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화가 수를 만나면 못마땅하다

작성일
2007-09-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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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불의 관계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불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본다. 불은 그 본성을 위로만 향하고 올라가는 성분이고, 물은 그 본성이 아래로만 향해서 내려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의 입장에서 볼적에는 참으로 맘에 들지 않는 구석이 엄청 많다. 불의 특성 중에서도 제 일호라고 할만한 ‘가자 앞으로’가 도무지 멕혀들지를 않는 것이 우선 가장 맘에 들지 않는 구석이다. 이 물이라는 녀석은 자꾸 뒤로만 빠지는 것이 여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쥐어박으려고 해도 이게 또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물에게 주먹이 다가가는 순간, 이미 불이 불이아니다. 죽어버리는 것이다. 수극화를 한다는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는데, 실은 수화는 서로 겨룰만 하다고 생각이 된다. 다만 화는 공격적이고 수는 방어적이기 때문에 언제나 제풀에 지친 불이 결국은 항복을 하게 되는 것이겠고, 그래서 결국은 수극화라고 하는 말을 하게 되지만, 우선 노는 모양을 보면 물은 불에게 있어서 대단히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임에는 분명하다.

그래서 불은 물을 보기만 하면 싸우려고 덤빈다. 물론 싸움은 될 턱이 없다. 물이 항상 꽁무니를 빼기 때문이다. 수화상쟁(水火相爭)을 하게 되면 천상 싸움을 말리는 도리밖에 없는데 이때 말리는 적격자로는 목이 나서기 마련이다. 그런데 가제는 게편이라고 목은 또 불의 편을 들기가 일쑤이다. 원래가 목화는 같이 노는 구조로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불은 물을 보고서도 겁을 내지 않는다. 참 고약한 친구이다. 상사를 공경해야 하는데 이 친구에게는 상사라고 하는 존재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능력이 있어야지 밥그릇 수만 가지고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기 때문이다. 항상 지금 이 순간에 있어서의 최선이 중요할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상관이던 임금이던 시원치 않으면 갈아치워야 한다고 항상 술자리에서 큰소리를 친다. 그래서 소극적인 사람은 이 사람의 옆에 가기를 꺼린다. 이런 사람 옆에 있다가 충동질을 받으면 빠져나갈 수도 없을 것 같은데, 그랬다가 잘 되면 또 모르지만, 자칫 자신의 목줄이 떨어질런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적질도 장단이 맞아야 하는 모양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불이 물을 보는 관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