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15) 별방진

작성일
2021-04-21 16:43
조회
608

제주반달(15) [3일째 : 3월 10일/ 4화]


제주도의 동쪽을 지키던 별방진(別防鎭)


10 (378)

하도어촌해녀체험마을에서 별방진도 금방이다. 2km남짓하기 때문이다. 잠시 앉아서 창밖을 한두 번 내다보는 사이에 목적지였다. 별방진에 차를 대자마자 얼른 성벽을 찍었다. 누군가 그 위에서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있는 것을 담는 것과 없는 것을 담는 것은 비교를 할 수가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그래서 크기를 가늠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비교할 대상이 있기를 바라게 되는데 지금이 딱 그 순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더불어 즐기는 사진놀이인 셈이다. 낭월도 누군가의 사진놀이에 항상 비교대상으로 쓰이고 있을 테니까. ㅎㅎ

별방진

별방진은 첫길이다. 아마도 지나쳐 보지도 않았지 싶다. 주변의 위치를 대략 가늠해 보니까 작년 여름에는 함덕해수욕장까지는 내려왔는데 거기까지였다. 이번에는 별방진에 대해서 좀 알아봐야 하겠군.

20210421_164552

물론, 이렇게 자료를 찾아서 챙겨놓지 않더라도 찾아보실 벗님은 당연히 찾아서 살피게 될 것이고, 어쩌면 더욱 자세한 자료까지도 모두 알아볼 것이다. 그래도 그런 것을 귀찮게 여길 경우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낭월이 나중에 찾아봤을 적에 대략적으로나마 이해를 할 정도의 자료를 모아놓으면 다시 검색을 하느라고 새 창을 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20210421_164814

그러니까 일본의 배가 침략하는 것을 지키려는 목적이었네. 별방진(別防鎭)의 뜻은 '별도(別途)로 방어(防禦)하기 위해서 쌓은 진지(鎭地)'라는 뜻이로구나. 처음에 이름을 보고서는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알고 보니까 하나도 특이할 것이 없군.

10 (379)

주변에 요새로 삼을 만한 산과 같은 구조물이 없어서 성벽을 쌓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의 포구는 별방포였구나.

20210421_165739

그런데 막상 지도에는 별방포가 표시되지 않았구나. 지금은 별방포라는 이름을 쓰지 않는 모양이다. 이름이 빠지면 허전한데.... 그럼 여기에서라도 채워넣으면 되지 뭘.

별방포

그래, 훨씬 낫군. 지형지도로 살펴볼까?

20210421_170440

아, 이렇게 놓고 보니까 인공으로 쌓은 방파제들이었구나. 천연으로  생긴 것은 별스럽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겠다. 왜선들이 우도를 공격한다고? 어디 지도를 좀더 찾아볼까?

20210421_170850

아, 그럴만도 하겠구나. 우도를 공격할 적에 별방진에서는 수비할 준비를 할 수가 있겠구나.

20210421_171104

지미봉에서 우도를 보고 있다가 침략하는 왜구를 보게 되면 바로 봉화를 올려서 별방진으로 연락을 하면 되겠군.

별방진01

별방조점(別防操點)지도이다. 왼쪽으로 보이는 용항포의 위에 있는 지미봉에서 낮에는 연기를 피우고 밤에는 불을 피우게 되면 별방진에서 그것을 보고서 즉각적으로 준비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로군. 이러한 것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왜 여기에 이러한 수고를 하면서 성벽을 쌓았겠는지를 미뤄서 짐작해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이형상(, 1653~1733)이 1702~1703년에 제주 목사로 재직한 기간 동안 화공 김남길()에게 주문하여 그린 화첩이라고 전한다. 그러니까 그림을 그린 사람은 한양의 도화원에서 있던 사람이 아니라 제주도에서 목사를 수행하던 김남길 화공이었다는 말이구나. 그림도 상세하게 잘도 그렸다. 그래서 보물 652호로 지정이 되었구나. 근데 아래에는 뭐라고 쓴 것이냐.....

(숙종28년에 목사가 순력하던 중에)
임오(1702)년 10월 30일 숙소에서 머물렀는데

별방진의 조방장은 김여강이었고
성의 장정군사는 423명이다.
군대가 소유하고 있는 물품은
말을 키우고 돌보는 사람을 합쳐서 187명이고
말은 946필
검은 소는 247수
창고의 곡식은 2,860여 섬이다.

참으로 상세하게도 기록을 했군. 그러니까 지금의 제주도지사급에 해당하는 목사가 순행하는 도중에 별방진에 들렸을 적에 현황에 대해서 보고한 것을 토대로 하고 화공 김남길이 그 장면을 그림으로 남겼다는 이야기로군. 말그림과 소그림이 보인다. 그리고 소도 그냥 소가 아니라 검은소라고 하니 당시에는 제주도에서 검은 소를 키웠었다는 것도 기록으로 남아있다는 이야기로구나. 흑소는 보통 일본에서 키우는 소로 와규(和牛)라고 한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소를 훔쳐가서 육종시켰던 것일까?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결점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도 해 본다.

 

20210421_173532[인터넷자료: 일본의 검은소]





요즘은 국내에서 검은 소를 본 적이 없는데, 일본의 검은소인 와규(和牛)와 제주도에서 키웠던 흑우(黑牛)의 관계를 더 찾아보고 싶지만 이야기가 엿가락이 되고 있음을 염려하고 있는 낭월인지라 여기에서 싹뚝! 자른다. 이미 너무 길다고요? ㅋㅋㅋ

그런데 자꾸만 좀 더 찾아보라고 뒷꼭지를 끌어 당기는 무엇이 있어서 다시 토닥토닥~! 검색을 하다가 보니까 어렵지 않게 자료를 만나게 된다.

 

20210421_185821[자료출처: 일본 음식 ‘와규’로 알려진 ‘흑우’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강탈해 간 한우다 - 인사이트 (insight.co.kr)
]


그렇다니까, 어쩐지..... 별방진의 그림 한 폭에서 일본이 자랑하는 와규의 뿌리를 발견하게 될 줄은 또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자료보다 소중한 것도 없다는 것을 생각하고 이렇게 오늘 보고 들었던 것도 최대한으로 생각까지 보태서 기록을 해야 하는 것이다. 기록이라고 하면 혜초, 연암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고, 이러한 위인들이 남긴 기록을 보면서 그 시절의 풍경을 더퉈보는 즐거움은 또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는 것이기도 하다.

10 (379)-2

현재의 별방진 그림인 모양이다. 대략 별방진의 목적과 용도를 이해하게 되었으니 훨씬 가깝게 느껴지기는 한다.

10 (382)

아마도 옛날에는 여기에 성문이 있었을 것이고, 이름은 동문(東門)이었을 게다. 바로 앞에 보이는 것이 별방포니까 당연히 성문과 문루가 마련되어 있었을 것이지만 지금은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대로로 되어 있다.

10 (383)

성벽을 타고 올라가 봐야지. 안쪽은 유채꽃이 한창이었다. 검은 성벽과 샛노란 유채꽃의 조화라니 그것도 일품이로구나.

10 (391)

성벽에서 바다쪽을 보니 경치가 멋지군.

10 (392)

이건 용천수로 보이는데 어쩌다가 성의 밖으로 밀려나버렸구나. 아마도 도로로 인해서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제대로 복원하지 않으면 이렇게 우스운 꼴로 방문자를 맞이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기왕에 국비를 들여서 성벽을 복원했거들랑 제대로 했으면 더 좋았지 않겠느냐는 아쉬움이 살짝 든다. 더구나 예전에는 별방포의 밀물이 성안으로 들어왔었다는 기록도 어디선가 봤다. 이러한 것을 제대로 복원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도 낭월만은 아닐 게다.

10 (397)

테두리를 보니 규모는 그만하면 어느 정도 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 안에는 마을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원래의 형태로 복원하기에는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있겠다는 것은 짐작으로도 알 수가 있지 싶다.

10 (400)

성 안의 집들은 지붕이 모두 닮아있네. 혹 이것도 계획적으로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유채꽃이 있어서 분위가는 화사하니 좋다.

10 (412)

연지님과 화인도 어실멍거리고 나타났다. 포구를 구경하고 온 모양이다. 화인도 이번 여행에서 자료영상을 열심히 찍느라고 손에는 오즈모가 항상 들려있다. 한 번 지나가는 길에 기왕이면 멋진 영상의 자료를 남기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10 (153)

하늘이 맑으니 바다의 물색이 참으로 곱다. 하늘이 우중충하면 바다는 잿빛이 되는데 말이다. 그래서 사진놀이에는 하늘의 협조가 가장 크다고 할 수밖에 없군.

10 (415)

풍경을 보면서 열심히 영상으로 담았을 적에 화각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를 궁리하고 있는 화인이다. 이제 겨우 오즈모를 사용하는 방법을 익혀서인지, 종종 겉돌아서 애를 먹는 것도 보이는데 점차로 익혀가려니 하고 모른 채한다. 낭월도 관심이 있는 것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낭월은 영상보다 사진이란 말이지 뭘. ㅋㅋ

10 (446)

언제 봐도 서로 물고 있는 돌담이 신기해서 자꾸 셔터를 부른다. 그런데 그 앞에는 졸고 있는 고양이인가? 팔자 좋은 녀석이로군. ㅎㅎ

10 (449)

마을 안으로 들어가서 좀 둘러봤다. 배추밭도 보이고, 약을 치고 있는 농부 아저씨도 보인다. 봄이 되면 벌레들이 날뛰기 때문에 약을 뿌려놔야 안심이 되는 까닭일게다.

10 (456)

담장에는 처음 보는 식물이 열매를 가득 품고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요게 뭐꼬?

10 (458)

묘하고 아름답게 생겼군. 지식인에게 물어볼까?

'도와주세요, 지식인~!'

20210421_191231

그렇다니까, 질문한지 1분도 되지 않아서 바로 답이 날아온단 말이지. 송악이라고 낭만 님께서 가르쳐 주시잖여. 송악이라.... 참 안 어울리기는 한다. 그렇다면....

20210421_191414

자세한 것은 두산백과가 알려준다. 그랬구나. 소가 좋아하는 식물이었다는 것도 겸해서 알게 되었다. 송악... 이름의 뜻도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건 없구나.... 그래도 낭월식물사전에 또 하나가 추가되었다. 지식인께서 수고롭게 붙여 주신 링크에는 더 상세한 설명이 있어서 그대로 붙여놓는다.

송악열매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10 (171)

길을 따라서 걷다 보니까 성벽이 끊긴 곳이 나오고 그곳에는 주의하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주민들과의 갈등이 있다는 의미겠군.

10 (173)-2

그러니까 노란색과 보라색의 부분에는 농작물을 키우지 말라는 이야기인 모양이다. 아무리 말로 해도 듣지 않으니까 이렇게 그림까지 그려놓았을게다.

10 (172)

잘 물어보고 하지 않으면 곤란하겠구나. 그러니까 주민들로부터 땅을 사들였다는 이야기네. 아무래도 별방진을 제대로 복원해 보려고 제주도에서도 애를 쓰고 있다는 표시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으 해 본다.

10 (174)

아마도 이 자리에는 남문(南門)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닐까 싶군.

10 (176)

그 옆에는 나무가 있는데 열매가 특이하게 생겼다.

10 (178)

열매만 보고서 도토리나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토리와 흡사하게 생겼네. 하나 따서 맛을 볼까 하다가 연지님이 말리는 바람에 말았다. 아마도 도토리처럼 떫지는 않을텐데.... 정리하면서 생각하니 그냥 따먹어 볼껄.... 싶은 생각도 든다. ㅎㅎ

아무래도 그냥 넘어가기에는 뭔가 찝찝해서 다시 지식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먼나무, 감귤나무 비파나무 등등의 답변이 붙어서 아무래도 납득이 되지 않았는데 드디어 제대로 된 답이 달렸다.

까마귀쪽나무

이름하여 까마귀쪽나무란다. 이름도 참 상상을 초월하는 이름이다. 그래서 식물의 이름을 찾아보는 재미가 꿀잼이기도 하지. 왜 까마귀가 붙었나 싶어서 또 검색을 해 봐야 했다.

까마귀쪽

아, 먼나무라고 했던 것도 일리가 있구나. 같은 녹나무과니까 말이지. 그리고 감귤은 아니지만 비파라고 한 것도 일리가 있지 싶어서 검색해 봤다.

 

비파와 까마귀쪽[인터넷자료: 비파와 까마귀쪽나무]
비파나무 & 까마귀쪽나무 열매 : 네이버 블로그


그러니끼 비파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것을 또 알았으니 이제 개운하게 열매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마무리를 해도 되겠다. ㅎㅎ


 

10 (185)

화인 : 기념사진 한 장 남겨야죠. 찍어주세요~!
낭월 : 그래라 포즈~!
화인 : 저기 하도라고 쓴 것을 넣어서 찍어주세요.

그것을 보면서 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니, '별방포'라고 썼어야 하는 것이 아녀? 멋진 유적지를 돈 들여서 복구하면서 포구 이름조차도 되살리지 못했단 말여? 쉬운 일을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일을 먼저 하는 것이 스타일인 모양인가? 뭐 이런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이다. 여하튼 별방진은 잘 둘러 봤다. 그럼 되었지. ㅎㅎㅎ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