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木이 火를 보면 주고싶은 마음이다

작성일
2007-09-1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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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말에 이쁜 도둑이라는 말이 있다. 이쁜 도둑이란 물론 딸자식을 일컫는 말이다. 이 딸자식은 친정에 오면 뭐든지 못가져 가서 안달이다. 그리고 또한 주고 싶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인가보다. 木이 火를 보았을 적에도 바로 이러한 감정이 발생한다. 그래서 나무도 불을 보면 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나무가 많은 사주에서 불이 있으면 불은 굉장히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리고 나무가 많은데도 불이 없으면 그 사주에는 희망이 없어보이는 느낌이 묘하게도 든다. 이러한 것은 주고 싶어도 받을 자식이 없는 늙은 재벌의 마음과도 통할듯 하다. 자신이 평생동안 일을 해서 돈을 벌었는데 이제 늙어서 자식에게 주고 싶은데 그 재산을 받을 자식이 없다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木에게 있어서 火는 희망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살아있는 나무에게 있어서는 꽃이라고 하게 된다. 나무에게 꽃은 희망이다. 꽃이 없다면 천상 자신의 자식을 번식시킬적에 포기 나누기로 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고목에 꽃이 피면 내일처럼 기뻐한다. 포기나누기는 자식이 아니다. 그러니 씨앗으로 나누는 것과 비교해서 얼마나 비능율적이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볼적에 나무에게 있어서의 꽃의 의미는 참으로 중요하다. 식물은 종자의 갯수가 많을 수록 고등식물이라고 한다. 특히 난초의 경우에는 하나의 씨 주머니에 약 30만 개 정도의 씨앗을 담는다고 한다. 아마도 식물중에서는 가장 많은 씨앗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난초의 꽃은 더욱 비싼 것일까? 어떤 난초는 한 포기에 수천만원을 홋가한다고 한다. 이러한 여러가지를 생각하면서 식물이 꽃이 없다면 그 대우가 또 달라질거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래서 木도 火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 이렇게 좋은 면만 있겠는가? 하고 반문(反問)을 하는 것이 바로 학문을 하는 자세라고 본다. 당연하겠지만 항상 긍정적인 면의 뒤에는 부정적인 면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태양이 밝으면 밝을수록 그 그림자는 어두워지는 것과도 같다고 하겠다.

이 木과 火의 관계에서 부정적인 면을 본다면 꽃을 너무 많이 피워서 가지가 찢어진 나무를 생각하면 되겠다. 적당한 꽃송이는 보기에도 편안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꽃이 많은 나무는 성장에 지장을 받는다. 그래서 꽃이 너무 많은 나무는 더이상 자라지를 못하고 시들게 된다. 그러니 이때는 가지를 좀 솎아주는 것이 좋다. 즉 물로써 불을 약하게 해야 하는데, 그 물이 없는 경우라면 정말로 죽을 지경일 뿐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이쁜 도둑이 아니라 정말로 힘겨운 자식들일 뿐이다. 자식을 보기만 해도 공포심이 엄습한다. 이렇게 되어서는이미 자식이 아닌 것이다. 사람도 가지많은 나무에는 바람이 잘 날이 없다는 말로써 이러한 상황을 설명한다. 이러한 상황을 느끼면서 생하는 중에도 극하는 이치가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물은 나무를 생해주지만 불을 극하는 이치가 있으므로 꽃이 너무 많이 피어서 나무가 힘들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물이 늦서리가 되어서 한바탕 뿌려주면 꽃들이 상당부분 시들어버린다. 그러면 나무는 나머지 꽃들을 키우면서 가볍게 일년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농부의 마음이야 아프거나 말거나, 나무로써는 알 바가 없고, 가벼운 마음으로 사는게 더 좋을런지도 모른다. 사실 과실이 많이 달리는 나무는 그 해의 성장이 떨어진다.

그리고 만약에 서리가 내려서 꽃을 솎아 주지 않는다면 나무는 스스로 낙과(落果)라는 방법을 통해서 솎아낸다. 나무는 열매를 많이 생산하는 것이 목적인 듯 하지만, 실제로의 나무는 언제라도 자신의 생을 위해서 자식인 꽃이나 열매를 솎아 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밤나무에서 밤송이가 자꾸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특히 이런 생각을 해본다. 초가을인데 알이 굵어지기 전에 일단 정리를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을 보면서 일개의 미물인 식물도 스스로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은 모두 그렇게 어떤 필연성의 의해서 제각기 자신의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생이라고 해서 다 생이 아니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가 보다. 이러한 것이 바로 생도 나쁜 경우가 있다는 것을 읽어내는 자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