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9) 서복공원

작성일
2021-04-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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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반달(8) [2일째 3월 9일/ 3화]


서귀포(西歸浦)와 서불(徐巿), 혹은 서복(徐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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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西歸浦)라는 이름이 좀 특이하다고는 생각했었다. 목포라거나 남포라거나 뭔가 그 지역의 특징을 붙인 이름이 일반적인데 서귀포는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이름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서쪽으로 돌아가는 포구'라니, 무슨 이름이 이렇게 생겼을까? 그리고 그 이름의 흔적을 서복공원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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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주변경관은 정성을 들여서 가꾼 흔적이 배어있다. 돌담이며 나무다리와 정자까지 잘 가꿔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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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아래에는 연못에 수련의 잎들이 퐁퐁 피어오르고 있었다. 여름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분명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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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이 예쁘게 핀 풍경이 봄의 흥취를 돋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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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찾아 봐라 놀이도 하면서 한바퀴 돌아서는 다시 입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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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서복공원(徐福公園)이다. 오전에는 상효원에서 놀고 오후에는 서복원에서 놀아볼 요량이다. 더불어 공원에 담긴 의미도 생각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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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마(石馬)는 진나라의 흔적을 살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병마용이 떠올랐다. 진시황의 불노초와 연관이 되었다는 것은 어렴풋이나마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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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공원의 현판이 붙은 패방(牌坊)의 뒷편에는 이러한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도처에 이 문양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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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의 돌에도 새겨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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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불과지(徐巿過之)라고 쓴 것이란다. 이 글자는 정방폭포를 바라보고 왼쪽 위에 새겨져 있는 것이라고 한다.

'서불이 지나가네'

이 정도의 뜻이 되겠군. 서복이 지나가네가 아니고 서불이 지나가네는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이름은 복(福)이고, 자는 불(巿)일 수도 있으니까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만 맞는다면 그만이다. 성은 서(徐)이니 서씨였다는 것은 틀림이 없는 것으로 봐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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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을 둘러볼 요량으로 들어갔다. 관람료가 붙어있구나. 얼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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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 저렴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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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의 건물이 넓은 뜰에 자리하고 있었다. 건물 앞에는 석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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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에 대한 내용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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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사기에 등장하는 문구라고 하는 구나. 기록에 나타난 내용이라니 관심이 동한다. 「진시황본기」와 「회남형산열전」에 있는 이야기라고.....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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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 선생이 번역한 사기의 「진시황본기」에 나온 서불의 이야기 부분은 참으로 간략하게 나와있다. 그냥 신선을 찾게 했다는 이야기 뿐이네. 다른 곳에 또 나온다면 모르겠지만 이것만으로는 빈약한 자료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참, 「회남형산열전」이 있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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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서 두 군데를 같이 봐야 하는 모양이다. 여기에는 직접 적은 것이 아니라 오피를 통해서 말을 하는 형식을 취했구나. 그래도 이 정도면 서불에 대한 이야기로 아쉽지 않을 정도는 되겠다. 그러니까 진시황본기에는 서불(徐巿)이고, 열전에는 서복(徐福)이어서 이름이 오락가락했다는 것을 알겠다. 그런데 스스로 왕노릇을 했다는 이야기는 또 뭐지? 여하튼 재미있는 인물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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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일단 들어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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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는 병마용의 인물상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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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그대가 서복이군. 열전대로라면 동자동녀 3천과 함께 왕노릇을 했더란 말이지? 과연 현명했다고 하겠다. 원래 제나라 사람들은 기이한 재주가 많았다더니 서복을 두고 한 말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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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옛날 이야기로군. 2천 년도 더 된 이야기니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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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장생불사의 꿈이라.... 그럴만도 하지 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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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야대에 올라서 풍경도 감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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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것이 진시황본기에 나온다는 구절인 모양이다. 서불이라고 나온 것만 봐도 알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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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뤄주겠다는 서불의 달콤한 제안에 그러라고 보냈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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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로 다시 약을 구하러 간다고 한 모양이다. 조명이 약해서인지 사진이 흔들렸네. 그래도 겨우 무슨 뜻인지는 알아볼 만하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찍어서 보완하기로 하고 그냥 붙여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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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단단히 준비를 해서 떠났다는 이야기로구나. 보통 사람은 아니로군. 진시황도 자신의 장생불사(長生不死)에 눈이 앞을 가려서 절세의 사기꾼을 몰라본 모양이다. 사기를 당하는 이치는 간단하다. 욕심이 앞장을 서면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사기꾼은 심리전에서 승리를 하게 되어 있다는 이야기이다. 뭐 2천년 전의 이야기라고 할 것도 없지 싶다. 오늘도 제2, 제3, 제36.000의 서불이 주변에서 눈을 번득이면서 욕망의 틈을 파고들어서 달콤한 말로 속삭이고 있을테니 말이다.

'내 말을 듣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들어봐도 해롭진 않을 거에요'

들어봐도 해롭지 않을 말이라는데 귀를 막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루지 못할 꿈을 이뤄주겠다고 하는 사람의 말이 귓가를 간지르기 시작하면 이성은 점점 망각으로 빠져들게 되고 그로 인해서 그가 원하는대로 전재산은 물론이고 가족과 친구의 평생 먹고 살 재물까지도 갖다 바치게 되는 것을 보면.... 서복이 부활한 것이 틀림없지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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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잘 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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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상대로 수작을 부릴 수가 있다는 것은 여간의 배짱으로는 어려웠을 테니 과연 목숨을 걸고 도박을 했다고 봐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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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에는 몇자 되지 않지만 그래도 분명히 내용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고, 사마천이 그러한 내용을 꼼꼼하게 챙겨뒀기 때문에 이러한 이야깃꺼리가 남게 되었다는 것이니 기록은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겠군. 고인의 기록에 대한 열정을 넘어서 사명감은 참으로 존경심이 절로 우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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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경까지? 참 대단하다. 봉래산이라고는 나왔지만 영주산은 없잖아? 이건 좀 과장된 자료의 나열이 아닌가 싶기는 하다만.... 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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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서불이 여기를 왔었다는 것은 확실하니까. 폭포의 왼쪽 위에 허옇게 보이는 부분에 서불과지를 새겼다는 말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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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여기쯤 되는 모양인데, 진작에 눈여겨 봤으면 망원으로 잘 잡아 보는 건데. 쯧쯧~! 그래서 또 생각 속에 연줄 하나를 걸어 놓는다. 다음에 정방폭포에 가게 되면 반드시 망원렌즈로  살펴봐야 하겠다는 것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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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렇게 황해를 건너서 왔다는 이야기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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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조천에 배를 대고서 육지로 올라왔다는 이야기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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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돌아서 다시 서귀포에 다달았다는 이야기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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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잘 그려놔서 이해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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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폭포 옆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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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남해의 금산에도 이런 것이 있단 말인가?

'서불과차(徐巿過此)'

지나가면서 이렇게 흔적을 남기는 것도 쉽지는 않았을텐데 그야말로 불노초와 불사약을 구하려고 뒤지고 다니긴 했던 모양이다. 남해 금산에는 보리암이 있어서 수차례 가본 곳인데 이것은 몰랐네. 다음에 또 가야 할 곳이 하나 추가되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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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암일대와 부소대까지도 다 둘러 봤는데 그러한 흔적을 만나지 못했던 것도 우연이 아니었군. 서불과차를 보려면 두모주차장에서 올라가야 하는 모양이다. 여하튼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문득 외연도에서 만났던 전횡장군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전횡의 흔적을 찾아서 옥구까지도 갔었잖여.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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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또 상주리석각이라고 이름이 되어 있잖여? 어쩌란 말인고. 여하튼 석각은 틀림없을 테니까 주차장에서 30분 거리에 있다는 것만 알아두면 되지 싶다. 또 남해에 바람이 불면 한 번 찾아가 볼 수도 있으니까. 거제도에 수국이 필때 가보자는 사람이 있는데 그 길에 남해까지? 그것도 괜찮겠군. 그깟 봐야 알아보지도 못할 네 글자를 보기 위해서 30분이나 등산을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그래도 말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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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둘러보니까 어떤 사연인지 짐작이 된다. 진으로 돌아가서 진시황에게 불사약을 올렸다는 기록은 없군. 그러니까 어딘가에서 왕이 되어서 신명나는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보면서 문득 홍길동이 떠오른다. 율도국으로 가서 왕이 되었다는 이야기와 뭔가 닮은 향이 솔솔 나오니 말이다. 혹 허균 선생이 서불과지를 알았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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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셨습니다요. 과연 머리가 좋은 사람이 재미있게 살아가는 법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십니다 그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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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표지석이 우람하게 자리를 잡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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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퀴 돌아본 다음에 탁 트인 바다를 보면서 잠쉬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다. 앞에 보이는 섬은 섶섬이겠지. 아침에 상효원에서 봤던 섬이 다시 앞에 나타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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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바위 벼랑 저쪽에는 정방폭포가 있을 게다. 여기에서는 보이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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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면 500원어치는 충분히 하고도 남지 싶다. 잠시 2천년 전의 이야기에 빠졌다가 나온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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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의 이름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니 여행길이 그만하면 되었지 싶다. 그 바람에 「사기(史記)」도 들여다 보고, 서불과 서복이 같은 사람인 이유도 더불어 알게 되었으며, 그의 행적을 생각해 보면서 지혜롭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도 슬쩍 옅봤으니 그만하면 재미가 쏠쏠하다. 이제 또 다음의 목적지를 향해서 출발이다.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