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11) 섶섬일몰

작성일
2021-04-16 16:38
조회
547

제주반달(11) [2일째 3월 9일/ 6화]


섶섬에서 일몰을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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섶섬으로 향한 시간은 저녁 5시 무렵이었다. 그러니까 일정에 소천지를 넣으면서 일몰의 시간까지 고려해서 얼마 되지 않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작은 포구 부근에서 일몰을 지켜보려고 계획을 세웠고, 소천지에서 주변을 살펴본 결과로 섶섬의 앞에서 일몰을 지켜보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 하면 되겠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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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가깝느냐면, 딱 1분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해가 지는 방향과 일몰을 지켜볼 자리를 찾다가 보니까 멀리 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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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미포구는 작은 어항이었다. 앞에 섶섬을 방파제 삼아서 두고 있는 곳이었다. 대체로 포구를 보면 앞에 작은 섬이라도 하나 있기 마련인데 여기도 그러한 지형을 의지한 곳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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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속의 그림은 이랬다. 지는 태양이 문섬과 범섬과 제주도를 사이에 두고서 바다로 장엄하게 들어가는 그림이었다. 꽤 괜찮지 않은가? 그리고 이 그림을 그릴 수가 있는 위치는 유일하게 구두미포구의 앞에 있는 섶섬의 바위틈 사이의 언저리라는 것을 대략 가늠했다. 그래서 처음 생각한 대로 자리를 찾아서 돌과 바위가 뒤섞인 해안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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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북쪽의 구름이 가득한 풍경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서쪽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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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맑음이다. 그리고 심심하지 않을 정도의 구름이 떠있다. 이만하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차음에 상상했던 그림은 문섬과 범섬 사이로 해가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동지때나 되어야 바랄 수가 있는 일몰각이었다. 상상은 현실을 만나서 물거품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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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희망은 ①안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일몰각을 봐도 도저히 이 그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②안으로 타협을 봤다. 차는 내가 말하는대로 이동을 해 주지만 태양을 옮길 방법은 아직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도가 툭 터져서 일월의 운행에 개입할 정도가 되면 그때는 시도를 해 보기로 하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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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지켜 줄 연지님은 차에서 잠시 쉬라고 했다. 자리를 찾으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황량한 검은 돌 투성이인 해변에서 오가는 사람도 없으니 딱히 지킬 필요도 없기는 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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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나믄 척의 작은 어선들이 한가롭게 물결을 타고 있는 곳은 구두미포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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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미포구는 행정구역상으로는 송산동이었던 모양이다. 이런 표지판도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기념이 될지 몰라서 한 장 찍어 둔다. 필요없으면 지우기는 쉽지만 필요해서 찾으려고 한다면 다시 그 자리에 가서 얻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정표와 같은 것은 찍어두는 습관이 생겼다. 가능하면 어디까지 몇km라고 되어 있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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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타임랩스를 찍을 자리를 찾아야 한다. 최대한 섶섬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그래야 태양의 길을 바다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숨은 사람 찾기? 호연이 어딘가에 있는데 사진을 확대하지 않고는 발견하기 어렵지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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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만조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음력으로 26일이고 3물이라서 물은 많이 들어오지 않을 게다. 그러나 내가 살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까지 밀물이 들어올 것인지를 정확하게 알 수가 있지만 처음으로 찾아 온 갯가의 조수까지 알아 내기는 쉽지 않은 까닭에 나름대로 안전한 자리를 확보해야만 한다는 것이 다음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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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탐사선은 자꾸만 더 들어가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강정해군기지의 제방이 걸린다고 외치고 있었다. 강정포구에 해군기지가 생기기 전에 촬영을 왔었어야 한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가리늦게 와서는 주변의 여건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투덜거려봐야 무슨 소용이람.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려니까 물때가 자꾸만 위험하다고 경고를 보낸다. 우짠단 말이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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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서야 이렇게 편안한 곳에서 삼각대를 설치하고 빈둥거리고 싶지. 그러나 항상 환경과 타협을 보지 않으면 그나마도 원하는 그림을 얻기는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서쪽을 보면서 마치 측량하는 기사처럼 거리를 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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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천지처럼 보이는 섶섬의 앞이다. 아무데나 이름만 붙이면 될 것도 같은 소천지이다. 아직도 그 실망감이 여운을 남겼나 보다. ㅎㅎ 저 중간에서 위치를 가늠하고 있는 낭월을 연지님이 찍어놓은 모양이다. 숨은 낭월 찾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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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쯤이면 그래도 삼자합의를 봤다고 할만 하겠다. 태양과 바닷물과 카메라의 합의 말이다. 그러나... 밀려 들어오는 물결의 위협을 모른 채로 버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삼각대가 물에 잠기는 것까지도 어떻게 견딜만 하다. 그러나 그 상황이 되면 식구들의 아우성이 한여름 장마 중에 폭우처럼 쏟아질테니 도저히 그것을 이길 엄두가 나지 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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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바다일몰은 포기해야 할 모양이다. 흉물스럼게 삐쭉~ 튀어나온 강정항의 방파제를 피할 방법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대한으로 풍경을 찾아서 자리를 잡느라고 시간이 자꾸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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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스멀스멀 바위틈을 타고 올라온다. 조금때임을 감안하면 여기까지 물이 올라올 것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다시 한 번 더 마땅한 자리를 찾아야 했다. 썰물때였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느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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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대를 들고 낭월의 행적을 쫒고 있는 호연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내가 해도 되는데 노느니 공덕을 쌓는다고, 이렇게 짐꾼을 자청하니 거부할 수가 없다.

낭월 : 됐다. 여기다 전을 펴면 되겠네.
호연 : 마땅한 자리를 찾으셨습니까? 그쪽으로 갑니까?
낭월 : 그래, 여기에서 오늘 일몰을 지켜보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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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타임랩스를 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해서 챙겨야 할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타임랩스를 찍다가도 다시 중간에 포기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나름대로 시행착오 속에서 깨달았다고 해도 되겠다. 뭐든 경험보다 중요한 스승은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①카메라 : 소니R3 (동영상으로 만들 거니까)
②셔터 : A모드 (조리개 F/9로 설정, 서터속도는 자동)
③ISO : 자동설정 (점점 어두워질테니까)
④초점 : 적절한 무한대 (자동은 초점이 오락가락할 수가 있으니)
⑤배터리 : 100% (도중에 꺼지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⑥메모리 : 2천샷 이상 (찍다가 메모리가득차면 워쪄)
⑦삼각대 : 돌맹이 (해가 기울면서 바람이 일어날테니)
⑧화각 : 24mm (주변을 감안해서 이 정도로)
⑨방향 : 일몰처 (해가 넘어갈 곳을 예상하고)
⑩간격 : 7초 (특별한 변수가 없고 시간도 넉넉하므로)


대략 이 정도면 된다. 그래도 꼭 뭔가 빼먹고 다시 설정하게 되거나 께름찍해서 안절부절하게 되는 경험을 반복하다가 보면 요만큼은 챙길 수가 있다. 혹 타임랩스를 시도해 보실 요량이라면 이것을 폰에 복사해놓고 봐가면서 점검하면 큰 실패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물론 다 믿지는 말고요. 언제 무슨 돌발변수가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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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 실수하면 안돼 사바하~!"

두 시간을 기다렸는데 결과물을 보면서 후회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연히 조심성이 생기기 마련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듯이

늙은 쥐가 항아리를 쏠듯이,
육칠십 늙은 과부가 외자식을 잃은 후에
오매불망 자식생각이 간절하듯이

집중하고 또 집중해야 한다.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늦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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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설렘~!
이런 느낌을 아실랑강 모르겠군. 미지의 장면을 상상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 할 따름이다. 그래서 간절하고 조마조마하고 설레고 황홀하고 미치겠고 펄쩍 뛸 정도로 흥분이 되기도 하는 순간이다. 좀 심했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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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점검하고, 또 살펴보고서야 비로소 그 자리는 카메라에게 맡기고서 떠날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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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삼이 잘 부탁하네~!"

연지님이 비상용으로 들고 다니는 천주머니에 돌덩이를 하나 넣어서 매달고 나서야 비로소 자리를 떠나게 된다. 바람이 불어서 카메라가 흔들려도 안 되지만 최악의 경우에 바위로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사진이 문제가 아니라 카메라가 문제일 수 있는 까닭이다. 큰 바위 위에 설치를 한 것은 그래도 혹시 몰라서였다. 만에 하나라도 바닷물이 덮치게 되면 카메라가 물에 잠기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물이 코앞에 왔는데도 배짱이 필요한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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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 되었다. 그야말로 주사위는 던져졌고, 화살은 활을 떠났다. 더 해볼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해변가로 돌아간다. 그리고는 어플을 보면서 일몰의 전후를 가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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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몰은 6시 33분이다. 일몰전 1시간부터 찍기 시작했으니까 앞으로 1시간 반 정도 찍으면 시민박명으로 접어드는 7시 무렵이 되겠군. 대략 그때까지 찍으면 되지 싶다. 항해박명까지는 하늘을 봐가면서 판단하기로 하자. 7초 간격으로 90분을 찍으면 대략 몇 장의 사진이 나올랑강....?

90분 → 5,400초
5,400÷7초=771장

그러니까 7초 간격이면 1,000장을 넘지는 않겠구나. 대략 2시간 정도가 최대의 시간이기 때문에 1천 장 정도가 담기는 모양이다. 어디.

120분 → 7,200초
7,200÷7초=1,028장
7,200÷3초=2,400장

맞아. 그래서 대략 1천장을 기억하고 있었구나. 그런데 간격을 3초로 하게 되면 2시간에 2천4백장의 사진이 찍히게 된다. 사진은 공학이다. 아니, 수학인가? 아무렇거나, 중요한 것은 두 시간 동안 타임랩스를 찍으려면 메모리카드에 대략 2천장을 찍을 공간을 남겨놔야 마음이 편하다는 이야기는 분명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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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는 좋다. 이제 남은 한 대의 카메라도 어딘가에다 설치해야 한다. 카메라가 노는 꼴을 못 보는 낭월이니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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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바람이 무섭다. 그래서 재삼 삼각대가 서 있는 자리가 견고한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 바위가 쪼개지지만 않으면 괜찮아 보인다. 그제야 마음을 놓고서 구두미 포구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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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미 포구에도 삼각대를 설치하려는 것은 알삼의 시선이 너무 낮아서 그점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어쩌면 바위만 보이는 타임랩스를 얻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인해서 보험을 하나 들어두기로 한 셈이다. 여기에서는 앞의 선착장에 사람들이 오가는 것이 포인트가 되지 싶었다. 어둠이 내리면 해변의 집에서 불빛이 켜지는 과정도 좋아 보인다.

사진놀이는 상상력을 발휘하고 그것을 확인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특히 타임랩스의 재미는 더 말을 할 나위도 없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상상하는 재미는 완전히 몰입하게 되는 까닭이다. 이번에는 알사(R4)에게 일을 맡기면 된다. 렌즈는 두 개가 다 12-24이다. 알삼에 물린 것은 조리개 밝기가 F4이고, 알사에 물리는 것은 F2.8이다. 그러니까 렌즈가 훨씬 밝은 만큼 그 값을 한다는 이야기도 되는 셈이다. 그러니까 오늘의 승부수는 구두미 포구에다 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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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으로 사진을 담았다는 것은 더 찍을 카메라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3카메라로 즐기면 좋은 것은 이런 경우이다. 두 대로 타임랩스를 찍어도 한 대는 스냅을 담을 수가 있다는 여유로움이다. 그리고 그것도 해 봤다. 그때는 엠삼(M3)이 수고를 했었지. 그런데 보내버렸다. 대신에 폰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폰도 성능이 웬만한 카메라 못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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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도 놀지 않는다. 현피디가 준 미션을 열심히 수행하느라고 아마도 팔이 천근은 되었지 싶다. 그래도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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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지나가주는 것은 망외소득이겠군. 유튜브인 「삼명TV」에 양념으로 사용될 영상들이다. 나중에 적당한 시기가 되면 등장을 하게 되겠거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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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의 성능이 이렇게 좋다. 일몰이 6시 33분이었는데 대략 그 시간에 일몰이 되지 싶다. 붉어가는 석양의 빛이 황홀하다. 사진과 무관하게 이러한 순간에 상쾌한 바람을 맞으면서 갯가를 서성이는 이 재미가 실은 사진놀이의 재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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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분주하게 뛰어다니는지 사진에 적힌 시간을 보면 짐작이 된다. 3분 사이에 포구에서 해안으로 왔다. 잘 하고 있는지 확인도 해야 하겠고, 해가 넘어가기 직전의 풍경도 카메라와 함께 사진을 찍어주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바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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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잘 하고 있구나. 어두워졌다고 셔터는 1/30초로 떨어졌구나. 생각한대로 잘 움직이고 있어서 다행이다. 다시 포구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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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을 담고 있는 화인의 모습도 찍어둔다. 이렇게 열심히 즐기면서 놀았다는 것을 누가 증명해 주느냔 말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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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일몰이다. 바다로 떨어지는 일몰시간은 칼같이 지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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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세워놓은 옆은 해녀가 거처하는 곳인 모양이다. 이것은 어제 섭지코지에서 배웠다. 태왁과 박새기잖여. 오늘도 주인과 함께 물질을 하고는 해바라기를 하면서 일몰을 지켜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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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넘어갔지만 하늘은 한창 일몰축제를 벌이고 있다. 이때 성급하게 카메라를 거두면 두고두고 안타깝게 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진득하게 기다려야 한다. 처음에 예상했던 시간은 7시 반이다. 아무리 바빠도 그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주문을 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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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니깐. 붉게 타오르는 일몰후의 마법이 펼쳐지고 있잖은가. 이것은 양(陽)이 음(陰)을 만나고 있음이다. 그래서 사진쟁이는 마법의 시간[magic hour]이라고 하고, 음양학자는 음양의 상봉시간[十]이라고 말하고, 오행학자는 수화유희(水火遊戱)라고 말한다. 이 시간을 보기 위해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이다. 석양의 해만 찍고서 돌아서는 것도 좋지만 바쁘지 않으면, 아니 좀 바쁘더라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제주도의 노을을 즐기는 여유를 누리는 것은 시간의 변화를 알고 있는 사진가의 즐거움이다. 언제 시간이 되면 북극에서 일몰후의 풍경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짐짓 해 본다.

이제 카메라를 거둘 시간이 다가온다. 우선 해안에 설치한 것부터 거둔다. 어두워서 머릿등을 켜고 가서 철수한다. 해안의 울퉁불퉁한 바위는 자칫하면 부상을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삼각대를 거둬서 차에 싣고, 다시 포구에 설치한 삼각대도 접어서 차에 싣는다. 밥을 먹으러 가자는 말들을 하고 싶겠지만 애초에 7시 반까지는 찍어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참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ㅋㅋㅋ

 

★섶섬 앞에서 본 카메라의 시선★


타임 (1)

타임 (2)

타임 (3)

타임 (4)

타임 (5)

타임 (6)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달라지는 풍경을 느껴보려고 6장의 사진을 나열해 본다. 이것을 타임랩스로 만들 적에는 규격을 16:9로 하고 크기를 줄여서 하늘을 많이 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 전체적인 화면에서 보는 장면보다 더 감동적인 느낌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애초에 보정을 하고 타임랩스로 만든 다음의 그림까지 떠올리면서 화각을 담는 것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이것은 원본인 셈이다. ㅎㅎ

 

★구두미 포구 앞에서 본 카메라의 시선★


타임 (7)

타임 (9)

타임 (10)

타임 (12)

타임 (13)

타임 (15)

타임 (16)

주위가 어둠에 묻혀가는 시간을 보면서 비로소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 한다. 다들 배가 고플테지만 극성맞은 사진꾼을 둔 인연으로 주린 배를 움켜쥐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고, 군말없이 기다려 주는 것이 또 고맙다. 저녁은 무엇을 먹을 것인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된다. 이마 호연에게 계획이 다 있을 것이기 때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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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성(萬事成)이로군. 좋지~!
낮에 놀았던 서복공원 건너에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는 검색해서 먹을만 하다는 정보를 얻어서 결정했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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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식당에도 카메라를 들고 갔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식당에서는 폰으로만 사진을 찍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직원들이 신경을 엄청 쓰는 것으로 느껴져서이다. 더구나 '작가시냐?'고 묻는 것도 부담스럽고. 그래서 폰으로 간단히 스케치하는 정도이다. 사실 음식이야 잘 찍어봐도 음식이니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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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오, 맛있는 술도 많군. 호연이 하나 골라 봐~!
호연 : 아닙니다. 제가 한 일이 있습니까.
낭월 : 오늘 수고도 많았는데 내가 쏘지~! 모태왕자로 할까?
호연 : 아까부터 그것이 눈에 들어오기는 했습니다. 비싸겠지요?
낭월 : 비싸봐야 술 한 병이지 뭘.

폰은 뒀다 뭐 하느냔 말이지. 신속하게 모태왕자(茅台王子)를 검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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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오호~! 신세계 아울렛에서는 89,900원이로군.
호연 : 그렇다면 20만원은 넘겠습니다. 안 됩니다.
낭월 : 그 정도야 뭘~! (허세허세~~)
화인 : 오늘이 겨우 둘쨋날입니다요. 진정하소서~!
낭월 : 그런가? 그럼 오늘은 참을까?
호연 : 그렇습니다. 연태고량도 좋습니다.

이렇게 해서 말로만 비싼 술을 사고 마시기는 연태고령주로 하루의 행복을 마무리 했다. 그래도 된다. 그러면서 치토스 치타의 말을 떠올린다.

"언젠간 꼭 먹고 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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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보채로 미각을 돋구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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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으로 배를 채우면 된다. 그렇게 배불리 저녁만찬을 즐기고는 숙소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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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빈 집을 지키고 있던 튤립이 반겨 맞는다. 오늘은 이렇게 하루를 가득 채웠구나. 두번째의 날도 하늘이 도와서 즐거운 기억과 사진을 얻게 되었으니 또 행복이 1만큼 추가되었다.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