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14) 하도마을

작성일
2021-04-20 05:25
조회
527

제주반달(14) [3일째 3월 10일/ 3화]


하도리 해녀체험마을에서 머뭇머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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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항을 둘러본 다음에는 다시 북향으로 해안의 길을 따라서 이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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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방진으로 가는 길에 용항포(龍項浦)가 있다는 생각은 못 했다. 물새들이 모여있는 곳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바로 차를 세우고 새 사진을 찍고 갈 요량으로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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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대자마자 튀어내려서 새들의 풍경을 딱 한 장 찍었다. 그런데 관리하시는 아저씨의 난데없는 호통이 떨어졌다. 이것은 미쳐 생각하지 못했다.

관리 : 이봐요~! 가까이 가면 안 돼요~~~!!!
낭월 : 예, 가까이 가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구경하겠습니다.
관리 : 큰일 나요~! 길 건너에서 구경하세요~~!!
낭월 : ????
관리 : 빨리요~! 거기에서는 사진 못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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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나 숨넘어가는 소리를 하시는지 깜짝 놀라서 얼른 길을 건너갔다. 그래도 관리자는 관리 초소로 들어가지 않고 낭월을 감시하듯이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길의 왼쪽에서 새를 관찰하든 사진을 찍든 하라는 말씀이었다. 입구에는 조류독감으로 출입을 금한다는 팻말이야 봤다. 그래서 길가에서 사진을 찍을 요량이었는데 그것도 안 되니까 길을 건너 가란다. 아니, 이게 뭔 상관인지.... 당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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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조류독감이 길가에서 사진을 찍으면 위험하고 길 건너서 찍으면 안 위험하단 말인가? 거참.... 때론 이해가 되지 않는 과잉단속을 만나기도 한다. 그것이 상식의 범위 안에 있으면 당연히 수용하지만 이것은 쫌.... 쫌.... 과잉통제잖여? 물론 행여라도 자신이 관리하는 곳에서 조류독감이라도 발생하게 되면 입장이 난처할 것이라는 정도는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이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 그냥 그렇다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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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서 찍어도 거리가 멀어서 제대로 담길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도 길건너서 사진을 찍으라니..... 달리 방법이 없다. 생각같아서는 관리소를 피해서 안쪽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냥 지나가다가 스치는 풍경으로 담을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할 마음은 생기지 않아서 그냥 허용하는 곳에서 두어 장의 사진이나 찍고 바로 지나치려고 생각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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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끌었던 녀석은 이 까만 녀석이었다. 처음 보는 모양이어서이다. 그리고 또 처음 보는 녀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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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들 말이다. 오리인가? 그런 것도 같고.... 좀더 다가가서 생긴 모양을 자세히 보고 싶었는데 400mm로 당겨봤지만 맘대로 되지 않아서 라이트룸에서 잘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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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망원렌즈가 있으니까 이 정도라도 담을 수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지도에서 보기는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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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혹시나 하고 창밖을 내다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눈길을 끄는 새들이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반가움으로 얼른 차를 세운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만 관리하는 아재의 철저한 책임완수로 인해서 사진은 쪼매~ 아쉽게 되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안 괜찮으면 또 워쩔껴~! 달리 방법이 없으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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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멀리에는 더 많이 모여 있는 것도 보였다. 흰털이 섞여 있는 오리라고 해도 될랑강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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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이렇게 해 놓고서 나중에라도 이름을 알게 되면 써넣기로 하고 우선은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담아놓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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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바다쪽에서도 흰 새들이 보여서 같은 종인가 하고 확인을 해 보니까 녀석들은 갈매기로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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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야 다 같은 것이지만 갈매기는 흥미를 끌기 어려운 조류이기는 하다. 그래서 얼른 차로 돌아갔다. 더 이상 다가갈 수는 없는 일이니까 이 정도로 만족하면 되지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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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려다가 문득 주차장 옆의 카페를 보게 되었고, 그 옆의 한 곳에 눈길이 머물렀다. 나무등걸인 모양인데 바위에 올려놓은 것으로 봐서 구경꺼리라도 되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또 다가간다. 뭐든 눈에 띄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자칫하면 두고두고 확인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냥 사진 한 장 찍으면 간단히 해결되는 것이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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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나무가 아니잖여? 돌인가? 돌 치고는 참 기묘하게 생겼잖아? 나무 화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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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져보고 들여다 봐도 돌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겠군. 그래서 구경꺼리가 되었겠다는 것을 알고 봐도 참 신기하게 생기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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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화산시절에 용암의 불기둥이 통과했던 흔적이려니 싶었다. 이런 것은 혼자만 보면 아깝지.

낭월 : 호연이, 이게 뭘로 보이노?
호연 : 나무잖습니까?
낭월 : 그래 보이제?
호연 :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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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의 호들갑에 호기심이 많은 호연이 나와서 보고는 역시 감탄을 한다. 다만 연지님과 화인은 귀찮은지 창밖으로 내다 보기만 하고 움직일 마음이 없어 보여서 그냥 이동을 계속했다.

용항포고지도

옛날의 용항포는 이렇게 생겼었구나. 여기에서는 지미봉(只未峰)을 지미(指尾)라고 썼었잖아? 도대체 어느 것이 맞는지는 알 방법이 없단 말이지. 봉우리 정상에 구조물이 있는 것은 봉수대라는 뜻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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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차는 모퉁이를 한 번 돌고는 다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토끼섬이며 주변의 풍경이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모습을 하고 있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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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가 문주란을 안고 있는 캐릭터와 그 뒤로 보이는 곳이 토끼섬인 모양이다. 바다의 풍경이 이렇게 생기면 먹을 것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해녀들이 모여서 물질을 할만 한 구조를 하고 있는 것이 물 밑의 풍경을 상상해 보면 짐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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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란의 자생지가 해변 어딘가에 있으려니 했더니 토끼섬에만 있다고 해서 다시 지도의 보기를 바꿨더니 대략 토끼섬의 윤곽이 드러나는구나.

 

20210420_045113[인터넷자료: 제주도 토끼섬 - 숨겨진 명소 문주란 서식지 : 네이버 블로그]


문주란이라는 이름을 보니 주변에 뭔가 있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검색을 해 봤더니 이렇게 풍성한 문주란이 피어있는 사진이 있구나. 여름에 와야 볼 수가 있는 풍경이지 싶다. 문주란의 개화시기는 여름이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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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지나간다면 문주란(文珠蘭)의 향기에 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 철이 아닌 고로 기억창고에 하나 걸어두면 되겠군. 무엇보다도 이름이 좋지 않느냔 말이지. 글자구슬이라니 누가 이렇게 멋진 이름을 붙여줬는지 궁금하군. 혹 여름에 나들이를 하게 되면 연지님을 꼬드기는 미끼로는 최상급이겠다는 궁리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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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체험마을이라니까 여름철에 오면 물질을 해 볼 수가 있다는 말이잖은가? 그렇다면 여름에 나들이를 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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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그림이 나온다. 이런 대화를 4개월 후에 하고 있을 게다.

낭월 : 날도 더운에 꽃이나 보러 갈까?
연지 : 무슨 꽃을 보러 가?
낭월 : 제주도로 꽃구경을 가자.

연지 : 제주도에 무슨 꽃이 있는데?
낭월 : 먼저 지나가다가 봤잖아. 문주란을 보러 가야지.
연지 : 문주란? 노래하는 문주란이 거기 살아?
낭월 : 전국에서 유일하게 거기만 핀다잖여. 가자.
연지 : 며칠이나 있으려고?
낭월 : 3일이면 충분하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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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꼬드길 적에는 시간을 길게 잡으면 동토가 나기 쉽다. 최소한으로 잡아놓고서 일단 간 다음에는 현지의 상황에 따라서 변경하면 된다. 혹시라도 바다에 풍랑이 일어나면 바다에 들어갈 수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물론 코로나때문에 중지했을 수도 있으니까 그것도 사전에 알아보고 계획을 짜야 하겠군. ㅎㅎ

7월 하순경이면 물때도 조금때라서 좋겠네. 일단은 이렇게 정보를 수집해 놓았다가 적당한 시기에 예약을 해 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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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설렌다. 바다가 부른단 말이지. 뭘 잡아 먹어서가 아니다. 그냥 바닷속을 자유롭게 누비고 다니는 것이 신명나기 때문이다. 안면도의 갯펄에서 밀물때가 되면 수영하고 놀다가 발에 걸리는 피조개를 잡기도 했던 기억을 케케묵은 창고에서 꺼냈다. 피조개 뿐인가 까막조개까지도 참 많았었지. 발바닥의 감촉에 깔깔하면 피조개이고, 매근하면 까막조개이다. 까막조개는 모시조개라고 한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지만 그게 왜 모시조개인지는 아직도 모를 일이다. 직관적으로 까막조개가 더 잘 어울리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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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낭월의 가슴 속에는 여름의 풍경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올 여름에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여기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으로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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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태풍이 불면?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노. 폭우가 200mm쯤 쏟아지면 엉또폭포에서 장대한 폭포를 즐기면 되지. 집에 못가면? 그게 또 무슨 상관이냔 말이지. 자유롭게 사는 인생인데 뭘. 놀 궁리만 하면 신나거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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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가 보이기에 걸음을 옮겼다. 또 뭔가 볼만한 것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패키지 여행은 낭월과 맞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게다. 이렇게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주변의 풍경을 따라가야 하는데 정해진 일정에 끌려다니다가는 아무래도 수명감축을 하게 될까 두려워 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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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불턱이 뭔지는 이제 잘 알고 있다. 제대로 된 해녀마을이 틀림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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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설명문은 안 봐도 외울 지경이다. 그래도 이렇게 찍어놔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안내가 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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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 비어있어서 들어가 봤다. 앉아서 쉴 수가 있도록 간단하게 만들어놓은 탁자에 카메라 가방을 내려놓고는 가벼운 몸으로 주변의 풍경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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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다 보이는 곳의 풍경은 철새들이 놀던 용항포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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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뭇가사리인가? 해조류를 뜯어다가 말리고 있는 풍경인데 구경하느라고 다가갔더니 안에서 떠들썩한 대화가 들려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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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아침에 파도가 잔잔한 틈을 타서 해녀들이 뜯어온 것이로구나. 그래놓고는 안에서 쉬면서 담소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카메라를 들이대지 못했다. 천성이 이렇게 수줍어서야 무슨 사진가냔 말이지. 그래서 사람보다는 풍경을 즐기게 된 모양인지도 모르겠군. 예전에 사진수업을 받으면서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이 시장이며 가게며 잘도 쑤시고 다니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인물 사진들을 찍어와서는 칭찬도 듣고 했는데 낭월은 겨우 화분의 코스모스나 찍어갔다가 혼꾸녕만 났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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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으로만 말했다.

'안녕하세요. 마당에 널린 것은 우뭇가사리인가요?'
'요즘은 물때가 저조기라서 작업을 많이 하셨나 봅니다.'
'기념으로 간직하게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습니까?'
'여름에 놀러 와서 해녀체험도 좀 해보고 싶습니다.'

아니, 왜 이렇게 말을 못하느냔 말이다. 그런다고 누가 잡아가나? 욕이라도 들을까봐? 그냥 수줍어서지 뭐. 그렇게 여린 마음으로 어떻게 책은 쓰고 방문자들과 상담은 하는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세상에 8대 기적의 여덟 번째는 낭월이 상담업을 하면서 먹고 산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저마다 먹고 살 기술 하나는 갖고 태어난다더니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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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으로만 무수히 많은 대화를 나누고는 이렇게 한바퀴 둘러서 차로 돌아갔다. 여름엔 반드시 와서 현장에서 새로운 제주도를 체험하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호연 : 이제 그만 갑니까?
낭월 : 그래 구경 잘 했네. 어? 가방을 어디서 갖고 오는 거야?
호연 : 불턱에 내려놓으셨던데요?
낭월 : 아차, 그랬구나. 세상에 깜빡 잊고 있었잖아. 쯧쯧~!

이렇다. 이것 저것 두고 다니다가 이제는 카메라 가방까지 두고 다니게 생겼구나. 자칫했으면 다시 되돌아 올 뻔 한 것을 호연이 덕에 방지했다. 뭐 누가 가져갔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어쩔 수는 없겠지만, 가야 할 길도 많은데 차를 돌리는 것은 또 하나의 미안함을 추가하게 될 따름이니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도 카메라가방을 두고 차에 올랐던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해녀체험에 대한 생각에 다 잊어버렸던 모양이다. 그것 참.... ㅋㅋㅋ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