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8) 맛집옆집

작성일
2021-04-12 05:34
조회
581

제주반달(8) [2일째 3월 9일/ 3화]


맛집의 옆집에서 점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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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점심은 머 묵으러 가노?
호연 : 기가 막힌 보말칼국수입니다~!
낭월 : 그렇구나. 알았네.
호연 : 금방입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이른바 호연타임이다. 꽃구경을 마치고 출발한지 30여 분만에 도착했다. 그만하면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고 해도 되지 싶다. 이동시간은 휴식시간이다. 뒷자리에 누워서 잠시 쉬는 꿀잠이라니. 그래서 다섯 사람이 타면 안 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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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문이었구나. 보말칼국수는 작년에도 먹어봤다. 그때는 대정에서 먹었는데 오늘은 중문이구나. 중문보말과 대정보말이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동체이술(同體異術)이라. 같은 보말이지만 만드는 기술이 다르면 맛은 천자만별이 될 수밖에 없다.

 

qhakf[보말:인터넷자료]


보말이라고 해서 별 것도 아니다. 그냥 작은 고둥일 뿐이다. 작은 고둥을 제주도에서는 보말이라고 부를 따름이다. 약간의 성분이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모양은 대동소이하니 맛도 거기서 거기일 것이라고 짐작을 할 따름이다. 실제로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원래 발바닥미각인 낭월의 관점이기는 하다. ㅎㅎ

 

snsdkf[눈머럭대(눈알고둥):인터넷자료]


어려서 안면도에 살 적에 많이도 잡아먹은 보말, 그러니까 안면도에서는 '눈머럭대'라고 불렀다. 검색을 해 보니까 눈알고둥이라는 이름이 있는 모양이군. 눈머럭대는 뚜껑이 돌처럼 단단한 것으로 덮여있어서 눈이 멀었다는 표현을 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러니까 논고둥처럼 생긴 것으로 덮인 것도 있는데 제주도의 보말은 논고둥의 덮개를 하고 있을 따름이다. 물론 안면도에서도 나오는 고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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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눈머럭대를 삶아서 칼국수 국물로 했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로군. 자신의 기억 속에 들어있는 정보를 의지해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을 따름이다. 기존에 들어있는 정보가 없을 경우에만 새로운 폴더를 만들어서 목록을 추가하게 된다. 보말은 눈머럭대가 있으므로 그 옆에 참고자료로 끼워넣으면 된다는 이야기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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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야 더 말해서 뭘혀~! 해초를 뜯어먹고 자란 고둥이니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을 것은 당연한 것이지. 그나저나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최소한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잠시 지켜보는데 한 할아버지와 손님을 관리하는 사람 간에 실갱이가 벌어졌다.

할배 : 자리가 있는데 왜 안 된다는 겨~!
직원 : 인원수에 맞춰야 해서 그러니 이해해 주세요.
할배 : 손님에게 이렇게 불친절해도 되는 겨~!
직원 : 정말 죄송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할배 : 손님은 왕이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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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술이 한 잔 들어가신 것으로 느껴졌는데,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손님이 나가자 바로 뒤따라서 들어가려고 하다가 종업원의 제지를 받고는 화가 치밀었던 모양인데 원래 나이가 들면 배고픔에 대해서 인내하는 한계가 쉽게 들어나기도 한다. 이해는 되지만 왜 굳이 그 집에서 먹겠다고 종업원과 다투시는지는 이해가 될똥말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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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 : 아무래도 여기에서 먹기는 틀린 것 같습니다.
낭월 : 그렇겠구나. 우짜노?
호연 : 아닙니다. 제게는 제2안이 있기 때문입니다.
낭월 : 뭐꼬?
호연 : 그 옆의 옆집도 맛이 있으니까요.
낭월 : 아, 그래? 그것 참 다행이로군.
호연 :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이것이 호연의 장점이다. 맛집을 찾기도 잘 하지만 상황에 따른 판단도 빠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찾아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이해를 해야 하지만 줄서서 기다리는 것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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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의 짜릿한 맛을 위해서 기꺼이 한두 시간쯤이야 헌납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 미식가들에게는 기다림의 순간조차도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므로 지루하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만 해 본다. 다만 낭월은 기다리고 싶은 마음이 1도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 고개만 넘어가면 다 같은 겨~!'

맛이 좋으면 물론 좋지. 그렇지만 그것을 위해서 1분이라도 허비하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항상 반가운 집은 '맛집의 옆집'이 있다는 것이다. 하긴, 골목식당을 하는 백종원 선생의 말을 들어보면 일리가 있다. 유명 맛집이 하나 생기면 그 주변의 식당들도 덩달아서 손님이 모여들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보통의 흐름이라고 하는 것을 잘도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낭월의 기억 속에서 30분 이상을 기다려서 먹었던 것은 타이페이에서 딘다이펑이 유일하지 않았나 싶다. 그것도 기다릴 마음이 없었는데 동행 중에 한 사람이 꼭 딘타이펑(鼎泰豊)에서 먹어야 한다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이 기다렸을 게다. 그렇지 않았다면 역시 딘타이펑의 옆집에서 맛있는 만두를 먹었을 테니까 밀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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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에 등록까지 했다는 것을 보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여하튼 오늘은 인연이 아닌 것으로. 그리고 그 특별함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나중에 줄을 서지 않아도 먹을 수가 있는 때가 된다면 그때 가서 먹어보기로 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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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끼는 이 집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심심한데 상호점을 쳐볼까? 여기는 '중문'이고, 음식은 '보말칼국수'니까 상호를 본다면 '중문보말칼국수'가 '중문수두리보말칼국수'보다 상위가 되겠군. 그러니까 뒤에 만든 사람은 뭔가를 추가해야 하고, 그래서 수두리가 붙었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근데 수두리는 어디지? 지도에서 검색을 해 봐도 제주도에는 수두리가 없네? 이건 또 무슨 조화속이지? 지도에는 영동에 나온다. 이건 아닐게고.... 다시 국어사전을 뒤적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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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두두리는 두드럭고둥의 제주도 방언이라고? 그랬구나. 덕분에 또 하나 배웠다. 그런데 두드럭고둥을 알아야 하겠구나. 다시 검색신공! 샤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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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제대로 이름을 찾은 듯하다. 두드럭고둥이라니 그럴싸 하군. 그러니까 두드럭고둥의 제주도 말이 수두리고둥이고, 그것을 보말이라는 말로 부른다는 것이로군. 아마도 특허청에 신청을 하면서 중문보말칼국수로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사용하고 있는 이름이기도 하고 특색이 없다고 취소가 되었을 가능성도 있겠다. 그래서 특징적인 글자를 찾다가 수두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렇게 해서 상표등록이 가능했을 것으로 짐작을 해 본다.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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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변경을 해서 등록이 되었다는 정보가 있었군. 특허청에서 검색하면 다 나온다. 이런 것을 알아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또 알 수가 없는 일이므로 검색을 하면 나온다는 정도는 알고 있어도 무방하리라고 생각된다. ㅎㅎ

알고 계시겠지만, 특허청이라고 해서 별 것도 없다. 괜히 '○○청'에 현혹이 될 필요도 없다. 그냥 상표등록을 한 것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름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지 이집 음식에는 특별한 것이 있어서 특허청에서 등록을 시켜 준 것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착각효과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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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느니 뭐혀~! 이렇게 단셀이라도 하나 찍어두면 나중에 여행기를 쓸 적에 요긴하게 활용을 할 수도 있으려니 하고 찍어 둔다. 폰에 무슨 기술이 적용되었나..... 허여멀건한 것이 좀 거슬리기는 하는 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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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말칼국수와 보말죽을 주문했던 모양이다. 10분 만에 나왔다. 그래야지. 아무렴. 빛깔도 좋아 보인다. 퍼르스럼한 것이 간에 좋을 것만 같은 느낌적 예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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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좋구나. 그래서 말인데. 그렇잖아도 구경하러 다니느라고 피곤하고, 하루라고 해봐야 9시부터 6시까지 구경한다고 해도 9시간인데, 그 중에 1시간 이상을 기다리는데 허비한단 말이며, 뭐하러 주릴 배를 움켜쥐고 성질을 죽여가면서 1시간씩이나 기다릴 필요가 있느냐는 거지. 낭월의 여행기를 읽으시는 벗님께 일부러 한 편을 보말칼국수에 할애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행 중에서 기다리는 식당은 회피하셔도 충분히 행복한 식사를 할 수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하는 목적도 조금 포함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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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다 먹어버리기 전에 흔적을 남겨야지. 셀카 한 장에서도 뭔가 보인다. 호연은 먹느라고 거들떠 보지도 않지만 보라, 연지님은 그래도 낭월의 마음에 협조라도 하려는 듯이 폰을 쳐다봐 주는 정성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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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건강해 보이는 칼국수구나. 뜨끈하고 시원하고 감칠맛까지 포함된 보말칼국수를 한그릇 뚝딱 했다. 배가 채워졌으니 또 움직여야지.

낭월 :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주인 : 고맙습니다. 

충분히 만족했을 적에 낭월이 베푸는 말봉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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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떡? 이름이 낯설군. 그래서 맛이나 보자고 하나 사라고 했다. 맛집 옆집의 옆집에서 팔고 있었다. 보리빵도 샀는데 빙떡은 맛이 좀..... 무채가 맛이 없어서 그런지도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권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후로도 다시는 빙떡을 사먹지 않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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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푸짐하게 먹고 났으니 또 어디론가 움직여 봐야지. 물론 낭월의 계획에는 이미 다음의 목적지가 정해져 있다.

"가자, 서복공원으로~!"

옛날에 본 영화가 떠오른다. 「튜니티 시리즈」가 세 편이 있었는데 그 중에 1편이 '내이름은 튜니티'였다. 내용은 대략 잊어버렸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말의 뒤에 막대기로 침대를 만들어서 눕고는 외치는 장면이었다.

"가자, 캘리포니아로~!"

그 장면을 보면서 어디로던 가고 싶을 적에는 떠오르는 한 마디다. 그러니까 '가자,와 ~으로~!'만 살려서 중간에 목적지를 넣으면 되었다. 여행가에게 이보다 더 감칠맛이 나는 말이 또 있을까 싶다. 지금 바로 출발을 한다잖은가. 그래서 이렇게 외칠 때마다 행복지수가 두 배로 뛰어 오른다.

그런데 튜니티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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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튜니티라잖여. 화상탐사선 말이지. 여행자라서인가? ㅋㅋㅋ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