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 제32장. 장풍득수/ 9.아기의 눈

작성일
2022-04-20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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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 제32장. 장풍득수(藏風得水) 


9. 아기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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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바탕 웃고난 지광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나도 그것이 신기해서 태어난 아기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어떻게 보이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네. 그러니까 빛을 보거나 보지 못하거나 간에 느끼는 사람은 많다는 이야기라네. 염재가 느꼈던 것처럼 말이네. 그러니 빛을 본들 신기할 것이 무엇이겠느냔 말이지. 하하하~!”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또 그런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빛이 직접 보인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선인과 악인을 순식간에 판단한다면 애써 저울질하느라고 심란(心亂)하지 않아도 될 테니 말이지요.”

그러자 지광이 미소를 짓고 말했다.

“다 같은 것이라네. 내가 간지의 이치를 통해서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읽어내는 것이 신기하게 생각되는 것이나, 땅에 흐르는 빛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신기한 아우님이나 뭐가 다르겠느냐는 말이네. 안 그런가?”

“형님, 이제야 조금은 이해가 될 것도 같습니다. 형님께서 명학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있기는 했었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렇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하하하~!”

“아무렴. 세상의 이치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인다네. 그야말로 베틀에서 비단을 짜는 것과 같단 말이지. 오늘은 내가 지기에 대해서 말하고 있으나 내일은 또 아우님의 오행론에 감탄하게 될 테니까 말이네. 하하하~!”

“듣고 보니 참으로 신기합니다. 다행히 오행이야 부족하지만 약간의 이해가 있으니 궁금하신 점에 대해서 의견을 보탤 수는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하겠습니다.”

“지기를 육안(肉眼)으로 본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겠지만 그것도 일상이 되어버리면 오히려 장애물이기도 하다네. 그래서 차라리 그것이 보이지 않았더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바라보는 자의 고통이라고 한다면 아우님은 믿을 수가 있으려나?”

“예? 그건 참으로 의외입니다. 그야말로 초능력(超能力)을 가진 자의 푸념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우창은 오히려 지기가 보이는 것이 장애물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의미를 다시 물었다. 그러자 지광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듣고 보니 그럴 만도 하겠군. 예전에 처음으로 지기를 눈으로 볼 수가 있었을 무렵에 겪었던 일이 생각나는데 이 이야기를 듣고서도 내가 한 말이 지금 생각과 같은지 말해 주게.”

“정말 궁금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을 겪으셨길래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참으로 알고 싶습니다.”

“예전에 어느 식당에서의 일이었네. 사람들이 붐비고 있어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려야 했던 상황이었는데 한참을 기다려서 마침내 앞에서 밥을 먹은 사람이 일어나자 점원이 내게 말하더군. ‘손님, 자리가 비었으니 앉으십시오’라고 말이네. 그런데 나는 도저히 그 자리에 앉을 마음이 들지 않았다네. 왜 그랬겠나?”

“그야 모르겠습니다만, 혹 주변의 사람들이 신경 쓰였거나 앉았다 간 사람의 모습에서 꺼림칙한 것이 있었습니까?”

“아니라네.”

“그렇다면 이유를 가늠하지 못하겠습니다. 말씀해 주시지요.”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염재와 거산뿐만이 아니라 주인 부부도 관심을 보였다. 식당에서 겪은 일이라니까 자신들과도 연관이 되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주변을 둘러본 지광이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 이유는 바로 지기(地氣)를 봤기 때문이라네.”

“예? 지기를 봤는데 왜 자리가 꺼려집니까? 혹 사기(邪氣)가 솟아오르고 있었던가요?”

“옳지~! 과연 아우님의 통찰력은 대단하군. 하하하~!”

“아니, 도대체 어떤 지기였길래 그렇게 꺼려질 정도였습니까? 어떤 상황인지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지 않나. 그 주변으로 마치 굴뚝의 연기처럼 짙은 회색의 빛이 바닥에서 솟아오르는데 그곳에서 밥을 먹다가는 틀림없이 체하고 말겠다고 느꼈다네. 그러니 그 자리에 앉고 싶었겠는가?”

“그것이 안 보였다면 또 몰라도 보였다면 그러고 싶지 않겠습니다.”

우창도 그제야 공감이 된다는 듯이 말했다.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 옆의 식탁에서는 연분홍의 예쁜 기운이 솟아나고 있었는데 이미 그들도 밥을 다 먹어가고 있었더란 말이네.”

“아하! 과연~! 이제야 이해됩니다. 보인다는 것은 건강을 지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어허~! 그게 아니라니까. 하하하~!”

“예? 그게 아니라니요? 밥을 먹어도 정기가 가득 서려 있는 곳에서 먹고 사기가 흐르는 곳은 피하게 될 텐데 왜 아닙니까?”

“그로 인해서 남들에게 피해도 주고, 또 스스로도 쓸데없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되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란 말이네.”

“그래도 부럽기만 합니다.”

“어린아이가 아무렇게나 신나게 흙바닥에서 편하게 뒹구는 것이 좋겠는가? 아니면 새로 산 예쁜 옷을 입고 흙바닥에 뒹굴지 못하는 것이 좋겠는가?”

“그건 좀 다른 이야기가 아닐까요?”

“다르긴 뭐가 다르겠는가? 그만큼 불편한 일이 많더라는 이야기라네. 물론 그렇게 가려 앉아서 음식을 먹고 더욱 건강해진다면 뭐 딱히 나쁘다고만 할 일은 아닐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 보지 않는 방법을 알고 나서는 비로소 자유로워졌다네. 그래서 정기가 흐르거나 사기가 흐르거나 전혀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으니, 이것은 지기를 보기 전과 비교해서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형님의 설명을 듣고서도 이해는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사기가 흐르는 곳에 앉아서 밥을 먹어도 건강에 문제는 없더라는 말씀이신지요?”

“당연하지.”

“그건 또 왜 그렇습니까?”

“만약에 하루를 꼬박 그 자리에서 앉아 있거나 잠을 잔다면 그럴 수도 있겠고, 일 년 내내 그 자리에서 밥을 먹는다면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수가 있을 것이네. 그런데 어떤가? 잠시 앉아서 밥을 먹으면 그만이고, 또 그 자리를 떠나면 걸음걸음에 정기를 만나고 사기는 바람이 흩어 줄 테니 왜 그런 것을 보면서 께름칙해야 한단 말인가?”

“음....”

우창이 생각에 잠기자 지광이 다시 설명했다.

“결국은 너무 세세하게 보여서 오히려 그것이 불편했다는 말이라네. 가령 손바닥에 매우 미세한 균(菌)들이 기어 다니는 것이 보인다면 어떻겠는가? 손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씻어야 하지 않겠나?”

“그건 그렇겠습니다. 안 보이면 몰라도 보고서야 그냥 넘어가기가 쉽지 않겠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답하자 비로소 이해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것 보게 내가 당시에 느꼈던 것이 딱 그것이라네. 그래서 보이지 않고 살아야 오래 살겠더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지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지기를 보지 못하는 것이 더 편안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 어떤가?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그러니까 필요할 적에만 보는 기술이 꼭 필요하더란 말이네. 하하하~!”

“아,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이해가 됩니다. 사주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온갖 사주를 연구하느라고 오는 사람과 가는 사람의 생일도 궁금했었습니다만, 언제부턴가 생일에 대해서 전혀 궁금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형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이 이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맞아, 그래서 겪어 본 사람이 알고, 가 본 사람만이 알고 있다고 하는 것이라네. 그러니까 지기를 보는 것이 좋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반드시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겸해서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 하하~!”

“그러니까 지금 이 식탁을 중심으로 삼고 우리가 앉아 있는 자리마다 흐르는 기운은 서로 다르다는 말이지요? 그렇다면 그것을 그림으로 그릴 수도 있겠습니까? 보지 못하니 어떻게 보이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우창이 이렇게 묻자, 지광이 종이를 펼쳐놓고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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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지광의 그림으로 눈을 모았다. 그러자 주변을 둘러본 지광이 천천히 설명했다.

“가운데 식탁을 두고서 나와 우창은 사기에 가까이 앉아 있고, 염재와 거산은 생기에 파묻혀서 있는 상황이라네. 그러니까 구태여 말을 한다면 염재와 거산은 지금 기분이 매우 상쾌할 수도 있다고 하겠지?”

우창이 보기에도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형님께서 보기에는 지금 우제와 거산이 기를 느낀다면 사뭇 다를 수가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란 말씀이네요. 이렇게 그림으로 놓고 보니까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자리는 제대로 잡은 것이네요. 그런데 지기의 폭이 이렇게나 좁습니까? 식탁을 하나 두고서도 이렇게 변화가 많으니 말입니다.”

“물론 기의 폭(幅)은 천차만별이라네. 넓은 것은 몇 장(丈:3m)씩 되는 곳도 있으나 좁은 것으로 말한다면 손가락 폭만큼 이기도 하니 말이네. 그래도 이 정도면 보통은 된다고 봐야지. 특히 아우님과 나는 뒤에 있는 생기와 앞의 사기의 중간에 있으니 흉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라고 봐야지. 하하하~!”

“아, 그렇게 된다는 것을 알고 보니 새삼 놀랍습니다. 그리고 모르고 사는 것이 만고에 편하겠다는 말씀도 공감이 됩니다. 그나저나 참 신기합니다.”

“신기하다고 하면 그렇지. 그리고 빛은 눈으로 감지하지만 냄새나 감촉은 저마다 몸의 육감(六感)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므로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고 봐야 하겠네. 일례로. 거산은 몸으로 느끼는 것을 잘한다고 하겠지.”

“이렇게 된 지기의 형태는 영원히 그대로 유지가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그것은 흡사 하천에 물이 흐르는 것과 같다네. 하천이 쉽사리 바뀌지는 않으나 수량(水量)은 항상 같지 않은 것처럼 지기도 상황에 따라서 많이 흐르기도 하고 적게 흐르기도 한다네. 참 궁금한 것도 많으시군. 하하하~!”

“오죽하겠습니까? 보이지는 않는데도 존재한다고 하시니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닙니다. 하하~!”

“드물게는 흐름이 완전히 바뀌기도 한다네. 그러니까 지금은 어떤 형태로 흐르고 있는지를 알 따름이지.”

“형님께서 계속 흐른다는 말씀을 쓰시는 것으로 봐서 물이 흐르거나 바람이 흐르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지 싶습니다. 다만 바람은 일정하지 않고 물은 일정한 것과 비교해서 물의 흐름에 가깝다는 말씀이시지요?”

“맞아. 바람은 정기와 사기를 넘나들면서 중화를 시키기 때문에 바람이 적당하게 불면 누구나 상쾌하다네.”

“바람에 대해서 또 새로운 관점을 얻었습니다. 동굴에는 바람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정기든 사기든 고여있을 가능성이 더욱 많은 것이지요?”

“말하자면 동굴처럼 바람이 통하지 않는 곳은 흡사 수고(水庫)와 같다고 할 수가 있지. 맑은 물이 담겨 있으면 좋지만 탁한 물이 담겨 있을 수도 있잖은가? 그렇게 되면 각종의 나쁜 영향도 생겨나고 대체로 퀴퀴한 냄새와 같은 것이 느껴진다네.”

“아니, 그렇다면 냄새가 나는 것도 지기의 한 현상이란 말씀이십니까?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서만 신경을 썼는데 냄새조차도 지기와 연관이 있다니 더욱 놀랍습니다.”

“당연하지. 오감(五感)으로 느끼는데 어찌 차별이 있겠는가.”

“눈으로 보는 것은 자신이 없으나 냄새라고 하시니까 뭔가 공감이 됩니다. 그러한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럴 것이네. 가령 폐가(廢家)를 들어갔을 적에 느끼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가 있겠군. 그러니까 어떤 사람은 후각(嗅覺)으로 지기를 느끼게 되고, 또 어떤 사람은 시각(視覺)으로 지기를 보게 되는 것이라네.”

지광의 말에 염재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말했다.

“와우~! 정말 신기하고도 오묘합니다. 폐가에 사건이 생겨서 조사하러 갔다가 특별히 다른 것도 없는데 매우 거북한 냄새로 머리가 지끈거렸던 것이 떠올랐는데 그와 무관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 왜 아니겠나. 폐가가 된 이유도 뭔가 연관이 있을 것이네. 하하~!”

“정말 그런 때는 지기와 교감을 하고 싶겠습니다. 모를 적에는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오늘 정 사부께서 해 주시는 말씀을 들으면서 또 다른 세상을 엿본 것만 같습니다. 참으로 신기합니다.”

“그러니까 만약에 어느 공간에 갔을 적에 거북한 냄새가 느껴지면 피하는 것이 좋겠네. 눈으로는 보이지 않더라도 후각이 예민하다면 그것도 수용하면 되는 것이니까 말이지. 하하하~!”

이렇게 사제 간의 이야기가 꽃을 피우자 지켜보던 거산의 부친께서 궁금한 것이 있다는 듯이 탁자 옆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우창이 얼른 물었다.

“혹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말씀하셔도 됩니다.”

그러자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

“오늘 참으로 귀한 말씀을 듣게 되어서 너무나 감동입니다. 그런데 죄송한 말씀을 여쭤봐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실은 이 식당에서 기운이 너무 안 좋은 곳이 있다면 그에 대한 처방을 받고 싶습니다. 유독 한 곳에서 밥을 먹은 사람이 잘 체할 수도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질문을 드리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자 지광이 웃으면서 답했다.

“아, 물론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저녁에 만찬을 즐긴 값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마침 잘 물어 주셨습니다. 이제 저녁도 잘 먹었고, 차도 마셨으니 소화도 시킬 겸해서 재미있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지광이 재미있는 것을 보여준다는 말에 모두 기쁜 마음으로 지광의 행동을 주시했다. 지광이 품속에서 조그만 봉지를 하나 꺼내는 것도 지켜봤다.

“아니, 형님. 그것은 또 무슨 마법의 도구입니까?”

“왜? 이런 것은 처음 보지?”

“젓가락입니까? 아니, 그렇게 생긴 것은 처음입니다. 정말 무엇을 보여주실지 기대가 됩니다.”

“자, 이것은 「지맥봉(地脈棒)」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인데 그냥 내가 붙였으니 그렇겠거니 하면 된다네. 하하~!”

일행이 관심을 보이자 약주가 거해진 지광도 기분이 좋아져서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고 그 바람에 오히려 명쾌하게 들려서 좋았다.

“이것은 지감(地感)에 대해서 볼 수가 없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용도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네. 이것을 이렇게 잡고 공간을 한 바퀴 돌아보겠네. 여기에서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될 것인데 설명은 차차로 하겠네.”

이렇게 말을 마친 지광이 편안한 표정으로 양손으로 꽉 잡고는 실내를 한 바퀴 돌았다. 그러자 지맥봉의 끝이 때로는 위로 올라가고 때로는 이래로 빨려 들어가는 듯이 요동을 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또다시 수평으로 가만히 있기도 했는데 보는 사람들에게는 흡사 살아있는 생명체가 꿈틀대는 것처럼 보였다.

우창이 그 모습을 담아두려고 바삐 그림으로 대충이나마 그렸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희미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잘 봐놨다가 다음에 필요하면 만들어서 활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지광이 두 손으로 꽉 잡고 있는데 그 재료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철제(鐵製)인 것으로 보이기는 하는데 탄력성이 무척이나 좋은 것으로 보여서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371- 지맥봉모습

“형님, 그 지맥봉은 무엇으로 만든 것입니까? 일반적인 쇠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탄력성이 좋은 것은 처음 봅니다.”

“아, 역시 아우님은 재료가 궁금하셨구나. 이것은 천 번을 달궈서 두드렸다고 하는 강철(鋼鐵)이라네. 그래서 휘어지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오지.”

“아, 그렇군요. 어쩐지 신기하다 싶었습니다. 그것이 살아있는 뱀처럼 꿈틀대는 이치는 이제 설명해 주시겠지요?”

“물론이네. 자, 우선 한 바퀴 돌았네. 그리고 식탁에서 보여줬던 자리에서 다시 확인해 보세. 우선 지맥봉의 끝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을 잘 봐둘 필요가 있다네. 기왕 그림을 그리거든 그것도 표시해 보게나. 하하~!”

이렇게 말하면서 다시 식당을 한 바퀴 돌았다. 그 모습조차도 우창에게는 참으로 신기한 모습이어서 또 서둘러서 그림으로 남겨야 하겠다고 생각해서 대충이나마 알아볼 정도로 그렸다.

371 지맥봉탐사

지광이 평보(平步)로 두어 바퀴를 돌면서 지맥봉을 보여줬다. 그리고 모두 그 지맥봉의 끝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서 그 지점을 기억하려고 애썼다. 그렇게 돌아본 다음에 다시 말을 이었다.

“자, 이제 설명해도 되겠군. 우선 좀 전에 그림으로 보여줬던 것을 보면서 다시 확인해 보세. 아우님과 내가 앉았던 뒤쪽을 대각선으로 지나갈 적에 지맥봉의 끝이 어디로 향하는지 잘 봤지?”

그러자 이번에는 기억력이 좋은 염재가 얼른 답했다.

“그 지점으로 보이는 곳에서는 지맥봉의 끝이 하늘을 향해서 치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내려갔다가 거산과 제자가 앉았던 지점을 통과하자 다시 끝이 위로 올라갔습니다. 이것으로 미뤄봐서 아마도 올라가는 지점은 정기(正氣)가 흐르고, 내려가는 지점은 사기(邪氣)가 흐르는 것이 아닐까 싶은 짐작을 해 봤습니다.”

“맞네. 염재가 잘 봤군.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눈으로 볼 수는 없어도 몸으로 감지(感知)할 수가 있는 사람은 이것을 사용할 수도 있다네. 내가 보기에 거산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으니 시험 삼아 해 볼까?”

지광의 말에 거산의 눈이 커졌다. 놀라움의 표현이었다.

“아니, 제자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리가 있습니까? 그렇지만 스승님의 말씀이니 해보고 싶기는 합니다.”

지광의 방법을 알려주자 거산은 그대로 따라서 천천히 걸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같은 지점에서 반응이 똑같이 나타났다. 놀란 사람은 바로 거산이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것입니까?”

그러자 지광이 웃으면서 말했다.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되나. 지금 거산은 지기와 감응(感應)하고 있다는 말이지. 이미 몸의 감각이 기감을 느꼈기 때문에 되는 것이라네. 아우님도 해 볼 텐가?”

지광의 말에 우창도 호기심이 부쩍 동했다. 그래서 얼른 받아서 그대로 잡고 같은 지점을 이동했다. 그러나 갑자기 죽어버린 듯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맥봉이 움직이지 않자 우창도 시무룩해졌다.

“형님, 지맥봉이 사람을 차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지광이 말했다.

“지맥봉이 무슨 마음이 있겠는가. 다만 땅과 그대의 사이에 교감이 되지 않을 따름이라네. 하하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왜? 거산이 되면 아우님도 당연히 될 것이라는 생각이라도 했더란 말인가?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신기하지 않은가? 하하하~!”

지광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자 염재도 해보겠다고 나섰으나 우창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반응이 오지 않았다. 그나마 우창의 마음에 위로가 된 셈이었다. 우창이 염재를 보면서 말했다.

“염재도 나와 마찬가지로 지기와는 인연이 없는 모양이구나. 하하하~!”

그러자 염재도 기대했다가 맘대로 되지 않았으나 우창도 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렇지만 진 사부께서도 되지 않으니 제자는 위로가 됩니다. 하하~!”

이번에는 다시 지광이 지맥봉을 잡고 입구 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입구 앞에서 심하게 아래로 요동을 치는 지맥봉의 끝이 보였다. 지광이 다시 돌아와서 주인에게 말했다.

“안쪽은 대체로 문제가 없는데 입구에서 들어와서 4척(尺:120cm)이 되는 저점의 기운은 무척 안 좋은 기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여기는 식탁을 두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대로 두기보다는 사기에도 죽지 않고 잘 자라는 식물을 화분에 담아서 두거나 물고기를 담아놓은 어항을 두면 좋겠습니다.”

지광의 말에 우창이 물었다.

“그것은 일종의 비보(裨補)라는 것입니까?”

“맞아. 이러한 곳은 사람이 가까이 가지 않도록 하면 더욱 좋다네. 그리고 물고기가 자라는 어항(魚缸)을 두게 되면 물은 사기를 흡수하는 능력이 있어서 공기도 좋아지고 분위기도 좋아지게 된다네.”

우창은 지광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들었고 머릿속도 그만큼 복잡해졌다. 그러나 염재와 거산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이야기에 몰두하는 것을 보니 그것도 보기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