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5) 차밭

작성일
2021-04-06 07:19
조회
581

제주반달(5) 차밭 [1일째 3월 8일/ 4화]


「오늘은녹차한잔」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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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겸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난 화인이 물었다.

화인 : 이제 어디로 가실 건가요?
낭월 : 녹차 한 잔~!
화인 : 예? 갑자기 웬 녹차를요?
낭월 : 찾아갈 곳의 이름이 그래. 하하~!
화인 : 그래요? 참 희한하네요.
낭월 : 오늘은녹차한잔이 더 정확하려나...
화인 : 아, 네비에 나오네요. 출발합니다~!

녹차한잔

거리는 33.5km인데, 소요시간은 50분이란다. 잘 되었다. 새벽부터 분주하게 뛰어다니면서 노느라고 고단했는데 한잠 자면 딱 맞겠군. 일부러 그렇게 잡은 목적지는 아니지만 묘하게도 잘 맞아떨어진다. 그렇게 차에서 꿀잠을 자고 나니 벌써 목적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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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찍어야 할 것은 이름표이다. 여기는 어디라는 것부터 표시가 되어야 나중에 사진을 정리할 적에도 구분하기 좋은 까닭이다.

'오늘은녹차한잔'

이름도 참 특이하군. 차밭의 이름이라고 할 수는 없겠고 차를 파는 차집의 이름으로 봐야 할 모양이다. 그래서 어리둥절.... '잘못 찾아왔나?' 녹차를 마시러 온 것이 아닌데... 이른 봄을 열어 줄 차밭의 싱그러운 풍경을 보려고 왔는데 말이지.... 두리번두리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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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흐름을 위해서 시간은 다소 뒤바뀔 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려놔야 하겠군. 왜냐면 다 돌아보고 나오다가 이름표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앞에 나와야 흐름에서 이해하기 좋겠다고 생각이 되면 이렇게도 한다는 것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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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밭/茶元 →」

그래 알겠다. 이쪽으로 가면 차밭이 나온단 말이지? 그런데 차밭을 왜 녹차밭이라고 한 거지? 그렇게 쓰려면 한자로도 녹차원(綠茶園)이라고 하던가 말이지. 元은 園의 간체자려니 하겠는데 원()이 원(園)의 간체인데 세월이 흘러서 부실공사로 인해서 밖의 구(口)가 떨어져 나갔던 모양이다. 문자충은 이러한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고질병이 있다는 것을 고백해야 하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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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표를 따라서 조금 걷자 이내 넓은 차밭이 나타났다. 물론 아직은 새싹이 나오지 않아서 제대로 된 차밭의 풍경을 보기는 좀 이르다는 것은 알고 왔다. 그래도 왜 차밭을 찾았느냐면 차밭을 전경에 두고 타임랩스를 찍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배경으로 한라산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이 실은 가장 컸다고 할 수도 있긴 하지만. 한라산 쪽을 바라봤으나 그것은 지나친 희망사항이었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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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무로 인해서 전혀 보이지 않는 한라봉은 애초에 틀렸겠거니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물러설 일도 아니다. 형편에 따라서 보이는 대로 담아보면 된다. 그냥 차밭과 하늘의 구름이 흐르는 것도 멋진 그림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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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을 할 때면 삼각대를 옮기는 것은 호연의 차지가 된다. 낭월이 챙겨도 되는데 이렇게 들고 가는 것이 편하다니까 더 이상 만류하지 않고 맡긴다. 타임랩스는 앞뒤로 찍을 작정이어서 삼각대도 두 개 다 챙겼다. 같은 시간에 두 개의 그림을 얻는 방법은 두 대로 담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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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대를 들고 동행하는 장면이 필요해서 한 장 찍어 둔다. 나중에 노력봉사상을 주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니 말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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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겨울은 지나갔지만 상흔은 고스란히 차나무에 새겨졌구나. 지난 겨울이 얼마나 추웠던지 찻잎이 모진 눈보라에 얼어 죽은 흔적이 소상히 드러난다. 차나무의 북방한계선이 남해안이라고는 하지만 제주도에서도 혹독한 추위는 차나무에게 치명상을 입히게 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았다. 이것을 방지하려면 비닐로 덮기라도 해야 하지만 넓은 밭을 다 덮을 수도 없었을 것이고, 이렇게 20년 만의 혹한이 올 줄도 몰랐을 테니 미리 대비를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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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밭에서도 풍수의 이치가 보인다. 바람을 맞은 왼쪽은 모두 말라서 죽어가는 잎인데도 오른쪽은 모진 바람을 피해서 다행히 안전하게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말하자면 왼쪽은 노풍(露風)이고, 오른쪽은 장풍(藏風)인 것이니. 이렇게도 바람의 영향이 대단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군. 그나저나 올해 찻값은 비싸게 생겼구나.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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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에 강진의 설록다원을 방문했을 적에 찍은 사진이다. 아침에 해가 뜨기를 기다려서 햇살을 담뿍 안은 햇차의 잎에 빛이 가득 쏟아질 때 얻은 사진이다. 벌써 10년이 훌쩍 지나갔구나. 그리고 2014년도에 다시 찾았을 적에는 냉해를 입어서 검은 차광막만 보고 왔던 기억이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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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유채꽃과 햇찻잎을 동시에 볼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이러한 풍경은 시기적으로 기대할 수가 없었지만 지난겨울의 혹독함이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차나무에게 견디기 힘들 만큼의 고통을 안겼다는 것을 보면서 다음 달쯤이면 새로운 잎이 돋아나서 상처를 어느 정도 치유할 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생겼지만 그렇더라도 다시 햇찻잎을 보러 오기는 어려울 것이니 주어진 만큼만 즐기자. 그리고 지금 이러한 풍경 자체가 또한 사진가의 역사에 그대로 기록이 되는 것이니 또한 그것조차도 기록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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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자리를 찾았으니 전을 펴야지.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를 세팅하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타임랩스를 담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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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격 촬영을 하려면 기본적인 간격이 7초이다.
구름이 빨리 움직이면 3초까지도 하고,
더 느린 상황이면 10초도 가능하다.
그리고 자신을 찍을 때는 1초로 하면 된다.
그래놓고 초점은 수동모드로 하고 멀리 잡은 다음에
배터리는 새것으로 바꿔 넣고
메모리카드는 2천 장은 충분히 찍을 만큼의 공간이 필요하다.
A모드의 조리개로 해서 셔터는 자동으로 한 다음에
ISO는 자동으로 하면 되는데 낮에는 변화가 없으니 100으로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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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누군가 타임랩스를 찍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른다면 참고라도 하시라고 이렇게 대략적으로 요점만 적어놓는다. 다만 카메라에서 간 격촬영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릴리즈를 사용하면 같은 결과가 나오니까 문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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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대략 1천 장에서 2천 장 정도면 나중에 타임랩스로 만들었을 적에 2천 장이면 1분 정도의 길이가 된다. 맞나? 아리송하네. ㅋㅋㅋ

대략 1시간에서 2시간 정도면 그런대로 간단한 타임랩스의 영상을 얻을 수가 있으므로 가능하면 최소한 1시간은 찍는 것을 희망하지만 주변의 동료들의 표정에 따라서 길이는 더 짧아질 수도 있다. 날씨가 춥거나 해서 아직도 덜 찍었느냐고 하는 말이 세 번 정도 들리면 짐을 꾸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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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이제 됐다. 여긴 내가 지킬 테니 한 바퀴 돌아보고 온나.
화인 : 타임랩스에 행인1로 등장해야 하는 거잖아요?
낭월 : 안 그래도 된다. 둘러보고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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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설정해 놓고 나면 남는 카메라는 삼성카메라이다. 스마트폰 말이다. 이 녀석도 타임랩스를 찍을 적에는 단단히 한몫을 하는 카메라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3대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예전에 소니M3이랑 같이 써 보니까 너무 바빠서 관리하는데 정신이 좀 없긴 했다. 그래서 처분하고 났더니 단출한 살림살이가 쾌적하다.

두 대나 끌고 다니면서 단촐하다고 하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한 대는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 언제라도 문제를 일으킬 수가 있는 것이 전자장비인 까닭이다. 그래서 형편이 허락한다면 두 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어쩌다 고장이라도 나면 나머지 한 대로 해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로 이러한 경험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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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도였나? 가족들과 배낭 지고 중국 여행을 떠났는데 만리장성에서 믿었던 카메라가 작동을 하지 않는 바람에 우선 급한 대로 즉석카메라를 구입해서 사진을 찍었지만 그래봐야 36장 밖에 더 되느냔 말이지. 아까워서도 못 찍고 짐스러워서도 못 찍는 바람에 그 후로는 사진이 몇 장 없다는 것을 생각할 때마다 여행길에서의 카메라는 가능하면 두 대는 되어야 한다는 것을 철저하게 깨달았던 셈이다. 뭐든 겪으면서 깨닫는 것이 최상의 학습효과니까. 요즘은 스마트폰이 있으니까 그래도 덜 답답하겠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전화기에 꽂을 수가 있는 최대한의 메모리를 넣어야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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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풍수의 이치는 중요하다. 살짝 돌아앉은 밭이라는 이유만으로 벌써 초록초록한 분위기가 사뭇 다르니 말이다. 이 정도라면 한 달 정도 후에 새로 돋아나는 찻잎을 기대해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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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뭐 하노?
연지 : 쑥이 돋아났네. 
낭월 : 그건 뜯어서 뭐 하구로?
연지 : 내일 아침에 쑥국을 끓여 먹어야지.
낭월 : 아, 그런 것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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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한 살림꾼은 어디에서도 먹을 것을 찾아낸다. 햇살이 따사로운 곳에서 돋아난 쑥은 그렇게 해서 또 나그네의 식탁을 채워주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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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이 너무 많으면 번거롭고 단둘이면 심심하다. 그런데 넷이니까 딱 좋다. 식당에서도 딱 한 상이고 차를 타도 뒷자리가 여유롭기 때문이다. 더구나 말까지 잘 들어주니 금상첨화이다. 화인네 부부가 한 바퀴 돌아서 와서는 더 할 일이 없겠군.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카메라 지킴이가 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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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호연은 걱정이 많아서 카메라를 팽개쳐두고 돌아다녀도 확실하게 지켜준다. 그리고 그것을 믿기 때문에 마음 놓고 타임랩스를 찍는 시간에 해찰을 하고 다녀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가끔 들여다보면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만 살펴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은 순조롭게 진행이 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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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 이런 시간을 막간(幕間)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막간을 이용해서 카페의 제자들에게 낭월이 지금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보고하는 시간으로 삼기도 한다. 몇몇 열성적인 제자들은 수시로 올려지는 사진과 글을 보면서 동행감을 느낀다면서 은근히 기다리는 것도 같아서 그것도 색다른 재미 중에 하나가 되기도 한다.

차밭을 보고 있노라니까 차에 대한 추억이 한 자락 떠오른다. 옛날 그러니까 2007년쯤이었나? 서울살이를 하는 동인에 차상(茶商)과 인연이 되어서 차를 마시러 들락거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운남의 보이차에 대해서 인연이 되었던 것까지는 좋았는데 차를 사서 판매하면 어떻겠느냐는 망상까지 발생하게 되었으니 이로부터 차는 골방에 싸였고, 차용품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사서 모으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것은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예민한 혀끝에 대해서 감당을 할 자신이 생기지 않아서 남들에게 파는 것은 포기하고 대신에 두고 먹자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보니까 갑자기 부자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이른바 차부자이다. 오랜 차꾼들은 기억하시려나 모르겠다. 자운오색, 대장정, 북경도사라는 이름들 말이다. 참 재미있었는데 모두 나름대로 자신의 사업체를 잘 운영하고 있겠거니 싶다.

덕분에 차와 자사호에 대한 책도 읽어보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오래된 노차는 마시는 것이 아니고 두고 보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으며 차에 깃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말로 하거나 글로 쓴다면 그것만으로도 한두 편으로는 다 하지 못할 만큼의 분량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간단히 차에 대해서 요약을 해서 벗님의 상식에 약간의 기름을 붓는다면 그 정도는 괜찮지 싶기도 하다.

 

20210407_032220[자료:다향표만리]


차의 종류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백차(白茶), 녹차(綠茶), 청차(靑茶), 홍차(紅茶), 흑차(黑茶)가 그것이다. 여기에 보이차는 별도로 취급해서 여섯 종으로 해야 한다는 설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색으로 나뉘기는 이 정도라고 해도 될 것이다. 황차(黃茶)도 넣어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잘 모르겠다. 어쩌면 오방색을 생각해서 포함시킨 것인가 싶기도 하고. 아마도 쉽게 접하지 못해서 생소한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렇게 따지면 백차도 쉽게 접하기는 어려운 차에 속하겠다.

2019년도에 중국에서 생산된 차를 비교한 자료가 있어서 살펴봤다. 중국에서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차는 녹차였고, 흑차, 홍차, 오룡차는 비슷하고, 백차와 황차는 소량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군. 중국차는 보이차만 있나 싶었던 경우라면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싶다. 그러나 차는 역시 향이고, 향은 또한 녹차에 있음이다. 그러니 녹차의 인기는 여전하다고 봐도 되겠고, 한국에서도 품질이 좋은 녹차가 나오는 것은 다행이다. 가격이 비싼 것에 대해서는 차를 만드는 사람들도 할 말이 많은 줄 알고 있다.

녹차는 한국에서도 생산이 되어서 이미 익숙한 이름이 되었고, 그래서 오죽하면 차밭의 이름이 녹차밭이겠느냐는 것을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 나오는 차는 녹차뿐이라는 공식이 떠오르기도 한다. 근래에는 황차도 만들고 보이차도 만든다고 하는데 보이차가 될 리는 없고, 황차는 가능하지 싶기도 하다. 여하튼 주력 차는 녹차이다. 그리고 녹차는 향으로 승부한다. 녹차향에 녹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차는 오룡차(烏龍茶)로 더 유명하다. 특히 대만에서 나오는 오룡차는 맛도 일품이다. 대만 아리산의 고산차는 거의가 다 청차류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가장 광범하게 마시는 차의 종류이기도 할 것이다. 녹차를 조금 발효시켜서 맛을 풍부하게 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특히 오룡차 중에서 철관음(鐵觀音)의 묵직한 맛은 단박에 미각을 휘어잡는 매력이 있다고 해도 되지 싶다.

홍차는 영국에서 만든 것이 유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차는 인도의 차나무에서 생산된 찻잎으로 만든 것이 원래의 효시였다는 것에서 보면 중국의 홍차는 왠지 후발주자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엄연히 중국에서 나온 홍차도 명품이 많다. 특히 기문홍차(祁門紅茶)는 명품으로 꼽기도 한다. 크게 가루처럼 잘게 만든 영국스타일과 중국에서 잎을 그대로 가공한 형태로 나눌 수도 있지 싶다.

흑차는 완전발효차로도 알려져 있다. 보이차(普洱茶)도 크게 나누면 흑차류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류하니까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티베트에 사는 사람들에게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기도 하고, 차마고도를 열게 했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차를 갖고 가서 말을 사 와서 차마고도(茶馬古道)라고도 한다지. 이렇게 놓고 보면 차가 단순히 심심할 적에 마시는 한 잔의 차의 범위를 넘어선다는 생각도 든다. 하긴, 영국사람들이 중국의 차에 빠져서 찻값으로 은을 지불하다가 감당이 되지 않아서 마약을 팔았다는 말도 있을 정도이니 이렇게 되면 차마전쟁(茶麻戰爭)인가?

말이 나온 김에 차의 잎이 생긴 것으로도 구분하는데 운남과 같이 더운 지대에서 생산되는 것은 대엽종(大葉種)이고, 복건성과 같이 중부지방에서 생산되는 오룡차는 대체로 중엽종(中葉種)이며, 제주도나 일본 등지에서 생산되는 차는 소엽종(小葉種)으로도 구분한다. 대엽종은 발효를 하면 깊은 맛이 되는데 소엽종은 발효를 할 성분이 부족해서 녹차로 만들게 되는데, 불로 덖기 때문에 고소하고 향기로운 맛이 일품이다. 원래는 원산지가 운남성으로 대엽종이었는데 환경에 따라서 잎의 크기가 줄어들게 되었다는 설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환경에 적응하느라고 잎이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마치 강남의 귤나무를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이야기와 서로 통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 본다. 식물은 환경에 적응하는데, 극단적으로 추워지면 잎은 소나무와 같이 침엽수가 되듯이 따듯할수록 잎은 커진다는 말도 된다. 그래서 바나나를 보면 고향이 열대라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제주도에서도 바나나가 생산된다고는 하는데, 그것은 가능하다는 말이지 제대로 맛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약간 의문이기도 하다. 원산지라는 말은 그래서 유효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대략 차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조각들이다. 방문하는 손님들에게는 그때 사 놓은 그야말로 10년도 더 지난 노동지(老同知) 숙차를 대접하면서 항상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것을 사지 않고 차를 사둔 것은 낭월이 한 몇 안 되는 잘 한 것 중에 하나라고 해도 되겠기 때문이다. 더구나 방송에서 건강해지는 차라고 광고까지 해 주는 바람에 즐겁게 마시는 것을 보면 흐뭇함이 절로 배어 나오기도 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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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화인이 다가와서 뜬금없이 묻는 바람에 차의 단상은 사라져 버렸다.

화인 : 싸부, 이 나무 뒤에 뭐가 있을 것 같아요?
낭월 : 나무 뒤에는 무덤이 있지 않을까? 분위기가 무덤이 있겠는걸.
화인 : 과연 그럴까요? 이런 때는 점괘로 볼 수 없나요?
낭월 : 점괘라고 했어? 어디 심심한데 놀이점이나 쳐볼까?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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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과연 점괘에 나올까요? 호호호~!
낭월 : 그야 나도 모르지. 해석이나 해 보자구. 하하~!
화인 : 뭐가 보이세요?
낭월 : 여기 나무는 을묘와 묘월이 되겠군.
화인 : 어? 그건 말이 되는데요?
낭월 : 말이 되어야지. 안 되면 되게 만들고. ㅋㅋㅋ
화인 : 다음에 나무 뒤의 상황은 시주와 분주로 보면 되겠네요?
낭월 : 나무 아래에 바위가 있는걸. 갑신이니까 말이지.
화인 : 맞았어요. 그리고는요?
낭월 : 음. 또 나무가 있고, 꽃이 피었나....?
화인 : 무덤은 뭘로 봐요?
낭월 : 토로 봐야 할 텐데. 토가 없네? 그럼 무덤이 없단 말이잖아?
화인 : 정말 신기하긴 하네요. 
낭월 : 그래 뭐가 있길래 그래?
화인 : 인신충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어요.
낭월 : 인신충을 보고....? 뭔지 모르겠는데....?
화인 : 가 보세요. 보면 되죠 뭐.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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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화인의 호들갑으로 봐서 뭐가 있긴 있는 모양이라는 생각으로 확인차 운동도 할 겸 일어났다. 그러고는 뒤를 돌아가 보니까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이 전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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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뭐야? 비로소 화인이 인신충을 보면서 소름이 돋는다는 말뜻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곳에는 커다란 구멍이라고 해야 하나.... 땅이 함몰했다고 해야 하나? 여하튼 텅 빈 공간이 나왔고, 그것은 동굴이라고 해도 될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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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뒤에 이러한 동굴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여행이 주는 재미 중에 하나는 '의외성'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목격하면서 느끼는 감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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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신은 바위 위에 나무들이 있으니 되었는데 인신충으로 땅에 구멍이 생겼으니 점괘도 참 재미있게 나왔다고 할 만하겠군. 차밭을 보러 왔는데 동굴까지 보게 되다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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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입구를 찍은 사진이 없구나. 뭘 하느라고 그걸 못 찍었담. 쯧쯧~!  안 찍은 것이 아니고 못 찍었단 말이지. 왜냐면 앞에는 모녀가 폰을 들고 낭월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지.

여인 : 안녕하세요.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로 하면 안 될까요?
낭월 : 아, 좋지요. 우선 서세요. 자 되는대로 찍을게요.

이렇게 우선 모녀를 동굴 입구에서 포즈를 잡으라고 하고는 찍었다. 그렇게 간단한 자세를 취하고 서너 장의 사진을 찍어 줬더니 되었다면서 우리 부부도 찍어주겠다고 서란다. 그래서 서는 김에 마음이 내키는 대로 몇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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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래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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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래도 했다.

여인 : 와우~! 포즈가 정말 멋지시네요. 
낭월 : 그런가요? 고맙습니다.
여인 : 즐거운 여행 되세요.
낭월 : 두 분 도요.

동굴은 별로 깊지 않았고, 술을 담았던 것으로 보이는 항아리가 대여섯 개 놓여있었고, 입구만 넓어서 사진을 찍으면 이 정도였다는 것을 이해할 정도는 되겠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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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어때요? 인신충의 이치가 보이셨죠?
낭월 : 그래 재미있구먼. 
화인 : 카메라는 잘 돌아가고 있어요.  언제까지 찍으실 거죠?
낭월 : 특별히 네가 보채지만 않으면 네 시까지는 있을 요량이다만...
화인 : 까짓거 기다려 드릴게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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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순은 아직 멀었다. 겨우 눈만 터져있는 상태이니 많이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올해는 차밭의 풍경은 어디로 가도 마찬가지겠다는 것을 알았으니 강진에도 가봐야 별 수가 없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실멍 어실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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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잘 기다려 주는 바람에 원하는 대로 네 시까지 사진을 찍고는 짐을 쌌다. 입구의 사진은 이렇게 나오면서 찍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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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 잘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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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느냐고는 묻지 않는다. 저녁을 먹을 식당을 향해서 가고 있을 것이 빤하기 때문이었다. 먹는 것에 대해서는 일체 모든 것을 호연에게 맡기면 된다. 알아서 맛집을 찾아내고 안내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먹어보면 맛도 괜찮은 집만 찾아낸다. 거의 성공 확률은 98%이다. 그 나머지 2%조차도 낭월은 괜찮다. 다만 호연이 그렇게 평가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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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들이 풀을 뜯는 모습이 보여서 차를 잠시 세웠다. 밥도 좋지만 이런 장면도 그냥 지나치긴 아까워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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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이 차에서 찍어놨으니 이렇게 써먹으면 된다. 같이 다니면 가끔 뒷모습이라도 등장을 하는 것도 괜찮다. 아무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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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네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따지고 보면 점심이기도 한가? 자동으로 하루 두 끼를 실행한 셈이 되었다고 해야 할 모양이다. 하긴 11시 반에 먹었으니 그건 점심이 맞겠군. 그렇다면 저녁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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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저녁이라서인지 식당이 분주하지 않아서 좋았다. 메뉴는 알아서 시키는 대로 먹기만 하면 되니까 전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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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동서는 술을 마시고 두 자매는 환타를 마시니 운전에 대한 문제는 전혀 일어날 일이 없다.  돌아다니는 내내 소주는 한라산17도였다. 순해서 좋다기에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동의했다. 먹는 것은 아무래도 좋으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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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주리 회란다.첨 들어보는 이름이다.

낭월 : 객주리는 첨 들어보네. 연예인 이름도 같고....
호연 : 아, 쥐치회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낭월 : 그래? 그럼 쥐치가 객주리야? 
호연 : 예, 쥐치를 제주도에서는 객주리라고 부른답니다.
낭월 : 아, 그렇구나. 그쪽으로는 도무지 아는 것이 없어서. ㅎㅎ

궁금한 것은 못 견딘다. 그래서 또 객주리의 실체에 대해서 찾아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팔자를 타고났으니 어쩔 수가 없다. 객주리.... 객주리....

조사해 보니, 참쥐치와 말쥐치를 모두 객주리라고 한단다. 그리고 진짜로 객주리라고 해야 할 고기는 월남객주리라고 하는 녀석이라는 것도 나오는구나. 그래 돌아서면 잊어버릴 테니까 이렇게 적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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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찜인가? 탕인가? 그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시장하던 차에 맛있는 저녁 만찬을 즐기면 그뿐이다. 얼큰한 것이 피로가 저절로 풀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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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든든하게 먹어두면 그 효과는 또 내일 바로 찾아 쓰게 될 예금과 같은 것이겠거니 하고 양껏 먹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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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하나로마트에서 먹거리를 산다기에 따라갔다가. 튤립이 예쁘기에 한 묶음 실었더니 화인이 깜짝 놀랐단다. 산 것도 없는데 왜 돈이 많이 나왔나 했더라나? ㅎㅎ

짐을 차에 옮기면서 튤립을 연지님께 줬다.

낭월 : 내 맘여~!
연지 : 고마워요~!

인생, 별것이 뭐 있겠나 싶다. 이렇게 즐기면서 살면 되는 거지. 차에 내리면서 연지님이 한 말이 있었다.

연지 : 아, 내 꽃 챙겨야지~!

그러니까 말이다. 행복은 사소한 곳에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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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해서 서귀포 야경을 보자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화인네가 집을 얼마나 잘 얻었는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앞이 탁 트인 전망에 서귀포항이 한눈에 들어오니 그만하면 더 바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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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든 높은 곳이 명당이다. 물론 사진여행가에게 그렇다는 말이다. 뭐든 많이 보이면 선택을 할 수가 있으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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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 간격 촬영으로 기념사진도 담았다. 아니, 근데 우리 끼린데도 마스크를 써야 하남? 그래서 다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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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지금 이 순간이 화야연화(花様年華)의 시절이 아니고 무엇이겠냔 말이지. 누릴 수가 있을 때에 맘껏 누리고 즐길 수가 있을 적에 미련 없이 즐거우면 되는 것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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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달린 하루가 저물어 간다. 이제 그만 쉬어야 또 내일을 준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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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이 한 묶음에 열 송이었던 모양이다. 화인이 나눠가고 다섯 송이를 막걸리 병에 꽂아놓으니 방안이 화사하니 좋다. 내일은 튤립을 보러 가야 하겠구나. 여행은 물과 같다. 흐름에 따르면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여행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