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수가 화를 극한다(水剋火)

작성일
2007-09-1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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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수화 화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수는 화를 보면 못마땅해 한다. 수는 아래로만 내려가는 성분인데 반해서 화는 위로만 올려가려는 성분이다. 그러니 자신의 성격에 반하는 화를 이뻐하고 싶지가 않는 물이다. 그래서 화를 극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화는 워낙이 가볍다. 수가 토에게 눌리는 마음을 화에게 토한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흘긴다는 말은 이를 두고서 하는 말이라고도 할 수가 있겠다.

화는 토를 생해준다. 그래서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것인지도 모른다. 어쨋든 수는 토를 생해주는 화가 밉다 그러니 하는 것 하나하나가 곱게 보일 턱이 없는 것이다. 불은 아무리 기세가 등등하다가도 물이 달려들면 꼼짝을 못하고 수그리게 된다. 물론 물의 세력에 따라서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다시 드는 수는 있겠지만, 일단 물이 달려들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게 되는 것이 불과 물의 관계라고 생각이 된다.

주역(周易)의 괘상(卦象)으로 봐도 물()과 불()은 서로 반대로 생겼다. 이것부터가 아무래도 서로는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이러한 관계로 해서 물은 불을 극하는 것으로 나오고 특별하게 불의 세력이 불보다 강한 것이 아니라면 일단 불은 물에게 지는 것으로 나온다. 불은 물을 만나기만 하면 죽어버리므로 항상 불안하다. 소방대원이 불이 난 곳으로 가장 빨리 싣고 달려오는 것은 다름아닌 물이라는 것만 봐도 알만한 일이다. 기름불이든 장작불이든 일단 불에는 물이 약인 것이다. 이렇게 물에게 터지기만 하고서는 살맛이 나질 않는 불은 토를 만들어서 물에게 대항을 하도록 암시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수가 토의 극을 받고서 목을 생조하고, 목은 토를 극하다가 토의 자식인 금에게 두들겨맞고, 그래서 다시 목은 금을 극해달라고 불을 만들게 되었는데, 이렇게 어린아이 싸움이 어른싸움되고, 어른싸움이 동네싸움이 된다는 간단한 이치를 상극법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이 참 재미있다. 극하는 이치가 사회성이라는 것이 이러한 서로의 관계속에서 통하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그럼 물은 불을 극하기만 하고 필요로 하지 않느냐? 하는 점은 또한 그렇지 않다고 본다. 물은 그 성분이 자꾸 응고하는 성분이다. 그래서 물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응고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는것이다.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이렇게 물의 마음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또한 맛이 다르다고 하겠다. 물이 응고를 하기 위해서 낮은데로 모이는 것이라···

이렇게 물이 응고만 하면 生生의 묘가 없어진다. 즉 물이 나무를 길러야 하는데 나무는 불이 없으면 생존이 매우 곤란하다. 기본적으로 나무가 자라는 이치중에는 광합성이라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불이 없으면 전혀 광합성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천상 미우나 고우나 불을 떠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물의 필요에 의해서 불을 극하는 것이기에 水剋火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물이 불을 극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로 불의 작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는 말을 할 수도 있겠다. 까마득한 예전에 이 공간에는 물이 있었다고 한다. 그 물이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는 불을 만들게 된것이나 아닐까? 그렇게 필요에 의해서 불을 만들었기 때문에 불을 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즉 자신이 만든 불인 고로 자신의 마음대로 부려먹어도 누가 뭐라고 할 턱이 없다는 이유이다.

실제로 부부의 관계에서 볼적에 남자의 물과 여자의 불이 결합이 되어서는 크게 가정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을 본다. 이것은 어쩌면 서로가 당연한 관계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막상 여자가 물(특히 壬水)이고 남자가 불(특히 丙火)가 될 경우에는 90%이상이 가정파탄을 격는다고 생각이 된다. 남자가 극하는 관계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여자가 남자를 극하는 관계로 형성되면 어째서 가정이 흔들리는지 곰곰 생각해보는데, 역시 자연적인 흐름에서 남극여(男剋女)는 별 문제가 없는 당연지사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극은 문제가 없는데, 여극남(女剋男)은 머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실로 이러한 케이스는 종종 발견하게 되는데, 여간해서는 안정을 시키기가 어려웠던 느낌이 있다. 그러므로 궁합이라는 것을 반드시 다 믿을 것은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남병여임(男丙女壬)만큼은 피했으면 하는 것이 낭월이의 생각이다. 특히 이 둘은 서로 양의 성분으로 짜여진 구조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점도 가정이 안정되는데 상당히 어렵겠다는 생각도 든다. 남자는 지기 싫고 임수도 병화에게 지기 싫은 이 숙명적인 언발란스를 누가 치유할 수가 있으랴...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게 만나는 것도 두 사람의 사주에 나타나는 배우자의 인연이 불량한 소치이기는 하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