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 제28장. 오행원/ 5.자원이 설명하는 산술(山術)

작성일
2021-03-2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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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제28장. 오행원(五行院) 


5. 자원이 설명하는 산술(山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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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이야기에 춘매가 다시 물었다.

“산의 오행(五行)과 음양(陰陽)은 어떻게 보면 되는 거죠? 물론 산술(山術)에도 음양오행이 있을 테니 말이에요.”

“맞아, 산의 오행은 오형(五形)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겠지만, 이것은 상술(相術)에서도 마찬가지로 보는 거야.”

“오호~! 오행(五行)과 오형(五形)이라, 그것도 재미있어요. 무엇이든 오행에 들어가는 것도 신기하고요. 호호호~!”

자원이 춘매의 궁금한 점에 대해서 이해를 시켜주려고 간단하게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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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형(木形)의 산은 나무처럼 높은 형상의 산에 붙이는 명칭이야, 화형(火形)은 불타는 듯한 모습의 산을 말하고, 토형(土形)은 웅장한 산이 겹겹이 이어져 있는 것이고, 금형(金形)의 산은 절간의 종(鐘)을 닮은 것을 말하는 것이며, 수형(水形)의 산은 능선이 마치 물결을 치듯이 이어진 것을 말하지,”

자원이 그려 준 그림과 설명을 듣자 춘매는 바로 이해가 되었다.

“언니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림을 보니까 바로 이해가 되네요. 그렇다면 목형의 산에서는 목의 기운이 나오고, 화형의 산에서는 화의 기운이 나온다고 보면 될까요?”

“아니,”

“예? 아니라니요? 그렇다면 오행과는 무관하다는 뜻인가요?”

“그렇지, 그냥 자기의 눈에 보이는 것으로 상상 속의 오행을 연상하여 붙여놓은 이름일 뿐이니까,”

“아니, 그래도 오행(五行)이든 오형(五形)이든 이름이 붙어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게 아니었나요?”

“그냥 설명을 위한 분류일 뿐이야. 가령 ‘모처에 갔더니 산세가 화형(火形)이더라.’하고 말한다면 대략 어떤 느낌인지 전달이 되겠지? 그런 목적으로만 사용하면 충분한 거야. 원래 형상은 형상일 뿐이니까.”

“아, 그러니까 형상에는 마음이 따른다는 것도 다 믿지 말라는 뜻인가요?”

“옳지~! 동생이 제대로 이해를 했어.”

자원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춘매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형상에는 마음이 따르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닿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언니의 말은 이해했는데, 그래도 의혹이 남아요. 화형의 산에는 산불이 잘 일어난다는 말을 들었던 것도 같거든요.”

“그랬어? 불은 아무 산에서나 잘 일어나는 거야. 호호호~!”

“그렇....긴 하죠....”

“호호호~! 아직도 내 말이 믿어지지 않는가 보구나. 생각해봐. 앞에서 본 산은 불처럼 생겼는데 뒤에서 본 산은 금처럼 생겼다면 그 산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불일까? 금일까? 아니면 불과 금의 마음일까?”

“어? 그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앞에서 보면 화형이라도 뒤에서 보면 수형일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말이야. 그래서 오형의 산에 대한 의미는 설명을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하면 되는 거야.”

“아항~! 그래서 형상으로 산을 말한다는 것은 수준이 낮은 것이라는 뜻이에요?”

“그건 틀린 말이라고 못하겠네. 호호호~!”

“언니, 산형(山形)을 말하는 것은 하수(下手)라고 한다면 고수(高手)는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요?”

“그야 산심(山心)을 알고 있는 것이겠지?”

“산심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 산의 마음을 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것은 음양론(陰陽論)에서 심신(心身)의 이치와 같은 거야. 그것은 동생도 알고 있지 싶은데?”

“그야 알죠. 마음은 주체가 되어서 몸을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이잖아요? 그렇다면 산의 마음을 알고 산의 형상을 사용하는 것이 되나요? 이게 무슨 뜻인지 제가 말을 해 놓고서도 모르겠어요. 호호호~!”

“동생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사람의 마음이야 늘 접하는 것이니까 대략이나마 짐작을 하지만 산의 마음이야 어찌 생각이나 해 봤겠어? 그리고 산의 마음이라고 했지만 실은 마음이라는 것도 적확(的確)한 뜻은 아니야. 어쩌면 산의 기운(氣運)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할 거야.”

“아하~! 기운이라고 하니까 뭔가 느껴지는 것이 있어요. 그렇다면 하수는 산의 형태를 보면서 그 기운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짐작하는 것인가요?”

“오, 그 말이 오히려 정답에 가깝겠어. 가령 천봉만학(千峯萬壑)의 심산유곡(深山幽谷)을 보면 경이로울까? 아니면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될까?”

“그야 장엄한 위용에 감탄(感歎)을 하겠죠.”

“맞아, 그렇다면 야트막한 동산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산책을 하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또 어떨까?”

“아마도, 경이로움은 없을 것이고, 마음이 편안하게 느껴질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이것이 바로 형상을 보면서 그 기운을 감지하는 것이야. 이러한 느낌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겠어요. 언니의 설명을 듣고 보니까 형상을 통해서 기운을 느끼는 것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네요.”

“당연하지. 그래서 하수(下手)라고 하는 거야. 하수보다 더 아래의 단계는 뭘까?”

“하수는 맨 아래가 아니었나요? 더 아래도 있어요?”

“물론이지.”

“그런 사람을 뭐라고 하죠?”

“무수(無手)~!”

“예? 무수라니요? 그런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요?”

“호호호~! 당연하지, 지금 내가 만든 거니까. 호호호~!”

“이름은 생소하지만 느낌은 잘 알 것 같네요. 호호호~!”

“아무런 감정도 못 느끼는 사람들을 두고 말하는 거야. 수(手)는 손을 의미하지만, 수단(手段)을 말할 적에는 오형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은 나름대로 초수(初手)의 단계는 넘은 사람이라고 봐야지. 명학(命學)으로 논한다면, 간지(干支)는 이해하고 육갑(六甲)을 외울 줄 아는 단계라고 할 수가 있겠네.”

“와~! 바로 이해가 쏙쏙 되네요. 간지를 알면 하수였군요. 그럼 초수는 ‘갑(甲)을 보고도 양목(陽木)인 줄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겠어요. 호호~!”

“이제 하수 아래에 초수가 있고, 초수 아래에는 무수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

“너무 재미있어요. 그러니까 저는 산에 대해서는 하수도 되지 못했네요. 호호~!”

춘매가 이야기에 빠져들어 가는 것을 본 자원도 즐거웠다. 무엇이든 알아보겠다고 열성적으로 달려드는 것을 보면 항상 흥이 나는 까닭이다. 그래서 더 잘 이해하도록 설명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산의 형세에서 장군(將軍)처럼 보이는 것과 쥐처럼 보이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겠지?”

“물론이죠. 그 느낌을 알 것 같아요.”

“이렇게 비교가 뚜렷한 것은 누가 봐도 큰 오류가 없다고 봐야지. 다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막히기 시작하는 거야.”

“어떻게요?”

“장군출전형(將軍出戰形)과 장군대좌형(將軍臺座形)이 있다고 해봐. 장군이 누대(樓臺)에 앉아있는 형상이라고 하는 것과 장군이 말을 타고 출전하려고 하는 것을 구분할 수도 있을까?”

“어머~! 장군이 전쟁터로 떠나는 것과 자리에 앉아있는 것의 차이라는 말이잖아요?”

“맞아.”

“아니, 그걸 어떻게 구별하죠. 그림도 아니고 거대한 산에서 그러한 것을 구분할 수가 있기는 한 걸까요? 괜히 보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니, 사실이 그렇다고 전제하고서 말하는 거야. 호호호~!”

“아, 예. 사실이 그렇다면 실제로는 장군이 적을 무찌르려고 출전하는 모습은 장군이 정세(情勢)를 살피면서 대좌(臺座)에서 진지를 살피는 것과 비교해서 형상은 같아도 느낌이 다를 것으로 생각되네요. 그런 것이겠죠?”

“잘 생각했어. 바로 그거야.”

“그렇지만 그 차이를 무슨 수로 구분해요?”

“바로 그 경계선(境界線)에 하수(下手)와 중수(中手)의 갈림이 있는 거야.”

“아하~! 이제 그 의미를 알겠어요. 명학으로 본다면 육갑은 외운 사람과 각 간지(干支)마다 생극의 작용이 일어나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가 있겠어요.”

“그것 봐, 뭔가 명료하게 선으로 그어서 나눌 수는 없지만, 느낌으로 구분이 되는 것이 있잖아?”

“맞아요. 그렇다면 풍수의 중수도 상당하잖아요?”

“당연하지. 무엇이든 중수쯤 된다면 이미 무시하지 못할 수준인 거야. 그리고 가장 다양한 수준이기도 하지. 동생도 명학의 중수는 되잖아?”

“호호호~!”

갑자기 깔깔 웃는 춘매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자원에게 말했다.

“실은 언니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제가 고수인 줄 알았어요. 왜냐면 웬만한 사주를 보면서 용신은 찾아내거든요. 그런데 지금 언니의 말씀을 듣고서야 깨달았어요. 중수라고는 해도 중하(中下)의 수준이겠다고요. 그러니 중수라는 말도 감당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하니까 웃음이 절로 나왔어요. 호호호~!”

“그래서 중수인 거야. 때로는 중상(中上)의 수준인 것으로 보였다가, 또 때로는 중하(中下)의 수준으로도 생각되는 거지.”

“그럼 명학의 고수는 어떤 수준일까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예? 언니가 모르면 누가 알아요?”

“그것은 마치 하루살이에게 내일 다시 보자는 말과 같은 말이야. 호호호~!”

“왜요? 하루살이야 내일은 죽고 없을 테니까 그렇지만, 언니는 이미 적천수에도 통달하셨잖아요?”

“동생이 그렇게 말한다면, 자원은 이론만 상수(上手)라고 할 수가 있겠지. 이론적으로는 대략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준은 될 테니까.”

“아, 고수와 중수 사이에는 상수(上手)가 있었네요? 정말 수(手)는 도대체 몇 개나 있는 걸까요?”

“적게는 3개, 많게는 9개, 더 많게는 100개~! 호호호~!”

“정말 재미있어요. 언니를 이제야 만나게 된 것만 아쉬울 따름이에요. 어리석은 제게 가뭄의 단비네요. 정말 고마워요.”

“이것도 인연에 따라서겠지. 호호호~!”

춘매가 자원의 말을 듣고 있다가 뜬금없이 물었다.

“언니는 스승님이 떠나고 났을 적에 그 마음이 어떠셨어요?”

“어? 그건 갑자기 무슨 말이야?”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인연이라면서요. 그 기분을 느껴보고 마음의 준비라도 하려고요.”

“그건 그때 가서 해도 돼. 그 마음은...... 뭐랄까... 세상으로 이어져 있던 유일한 다리가 무너져내리는 느낌...? 그렇게 말을 한다고 해도 제대로 전달이 되지는 않을 거야. 호호호~!”

“왠지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언니 결국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정답인 거죠? 이렇게 다시 또 만나서 희희낙락(喜喜樂樂)하면서 대화를 나누니까 말이에요.”

“그래서 오늘만 살면 된다고 싸부가 늘 말씀하셨잖아. 동생도 들어봤을걸?”

“당연하죠. 매일 하는 말이 그 말인걸요. 호호호호~!”

두 여인의 호들갑을 들으면서 우창도 추억에 잠겨 들었다. 태산에서의 열정적인 도반들의 모습이며, 노산에서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중에는 여전히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실감 되지 않는 상인화의 푸근한 미소도 함께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다가는 다시 자상하신 스승님 혜암도인의 모습으로 바뀌는 것까지도 생생한 느낌으로 전해졌다. 우창의 표정을 본 자원이 말했다.

“싸부는 지금 추억(追憶)의 여행(旅行)을 하고 계시구나. 아름다운 추억은 가끔 떠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 호호호~!”

우창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춘매도 우수(憂愁)에 젖은 우창을 바라보면서 그 안에 자신의 모습도 남아 있기를 바랬다. 오늘 웃다가 내일은 잊혀 지는 사람이 되는 것은 생각하기 싫었다. 그러나 기억해 달라고 한다고 해서 기억해 주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늘 우창이 ‘오늘이 중요하다’는 말을 했겠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언니~!”

“응? 또 궁금한 것이 생겼어?”

“아뇨, 궁금한 것이 아니라 지금 참 행복하다고요. 호호호~!”

“원 싱겁긴, 축하해~! 호호~!”

이야기에 빠져있던 안산은 여인들의 수다가 길어지는 것을 참고 있었다. 자신이 물었던 오술(五術) 중에서 산술(山術)에 대한 설명도 오늘 중으로 다 듣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기조차 했다. 그러자 조바심이 살짝 일었다. 우창이 그 표정을 보고서 심중을 읽고는 한마디 했다.

“하하~! 안산은 여인들의 수다를 들어 본 적이 없으시지요?”

“예? 아, 아닙니다. 실은 늘 벗이라고는 서책(書冊)밖에 없었지요.”

“그러신 줄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여인들의 수다를 공부하는 시간이라고 여기시면 좋겠습니다. 그것도 수행이거든요. 하하하~!”

그제야 안산은 우창이 자신에게 한 말의 뜻을 헤아렸다. 조바심을 내려놓으라는 뜻이었다. 어차피 학문의 길은 평생을 가더라도 다 못 가는 것인데, 그렇게 단숨에 먹어치우겠다고 굶은 이리떼처럼 달려들어도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 주고 있다는 뜻으로 느꼈다. 새삼 스승의 역할은 이렇게도 자상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은 여태까지 조바심과 긴장감으로 살아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진심으로 공수하고 말했다.

“스승님의 깨우침에 감동했습니다. 귀를 열고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세상에 공부 아님이 없다고 말은 했으면서도 그것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고맙습니다. 하하~!”

우창도 안산의 깨달음을 보면서 흐뭇했다. 학문은 학문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항상 마음이 아픈 사람들과 더불어서 함께할 적에 그 가치가 살아나는 것이고, 여인들의 재잘대는 수다조차도 사람을 치유하는 묘약이라는 것을 알아주기 바랐는데 그것을 바로 깨닫는 것을 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안산의 공수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그러자 여인들의 수다가 다시 이어졌다. 춘매가 말했다.

“어머~! 안산 선생님 죄송해요. 그래도 재미있는 것을 어떡해요. 호호호~!”

“동생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재주가 있네. 그것을 살리면 상담하는 능력에 큰 도움이 될 거야. 잘 키워봐. 호호호~!”

“고마워요. 언니, 그러면 이제 다시 산 공부를 해요. 상수(上手)나 고수(高手)에 대한 수준을 감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짐작조차도 못하겠어요? 그러니까 언니의 비유법으로 조금만 설명해줘요. 궁금증은 해소될 수 있잖아요?”

“말이야 해 줄 수가 있지만, 나도 겪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해서 혹 동생이 엉뚱한 방향으로 이해할까 그것이 두려운 거야.”

자원의 말에 춘매가 웃고서 말했다.

“에구~! 그야말로 걱정도 팔자네요. 그렇게 논한다면 입을 닫고 혼자 벽만 바라보고 살아야죠. 호호호~!”

“하긴, 그렇기도 하지? 호호호~!”

춘매는 문득 안산을 바라봤다. 어쩌면 열심히 공부하는데 자신으로 인해서 방해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는 염려가 생겨서 말했다.

“안산선생 죄송해요. 질문은 선생이 하시고 공부는 제가 하네요.”

갑자기 춘매가 훅~ 치고 들어오자 황망(慌忙)해진 안산이 말했다.

“아, 아닙니다. 사매님과 자원선생님의 말씀 가운데에서 배울 것이 알알이 맺혀있으니 전혀 그런 말씀은 마시고 계속 질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안산은 질문하는 것도 서투르답니다. 하하~!”

비로소 안산의 안색이 밝아진 것을 본 춘매가 다시 자원에게 물었다.

“언니, 산의 마음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죠?”

“나도 모르지, 다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느끼는 것이라고 배웠어. 이해는 설명할 수가 있지만 느끼는 것은 설명은 불가하거든. 그래서 설명하려고 해도 말로 모두를 전달할 수는 없지만, 뭔가 느껴지는 그 무엇인가는 분명히 있는 것이지.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고나 할까? 호호~!”

“음... 언니의 말씀으로 봐서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을 알겠어요. 그런데 산학(山學)이라고 분류하는 오술 중에 하나지만 실은 산학은 지학(地學)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잘못된 건가요?”

“아니지, 산학은 대표로 표시하는 명칭일 따름이지. 동생의 말대로 지학, 풍수, 지리, 양택(陽宅), 음택(陰宅)이라고도 하고 심지어는 명당(明堂)이라고도 하지만 의미하는 바는 모두 같은 이야기야.”

“아, 그렇군요. 그런데, 또 바보 같은 물음이긴 한데, 왜 오술 중에서도 산(山)이 맨 처음 나오게 되었을까요? 여기에 대해서도 언니는 생각을 해 봤을 것 같아서 궁금해요. 제가 말한다면 맨 앞에 명(命)을 뒀을 텐데 말이에요.”

“왜? 상수(上手)에 대해서 내가 이야기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니까 이번에는 순서로 궁금증을 돌리는 거야? 호호호~!”

“어려운 이야기는 또 다음에 공부하고서 들으면 이해가 되는 것이 많거든요. 언니도 지금 설명해봐야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너무 잘 알고 계셔서 더 다그쳐봐야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죠. 호호~!”

“맞아, 모든 공부는 그것을 수용할 사람의 수준에 맞춰서 해야 왜곡(歪曲)없이 잘 전달되는 것이니까. 산학이 가장 먼저인 이유를 나도 생각해 봤지. 왜냐면 당연히 명학(命學)이 가장 먼저 나와야 하는데 왜 산학이 먼저인지를 생각해 보니까 뭔가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야.”

“그러니까요~!”

춘매가 자원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맞장구를 쳤다. 자원이 설명했다.

“동생이 생각하기에, 명학이 먼저일까, 아니면 산학이 먼저일까?”

“그야 모르죠.”

“그래?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생각해 보면 되잖아?”

자원이 다시 답을 추궁하자 춘매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아하~! 그래서 왕조(王朝)의 역사만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네요? 그런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을 줄만 알았죠.”

“맞아, 처음에는 음양을 배우고, 오행도 배우고, 사주를 적어서 풀이도 하는 것이 전부인 줄로 생각하나 점점 학문이 깊어지게 되면 그 뒤에 산처럼 쌓여있는 세월의 흔적까지도 궁금해지는 것이고, 그러한 것을 알게 됨으로서 비로소 머릿속에서도 정리가 되는 것을 알게 되면 중급의 철학자가 되는 거야.”

“언니의 말을 듣고 보니까 저는 아직 하급의 입문자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명학도 제대로 모르는데, 이것이 전부인 줄로만 알고 나름대로 공부가 제법 되었다고 생각했으니 그야말로 세상 넓은 줄 모르고 날뛴 꼴이에요. 정말 언니의 생각을 헤아릴 수가 없네요. 그래도 열심히 배울 거에요.”

“암, 당연히 그래야지. 그리고 그렇게 될 거야. 노력하는 사람은 못 당하는 법이거든. 호호호~!”

자원은 모처럼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춘매가 사랑스러웠다. 노산에서는 항상 하늘처럼 높아 보이기만 하는 스승들의 맨 뒤에서 허둥지둥 따라가느라고 늘 바빴는데 이렇게 자신의 말에 감동하면서 배우고자 하는 사람을 만나고 나서야 자신의 공부가 제법 깊어졌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잘 안내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천천히 설명해 나갔다.

“동생이 생각하기에 명학보다 산학이 앞에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물론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 지금 생각해 보면 돼. 우리에게 공부를 위한 시간은 장강(長江)의 물처럼 많으니까 말이야. 호호호~!”

춘매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산학이 먼저일 것으로 생각돼요.”

“왜?”

자원도 어느 사이에 우창을 닮아가고 있었다. 답을 재촉할 적에는 간단하게 말하는 습관이 배어있었다.

“왜냐면요, 옛날에는 명학을 적용하려고 해도 생일을 올바르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어서죠. 그러니까 모든 학문은 그 상황에 따라서 발전하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산학보다 먼저 상학(相學)이 발달해야 하잖아요? 제 생각이 아무래도 맞는지 자신이 없어요. 언니의 설명이 필요해요.”

“와우~! 동생도 이미 기본적인 내공은 쌓여가고 있었네. 사실은 상학과 산학은 사촌 간이라고 할 수 있지. 작게 보면 얼굴이고, 몸이고, 크게 보면 산이고 강이고 산천이니까.”

“언니의 칭찬 한마디에 제 마음은 마구 춤을 춰요.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호호호~!”

“이것이야말로 우리들의 유희(遊戱)라고 해야지. 한량(閑良)은 미녀를 끼고 술을 마시는 것이 유희이고, 농부는 들판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곡식들과 대화하는 것이 유희이듯이 오행을 붙잡고 필생(畢生)의 업(業)으로 여기는 문충(文蟲)은 이렇게 즐기는 것이니까. 호호~!”

“문충은 뭐죠?”

“글자에 붙어서 파먹고 있는 학자를 낮춰서 그렇게 말하는 거야. 자신들을 추켜세우는 것도 멋이 없잖아? 호호호~!”

“아, 글자 벌레~! 호호호~! 맘에 들어요. 저도 글자 벌레가 맘에 들어요. 예전에는 돈벌레였어요. 이제 이렇게 공부터를 마련하고 나니까 돈벌레가 글자 벌레로 변신을 했어요. 호호호~!”

“축하해, 동생~! 앞으로는 더욱 즐거울 일이 많을 테니까. 호호~!”

“그런데, 산학과 상학이 같은 사촌이라면서 왜 상학보다 산학이 앞에 있었던 거죠? 여기에도 이유가 있었을까요?”

“당연하지.”

“궁금해요. 이제 철학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졌어요.”

“당연히 알아야지. 학문은 글공부를 한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전해진 거야. 그렇다면 일반 백성들에게는 접근하기가 쉬웠을까?”

“그야 매우 어렵겠죠. 하루하루를 벌어먹고 살아가기조차 어려운데 글 속에 무슨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면 생각을 할 겨를도 없잖아요. 저도 그렇게 살아왔는걸요.”

“문자(文字)를 누릴 수가 있는 사람도 극히 적어서 선택된 사람들의 전유물(專有物)이라고 할 수가 있는 거야. 지도자(指導者)가 될 사람과 그 아래에서 살아갈 사람들로 구분이 되어버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사회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맞아요. 동감이에요.”

“그들에게는 지위를 높이는 것이 꿈이거든, 일반인은 재물을 모으는 것이 꿈이었다면 이미 재물을 소유한 사람들에게는 재물의 의미는 당연하기 때문에 더 높은 권력을 꿈꿨던 거야.”

“와우~! 정말 언니에게 배우는 공부가 스승님께 배우는 것보다 더 재미있어요. 호호호~!”

춘매가 자원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을 보면서 우창은 내심 흐뭇했다. 실로 여기까지 안내를 했기 때문에 자원의 이야기를 알아듣게 되었다는 것을 춘매가 모르고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 그리고 자원이 설명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노산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의 분위기가 떠올랐다. 그래서 미소를 띠고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었다. 문득 안산을 바라보니 그도 이미 자원의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어서 춘매와 자연의 표정과 말에 따라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대로 이야기를 이어가게 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