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용신의 주변

작성일
2007-09-1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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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주는 丙火가 酉月에 生한 상태에서 지지에 申酉戌의 금기운을 깔고 있다. 더구나 천간에 庚金까지 투출이 된 상태인 것으로 봐서 금의 세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는 미뤄서 짐작이 된다. 이 정도가 되면 月令의 금기운을 의지하고서 금의 세력이 강력한 기운을 과시하게 되는데, 丙火의 입장으로써는 짱짱한 劫財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겁재가 있으면 得比利財格이 될 것이고, 없으면 財多身弱格이 될 것이다. 여하튼 비겁이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한데, 이 사주에서 비견은 時支에 있다. 이 비견의 동태를 관찰해보면, 일단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하게 된다.

강력하게 財星을 제어하라고 시켰는데, 오히려 합으로 인해서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형상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원하는 바가 아니다. 그리고 巳火의 입장도 그렇다. 아무리 버티려고 해봐도 天干에 있는 癸水가 무서워서 도저히 힘을 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비견은 포기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보고, 득비리재격의 이름은 포기를 해야 할 상황이다. 이것은 물론 이론적인 用神은 무력해서 쓸 수가 없다고 보는 것으로 통하게 된다.


다음으로 印星을 찾게 된다. 그 이유는 비견이나 겁재가 무력하고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꿩 대신 닭이라는 기분으로 인성을 찾게 된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乙木을 보고서는 너무도 반가워서 와락~~! 달려든다. 그러나 이 을목도 이미 병화의 을목은 아니다. 을목의 입장에서는 바로 옆에 있는 庚金과 연애를 하느라고 병화를 돌아다볼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병화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울고 싶을 뿐이다. 더구나 時干의 계수는 무조건 병화의 기를 죽이려고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불량한 상황이므로 이 사주의 용신은 그야말로 無力 그 자체이다. 물론 용신은 巳火가 되는데, 여기에서 을목이 살아있었다면 인성을 용신으로 하겠으나, 일단 을목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므로 비록 합이 되어서 무력하기는 하지만 겁재를 용신으로 삼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 사주의 등급은 대략 10급 정도 되겠다. 9급에도 들지 못하는 이유는 喜用神은 合去되고, 忌仇神은 날뛰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단히 아쉬운 사주라고 하겠다.


※ 상담도중에서....


하루는 멀리 진주에서 부부가 찾아왔다. 그리고 천천히 사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상담을 하게 되었던 것이 이 사주이다. 이 사주를 보기 전에, 이미 앞에서 4명의 사주를 감정하고 난 후였다. 그리고 대개가 무난한 상황이어서 별다른 부담이 없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해줬고, 본인(모친)도 그렇게 수긍을 하고 지나가는 좋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 사주를 척 적어놓고 보니까 용신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니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용신이 딴 짓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야 하겠다. 이런 지경이 된 것을 보니까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어서 일단 말을 던졌다.

“이 사람은 지금 뭘 하나요?”

아마도 처음으로 적은 사주를 놓고서 이렇게 물었다면 이 아주머니는 실망을 하였을는지도 모르겠다. 사주를 봐 달랬더니 도리어 묻는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상황이 그게 아니었다. 이미 앞에서 네 개나 되는 명조를 풀면서 술술 이야기를 잘 하던 낭월이가 갑자기 정색을 하면서 뭘 하느냐고 묻는 표정에서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기분을 느꼈던 모양이다.

“그냥 나오는 대로만 이야기 해 주세요...”

“이 사주는 세상에서 먹고 살만한 일이 보이지를 않으니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어떤가요?”

이렇게 이야기를 꺼낸 결과 아주머니의 한숨 섞인 하소연을 들어야 했다. 여하튼 10급의 사주가 괜히 10급이겠느냐는 생각만 해볼 수 있겠다. 사회성에서 설명을 해드리기로 하고, 일단 여기에서는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