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사진가의 해탈 -김한준

작성일
2011-05-21 08:31
조회
2000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어제는 사진에 대한 책을 보다가 참 재미있는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사진 작가의 사진 맛을 살리기 위해 노출과 선명도와 구도는 무시합니다.'

 

 

사진가의 생각이 이 정도라면 거의 해탈을 한 도인의 수준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이름은 <까칠한 김작가의 시시콜콜한 사진이야기>입니다. 제목도 수월찮이 길군요.

 

사진을 찍는데 교육만 10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교육의 그림자를 지우는데 또 10년이 걸렸다는군요. 그 다음에서야 비로소 사진이 재미있어지더라는 이야기가 왜 그렇게 공감으로 다가오는지 말이지요.

 

글을 읽으면서 항상 얽매이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 궁리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해탈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노출은 밝기를 맞추는 것이고, 선명도는 초점을 맞추는 것이고, 구도는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어쩌면 사진의 3대 요소라고 해야 할 것인데 얼마나 이놈들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으면 저런 글을 쓸 생각을 했을까 싶었던 것이지요.

 

공부란 그런 것 같습니다. 배우고 나서는 또 버려야 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불가(佛家)에서는 사교입선(捨敎入禪)이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같은 뜻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다만 그는 사진을 통해서 사교입선을 체험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가르침을 버리고 선방으로 들어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는 스님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공부하기 싫어서 그랬더군요. 아직도 뒷방에서 주는 밥이나 축내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어쩌면 깨달음을 얻어서 마음은 자유로울 수도 있겠군요. 그렇지만 배우고 버리지 않으면 깨닫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 정설(定說)입니다. 정설은 괜히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면 까칠한 김작가는 이미 배워서 버리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그래서 언제 시간이 되면 한 번 만나서 사진이야기와 세상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1년 5월 21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