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12) 일출봉②

작성일
2021-04-18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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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

제주반달(12) [3일째 3월 10일/ 1화]


다시 찾은 성산일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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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에 갔던 성산일출봉을 다시 찾아야 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해를 제대로 못 봤으니까. 그리고 일행 중에서 50%는 성산일출봉의 새벽에 뜨는 해를 못 봤다는 것도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8일에는 화인네는 동행을 안 하고 연지님과 둘이서만 갔었기 때문이다. 전날 저녁을 먹고는 오늘의 일기예보를 살폈다. 맑음이다. 그렇다면 출발을 해야지. 귀가해서 화인이 물었다.

화인 : 내일은 성산일출봉에 가시나요?
낭월 : 물론~!
화인 : 몇 시에 일어나면 되나요?
낭월 : 늦어도 다섯시~!
화인 : 그렇게나 빨리요?
낭월 : 빨리라고? 일출이 6시 51분인데?
화인 : 가는데도 1시간이 좀 더 걸리잖아요?
낭월 : 말인둥~!
화인 :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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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눈을 뜨니 2시 50분이다. 어제 뛰어다닌 영향으로 완전히 숙면을 취했던 모양이다. 집에서는 이 시간에 잠이 깨면 찻물을 끓이겠지만 여기에서는 대신에 카누가 있다. 카누를 절반만 넣고 연한 커피를 만들어서 마시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오늘의 일기를 살피는 것이다. 맑음이 떴군. 바람이 좀 불 모양이구나. 특보가 발효중이라니 먼 바다에서는 바람이 불어댈 모양이다. 오늘 배를 탈 일정은 없으니 무관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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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서둘러도 5시 전에 출발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이 정도면 준수한 편이지. 5시 5분에 출발할 준비를 마치고 화인네와 주차된 차 앞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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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도 아직은 밤인 줄을 아는지 셔터가 늦었던 모양이다. 카메라는 내 맘대로 조정을 하기가 쉬운데  폰은 그게 불편해서 그냥 찍을 따름이다. 흔들리면 흔들린대로 노출이 맞지 않으면 맞지 않는 그대로 정보샷이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 움직이고 있다는 기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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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시간에 도착했다. 6시 24분이면 일출전 30분을 맞춘 셈이기 때문이다. 그저께와 마찬가지로 적당한 자리에 타임랩스를 찍을 카메라를 세워놓고는 한 대는 이렇게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풍경을 담는다.  12mm로 찍어도 그믐달인 줄은 알아 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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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보가 발효중이라더니 바다에 고깃배가 거의 사라졌구나. 풍랑주의보가 내린 것이 분명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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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에 이 자리에서 이렇게나 멋진 풍경을 접할 수가 있다는 것이 마냥 행복하다. 바다냄새도 좋고 바람소리도 좋다. 더구나 파도소리가 철석이는 것도 절묘한 화음을 이룬다. 그러니까 파도소리와 바람소리의 협주곡을 들으면서 바다향에 젖는 즐거움이 밝아오기 전의 어둠 속에서 홀로 서 있는 자신의 존재가 느끼고 있음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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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해 보이는 사진을 자꾸만 늘어놓는 것은 이러한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하늘의 청기(靑氣)가 가득한 것도 좋고, 그 청기를 뚫고 주황색이 번져가는 것도 곱다. 하늘은 도화지라더니 사진놀이에는 그냥 도화지가 아니라 마법도화지이다. 더구나 이 시간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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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몰은 섶섬 앞에서 양에서 음으로 바뀌는 풍경을 즐겼는데 오늘은 일출봉 앞에서 다시 음에서 양으로 바뀌는 순간을 만나는 구나. 호연과 화인도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새벽의 상쾌함을 즐기는 모양이다. 바다의 모습이 그제와는 또 다르다. 물때가 달라져서인지 앞에 보이는 암반이 많군. 밀물이기는 한데 바닥이 많이 드러나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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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번 여행길에서는 오늘이 마지막의 일출봉 새벽일 것이 틀림없겠지 싶어서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해진다. 또 가자고 하면 모두 자빠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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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3분 전이로군. 동녘이 곱게 물든다. 해가 뜨는 것을 보러 왔지만 실은 해가 뜨기 전의 이러한 분위기를 즐기러 온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이 시간에 여기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새벽잠을 양보한 것이나, 1시간 이상을 달려 온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은 이유로 충분히 보상이 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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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를 뚫고 어슴프레하게 뭔가 떠오르는 것이 보인다. 바다일출은 아니고 해무일출이 되는 모양이다. 뭐 그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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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을 제대로 담을 수가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렇게 해서 생각 나무에 걸려있던 숙제 하나를 해결했다. 광치기중간에서 성산일출봉을 전경으로 해가 솟아오르는 것을 담는 것이었으니까. 해가 솟아오르기 시작하면 풍경은 이내 싱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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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것을 얻었으니 이제 삼각대를 접어도 된다고 머리가 말한다. 그렇지만 가슴은 아직도 여운이 남았기에 아쉽단다. 그러면 아쉬움이 사라질 때까지 놀면 되지 뭘.

제자들에게 오행의 이치를 설명할 적에는 짜투리도 남지 않도록 자로 잰 듯이 전달해야 하는 것은 머리의 몫이기 때문이지만, 이렇게 해변에서 사진놀이에 빠질 적에는 머리가 주인이 될 수 없음이다.

마음이 이끄는대로 머리는 카메라를 조작하는 조수에 불과하 따름이니까. 이렇게 주객을 확실하게 해 두면 전혀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항상 내분이 일어나게 되고, 그로 인해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재미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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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과는 다 놀았다. 차에서 연지님이 낭월의 놀이를 지켜보다가 폰으로 담은 장면이로구나. 감각이 있다. 낭월을 일출풍경의 배경으로 써버리다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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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놀이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님을 떠올렸다. 해가 일출봉과 놀고 싶다는 메시지를 낭월에게 보냈기 때문이다.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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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던 해가 일출봉으로 붙는다. 그래 이해가 된다. 해인들 맨날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지루하겠느냔 말이다. 그래서 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마침 지루하던 참에 재미난 이야깃꾼을 만났으니 사양을 할 까닭이 없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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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십일(十日)아, 어디로 가는 거냐? 바위에는 왜 올라가지?
십일 : 내가 재미있는 것을 보여 주꾸마. 잘 보거래이~!
낭월 : 그야 물론이지. 마침 심심하려던 참인데 무엇을 보여 주려고?
십일 : 그라이까네..... 보고만 있거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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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 : 쨔~쟌~~!!
낭월 : 십일아 뭐하노?

십일 : 볼링놀이도 모리나? 공 굴러간다~~~!
낭월 : 싱겁네... 재주가 별로 없구나... 쯧쯧~
십일 : 그래? 재미없나? 난 억수로 재미있는데...
낭월 : 벌써 지루해지려고 하는 걸. 딴 거는 없어?
십일 : 그....래.....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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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 : 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꾸마.
낭월 : 재미있다는 말은 내가 해야지 네가 하면 재미없지.
십일 : 참 깐깐하구로 와카노~ 리액션이 재미를 낳는 줄도 모리나?
낭월 : 그런 것은 어떻게 알지?
십일 : 자 쪼매 기다리거래이. 개~봉~바~뚜~~!!

 

★★★또 하나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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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이 일어난지도 250억년이 지났다. 오랜 세월동안에 천지는 계속해서 변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을 흡수하고 또 어두운 것은 밝은 것을 빨아들이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다에서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그렇게 10만 년간 이어지더니 망망대해에 커다란 산을 만들고 그 동쪽의 바닷가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올라서는 하나의 암봉을 만들었다. 그렇게 다시 50만년이 흘렀다. 불기둥도 식어지고, 자연은 불명불암(不明不暗)의 상태로 오래도록 이어졌다. 어둠도 아니요 밝음도 아닌 그 상태를 후대의 역사가들은 혼돈기(沌期)라고 불렀다.

그리고 다시 100만 년이 지나면서 조용한 기적이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불기둥이 솟아난 다음에 다시 많은 침묵이 흘렀지만 겉으로 침묵이라고 해서 속까지도 침묵일 수는 없는 것이니 왜냐면 세상의 이치는 항상 순환하고 변화하는 까닭이다. 그렇게 해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부단(不斷)히 움직이면서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 되었다. 천지가 갑자기 요동을 쳤다. 마치 만삭의 여인이 출산의 징후를 맞이하여 비명을 지르면서 남편의 상투를 움켜쥐고 힘을 쓰듯이 산천에는 땀과 같은 빗물이 쏟아지고, 거대한 바위덩이는 계속해서 신음소리를 냈다.

'으으으으으음... 으으르릉~~!!'

그렇게 10년을 진동과 신음과 폭우가 쏟아지던 것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고요한 적막이 감돌았다.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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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거대한 바위는 모진 진통을 마치고서 알을 하나 낳으려고 준비했다. 그 순간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리고 땅은 다시 육종으로 진동을 하면서 허공에서는 천신들이 선녀들과 함께 나타나서 하늘의 음악을 연주하고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는 고운 음성으로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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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바위에서는 너무나도 밝은 빛을 내 뿜으면서 알이 세상으로 나오고 있었으니, 누가 봐도 그 알은 밝알이 분명했다. 동시에 음악과 노랫소리는 더욱 높아졌으며 꽃비와 함께 온통 축제의 분위기가 넘쳐흘렀다. 잠시 후. 바위는 다시 한 번 진동을 일으키면서 우레와 같은 신음을 내어 뱉았다. 그러자 밝알은 다시 조금 더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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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도 힘이 부족했다. 옥황상제가 이것을 보고서는 아무래도 도움을 줘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도리천에서 잠을 자면서 달콤한 꿈을 꾸고 있던 산신(産神)을 불러서 말했다.

옥황 : 산신할망~! 아무래도 그대가 힘을 써야 하겠잖나?
산신 : 그것도 제힘으로 쑥~ 낳지 못하고 늙은이를 귀찮게 하는구먼.
옥황 : 아니, 초산이니까 그렇지. 다음에는 쑥쑥 잘 낳을테니 힘좀 써줘봐~!
산신 : 그야 뭐 어려운 일이겠습니까만, 상제께서는 제게 뭘 해주실라고요?
옥황 : 하긴,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고?
산신 : 많이 바라지는 않고요. 저 산이나 제게 주신다면 뭐....
옥황 : 아니, 할망의 욕심도 참 대단하군.
산신 : 싫으면 관 두시던가요~ 내사 답답할 것도 없으니....
옥황 : 그래 알았네. 산은 그대에게 줄테니 어서 좀 도와줘봐. 딱하잖아~!

옥황상제로부터 확실하게 약조를 받고서야 산신할망은 거대한 바위가 아직도 진통하느라고 우르릉거리면서 흔들리고 있는 옆으로 가서 조용히 노래를 불렀다.

아가야, 아가야, 착한 아가야~
그 속에서 얼른 나오너라~
이 할망 손 잡고 놀러 가게~
아가야, 아가야 어서 나오너라~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산신할망이 그렇게 노래를 부르자 갑자기 천지가 무너질듯이 큰 소리가 들리더니 바위는 마지막 몸부림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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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비로소 밝알은 세상에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으며 천상의 음악과 선녀들의 노랫소리는 더욱 아름답게 허공으로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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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알이 태어나고 잠시 시간이 흘렀다. 그러자 어둡지도, 그렇다고 밝지도 않던 세상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알을 낳은 거대한 바위는 다시 고요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후로 그 바위에는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밝알을 낳은 바위'

후대의 사람들은 그 바위산을 일출봉(日出峰)이라고 부르지만 그 이름이 붙게 된 연유에 대해서 아는 이는 옥황상제와 산신할망 외에 당시에 참석했던 천녀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른 채로 그렇게 아득한 세월이 흘러갔다.

한편, 노래 한 곡조로 산을 얻은 산신할망은 산봉우리로 올라가서 심심하면 하늘의 은하수를 붙잡고 하늘로 놀러 다니면서 놀기도 하면서 즐겁게 여생을 보내고 있었더란다. 은하수를 후대의 사람들은 한(漢)이라고 표현했고, 그것을 할망이 붙잡고 놀았다고 해서 나(拏)라고 했으니 그것을 인연해서 역사가들은 그렇게 바다에 솟아오른 섬을 한라산(漢拏山)이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다시 10억 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하루는 할망이 낮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놀라서 잠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치밀어서 정신을 차려보니 웬 놈이 돼지를 잡을 요량으로 쏜 화살이 하필이면 낮잠을 자던 할망의 엉덩이를 맞춰버린 것이었다.

그 화살은 효자가 병든 어머님께 고기를 드리려고 쏜 것이었는데 얼마나 힘을 들여서 쏘았으면 할망이 잠든 산꼭대기까지 도달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할망은 원래가 인정머리가 없었던지라 얄짤없었다. 어떻게 화를 풀까를 생각하다가 마땅히 해볼 방법이 없자, 산꼭대기를 쑥~ 뽑아서는 화살을 쏜 효자에게 던졌다. 그래서 효자는 비명도 못 지르고 그 산봉우리에 깔려서 죽고 말았고, 그것을 불쌍히 여긴 산신령이 바위에 굴을 파고서 영혼을 머물게 했고, 후대에 누구라도 그 바위굴에서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뤄지도록 하는 신통력을 전해 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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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이 바위에는 산방산(山房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이러한 전설을 믿지 못하던 사람들이 직접 확인을 해 보기 위해서 측량사를 불러서 한라산에 생긴 바위구멍의 크기와 이 산방상의 바위의 둘레를 즉정한 결과 조금도 크거나 작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전설은 실화였다는 것을 인정하였다고 전한다.

이렇게 되자 산의 봉우리에 생긴 구멍에는 비가 많이 내리면 연못으로 변화하였는데. 사람들은 그 연못의 주변에서 하얀 사슴들이 뛰노는 것을 보고는 이름을 백록담(白鹿潭)이라고 붙였다고 하는데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하늘에는 태양이 오가면서 세상의 만물을 비춰주고 있었더란다.

그리고 그 사건이 있은 후부터는 한라산의 정상에 봉우리가 없게 되자, 그것을 본 사람들이 '머리없는 산'이라는 뜻으로 '두무악(頭無岳)'이라고 불렀는데, 오랜 세월이 흐르자 그 지방 사람들은 두무악을 '두모악'이라고 부르게 되면서 한라산의 다른 별명으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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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와 놀이에 빠져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문득 낭월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돌아다 보니 화인이었다.

화인 : 배 고파요 아침 먹으러 가요~!
낭월 : 아, 아침.... 그래.. 가자...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