을 했는데 이렇게 알뜰하게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것을 보고서 주인도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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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고 있던 것을 공부할 때가 가장 즐거운 법이다. 귤밭에서 귤을 파는 여인에게 귤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야말로 축착합착(築着盒着)이다. 이보다 더 제격일 수가 없다는 말이다. 더구나 이 여인의 해박한 지식은 그것을 원하는 낭월을 만나서 스펀지처럼 빨려들어간 셈이다. 온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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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주는 상해와 복주의 중간쯤에 있구나. 위도상으로는 대만보다 위쪽이로구나. 온주에서 살던 귤이 제주도로 시집와서 추위에 적응하느라고 고생이 많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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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남해안에서도 귤농사를 한다지만 그래도 제주도에서 나온 귤만이야 하겠느냐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후의 영향을 기술로 극복하기에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임을 잘 알고 있다. 하물며, 제주도의 귤이 맛있다고 한들 온주에서 먹는 귤만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죽하면 강남의 귤나무를 강북에 심으면 귤나무에서 탱자가 달린다는 말이 생겼겠느냔 말이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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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지도는 한글도 보이는데 괜히 중국바이두를 찾았나 보군. ㅎㅎ

주인 : 온주에서 자라던 귤은 온주귤(温州橘)이라고 불렀어요.
낭월 : 그래서 이름이 귤이로군요. 좀 특이하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주인 : 제주도에 있는 거의 모든 귤은 원산지가 온주라고 봐도 되겠네요.
낭월 : 어려서는 귤을 미깡이라고 불러서 일본이 원산지인 줄 알았습니다.
주인 : 일본의 『비후국사(肥後國史)』라는 기록에는 재미있는 말이 있어요.
낭월 : 아니, 귤이나 팔고 있는 여인이라고 생각했는데 대단하십니다.
주인 : 궁금해서 좀 알아봤을 따름이에요. 호호~!
낭월 : 비후국사에는 뭐라고 했습니까?
주인 : 삼한에서 귤을 수입했다고 되어 있다네요. 책은 못 봤지만요.
낭월 : 삼한이면 진한, 마한, 변한이잖아요? 의외인걸요.
주인 : 그러니까요. 도자기만 일본으로 간 것이 아니었더군요.
낭월 : 이래서 배워야 한다니까요. 재미있습니다.
주인 : 저도 모처럼 들어주실 손님을 만나서 즐거워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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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그냥 감귤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오늘 새롭게 눈을 뜹니다.
주인 : 감귤은 온주귤인데 여기에 트로비타 오렌지를 교배했어요.
낭월 : 아, 그래서 거의 온주귤이라고 하셨구나. 전부는 아니란 말이네요.
주인 : 맞아요. 처음에 나온 제품은 청견으로부터 시작이 된답니다.

청견(淸見)이라고? 이건 또 뭔가 싶어서 사전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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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니까 온주밀감의 종류인 궁천조생(宮川早生)과 트로비타 오렌지를 교배해서 육성한 품종이었구나. 그러니까 온주귤과는 또 다른 품종으로 탄생했다는 말이로군.

주인 : 청견과 흥진조생(興津早生)을 교배하여 나온 것이 진지향이에요.
낭월 : 진지향(津之香)은 처음 들어보네요. 즙이 많은 모양입니다.
주인 : 또, 청견과 마코트를 교배해서 천혜향이 나왔고요.
낭월 : 천혜향은 알죠. (방금 구입한 것을 가리키며) 이것이잖아요.
주인 : 맞아요. 천혜향(天惠香)이 요즘 대세라고 할 수 있겠네요. 호호~!
낭월 :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한라봉도 나오겠지요? 하하~!
주인 : 폰칸과 청견의 교배로 나온 것이 한라봉이에요.
낭월 : 그러면 한라봉(漢拏峰)과 천혜향은 사촌지간이네요?
주인 : 따지자면 그렇게도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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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그럼 황금향과 레드향은 또 어떻게 됩니까?
주인 : 한라봉과 서지향의 교배로 나온 것이 레드향이에요.
낭월 : 서지향도 있어요? 참 배울 것이 많습니다.
주인 : 한라봉과 천혜향의 교배로 나온 것은 황금향이고요.
낭월 : 황금향을 먹으면 한라봉과 천혜향을 먹는 셈이네요?
주인 :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호호~!
낭월 : (선반을 가리키며) 저 큰 귤은 또 뭔가요?
주인 : 그건 하귤(夏橘)이에요. 여름철에 먹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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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귤은 나무에 매달려서 자라고 있는 중이었던 모양이다. 크기로 봐서는 이미 세 배는 되지 싶은데 여름까지 자라면 더 커지겠군. 주인의 설명에서 하귤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서 다시 물었다.

낭월 :  하귤은 다른 품종입니까? 수확기가 다른 것을 보면 말이지요.
주인 :  아 좀 다른 종류라고 해야 하겠네요. 
낭월 : 어떻게 다른지 조금만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주인 : 다시 크게 나누면 감귤류와 만감류로 구분을 할 수도 있어요.
낭월 : 감귤이라는 말이 나오니 반갑습니다. 만감류는 또 뭐죠?
주인 : 만감류(晩柑類)는 여태 말씀드린 종류라고 할 수가 있겠네요.
낭월 : 그래요? 너무 많이 들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주인 : 청견, 한라봉, 천혜향, 진지향, 한라향, 레드향 황금향을 말해요.
낭월 : 아직 먹어봐야 할 만감류가 많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하~!
주인 : 감귤류(柑橘類)는 귤자 돌림으로 이름이 되어 있어요.
낭월 : 귤자로 된 것은 감귤이 전부인 줄로 아는데요?
주인 : 금귤, 하귤, 풋귤, 영귤, 노지감귤, 타이벡감귤, 하우스감귤도 있어요.
낭월 : 금귤은 낑깡이죠? 대추만큼 작은 것이잖아요?
주인 : 맞아요. 금귤은 대추만하고 하귤은 자몽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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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하귤에 대해서도 좀 알려 주세요. 여름에 와야 겠습니다.
주인 : 하귤은 4월에 좀 나오고 5월부터 8월 사이에 익어요. 여름에 오세요.
낭월 : 그래야 하겠습니다. 항상 같은 귤인 줄만 알았네요.
주인 : 서귀포에서 표선으로 가다가 보면 가로수로도 심었어요.
낭월 : 길가에 있는 귤이 하귤이었나요? 풍경이 참 좋았습니다.
주인 : 하귤은 일년 내내 열매가 있어서 정원수로도 좋아요.
낭월 : 하귤도 온주귤에서 교배되어서 나온 것입니까?
주인 : 맛이 완전히 달라요. 시큼하고 씁쓸한 것이 자몽을 닮았지요.
낭월 : 자몽이라고 하니까 대략 짐작이 되네요.
주인 : 그래서 하귤을 제주도자몽이라고도 불러요. 주로 청을 담아요.
낭월 : 청이라면 청귤도 있잖아요?
주인 : 청귤은 소량이라서 보통 청귤로 팔리는 것은 풋귤이에요.

주인의 말을 듣고서 정리를 해 보니까 신 맛이 많은 것은 감귤류이고, 단 맛이 많은 것은 만감류라는 것으로 생각해도 되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귤의 맛은 만감류에서 나오고 그래서 천혜향, 한라봉, 레드향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봐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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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으로 제주도 농가도 한 채 있어서 한바퀴 둘러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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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의 기준으로 본다면 멀리 한라산이 보이는 것은 덤이었는데 옥에도 티가 있다고 그 옆에 있는 골프연습장의 구조물이 좀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것조차도 오늘의 이자리에서 보이는 풍경이려니 하면 또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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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센 곳에서 자라야 하니까 꼭지가 얼마나 견고하게 생겼는지 알만 하다. 어려서 항상 봤던 사과나무와 비교를 하니 그 차이가 무엇인지를 대략 짐작할 수가 있겠군.

 

20210426_083956[인터넷자료: 사과나무]


사과의 꼭지를 보면 귤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가 있는데, 사과나무는 바람이 심하지 않은 곳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을 미뤄서 짐작할 수가 있겠다. 더구나 귤은 열매를 키우다가 가뭄이 계속되면 귤에 있는 수분을 모두 뿌리로 가져간다고 하니까 이것도 참 신기하고도 억척스러운 귤나무의 특징이라고 할만 하겠다. 그래서 태풍이 불면 배와 사과는 많은 수량이 쏟아져서 손실이 크게 발생하지만 귤은 거센 바람에도 적응이 되었다는 것을 짐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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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길죽하게 늘어진 것은 바람에 흔들려도 떨어지지 않도록 충격을 완화시키려는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낭월 : 덕분에 귤 공부 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주인 : 아니에요. 약간의 상식일 뿐인걸요. 호호~!
낭월 : 또 지나다가 귤이 필요하면 들리겠습니다.
주인 : 고마워요. 즐거운 여행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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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나누고는 천혜향을 한 상자 차에 싣고는 까먹으면서 또 가던 길을 계속했다. 천혜향의 향이 차 안에 가득해서 귤밭에 와있는 것같은 착각이 들었다.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